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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죄인] 문뜩, 일어나 보니...
오늘도 문뜩, 일어나보니, 이 몸이 옥사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밖에서는 어제 보다는 그리 화창한 날씨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둡고, 음침한 이 옥사안 보다는 훨씬 밝고, 따뜻해 보이는 군요... 처음에 옥사 안으로 들어올 때, 다행스럽게도 붓과 지(紙)를 몇 개 가져와서... 때때로 시 한 수, 문 한 편씩 등을 짓고 하여...그렇게 소일 거리로써는 적적치 않은 날들을 보냈습니다... 헌데, 이제는 먹과 지(紙)가 다 동이 나고... 그냥 옥사 한 켠에서... 조용히 명상에 잠길 뿐입니다... 정말이지... 새벽에 닭이 울고, 해질 무렵에 황혼이 깃들고, 나날히 외관은 변해 가는데... 이 옥사 안에 앉아 있는 나는 그런한 변화를 초월하여... 고정되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군요... 옷가지들도 가지고 오지 않아... 입은 옷은 다 헤어질 때로 헤어지고, 머리는 풀어헤쳐져서... 그리고...무엇보다도... 잦은 토혈과 기침으로 이제는 그 누가보더라도... 사람답지 않은 사람으로 보일 것이며, 정말 내가 왜 이러한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그리고... 이 옥사안이 너무 참혹하다는 생각만 하게 되는 군요... 그치만, 적지않게 도움이 된 것은 지난날, 나를 다시 돌이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 이 곳에서 하루하루를 머물면서...이 곳에서의 체험을 하루하루 기억해 가며...소중히 담고 있습니다... 훗날에 이 곳을 나가게 된다면, '옥사일기' 라는 저서를 지을 생각입니다... 그 동안, 옥사 안에서의 체험과 남긴 여러 편의 시, 문들...그리고..기타 글들을 참고하여, 그런 부류의 저서를 완공지을 생각입니다... 그건그렇고... 몇 일 몇 날을 허기졌더니, 막 어지럽고, 이제는 손, 발 조차 가느지 못 하겠군요... 휴우... ... ... (긴 한숨을 몰아내쉰다지만... 힘들기만 하군요...) 그래도...이 곳에 와서...느낀 점들이 많았습니다... 바로, 제 죄가... 얼마나 무거운 것이라는 것을 말이예요... 물론, 전 고의로 그런 것은 아니며, 답안을 작성하다 보니...우연히 그리 되었지만, 아무튼 간에... 자료를 인용한다고 해도...너무 지나치게 인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과거라는 것은 자기만의 생각을 평가하는 것이지... 인용이라는 명목으로...타인의 생각을 가져와 추가시켜... 답안을 완성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故정호용님이 생각나는 군요... 그 분은 너무나도 정직하여... 몇 차례의 과거에...응시할 때마다 급제하고, 만인의 추앙과...존경을 받은 분이시지요... 아... 그분의 그런 자세를 1/10이라도 이제부터라도 본 받고자 합니다... 흠... 아무튼, 지금... 옥사 안에 앚아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봅니다... 생각에 잠기다가...잠기다가... ... ... 개국 611년 5월 14일(火)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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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언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