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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당
[朝休] 여느 날의 승정원일기 09화
○상(上)이 창덕궁에 계시다. ○상참(常參)을 폐하다. ○상(上)이 퇴위(退位)된다면 어찌해야 좋을지 삼공(三公)에게 물으셨다. ○명(明)에 보낼 사절단을 여쭈었으나, 거부하셨다. ===== 임금이 말했다. "지금 퇴위(退位) 말고 별다른 도리가 없는 듯 하다. 어렵사리 즉위(卽位)하였고 즉위한 2월부터 넉달이나 지났는데, 임금 노릇 하는 걸 여러 차례 사실 상 그만 두라는 얘기가 곳곳에서 들린다. 그럴 거면 자신이 더 잘 하겠다는 둥 임금 같지도 않다는 둥 빨리 내려오라는 둥 뭔 그런 쓸데 없는 거 하냐는 둥 도대체 임금 노릇을 하지 말라는 얘기가 곳곳에서 들려오니 차라리 퇴위(退位)하고 마음 편히 사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 차례 든다. 그냥 이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건 분명하나 어찌 할지 모르겠다. 삼공(三公)은 의견을 내보라." 영의정 이성(李誠)이 말했다. "누구나 품평(品評)할 권리가 있는 것이옵니다. 주상께서 다소 강박적으로 완벽하시려 하시니 받은 심병(心病)이 아닌가 싶사옵니다. 좀 더 마음을 열고 이런 품평 저런 품평 수용하면서 가실 길을 가시옵소서. 퇴위(退位)는 정 그러시고도 여전히 똑같은 소리가 들려온다면 소신(小臣)이 앞장서서 길을 열어드리겠나이다." 좌의정 조명진(趙明鎭)이 말했다. "퇴위(退位) 하시옵소서. 임금 노릇보다 중요한게 몸과 마음의 건강이나이다. 아무리 지도자로 하려 해도, 남들이 보기에는 그저 자신에 대한 사법적 위험을 방어하려는 것 뿐이라면, 그 간극에 몸과 마음이 전부 망가지지 않고서는 어찌 감당하겠나이까. 임금이 될만한 재목은 여럿 있으나 저의 주상의 목숨은 단 하나 뿐이나이다. 언제든 퇴위(退位)를 결정하시면 안될일이라는 둥 같은 헛소리에 욕 먹을 것을 각오하고 소신(小臣) 또한 앞장 서겠나이다." 우의정 김신문(金神聞)이 말했다. "당장 퇴위(退位)하는게 낫지 않을까 싶사옵니다. 즉위(卽位)하시기 전에 전하(殿下)께서 겪으신 고충은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이고 즉위(卽位)하시고서 여전히 임금 같은거 그만두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으니 심신의 고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저들의 속내는 사실 주상을 섬기지 않으니 더는 기대 같은 건 접으시고 그저 마음 편히 퇴위(退位)하시옵소서. 사족을 붙이자면 퇴위(退位)하시면 저들이 원하는대로 다 될 것이니 행여라도 저들이 다칠까 하는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임금이 고개를 끄덕이고 영의정에게는 내의원의 보약을, 좌상과 우상에게는 말 한 필씩 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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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