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학당(政碩學堂)

ㆍ작성자	김시습
ㆍ작성일	개국622(2013)년 2월 3일 (일) 23:24 [자시(子時):삼경(三更)]
ㆍ문서분류	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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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제291강 : 사자성어 - 소탐대실(小貪大失)

오늘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을 주제로 강의를 하겠습니다.

"소탐대실"은 글자 그대로 작은 것을 탐하다가 큰 것을 잃어버린다는 뜻의 사자성어입니다. 작은 것에 연연하다가 큰 것을 놓치게 되는 경우와 근시안적 소견으로 일을 도모하다가 본질을 놓치게 되는 경우에도 소탐대실을 적용하고는 하는데 크게 틀리지는 않은 적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돈을 탐하다가 큰 돈을 잃게 되는 경우나 작은 물고기를 탐하다가 큰 물고기를 놓치게 되는 경우처럼 동일의 물건에 대한 단순한 크기만을 놓고 소탐대실을 적용하는 경우에는 엄밀한 의미에서는 잘못된 적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돈이라고 할 경우, 돈의 다소(多小)를 떠나 이미 돈이라고 하는 것을 소(小)라고 규정해 놓은 상황에서 돈이 아닌 다른 그 어떤 대(大)에 대해서 강조를 하는 경우에 쓰이는 사자성어가 "소탐대실"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공자께서는 군자와 소인을 구분하는 척도로써 군자는 대의(혹은 의리)를 우선하고 소인은 이익을 우선한다. 즉 이익보다는 의리를 중요시하는 자는 군자라고 할 것이며 의리보다도 이익을 중요시하는 사람은 소인이라고 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논어> (헌문편 憲問篇)에서, 인간의 완성에 대해서 묻는 자로(子路)에게 공자께서는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見危授命)" 즉, "이익을 보거든 정의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거든 목숨을 바쳐라" 를 언급하시면서 군자의 도를 설명하셨습니다.소인배의 경우에는 "견리망의(見利忘義)" 즉, 이익을 보게 되면 정의를 잊어버린다는 말씀과 함께 말이죠. 혹자는 "견리사의"를 "몰염치한 사람은 눈 앞에 이익이 보일 때만 의리를 생각한다"고 해석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해석임을 밝혀 둡니다.

"소탐대실"과 관련이 있는 세 개의 중요 고사를 여러분에게 먼저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첫번 째 고사입니다. 당나라에 송청(宋淸)이라는 의사(醫師)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외상으로 약을 지어주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외상 장부가 산더미처럼 쌓이는 일이 매년 되풀이 되곤 하였지요. 송청은 비록 외상 장부는 작성할 망정 단 한 번도 외상환자들에게 약값을 독촉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연말이 되면 산더미처럼 쌓인 그 외상장부를 모두 불태워 버리고는 두 번 다시 그 어느 누구도 약값을 거론하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떤 이는 "대범한 인물"로, 어떤 이는 "어리석은 인물"로 송청을 평하곤 하였습니다. 여러분은 송청을 어떤 인물로 평하고 싶으신지요? 이처럼 본인에 대한 다양한 평을 들은 송청은 "나는 단지 이득을 남보다 늦게 챙길 뿐, 어리석지도 대범하지도 않은 일개 범부에 지나지 않는다. 40년 간 약을 지어 팔면서 외상장부를 수도 없이 태워 없앳지만 손해를 보지는 않았다.전혀 갚지 못한 사람도 있었지만 훨씬 많은 보답을 한 사람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써도 이익인데 은혜라는 것은 당대로 끝나지 않기에, 외상값을 전혀 못갚은 이들로 인해서 나는 자식들에게 양전(良田), 즉 기름진 밭을 물려주게 되는 것이니 실로 일거양득이 아닌가? " 라고 하였다는 고사가 있습니다. 자신의 선행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칭송을 하자 선행을 극구 부인하는 송청의 태도를 본 당시의 학자들은 이익을 위해서는 , 혹은 이익 때문에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는 이들에게 의사이기 때문에 인술(仁術)을 우선하여 환자를 대하는 그의 자세를 높이 평가함과 동시에, 호구지책의 직업임을 내세워 악착같이 이익을 챙기는 많은 이들에게 교훈으로 삼아 일깨우고자 했습니다.

