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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보덕] 연하수아 제12화
연하수아는 이미 죽은 지 오래였으나, 연하수아가 살던 집에는 아들인 연하박연이 그 집을 물려받아 살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을 찾은 의정부 대신들의 넋두리를 듣고 있던 연하박연은 엷은 웃음을 띠었다. 아버지와 같은 성정인지 좀체 본능을 드러내지 않는 성품을 가졌다. 연하박연은 아버지의 죄업으로 인해 근신하고 있던 처지였다. 그저 “나는 모르는 일입니다.” 라고 할 뿐이었다. 대신들이 박연의 이런 모습을 보며 답답함을 느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다른 대신들을 찾아 나섰다. 자신들의 뜻에 합세할 사람을 물색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의정부 대신들의 뜻대로 받아들이는 관리들이 없었다. 선뜻 나서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미 왕의 권세는 하늘을 찌르고도 남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왕 가운데 신하들의 배신과 반목으로 인해 피를 흘리지 않은 임금이 있었던가. 연하박연 또한 역대 임금들의 전철을 밟지 않게 하고자 스스로 조정에 나가기를 극구 사양하였다. 몸을 바로 잡고 후학을 양성하는 데 매진하였다. 이러한 박연의 노력에 임금은 물론, 다른 신하들도 박연을 함부로 바라보지 않게 되었다. 임금이 이에 연하박연을 중훈대부에 명하였다. ‘대부’라는 직함은 본래부터 신하들에게 명예직으로 명한 경우가 많았지만, 새로운 세력에게 견제할 명분을 심어주기 위함이었다. 도해 단군 24년 문덕 24년 3월에 진무공이 태자를 세웠다. 뒤이어 양공(襄公) 문공(文公) 정공(定公) 헌공(獻公)을 모두 진나라 종묘에 배향했다. 곧이어 출자를 추숭하고자 하였으나 진왕이 신하들의 반발에 못이겨 이를 이루지 못했다. 출자는 진나라를 배반한 행위를 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정변이 일어나 출자가 제후의 몸으로 신하들에게 시해된 것이다. 도해 단군 25년 문덕 25년 정월에 진무공이 하세하였다. 재위 20년이었다. 뒤이어, 진덕공이 즉위하였으며 대정궁으로 이어하였다. 진나라의 정변을 겪은 조정은 근심에 가득 찼는데 중훈대부 연하박연이 하루속히 태자를 책봉하도록 간곡히 청하자, 왕이 이를 받아들였다. 그로부터 넉 달이 되어서야 태자를 옹립하기에 이르렀는데 소의 권씨에게 얻은 두 아들 가운데 한 사람을 태자로 삼게 되었는데 바로 무신군이었다. 무신군은 태자에 책봉된 뒤 왕을 대신하여 조정 대신들을 불러들여 정무에 담당하게 되었다. 도해 단군 28년 문덕 28년 정월, 각 관청을 새로이 건축하고 지방의 산물을 모으고 진기한 물건을 점검하게 했다. 조선왕의 명에 따라 백성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진상품을 바쳤는데, 왕실은 물론, 백성들 모두가 풍족하게 살게 되었다. 도해 단군이 사무역을 통해 진상품을 본국에 보내주었다. 본국의 백성들도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의 양이었다. 다음 달에까지 사무역이 이루어졌는데, 웬일인지 사무역이 중단되었다. 기실 상고해 보니 조선국에 정변이 일어나 사무역이 중단되었다. 도해 단군 32년 문덕 32년 3월에 조선왕이 장정들을 불러다 대궐 안에 대시전(大始殿)을 짓게 하였다. 대시전은 배달국의 역대 임금들의 위패와 동상(銅像)들을 모신 곳이다. 도해 단군 35년 문덕 35년, 임금이 붕어하였다. 이에 태자를 옹립하여 보위에 올리고, 이후의 연호를 홍덕(弘德)으로 하고 이를 원년으로 하였다. 선왕의 왕비를 황태후에 봉하게 했다. 도해 단군 36년 홍덕 1년 정월, 선왕의 후궁이자 임금의 생모인 소의 권씨를 여보대비(如寶大妃)로 봉하였다. 2월, 왕비를 간택하라는 조정 대신들의 간청이 있었으나, 왕이 이를 마다하였다. 도해 단군 38년 홍덕 3년 9월에 조선왕이 민간의 장정들을 징집하여 모두 병정(兵丁)으로 삼고 그 가운데서 뽑은 이십 명을 주나라에 보내어 나라의 가르침을 전하게 했다. 도해 단군 42년 홍덕 7년 7월에 주나라 평왕이 붕어하였다. 세간에서는 일부 제후들이 주왕을 독살했다고 하였다. 뒤이어 그 태자인 혜가 왕위에 오르니 혜왕(惠王)이다. 도해 단군 46년 홍덕 11년 을해년(乙亥年) 5월에 조선왕이 전각에 올라가 경전(經典)을 의논하고 신고를 강연하였다. 여기서 경전의 존재는 전해지지 않으나 자신들의 경전인 천부경(天符經)을 말함이다. 본국에 천부경을 배부하여 본국의 온 백성들에게 널리 읽히게 하니 왕이 이를 받아들여 왕실의 서고에 보관하였다. 뒤이어 오가들에게 명하여 극형을 금하고 거지들에게 먹을 것을 든든히 주게 하며 형(刑)을 감경하여 없애라 하니 조선국 온 백성들이 기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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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