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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봉당] 춘추(春秋) 제5부
2월, 죽은 이각의 형인 이유가 조정에 다시 출사했다. 왕이 이에 대광보국숭록대부에 명했다. 조정의 원로로서 예우한 까닭이다. 3월, 이유가 궁덕희가 생전에 받은 황태후의 지위를 박탈할 것을 간청하였다. 조선국왕 단군의 침략을 왕실의 웃어른으로서 막지 못한 까닭이라고 했다. 이에 내당 대신들이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으나 일부 원로 대신들의 지지가 극심하여 일시적이나마 왕비로 격하할 것을 명하였다. 이후부터 궁덕희라는 이름으로 전해지게 된다. 4월, 영의정 향염이 세상을 떠나자 내당들의 반발을 뿌리치고 이유를 영의정으로 삼았다. 이하의 의정부 인사들은 연임하였다. 이유는 영의정에 임명되자마자 대대적으로 조정의 인사들을 바꾸도록 청하였는데 왕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유가 왕의 뜻을 받들어 전조의 관제인 외교부상과 사정부령에 각각 추록과 천진을 명하였다. 이들은 모두 각각 예조와 형조의 기능이 약화 되어 있으므로 섣부르게 폐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5월, 국내에서 조선왕에 대한 격앙된 비난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외교상 아무런 하자가 없었다. 이는 왕이 추록을 극진히 신뢰한 까닭이다. 6월, 이유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유가 죽기 전에 사람을 보내어 직접 향선으로 하여금 병문안을 보내게 하니 그를 맞이했다. 이에 이유는 향선으로 하여금 왕에게 마지막 말을 전하게 했다. “내관들을 중용(重用)하시되 깊이 믿지 마시옵고, 하루 속히 과거시험을 여시어 유능한 인재들을 두루 받아들이시옵소서.” 이 유언을 남기고 나자마자 이유가 세상을 떠났다. 이유의 자손들은 조정에 나서지 않고 오직 초야에 묻혀 살기를 소원하니 왕이 이를 받아들여 더 이상 등용하지 않게 되었다. 이유의 뒤를 이어 향선이 영의정에 임명되었다. 곧이어 의정부의 인사들을 임명했다. 좌의정에 손인, 우의정에 안득, 좌찬성에 안혁진, 우찬성에 안혁규, 좌참찬에 길덕, 우참찬에 호빈, 사인에 호성기, 검상에 문주, 사록에 설덕수를 임명했다. 7월, 주왕이 동주 일대의 땅을 할양(割讓)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왕이 서북도 관할의 후리군을 넘기도록 하였다. 이후 후리군은 주나라의 영토가 되었다. 8월, 주나라의 영토가 된 후리군을 넘긴 대가를 요구하고자 좌찬성으로 하여금 사신으로 보냈다. 9월, 주왕이 금상(今上)의 뜻을 받아들여 오십만 전(錢)을 보냈다. 10월, 주나라로부터 받은 오십만 전을 풍저창으로 하여금 내탕(內帑)에 저장하도록 명했다. 11월, 조선왕으로부터 주나라와의 화친(和親)을 두고 간섭하지 않겠다는 칙서(勅書)를 내리고자, 예부대신(禮部大臣) 호연영가(皓然英加)를 사신으로 보내 이를 알렸다. 12월, 인강대군이 하세했다. 왕이 그의 죽음을 슬퍼하며 장례를 후히 치르게 했다. 인강대군은 왕실의 웃어른으로서 대접을 받으며 평생 검소하게 살았다. 이후의 치세가 태평성대였다. 덕수 12년 기원전 2293년 정월에 구서징의 딸을 황태자비(皇太子妃)에 봉하였다. 황태자 내외를 따로 나가 살도록 명한 뒤 도선궁에 기거하도록 했다. 이후 도선궁을 가리켜 태자궁(太子宮)이라고 불렀다. 2월에 영의정이 급서하니 좌의정으로 하여금 정사를 일임하게 했다. 