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서] 왕세자 책봉 교서
본조(本朝)의 왕업을 계승할 세자(世子) 책봉을 성대히 거행하는 이 날에 교서를 반포하여, 팔도(八道) 전역에 나라의 중대한 경사(慶事)가 있었음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 본조가 다시 열리게 된 지 햇수로 15년째가 되었고 장종대왕의 뒤를 이은 과인에 이르러 그 치세가 2대(代)에 달하게 되었는데, 정식으로 왕자군(王子君) 가운데 세자를 책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된다.
과인이 즉위한 개국613년 갑신년 이후로 종묘사직을 굳건히 한다는 명분으로 여러 신민(臣民)이 수차례에 걸쳐 세자를 책봉할 것을 주청하였으나 그보다 시급한 사업이 많다고 여겨 물리친 것이 한두 번에 그치지 않았다. 겨우 허락하여 왕자군 봉군(封君)한 것이 개국619년 6월이었으니,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이다. 본래대로라면 왕자가 된 시점에 책봉하여 세자로 삼았어도 부족하였을 것이나, 불혹(不惑)이 되는 지금까지 자중하고 삼가며 행동하는 것으로 다른 뜻을 드러내지 않았으니 그 심성과 재질이 어떠한지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다음 보위를 기약하기에 충분하다고 여기니, 앞으로 시강원 등의 도움을 받는다면 능히 왕재(王才)로서 그 역할과 여망을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여긴다.
세자가 관례를 할 때에 과인이 지어준 호가 원명(元明)이다. 명철하게 생각하는 것을 으뜸으로 하여 행실을 더욱 무겁게 하면 저사(儲嗣:왕세자)로서 당당할 것이고 백성들이 든든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동안 곁에서 지켜본 바를 생각하건대 예의효인선(禮義孝仁善) 등의 덕목도 알아서 잘 실천할 것으로 믿는다. 과인이 관원의 사은(謝恩) 때에 항상 당부하는 것이 민본(民本)을 우선에 두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초심(初心)을 잃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도 마음에 항상 간직하여 잊지 않도록 하여라.
아, 이제 세자의 명호(名號)를 바로 세웠으니 조정 관원과 민간 백성이 마음을 합쳐 나라를 튼튼히 하는 데 힘써 노력해 줄 것을 기대한다. 그리한다면 이처럼 성대하게 행사를 준비하여 거행하는 뜻이 조금이나마 빛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런 연유로 이처럼 교시(敎示)하니, 모두 상세히 알도록 하라.
- 개국623년 6월 22일 (음력 임진년 5월 25일 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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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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