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학당(政碩學堂)

ㆍ작성자	김시습
ㆍ작성일	개국622(2013)년 7월 22일 (월) 22:31 [해시(亥時):이경(二更)]
ㆍ문서분류	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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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제301강 : 사자성어 -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

장기 출장을 다녀 온 관계로 강의가 많이 늦어져 죄송합니다.

오늘은 "오십보백보"라는 사자성어를 강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전쟁 중에 오십 보 도망친 사람이 백 보 도망친 사람을 보고 겁쟁이라고 비웃는다는 데서 유래한 말로 그 출전은 <맹자, 孟子>의 (양혜왕 상편, 梁惠王上篇)입니다. 사전적 의미로는 좀 낫고 못한 차이는 있으나 크게 보면 서로 어슷비슷함을 이르는 말인 "오십보백보"는 "대동소이, 大同小異"와 비슷한 뜻을 가졌다고 할 것입니다.
"오십보백보"가 유래하게 된 당시 상황을 먼저 이야기 형식으로 전하고자 합니다.

위(魏)나라 혜왕 때, 당시 호랑이에 비유되던 진(秦)나라를 피해 동쪽의 대량(大梁)으로 수도를 옮긴 위나라는 이후 양나라로 불리게 됩니다만 아직은 위나라일 때, 동쪽의 제(齊)나라와의 싸움에서도 번번히 패해 어려움에 처하게 됩니다. 위혜왕은 어떻게든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해 보고자 전국의 이름난 인재들을 불러 의견을 듣기도, 벼슬을 주어 국정을 맡기기도 하면서 국가의 부흥을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맹자도 이 당시에 위혜왕의 초청을 받은 현자 중의 한 명이었습니다. 맹자는 난세에 인도주의적인 공자의 가르침을 펴고, 인의(仁義)의 도를 널리 알리기 위해 유세(遊說)하고 다니는 인물이었습니다. 그가 위혜왕과 만난 자리에서 위혜왕이 먼저 말하길 " 이렇게 천 리를 멀다 않고 찾아와 주니 고맙소, 이 나라를 강하게 해 주기 위해 찾아와 준 그대에게 고견을 청하는 바요." 라고 하자 맹자가 말하길 "나라가 부강해지느냐 부강해지지 않느냐 하는 문제는 둘째입니다. 저는 먼저 인과 의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라고 하였습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대뜸 부국강병을 위한 묘책을 내놓을리 없겠지라고 생각한 위혜왕은 이런 저런 이야기로 맹자와의 첫대면을 마치게 됩니다. 맹자를 그곳에서 편히 쉬게 하였음은 말 할 것도 없고요.
그 명성을 이미 들어 알고 있던 위혜왕으로서는 맹자에게 큰 기대를 걸었으나, 맹자가 도무지 속시원한 의견이나 묘안을 일러 주지 않아서 기분이 언짢았지만 꾹 참고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뒤에, 위혜왕이 먼저 맹자에게 급한 마음에 말을 걸었습니다. "백성을 먼저 생각하라는 그대의 가르침은 이미 내가 행하고 있는 바요, 예를 들면 하내지방에 흉년이 들었을 때에는 젊은이들을 하동지방으로 이주시키고 남은 노인과 아녀자들을 위해 하동지방의 곡식을 실어다가 굶주리지 않도록 하였고, 그 반대로 하동지방에 흉년이 들었을 때는 젊은 사람들을 하내로 이주시키고 하내의 곡식을 하동으로 운반케 하는 등 무진 애를 썼다오. 그런데 백성들은 나를 따라 모여 들지 않더군요. 이웃 나라를 살펴보면, 나처럼 백성들에게 마음을 쓰는 자가 없는데 그 나라의 백성은 여전히 줄지 않고, 우리 나라의 백성 수도 늘지 않으니 이것은 어째서 그런 것이오?"하고 부국강병에 관계된 말로 맹자를 시험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맹자는 웃으면서 "왕께서는 전쟁을 무척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 가지 비유를 들어 말씀드리겠습니다. 전장에서 서로 격전을 벌이고자,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북소리가 우렁차게 울렸습니다. 한참 격전이 벌어지고 나서 마지막으로 백병전으로의 돌입을 알리는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이 때 한 병사가 겁을 집어먹고 갑옷과 투구를 벗어 던진 채 칼을 질질 끌며 정신없이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백보를 달아나서 숨을 돌리려는데 또 한 사람의 병사가 그 뒤를 따라 도망쳐 오다가 오십 보 거리에서 걸음을 멈추더니 백 보를 달아난 병사를 보고 '야, 이 비겁한 놈아.' 하고 비웃었습니다. 이 점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고 맹자가 묻자, 위혜왕은 싱겁다는 듯이 대꾸하였습니다. "어리석은 녀석 아니오? 오십 보나 백 보 나 달아난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왕께서 그것을 아신다면 이제 걱정이 없습니다." 라고 맹자가 말을 합니다. 맹자의 왕도(王道)에서 보면 아무리 위혜왕이 백성을 위한다고 하더라도 이웃 나라의 정치나 위혜왕의 정치가 큰 차이가 없었던 것입니다. 맹자는 이렇게 핵심을 찌른 다음에 왕도에 대한 설명과 교훈을 펼치기 시작하였고, 그의 설명을 위혜왕은 비로소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전장터에서 오십 보 도망간 병사와 백 보 도망간 병사를, 맹자나 위혜왕처럼 똑같이 비겁한 도망자로 간주하는 것이 옳으냐, 아니면 차등을 두어 평가하는 것이 옳으냐 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아니면 예를 바꾸어 생각해 봅시다. 전장터에서 요령껏 오십 보를 진군한 병사와 조금은 힘을 더 써서 백 보를 진군한 병사를 똑같이 용감한 병사라고 일률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옳으냐, 아니면 차등을 두어 평가하는 것이 옳으냐를 가지고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이에 대한 맹자의 가르침은 단호하고 분명합니다.
"오십보백보!!!"

