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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죄인] 붉은 피 자리에 낭자하구나...
오늘도 빈 옥사에 외로이 앉아 있군요... 어젯밤에 이런 저런 생각 끝에 몸 저리 치느라... 잠도 별로 자지 못 했는데, 한 삼경이 지나고 새벽에 첫 닭이 울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저도 모르게 잠이 들었나 봅니다... 깨어나니, 벌써 늦은 오후 더군요... 옥사문지기들이 밥 그릇인지, 죽 그릇인지...는 잘 분간히 안 가지만, 웬 개 밥 그릇(?)비슷한 것 같이 생긴 이상한 그릇이 옥사 안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것이 보이더군요... 그 그릇안에 이상한 걸쭉한 것이 흘러나오는 것이 이 지독하게도 덥고 메스꺼운 옥사안에 파리 떼가 낀 이유를 알겠더군요... 제가 자고 있는 동안 옥사 문지기들이 그런 개밥그릇 비슷한 것을 저 보고 먹으란 것은 몰라도.. 아무래도 아무데나 던져 놓은 가 봅니다... 죄인은 사람이 아니라, 동물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 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는 중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치... 휴우... 옥사 생활의 진면목이 어떤지 이제야 실감이 나는 군요... 옥사 한 구석에서 자고 일어나니, 머리는 다 풀어 헤져 있고, 온통 얼굴에는 까마귀가 사촌 하자는 듯이 그을여 있는 제 모습을 볼 수 있더군요... 마치...얼마전 방영된 <여인천하>의 화천군(심정)이라는 자(者)와 그 일당이 희락당(김안로)란 자에게 억울하게 당해 고문을 당하고 유배지 강진으로 처참히 떠나가는 모습이 얼핏 생각이 나는 군요... 물론, 저의 경우는 그에 비하면, 황송한 것이지만... 어차피... 이래 죽으나...저래 죽으나... 피차일반 아니겠습니까. 정말이지...권력이란 무엇인지... 알다 가도 모르는 것이 바로 권력이란 놈이 아닐 가 합니다... 휴우... ... ... 이젠 말할 기운도 없는 것인지... 몇 일을 이런 곳에서 생활하고 굶다 보니...몸은 많이 폐색되고... 점점 기운이 빠져 가는 것 같군요... 입에서는 검 붉은 핏 덩어리가 나오는 일이 이제는 흔이 있는 일이라...고 여겨 지기까지 하는 군요... 시안부인생이란 것의 참혹함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다가... 얼마안가서... 무슨 일이 나겠구나... 혹은, 이 옥사 안에서... 기어히 내 파란만장한 생이 끝나는 구나... 사람이란 실체가 죽음에 임밖에서는 모두 다 같은 가 봅니다... 아아... 정말이지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맑은 하늘을 보고 싶습니다...! 지금 밖에서는 한창 맑고 신선한 산들 바람에 이어...이 화창한 날씨에... 사대부들은 높다란 정자에 올라 시를 읊조리고, 기방 기생들은 때를 지어... 유유낙낙 산놀음을 가고, 서민들은 여럿이 모여...흥겨운 잔치를 벌인다지요...? 휴우... 저야 물론, 죄인의 신분이라...그런 생각만 할 뿐이지, 전혀 엄두를 못 내겠지요... 하지만, 한 번 만이라도 좋으니, 사조의 맑고 화창한 밖의 풍경을 보고 싶군요...! 이렇게 빈 옥사에 외로이 앉아 있으니... 모든 것이... 지나날의 저의 모든 과거가 브레인 스토밍이라고 하는 가요...? 한 번에 쭉....흩고 지나가는 것을 느낍니다... 아...아무튼, 이렇게 옥사에 앉아 다음 날 아침을 대하는데...정말이지...어떨때는 이것이 꿈인 것 같기도 하더라구요... 내가 왜 이 곳에 있어야 하는가... 설마 꿈은 아니겠지...?? 하지만... 기억을 더듬어 볼 때, 필시 꿈은 아니고, ... ... 무언가... 저의 뇌리속에... 어디선가에서부터 날라온 것 같은... 긴 아주 긴... 붉은 무언가가 언뜻 떠오르네요... 아...알고 보니... 입에서 또 한차례 곤욕을 치르고 있었더군요... 휴우...조금 쉬어야 겠습니다... 개국 611년 5월 12일(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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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언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