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학당(政碩學堂)

ㆍ작성자	김민승
ㆍ작성일	개국618(2009)년 9월 19일 (토) 01:29 [축시(丑時):사경(四更)]
ㆍ문서분류	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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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제156강 : 도장과 낙관의 역사

이번에는 특별히 도장과 낙관에 관하여 간략하게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인터넷이 활발해진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분들이 도장을 가지고 계시죠. 인감제도가 폐지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하여튼 여전히 도장은 우리 일생활에 밀접하게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감 뿐만이 아니라, 서화에는 인장이 빠질 수 없는 것이고, 최근에는 예술의 단 종류로써 인정받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로 올 수록 잘못된 도장이 많아지는 것 같아 이렇게 강의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

전국시대의 도장

도장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습니다만, 우리가 쓰는 도장의 기원은 중국의 고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본래 도장은 확인이나 표시의 목적보다는 호신, 벽사의 의미가 강했습니다. 지금까지 도장을 찍을 때 마치 부적처럼 붉은 인주를 쓰는 것도 그러한 의미가 들어있습니다. 그러다가 秦, 漢 시대를 거치면서 도장의 권위의 상징으로 자리매긴합니다. 황제의 상징하는 것은 옥새였고, 황제는 지방을 다스리는 제후나 관리, 그리고 중앙 관청에 도장을 하사함으로써 권위를 인정하였습니다. 낙랑군 지역에서 발견되었다고 전해지는 진솔선예백장 동인이나 일본에서 발견된 한위노국왕 금인(진위논쟁은 있지만)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밖에도 중국에서는 진한대의 동인이나 옥인, 그리고 도장을 진흙에 눌러 봉인한 흔적인 봉니가 많이 발견되고 있으며, 이 시대의 고인(古印)들은 글자의 형태나 배치가 아름다워 지금까지 전각가들의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도장, 혹은 인장이 예술의 경지에 오르게 된 것은 명나라 때 입니다. 원나라 때 조각칼이 들어가는 무른 돌(활석류)을 발견하나 명나라 선비 문팽이 지금과 같은 전각을 체제를 정립하면서 그 때부터 본격적인 의미의 전각이 시작됩니다. 도장이나 인장을 서예 예술의 한 종류로 부를때에는 전각(篆刻)이라는 단어를 쓰는데,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전서를 새긴다라는 뜻이 됩니다. 즉 전서를 돌이나 나무, 상아 들에 새기는 예술이 전각입니다. 전각에서는 주로 한자의 여러 서체 중 전서를 사용합니다. 그 이유는 전각 자체가 고대 진한시대 인장, 비석, 상주시대의 청동기 등을 모범으로 삼는 예술인데다가, 종이에 여러자를 쓸 수 있는 서예와는 달리, 제한된 돌에 제한된 글자로 집약된 정신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한자의 본래 뜻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전서를 새기게 된 것입니다. 물론 전서에도 갑골문(甲骨 상나라 시대 제사를 지내기 위해 뼈에 새긴 글자), 종정문(鐘鼎 금문金文이라고도 함. 상주시대에 청동기에 새긴 글자), 대전(大篆 춘주전국시대 각 국가의 글자), 소전(小篆 진시황이 천하통일 후 정비한 글자), 한전(漢篆 한나라의 진 멸망 후 정비한 글자), 조충천(鳥蟲篆 전사를 새머리나 벌레 모양으로 형상화시킨 전자) 등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 요즘 흔히 보는 한자도장에 쓰이는 것은 거의 다 소전체입니다.

