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애당
[朝休] 여느 날의 승정원일기 07화
○상(上)이 창덕궁에 계시다. ○상참(常參)이 있었다. ○밤에 변고(變告)가 있어, 상(上)께서 국문(鞠問)을 명하셨다. ○조하(朝賀)를 여쭈었으나, 거부하셨다. ===== 임금이 말했다. "때 늦은 일이긴 하나, 저 백성들이 악담도 서슴치 않게 된 것는 후(侯)와 관(官)이 된 자로서 자초(自招)한 일이다.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하였으니, 지금이 딱 그 격이라 하겠다. 후(侯)라면 선견(先見)이 있어야 마땅하고, 관(官)이라면 예상(豫像)되는 바가 있어야 된다. 그러나 마땅할 직분을 잃고 얄팍한 말재주로써 그럴싸한 협잡질이나 하는데 그쳐버렸으니, 저 백성들이 악담도 서슴치 않게 된 데에는 연유가 있는 것이다. 이를 경고로조차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도 못 한채 잠꼬대 같은 소리나 하고 있으니 거의 딱할 지경이다. 경들이 의견을 제시해보라." 영의정 이성(李誠)이 말했다. "전하(殿下)께서 혀를 찰만한 수준이란 것은 십분 이해가 되는 바이옵니다만, 아직 정치에 있어 미숙할 따름이라 사료되옵니다. 이렇게 명명백백하게 사실을 일러주셨으니, 저들도 마음으로 깨치는 바가 있어 더 공부도 하고 좀 더 수양에 힘쓸 것이옵니다. 그리 못 난 자들은 아니오니, 좀 더 기회를 주시옵소서." 좌참찬 김정필(金正弼)이 말했다. "영상의 말씀 또한 지당하나, 약간 말 뿐이 아닌 처벌이 필요하다 생각되옵니다. 말로써 타이르고, 말로써 집어줘도, 결국 귀머거리나 다름 없다면 무슨 보탬이 되겠나이까. 이런 폐단을 고치지 않으면, 앞으로 전하(殿下)의 심기를 더욱 어지럽힐까 저어되옵니다. 부디 통촉하여주시옵소서." 호조참판 조회인(趙誨仁)이 말했다. "시말과 경위가 이처럼 분명할 수는 없겠사오나, 좀 더 실질적인 조치라도 필요하다 생각되옵니다.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결국 좋은 얘기 하나 듣고 갈 작자들이기 때문이나이다. 아무쪼록 통촉하여주시옵소서." 상참(常參)에서 비교적 소장파에 속하는 이들은 행동을 촉구하였고, 주류에 속하는 이들은 기존 노선의 유지를 택했다. 아직 접점을 찾지 못 한채로 상참(常參)을 마쳤다. |
http://www.1392.org/bbs?history23:502  
|
| 
|
| 창작 역사소설 최근 댓글 | ||||||||||||||||||||||||||||||||
|
정병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