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서] 개국617년 무자년 연두교서

무자년(戊子年) 연초에 교서를 내린다.

얼마 전에 창덕궁, 창경궁 등의 전각에 대한 중건이 완료되어 나라의 면모가 새로 갖춰지게 되었다. 이러한 성과는 조정 관원과 팔도 백성들의 노고에 전적으로 의지한 것이니, 과인이 그 정성에 어찌 감읍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올해 무자년은 햇수로 창국 9년째가 되는 해이고 과인이 즉위한 지 만4년에 이르게 된 해이다. 개국609년 8월 15일의 창국 이후에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으나, 아직 나라의 기틀이 반석 위에 든든하게 올라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많은 면에서 진전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므로, 희망을 가지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기에 충분하다.

새해를 맞이하여 올해의 국정 지표를 밝혀 제시한다.

一. 조정에 관원이 부족한 상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때문에 여러 관청이 운영되지 못하여 조정 업무에 적지 않은 차질이 계속되고 있다. 천거 제도를 활용하고 있으나 이제까지는 주로 과거 시험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였던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수동적인 관리 선발 관행을 타파하여, 능력이나 활동력을 보인 백성을 과감하게 발탁하여 등용하는 모습이 있어야 하겠다. 이를 위해 천거로 출사한 자가 조정 관직에 안착할 경우에 천거자를 포상하고자 한다. 비단 관원을 천거하는 경우만이 아니라, 새로 호적을 얻었거나 그간 활동이 없었던 백성을 유효인구로 이끌어낸 자에게도 성과에 따라 특별히 치하하겠다.

一. 삼사(三司), 형조, 성균관이 오랜 기간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또 시호도감이 중지되어 대행대왕의 묘호와 시호가 아직까지 정해지지 못하고 있으며, 실록청 역시 기능하지 않고 있다. 조정에 관원이 부족한 것과 맞물린 결과이지만, 올해에는 기필코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려 한다. 이조와 병조에서는 전직 관원 가운데 품계가 몰수되었거나 파직 등의 징계를 받아 오래도록 재야에 은거하고 있는 자들이 다시 관직에 나올 수 있게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라. 관청 업무에 바뀐 부분이 많아 쉽게 적응하기 어렵다면 한가한 관직에 임명하여 기초부터 다시 익히게 하면 될 것이다.

一. 민간단체 활성화는 교육기관 활성화와 더불어 민간 부문에서 본조의 활력을 지탱하는 기둥 가운데 하나이다. 모임이 얼마나 많이 개설되어 있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모임 활동의 질적 향상을 위해 호조에서는 모임 운영 보조금을 산정하여 필요한 단체에 정기적으로 지원하고, 공조에서는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모임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도록 하라. 잘하는 모임이 있다면 지방관이 올리는 장계나 포상 시행월에 올라오는 계본에 그 내용이 포함될 수 있도록 주의할 것이다. 운영 보조금은 교육기관에도 적절히 지원한다.

이상 세 가지 사안을 교서에 담아 말하였으니, 모든 면에서 완전한 나라가 될 수 있도록 관원 이하 백성들이 적극 호응하고 참여하기를 바란다.

- 개국617년 2월 초7일 (음력 무자년 정월 초1일)
어제(御製) 무자연두교서(戊子年頭敎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