두번 째 고사입니다. 북제(北齊)의 유주(劉晝)가 쓴 <신론 新論>에 있는 고사입니다. 전국시대 말기에 진(秦)의 혜왕(惠王)은 길이 험하여 정복하지 못하고 있던 촉나라를 정복하기 위해 갖은 궁리를 다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마침, 한 신하가 말하길 "촉의 왕이 과도한 물욕으로 이미 백성들의 신망을 잃고 있다고 하니 그 점을 이용하는 계책을 강구함이 어떠신지요?" 하며 혜왕에게 제안을 합니다. 진의 혜왕은 만면에 웃음을 띠며 옥(玉)으로 커다란 황소를 조각하고, 그 황소를 갖은 보석으로 화려하게 치장을 하라고 신하들에게 명을 내립니다. 이윽고 명대로 황소가 완성되자 이번에는 그 황소를 수레로 끌고 촉나라를 향해 가라고 명을 내립니다. 그리고는 그 조각 황소가 가는 길에 황금 덩어리를 떨어 뜨리고서는 "황금똥"을 누는 소라고 거짓 소문을 내게 하였습니다. 이미 촉나라에 간자(間者)를 미리 보낸 진의 혜왕은 촉의 왕이 그 소문을 듣게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촉왕의 귀에까지 소문이 들어간 것을 확인한 혜왕은 촉왕에게 사신을 보내어 "귀국을 흠모하던 차에, 황금똥을 누는 옥우(玉牛)라고 하는 귀한 보물이 생겼기에 왕께 선물을 하려고 합니다. 이를 계기로 양국이 화친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라는 말을 전하게 합니다. 진왕이 자기에게 엄청난 보물을 선물한다고 하니 기분이 좋아진 촉왕은 이제나 저제나 황금똥을 누는 옥우가 도착하기 만을 기다리게 됩니다. 그때 또, 진의 혜왕이 사신을 보내어 "귀국으로 오는 길이 너무 좁고 험해서 언제나 선물을 전달하게 될지 모르겠다. 길만 험하지 않았더라면 벌써 전달했을텐데 늦어지게 되어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게 합니다. 이에 촉왕은 백성들에게 동원령을 내려 험한 산은 뚫고, 계곡은 메워서 넓고 평평한 길을 속히 만들게 합니다. 촉의 신하들이 진의 계교임을 경계하라는 간언을 하여 봤지만 이미 황금똥을 누는 옥우에 눈이 먼 촉왕은 일언지하에 신하들의 간언을 묵살해버립니다. 드디어 촉으로 들어오는 길이 완성되엇다는 소식을 들은 진의 혜왕은 옥우를 도적으로부터 지킨다는 명분으로 수많은 진의 군사들을 옥우의 곁에 배치하게 하였습니다. 옥우를 한시라도 빨리 갖고 싶었던 촉왕은 아무 대비없이 도성의 성문을 활짝 열어주었습니다. 도적에게 곳간문을 열어준 것 보다 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지요. 결국 촉은 진에게 이렇듯 어이없이 멸망당하게 되는데 이야말로 "소탐대실"의 극명한 예라고 할 것입니다.

세번 째 고사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장자>의 (산본편 山本篇)에 나오는 "당랑박선(螳螂搏蟬)"과 전한(前漢)의 유향(劉向)이 지은 <설원 說苑>의 정간(正諫)에 나오는 "당랑규선(螳螂窺蟬)" 혹은 "당랑포선(螳螂捕蟬)"의 이야기입니다.
장자의 "당랑박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장자가 밤나무 숲을 거닐다가 별나게 생긴 새 한마리를 발견합니다. 날개도 크고, 눈도 큰데 장자가 가까이 다가가도 날아가지 않았습니다. 저 큰 눈으로 날 못 보는 것인지, 저 큰 날개로 날지 못하는 것인지 이상하게 여기며 활을 겨누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새가 뭔가를 유심히 노려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매미 한 마리가 울고 있는 그 밑에는 사마귀가 매미를 노리며 슬금슬금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새는 그 사마귀를 잡아 먹으려고 장자가 활을 겨누고 있는 것도 모르고 있었구요. 그런데, 장자 뒤에서 밤나무 숲 주인이 그를 도둑인 줄 알고 살금살금 다가들고 있었던 것을 장자 또한 모르고 있었답니다.

