[문학회지] 제123호
 | | | 경기도 조선문학회 발행 - 단체 발행 소식지제123호 - 개국630(2021)년 1월 15일 | |
| | 기운님 시편_01 | | 기운님시편_02 | | | 지난겨울 이야기 2
겨울이 눈앞에서 씨익 웃으며
얼어 죽은 어린 생쥐를 주머니에서 꺼내 자랑하는 거예요.
슬퍼하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우리는 양지바른 곳으로 가서
생쥐를 내려놓고 숨이 돌아오길 기다렸어요.
생쥐를 쫓아간 바람이
너무 멀리 가버렸다고 머리를 흔들었어요.
아무리 빠르고 자유로워도
그 작은 생쥐의 길을 따라갈 수 없던 거죠.
밤마다 생쥐 소리를 들었는데
겨울이 창가에 서서 우는 소리였죠.
봄이 되어도 영원히 고통스러울 거야,
상심한 겨울이 말했어요.
겨울도 나도 꽃이 피면
하루아침에 생쥐를 잊어버릴 걸 알았죠.
그래도 우리는 작은 예의를 지키기 위해
눈송이처럼 얼어 죽은 어린 생쥐를 찾아갔어요. | 가을비가 내리면
바다는 여러 색의 초록
하늘은 여러 색의 파랑
고요는 점점 두터워지고
먼 곳의 소리가 가까운 소리보다 더 잘 들린다.
사람과 애완견과 길고양이도
까마귀와 물새와 새날치와 복어도
모자를 벗고 주머니를 비우고
접어놓은 지름길을 펼친다.
가을비가 내린다.
한사코 길을 잃고 싶어서
어두운 숲에 우두커니 서 있다가
먼데서 온 이를 만난다.
서로 다른 숲을 우산처럼 들고 서서
머쓱한 얼굴로 인사를 한다.
개를 만난 개
고양이를 만난 고양이
새를 만난 새들
물고기를 만난 물고기들이
맨발로 비 오는 가을 숲의 끝에 이른다.
지름길을 접어 넣고 숲을 빠져나온다.
어린 겨울이 무릎을 껴안고 바다를 구경하고 있다.
가을비가 내린다. | | |
| |
겨울 가운데 날
1.
어느 해 겨울
그만, 바다 옆 마을이 물에 잠겼습니다
신이 난 고양이는
마른생선 같은 사람들을 쫓아서
물속을 참방참방 뛰어다녔습니다
눈 내리는 겨울의 가운데 날이었습니다
사람들과 고양이들과 되살아난 물고기들이
젖은 집 앞에 서서
돌멩이를 꼭 쥐었습니다
돌멩이는
꽃 없는 가지와 서너 걸음
새가 되었다가
닿지 않는 곳의 소식이 되었다가
세계를 눈으로 덮었습니다
나는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잠들었습니다.
2.
산과
강과
물방울처럼 맺힌 도시와
그 위에서 멈춘 날짜들이
꿈을 꿉니다
파도는 숲이 되고
거품으로 부서져 꽃이 핍니다
그러나 사유는 다른 계절의 몫
눈을 뜨고 여기에 도착했습니다
돌멩이가 말랑말랑합니다.
드디어 겨울의 한가운데입니다.
|
| | 시편_01 | | 시편_02 | | | 눈 밭
걸음걸이마다 느껴지는 눈 밟는 소리
그 소리 따라 걸으면 어느새
주변 하얀 눈 밭이 펼쳐져있네
그 밭 사이사이에 쌓여있는 눈
새 하얀 밭 길 오로지 나의 발자국만 남아있네
주변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은 발자국
나의 흔적만이 눈 밭에 남아있네 | 그렇게 찾아온 겨울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겨울
그렇게 찾아온 겨울은 아무 말 없이
지나가고 있는데, 우리 내 마음 속 겨울은
과연 그렇게 찾아온 겨울처럼 보낼 수 있을까?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다
우리들 마음 속처럼 아주 유난히도 얼어붙었다
그렇게 찾아온 겨울
이 겨울, 우리들 마음 만큼은 조금이나마 따뜻해지길 바라며
그렇게 찾아온 겨울을 그저 바라보고 있다.
|
| |
동아리 끝나고 뒷풀이에 가면
한 잔 두 잔 마시는 술에
오 분 십 분 시간 가는 줄 모르네.
갈 시간 다 되어 일어나니
잘 가요 인사 소리 듣고선 홀로 발걸음 옮기네.
역으로 가는 길, 지나가는 사람들은 많지만
들리는 건 내 발자국 소리뿐
가차역으로 가는 밤 전차 덜컹거리고
이 몸은 저 멀리 멀어지건만
마음만은 머물고 싶어라.
집 가는 마지막 열차에 몸을 싣고
늦은 밤 홀로이 제로콜라 한 병에 몸을 기대네.
창 밖 네온싸인을 보며 이제는 그만 쉬자고
수 십번 다짐했지만
2년간 이어진 인연때문에 오늘도 나는 또 다시
집으로 가는 길을 걷는다.
집으로 가는 길, 하늘 위 저 달과 별만이
나와 함께 하네. |
| | |
|
최준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