"최선을 다하지 않은 행위는 결코 평가받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정자(爲政者)는 정사(政事)를 행함에 있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주변이나 주위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하고 못하고의 차이는 자기를 포함한 전체에 대한 기만에 다름 아니다." 라고 맹자는 말 한 것입니다.

자기 자신을 포함하여 각자의 주변을 돌아 봅시다. "오십보백보"가 널려 있지는 않은지 살펴 봅시다. "오십보백보"가 널려 있는 상황이라면 서민들의 삶은 고달퍼집니다. 이미 전국시대에 맹자는 위정자들에게 말하길 "오십보백보로 백성을 현혹하거나 기만하지 말고 늘 최선을 다하는 정치를 하라."고 하였습니다.

"이 정도면 나는 전임자나 다른 정치인들에 비해 훌륭한 일을 하는거야"라는 오십보백보 위정자는 말고, "내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인가?"를 가지고 항상 고민하고 행동하는 위정자를 그리워 하면서 오늘의 강의를 마치겠습니다.

늘 부족한 강의글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수강해 주시는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개국622년 7월 22일, 정석학당 훈장 김시습.

http://www.1392.org/bbs?laed21:802

하동구 622('13)-07-24 22:33	문서작성자 김시습님이 채택하신 글입니다 현재 민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어지러운 정세에도 어김없이 해당하는 사자성어 고사가 아닐 수 없네요. 강의 잘 읽었습니다.

오덕성 622('13)-07-28 08:49	맹자 양혜왕구절의 성독이 절로 들리네요 학부때도 느꼈던거지만 오십보백보 고사는 결국엔 도망갔다는 결과를 볼 것인가 아님 50보와 100보라는 차이가 있다는 과정을 볼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있을거 같습니다. 강의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