이렇게 정비된 전각은 미학, 금석학, 서예학, 문자학, 고고학 등이 집약된 예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에도 이어졌으나, 중국이나 일본에 비하여 미학적으로 큰 발전을 이루었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이는 조선 서예의 특징과 연결되는데, 조선 왕실에서는 글자를 쓸 데, 오직 한가지 서체, 즉 원나라 조맹부의 송설체만을 사용했습니다. 한석봉이 명필로 칭송받는 것도, 조맹부보다 조맹부체를 잘 썼다고 칭송받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다른 서체에 대해서는 매우 보수적인 입장을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조맹부의 송설체는 서예의 5서체(전, 예, 해, 행, 초) 중 해서와 행서에 집중되어 있고, 전서로는 발달이 되지 않아서 전각에 있어서의 발전이 불가능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더불어 초서나 예서도 발달할 수가 없었지요. 이 것을 깬 적은 추사 김정희가 거의 유일한데, 김정희는 예서와 행서에 있어서는 거의 독보적인 발전을 혼자 이룩하였습니다. 그도 거의 300백점의 인장을 소장하고 있던 애인가(愛印家) 이지만 살펴보면 다소 보수적인 인장들을 주로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한국 인장의 특징점을 보여주는 것은 관인(官印)의 특징입니다. 요즘 여러분 인감이나, 관청, 회사의 직인을 보면 한글임에도 불구하고 꼬불꼬불해서 무슨 글자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죠? 이러한 한국 인장의 특징은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려시대의 인장 중, 청동인장은 간혹 발견이 되는 데요, 이것을 보면 꼬불꼬불해서 도저히 읽을 수가 없습니다. 조선의 관인이나 어보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특히 왕실 어른에게 존호를 올리는 어보는 전서임에도 해독이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왜 이럴까요? 이는 아마 존귀한 어른들이나 권위있는 관청의 이름이 함부로 불리거나 찍히는 것을 막기 위함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획수를 늘리고 획의 구부러짐을 조정하여 일종의 피휘(避諱) 효과를 노리는 것이지요. 한국에 밖에 없는 이 특징적인 서체는 지금 관인이나 인감에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종황제 생전에 존호를 올린 옥보입니다.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글자가 꼬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단연코 잘못된 도장입니다. 특히 한글도장이 소위 "한글전서체" 라고 하는 이상한 서체로 도장에 새겨지는 것은 정말 잘못된 것입니다. 지금의 과거의 권위적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관인은 누구나 잘 알아볼 수 있도록 쉬운 서체가 되어야 합니다. 예술성까지 지내고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요. 조선시대에서 부터 내려온 이 글자체는 너무나 권위주의적인 것이기 때문에 지금 서예가들을 중심으로 관청의 관인을 바꾸고, 새로 만들어주는 운동이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글전서체는 한글에는 전서가 존재하기 않기 때문에 그 자체로 형용모순이 되는 말입니다. 특히 한글전서체는 한글 고유의 아름다움을 파괴하고, 한글 획을 왜곡하기 있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합니다.

인장의 재료 또한 도장포의 도장과 전가가의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보통 나무나 상아, 소뿔 등은 공통적으로 쓰이지만 돌만큼은 전혀 다른 것이 쓰입니다. 전각에 쓰이는 돌은 전각도가 들어가는 무른 돌이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지나치게 무르면 금방 마모되기 때문에 중용의 덕을 지녀야 되지요. 전각돌은 산지의 명칭을 따서 이름을 짓는데 수산석, 청전석, 창화석, 파림석이 4대 명석으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4대 명석도 그 형태와 색에 따라 종류가 수백가지로 나누어지는데, 가장 귀한 것은 수산석 중 반투명하고 깊은 황금색을 띄는 전황석과 창화석 중 닭피 같은 붉은 철분이 들어가 있는 계혈석이 가장 귀합니다. 이것들의 가격을 상상을 초월하는데, 계혈석은 아주 붉은 것이 손가락 만한 게 200~1000만원을 넘나들고, 전황석은 더 귀해서, 아예 g으로 무게를 달고, 그램 당 금값의 3배를 주는 것이 상례입니다. 전각돌의 거의 99% 중국에서 수입하며, 한국에서는 전남 해남에서 유일하게 해남석이 생산되었으나 현재는 공급이 끊겼고, 백두산 근처에서 꽤 좋은 돌이 나지만 북한에서는 개발하지 않고있으며, 중국에서 장백석이라는 이름으로 공급되고 있습니다.

