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학당(政碩學堂)

ㆍ작성자	김시습
ㆍ작성일	개국623(2014)년 3월 23일 (일) 01:37 [축시(丑時):사경(四更)]
ㆍ문서분류	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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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제318강 : 사자성어 - 삼인성호(三人成虎)

오늘은 <삼인성호>라고 하는 사자성어를 풀이하도록 하겠습니다. 줄여서 말할 때는 <시호, 市虎>라고도 하는 이 말은 "세 사람이 말을 하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뜻인데 아니 땐 굴뚝에서도 연기가 나는 것을 말할 때 쓰는 말입니다. <한비자, 韓非子>의 <내저설 상편, 內儲說上篇>과 <전국책 위책 혜왕편, 戰國策魏策惠王篇>이 그 출전인 <삼인성호>의 유래를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전국시대 위나라 혜왕 때, 조(趙)나라와 강화조약을 체결한 위나라는 그 징표로 태자를 조나라에 볼모로 보내기로 하였습니다. 볼모로 가야하는 태자를 수행할 적임자 물색에 골몰하던 혜왕은, 강직한 성품의 신하인 방총(龐葱)을 그 적임자로 판단하여 결정하였습니다. 조정에 꼭 필요한 인물이지만 태자의 안위를 걱정해야 하는 것이 더 중요했으므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 내리게 된 결정이었습니다. 혜왕의 방총에 대한 신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자기 자식을 맡기는 일이며 하물며 타국 땅에서 볼모로 지내야 하는 자식인 바에야 그 자식을 돌 볼 사람이라면 절대적으로 신임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안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태자와 함께 조나라로 떠나는 날, 자신이 조나라로 떠난 후에 자신을 비방하는 무리들이 발호하여 자신에 대한 비방과 참소를 우려한 방총은 하직인사를 올리는 자리에서 혜왕에게 "전하, 어떤 사람이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그 말을 믿으시겠습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혜왕은 "그런 말을 누가 믿겠소!" 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사람이 똑같은 말을 하면 그 말은 믿겠습니까?" 라고 방총이 되묻자 "그렇다고 한들 어찌 믿겠소!" 라고 혜왕은 말하였습니다. 이내 방총은 "그럼 세번째 사람이 똑같은 말을 하면 어떻겠습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혜왕은 "그렇게 되면 아마도 믿지 않겠소? 셋씩이나 같은 말을 하는데..." 라고 말하였습니다.

방총은 간곡한 심정으로 말을 이었습니다.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날 리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세 사람이 똑같은 말을 하면 호랑이가 나타난 것이 됩니다 (부시지무호명의 연이삼인언이성호, 夫市之無虎明矣然而三人言而成虎). 전하 이제 신은 태자마마를 모시고 떠나려 합니다. 조나라의 한단은 멀고도 먼 거리에 있습니다. 신이 떠난 후 분명 저를 음해하려는 말들이 나올 것인데, 저는 너무 멀리 있어서 전하께 변명을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는 처지가 되옵니다. 부디 이 점을 헤아려 주시옵소서." 혜왕은 손사레를 치면서 "어찌 내가 경을 의심하겠소? 나의 아들을 맡길만큼 신임하는 경인 바에야, 그런 걱정일랑은 하지도 마시오. 내 두 눈으로 직접 본 것이 아니라면 절대로 믿지 않을테니 염려하지 말고 편히 길을 떠나도 좋소!" 라고 말하였습니다.

방총이 태자와 함께 조나라로 떠난 후, 방총의 우려대로 아직 그 일행이 조나라의 한단에 이르기도 전에 방총을 음해하는 참소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혜왕은 그러한 음해와 참소를 다 물리쳤습니다. 그러나 기세가 꺾이지 않고 계속하여 방총을 비난하는 참소가 올라오자 혜왕은 점차 방총을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후일 볼모에서 풀려난 태자는 위나라로 귀국을 하였지만 방총은 끝내 위나라로 돌아오지 못하였습니다. 혜왕이 그의 귀국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원래부터 불손한 방총이 조나라에 있는 동안에 태자를 구워 삶았을 것이 뻔하고, 태자를 보필한 공을 내세워 국정을 농단하려 한다면 금상(今上) 이후의 위나라는 위태로움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여러 신하들의 참소를 믿어버린 혜왕으로서는 절대로 방총의 귀국을 허락할 수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삼인성호>의 유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을 조작(造作)하여 아니 땐 굴뚝에서도 연기가 나게할 수 있는, 작심하고 작당을 하면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의 말을 경계하라는 가르침을 주기 위한 말입니다. 앞선 강의에서 풀이한 <지록위마>와 언뜻 그 뜻이 비슷해 보이지만, <지록위마>는 사슴을 말이라고 하는 것처럼 왜곡을 경계하라는 가르침을 주는 반면 <삼인성호>는 조작을 경계하라는 가르침을 준다는 면에서 이 두 사자성어는 엄밀한 의미에서 그 뜻이 다르다고 할 것입니다.

