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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당
[朝休] 여느 날의 승정원일기 08화
○상(上)이 창덕궁에 계시다. ○다시 상참(常參)을 폐하니, 실권자들을 어찌 할 수 없어서였다. ○전(前) 의정부사인 이정렬(李正烈)이 군권과 신권 사이에 국가 권력을 놓고 피차 한치의 양보도 없이 보이지 않게 벌이는 줄다리기를 규탄하는 소를 올렸다. ===== 임금이 말했다. "지금 나에겐 실권과 인사권이 없다 시피 하다. 아마 도승지는 이러한 저간의 사정을 알 것이다. 지도자로써 허울뿐인 임금 노릇이니, 맹물 취급 당하고 애들이 놀려대도, 그저 묵묵히 만만해서 그러려니 하고 수양을 더 해야 될 뿐이다. 실권과 인사권을 지닌 자들이, 실권과 인사권을 갖고 벌이는 일에서 나를 사실상 배제하고, 허울 뿐인 바지만 입혀놓고 절대로 따돌리니, 이러한 나날을 참아야지 참아야지 하려 해도 도저히 참기가 힘들다. 갑자기 이런 물음을 던진다만 도승지는 과인이 어찌 하면 좋겠는가." 도승지가 말했다. "어리석은 소신(小臣)이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어떤 말씀을 하시려는지 잘 알아듣지 못 하였나이다." 임금이 말했다. "언제까지 이런 비참한 꼴로 살아야겠는가." 도승지가 말했다. "사람에게 보상을 바라는 마음이 없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주상께서 스스로의 몫이려니 하고 잘 참아오셨다고 생각되나이다. 군권을 누군가가 쥔다면 누군가는 잃게 되는게 이치인듯 하나이다. 그러니 잃은 것에는 너무 미련을 두지 마시고 지금까지 잘 해오셨듯이 앞으로도 그 길을 가심이 어떠한지 감히 말씀드리냐이다." 임금이 말했다. "괜한 말을 꺼낸듯 하다. 그 생각만큼은 잘 받겠다. 나가보라." 도승지는 머리를 조아리고 나갔다. "그래도 큰 변함 없이 나를 생각하는 친구구나..." 임금이 중얼거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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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