보통 도장은 옥으로 판다는 관념이 강한데, 실제로 옥은 도장을 파기 아주 부적합학 돌입니다. 경도가 너무 높아 칼이 거의 들어가지 않죠. 도장포에서는 다이아몬드 기계를 사용하기 때문에 옥이 아니라 짱돌에도 도장을 새겨주지만 작품성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는 옥보는 어떻게 새겼을까요? 옥에 도장을 새기는 기술이 비밀이라 정확하게 내려오지는 않지만, 옥을 십년 정도 두꺼비 기름에 담궈 두면 칼이 들어갈 정도로 물렁물렁 해진다고 합니다. 그때 일반 조각도가 아니라 망치와 정을 가지고 새긴다고 하죠.

이번에는 낙관에 대하여 설명드리겠습니다. 요새는 서예작품이나 동양화를 완성하고 말미에 찍는 도장을 낙관이라고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틀린 표현입니다. 낙관은 작품 처음에 들어가는 제, 끝이 들어가는 일종의 설명문인 발, 그리고 찍힌 인장을 합쳐부르는 말입니다. 낙관에 찍는 인장은 기본적으로 아호인과 성명인이 있습니다. 호와 이름을 새긴 도장으로 보통 세트로 만들며, 하나는 음각, 하나는 양각으로 만듭니다. 그리고 제 앞에 찍는 두인(頭印) 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작품 머리에 찍는 인이지요. 그리고 작품의 빈 곳 등에 자유롭게 찍는 유인(遊印)이 있는데, 보통 가장 아름답고, 형식에 억매이지 않아서, 전각 작품을 만든다면 보통 유인을 만든다고 보시면 됩니다. 두인으로써 유인을 찍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인에나 유인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글귀나 그림을 새기곤 합니다. 그리고 문자가 아닌 그림을 새기는 초형인과, 작품의 감정, 소유 관계를 알려주는 감정인, 소장인이 있고, 책에 찍어두는 장서인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예 독립된 작품으로서 만들어진 인장도 있습니다.

인주 역시 보통 쓰는 매표인주는 전각에 부적합합니다. 본래 인주는 광물질인 주사가루, 피마자기름, 그리고 쑥의 섬유질을 가지고 만들어집니다. 그러나 시중에서 많이 파는 인주는 전부 화학물질로 만들기 때문에 건강에 좋지 않고 (수은이 들어 있습니다.) 돌에 잘 먹지 않아서 흐릿한 경우가 많죠. 그러나 중국에서 들여오는 전각용 인주는 색도 다양하고 (짙은 꽃붉은색부터 피빛, 밝은 주황색까지) 훨씬 선명하게 찍힙니다. 특히 아주 고가의 인주는 심지어 입체적인 느낌까지 나기 때문에 전시용으로 많이 쓰입니다. 전각용 인주의 종류와 가격도 다양한데 보통 광명-미려-경면-전족-주표/주사 이렇게 나뉩니다. 가장 싼 광명은 5냥에 1~2만원이면 사지만, 가장 고급 인주는 5냥에 수십만원을 호가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가지고 있는 인장들의 인영(印影)을 소개하며 인장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여유가 있으신 분은, 서울 인사동이나 대구, 전주, 부산 등에 많은 필방(서예용품을 파는 곳)에 가서 돌로된 낙관인이나, 장서인을 하나 장만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좋은 작가의 작품을 받으려면 많은 돈이 들겠지만, 단돈 3~5만원만 들이면 도장방에서 기계로 파는 것보다 훨씬 기품있는 도장을 장만할 수 있고, 배고픈 서예인과 전각가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 스캔을 겨우 해서 올렸는데 크기가 많이 확대 되었네요. 실제 크기는 훨씬 작습니다.