조작은 사실 규명이 비교적 쉽습니다. 때문에 말로써 사실을 호도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진 자들은 조작하는 행위를 잘 일삼지 않습니다. 반면에 왜곡은 사실 규명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근거에 합리성을 부여한 연후에 비로소 그 사실을 풀이하는 과정에서 왜곡을 일삼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어떤 사실에 대한 왜곡을 자행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전문적 지식이 요구됩니다. 그러나 사실 규명이 어려울 수 있는 조건이 조성된다면, 혹은 그리할 수 있다면 사실을 호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측면에서 조작은 굉장히 편한 수단이 됩니다. 사실 규명이 어려운 조건이란 무엇일까요? 그렇습니다. 방총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그 당사자가 나타날 수 없는 경우나 증거가 인멸될 경우일 것입니다. 때문에 조작을 행하는 자들은 증거인멸을 염두에 두고 그 시도를 자행합니다.

아울러 삼인(三人), 즉 세 사람에 대한 자세한 풀이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세 사람을 시정(市井)에 있는, 흔한 말로 장삼이사(張三李四)와 같은 보통의 세 사람을 얘기한다고 보기 보다는, 기사를 작성하는 사람과 편집을 담당하는 사람 그리고 보도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그 세 사람의 부류를 세분화 시켜 봅시다. 사회적 역할과 책임이 다른 사람들이 작당하여 이구동성으로 한 목소리를 낸다면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하기 힘든 권위를 지니게 됩니다. <삼인성호>가 아니라 그보다 더한 것도 얼마든지 만들어 내고 조작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됩니다. 그 말을 믿는 자의 눈을 가릴 수 있고, 다른말을 할 수 있는 자의 입만 막을 수 있다면 말입니다.

만약에 내가 듣는 것에 대하여 한 목소리로 일치하는 내용만 있다면 그 말을 믿기 전에 반드시 먼저 눈을 떠야 합니다. 어디에선가 조작을 위한 증거 인멸이 시도되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자의 입을 막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 보아야 하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혜왕의 우를 언제든지 범하게 될 수 있다고 <삼인성호>는 가르치고 있으니까요.

내 두 눈으로 보지 않은 것은 절대로 믿지 않겠다던 혜왕의 눈 멀었음을, 한비자는 이미 2천 2백 여년전에 질타하였습니다. 그 질타의 대상이 어쩌면 오늘날의 우리라고 하여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은 아닌지를 자문하면서 강의를 마치겠습니다.

부족한 강의글을 읽어 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개국623년 3월 23일, 정석학당 훈장 김시습.

http://www.1392.org/bbs?laed21:821

박찬 623('14)-03-24 09:22	문서작성자 김시습님이 채택하신 글입니다 삼인성호 지록위마 요즘같은 시대에도 정말 많이 일어나는 일이네요. 요즘은 왜곡은물론 조작도 진실을 알기가 쉽지 않은 세상 같습니다. 그리고 뉴스나 신문조차도 과연 정말로 신뢰할수있을까요? 제목이 기억이 안나는데 예전에 거짓으로 전쟁을 만들어 뉴스에 내보내 국민들을 현혹시킨 영화가 생각나네요....

이정윤 623('14)-03-24 14:10	오랜만에 들러 좋은 가르침을 얻고 갑니다.^^

장지용 623('14)-03-24 21:01	요즘의 언론들을 두고 하는 말이네요. 언론들을 신뢰하기 어려우니 대안 언론들이 그래서 크는 것입니다. 뉴스타파가 대표적이고 나꼼수도 그런 영향이 좀 있죠.

성삼문 623('14)-03-25 17:29	영화 <트루먼쇼>를 보면서 한 번 곱씹어 볼만한 내용인 것 같습니다. 좋은 강의 잘 듣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