이어서 유향의 "당랑규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춘추시대 말기에 오왕 부차(夫差)는 월나라 공략에 성공한 후, 자만에 빠져 간신 백비(伯비)의 중상을 믿고 상국(相國) 오자서(伍子胥)를 죽입니다. 그리고 월나라에서 보낸 미인 서시(西施)와 방탕한 생활에 빠져 지내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부차는 형(荊)나라를 정벌하겠노라고 선언을 합니다.월왕이 와신상담(臥薪嘗膽)을 하며 복수를 다짐하고 잇는 것을 잘 알고 있던 조정의 중신들이 아직은 형나라를 정벌할 때가 아니라고 아무리 간하여도 부차는 막무가내로 형나라 원정 준비를 하라고만 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태자 우(友)가 흠뻑 젖은 옷을 입고 손에는 활을 든 채로 부왕인 부차를 만납니다. "너는 아침부터 무슨 일로 그리 허둥대는 게냐?" 하고 부차가 묻자 우가 말하길 "아침 일찍 정원에 갔더니 높은 가지에 매미가 앉아 울고 있었습니다. 그 뒤를 보니 사마귀가 매미를 노리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 홀연히 참새 한마리가 사마귀 뒤로 날아 와서는 그 사마귀를 노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도 사마귀는 이미 매미에 정신이 팔려서인지 그러한 기미를 통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참새를 향해 활시위를 당기려다가 그만 웅덩이 속으로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몰골이 이리 되었습니다." 하면서 "천하에는 이런 예가 부지기수입니다. 이를테면 제나라는 까닭없이 노나라를 쳐서 그 땅을 손에 넣고는 기뻐했지만 우리 오나라에게 그 배후를 공격받아 대패했듯이 말입니다." 부차는 이 말을 듣자마자 얼굴을 붉히며 소리칩니다. "너는 오자서가 못다한 충고를 감히 애비인 나에게 하고 있는 것이냐? 이제 그런 소리는 신물이 나니 물렀거라." 고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당랑포박"이나 "당랑규선"의 경우에는 엄밀한 의미에서, "소탐대실"을 경계하는 고사성어라고 하기보다는 상대에게 해를 가하고자 한다면 그로 인해서 나에게 해를 불러 들이게 되니, 가급적이면 상대에게 해를 가할 일이 생기더라도 삼가하는 것이 옳다는 것을 일깨우고자 하는 고사성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위의 세 가지 고사를 통해서 사람들은 "소탐대실"의 폐해를 귀가 아프도록 듣거나 혹은 대의를 실천하는 것이 장부의 길이라는 말을 기회있을 때마다 듣게 됩니다. 그렇다면 비록 군자의 길이라는 가르침이 있기는 하지만 대의를 위하는 것은 소탐이 아닐까요? 명예를 탐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을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그렇습니다. 명예나 명성을 위해 대의를 택한다면 이는 차라리 호구지책을 위해 이익을 우선하는 소인보다도 못한 것입니다. 군자 혹은 대인이 걷거나 행하는 의로움에는 명예나 명성을 염두에 두지 않아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그냥 우러 나와야 한다는 말이지요. 아깝지만 칭송을 듣기 위해 거액을 기부하는 것, 절실히 필요하지만 주변에 대한 체면 때문에 돈을 사양하는 것은 위선적인 행동이라고 하는 것이지 정의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기 때문이지요.거액을 기부했어도 아무도 그를 칭송하지 않거나 체면 때문에 돈을 사양했는데 아무도 그 행동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그들은 다시는 기부를 하지 않을 것이고 돈을 사양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의사 송청의 고사가 너무도 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나는 어리석지도 대범하지도 않은 그냥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단지 그 이익을 늦게 취하고자 하는 것 뿐이다." 라는 그의 말에서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는 요령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사는 세상은 언제나 공평하니까요.

비록 뒤에 큰 것을 잃는다 하여도 오늘의 작은 이익에 목숨을 걸겠다는 사람이 너무도 많은 세상인 것 같아서, 그로 인해 낭만이 사라져 버린 것 같은 생각이 많이 드는 날이어서, 오늘의 강의 주제를 사람사는 멋과 연관지어서 "소탐대실"로 정하여 봤습니다. 늘 부족한 강의글이지만 열심히 봐주시는 여러분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개국622년 2월 4일, 정석학당 훈장 김시습.

http://www.1392.org/bbs?laed21:791

성삼문

622('13)-02-04 10:02

소탐대실, 항상 아버지께서 자주 저에게 하시는 말씀이라서 그런지 감회가 새롭네요. 좋은 강의 잘 듣고 갑니다^^


김시습	벌써 감회가 새로우면 안되는데 ㅎㅎㅎ.아버님께서는 님이 군자로 성장하길 바라시는군요^^	02/06 18:43

라우주

622('13)-02-04 16:14

와닿는 성어네요 잘들었습니다


김시습	와닿으신다니 감사합니다.	02/06 18:44

서성일

622('13)-02-04 20:31

소탐대실은 누구나 들어본 사자성어지만, 막상 그것을 실천하기가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마음 속에 소탐대실을 담아두고 살아야겠어요. 강의 잘 들었습니다ㅎㅎ


김시습	마음 속에 담겨 있으면 자연스레 실천으로 나타나겠지요^^	02/06 18:45

진진

622('13)-02-05 08:48

문서작성자 김시습님이 채택하신 글입니다
다른 고사나 일화보다 송청의 삶이 마음이 와닿습니다. 저도 다른 사람에게 조건없이 베풀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전에 받은 것보다 항상 더 주는 것부터 실천해야겠는데 이것부터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좋은 강의덕분에 다시 마음을 새롭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시습	아, 조건없이 베풀수 있는 사람을 보는 것이,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이 제 일생일대의 바람인데...조만간에 그 바램이 이루어지겠군요^^	02/06 1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