아호인입니다. 同黎 (수암 장준영)

한글 아호인입니다. 또바우 (수암 장준영) - 한글 목판체

당호인입니다. 又巖狂漢 (문정 김태완)

소장인입니다. 又巖寶墨 (수암 장준영)

장서인입니다. 又巖齋藏書印 (수암 장준영)

유인입니다.(종정문) 大吉利 (연동 김태완) - 정종문(금문)

유인입니다. 걸어가며 묻다 (수암 장준영)

유인입니다. 行行重行行 (산하 윤종득) - 소전체

유인입니다. 落雪送人 (미상)

유인입니다. 知足常樂 -대전체

유인입니다. 善以楚寶 (산하 윤종득)

유인입니다. 懷德 (청대 김동훈)

유인입니다. 造反有理 (수암 장준영)

수결인입니다. 思 (수암 장준영) - 예서체

초형인입니다. (청대 김동훈) - 한나라 벽돌 문양

초형인입니다. (연동 김태완)

작품인입니다.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이 쏟아져 내리는가 (수암 장준영. 이용악 시 그리움)

제가 소장한 인장들을 여름맞이 관리할 때 찍어놓은 사진들입니다.

- 스캔 후 새로 수정을 해야 하므로 댓글은 가급적 달지 말아주세요~

http://www.1392.org/bbs?laed21:426

이국호

618('09)-09-19 11:28

도장과 낙관에 대한 역사를 제대로 배울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당연히 옥으로 도장을 만들 수 있다 생각했었는데 이는 곧 제가 오판을 한 것이군요. 아무튼 강의 잘 들었습니다.
그나저나 정말 인장들이 엄청나게 많으십니다. ^^ 인장들의 문양으로 보아 값이 꽤나갈듯 한데말입니다.... ^^


김민승	지금 보시는 것이 250과이고 250과 정도가 더 있는데 꺼내놓질 못했네요. 10년전부터 모은 것입니다.	09/19 15:24

이희철

618('09)-09-19 12:53

어느 스님이 주신 진짜 벽조목으로 만든 도장을 가지고 있는데, 아호인이라도 하나 만들고 싶네요.


김민승	진짜 벽조목이라면 귀할 텐데요. 전각에 가장 좋은 것은 역시 돌이지만 벽조목도 좋습니다. 다른 것이 있다면 돌은 돌 특유의 거칠고 호쾌한 맛이 나게 팔 수 있지만, 벽조목은 돌보다 물렁해서 아기자기하고 치밀하게 팔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나무는 인감이나 성명인을 많이 하고, 아호인은 돌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09/19 15:27

김민승 618('09)-09-19 15:27	스캔이 되는 데로 여러가지 인영을 소개하겠습니다. 가급적 댓글을 스캔한 파일을 올린 후에 달아주세요.

강동엽

618('09)-09-23 01:01

정말 많네요. 그리고 하나 같이 그 멋이 살아있는 듯 합니다. 각진, 새것과 같은 멋은 없지만 정겨우면서도 위엄을 내뿜는 듯 하네요. 다 손으로 만든 것이겠죠?? ^^


김민승	네. 본래 전각은 옛날 비석이나 출토된 고새(古璽)를 모본으로 하기 때문에 일부러 모서리나 테두리, 글자 주변들을 칼로 깨곤 합니다. 모두 작가분들이 손으로 판 것입니다.	09/23 01:03

강동엽	기계로 만든 전각이 판을 치는 요즘 세대에 정말 좋은 자료와 멋이 되는 것 같습니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꽉!!! 차는 것 같아요^^	09/23 01:11

이국호 618('09)-09-23 10:16	이야...... 이거 저도 한 번 쯤 구하고 싶은데요? ^^ 정말 무슨 조선시대를 연상케하는 듯 합니다. 고풍이 넘치고 또 왠지 모를 위엄이 깃들여 있다고 해야할까요? ^^ 동여님 덕분에 이렇게 많은 전각들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보게되어 영광입니다. 잘 봤습니다.

이수현 618('09)-09-23 11:00	도장 혹은 인장, 낙관 등의 폭 넓은 뜻을 알 수 있었습니다. 좋은 앎을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

성삼문 618('09)-09-23 13:27	10년 전부터 모으셨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이젠 거의 전문가 수준이신듯^^ 잘 보고 갑니다.

황희 618('09)-09-23 20:36	오~ 도장과 낙관의 역사가 참 기네요... 인영들이 멋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