세간에서는 독살을 당했다는 소문이 났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3월에 주나라로부터 농구(農具) 십오만 개를 들였다. 농업을 장려하는 본국이기에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4월, 어음공주가 세상을 떠났다. 왕이 장사를 후하게 치르도록 명하고 송순에게 검교사(檢校使)에 명하였다. 검교사는 명예직(名譽職)에 준한 관직이다. 이후의 치세가 태평성대였다. 5월, 좌의정 손인이 세상을 떠났다. 왕이 이에 장사를 후히 치르게 한 뒤, 우의정으로 하여금 정사를 일임하게 했다. 이후의 치세가 태평성대였다. 덕수 13년 기원전 2292년 6월에 봉원궁주가 하세했다. 왕이 장사를 후히 치르도록 명했다. 이후의 치세가 태평성대였다. 덕수 14년 기원전 2291년 2월에 우의정 안득이 세상을 떠났다. 왕이 이에 장사를 후히 지내게 한 뒤, 좌찬성으로 하여금 정사를 일임했다. 이후의 치세가 태평성대였다. 덕수 15년 기원전 2290년 5월에 정경공주가 하세했다. 왕이 장사를 후히 지내게 하고, 서상안으로 하여금 연원도찰방(連原道察訪)에 명했다. 뒤이어 향보서를 율봉도찰방(栗峯道察訪)에 명했다. 이후의 치세가 태평성대였다. 덕수 16년 기원전 2289년 9월에 좌찬성 안혁진이 세상을 떠났다. 안혁진의 아들 안천(安川)이 내관으로 지냈으며 왕이 장사를 후하게 치르게 하였다. 이에 왕이 우찬성으로 하여금 정사를 일임하게 했다. 일부 신료들이 왕이 정사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왕은 한양 동부를 남경(南京)이라고 부르게 하여 팔십 리 근방에 산성을 쌓도록 명했다. 이후의 치세가 태평성대였다. 덕수 17년 기원전 2288년 정월에 왕이 몸소 의정부 대신들 이하의 신하들과 함께 남경에 임어(臨御)하여 산성의 축조공사를 지켜보았다. 이후의 치세가 태평성대였다. 덕수 18년 기원전 2287년 정월에 왕이 남경 근방에 쌓은 산성의 완공을 확인하고 산성의 이름을 남경산성(南京山城)이라 했다. 이후의 치세가 태평성대였다. 덕수 19년 기원전 2286년 2월에 우찬성 안혁규가 세상을 떠났다. 왕이 장사를 후히 치르도록 명한 뒤 좌참찬에게 정사를 일임하게 했다. 이후의 치세가 태평성대였다. 덕수 20년 기원전 2285년 정월에 조덕황태후가 하세했다. 왕이 대행왕비(大行王妃)의 시호를 조덕보화황후로 정하였다. 이에 주왕과 조선왕이 모두 조의를 표하는 사신을 보냈다. 2월, 좌참찬 길덕이 세상을 떠났다. 왕이 장사를 후하게 치르도록 명하며, 우참찬에게 정사를 일임하게 했다. 길덕의 아들 길중(吉中)이 내관으로 있었다. 이후의 치세가 태평성대였다. 덕수 21년 기원전 2284년 정월, 조덕황태후가 평소 불도를 믿은 것을 기화로 불도의 융성함을 우려해 좌참찬이 이를 직언하였다. 이에 왕후가 더는 왕실에서 불도의 숭상하지 않음을 내비쳤다. 이후 왕실에서 절간에다 시주하는 일이 없게 되자, 광흥사의 세력도 많이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5월, 광흥사의 주지가 세상을 떠나자, 왕명으로 광흥사가 문을 닫았다. 뒤이어 왕이 직접 불도에 대한 개혁을 단행할 뜻을 내비쳤다. 6월, 광흥사 터를 광흥궁(廣興宮)이라고 이름을 바꾸었으며, 광흥사 성전과 금하대등 직을 혁파할 뜻을 밝혔다. 7월, 영유대군이 세상을 떠났다. 왕이 이에 장사를 치르도록 했으며 오십 전의 돈을 하사했다. 이후 왕실의 재정을 투명하게 하고자 하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8월, 엄남이 상소를 올리니 왕이 이를 열람했다. 엄남의 상소에 의하면, 일전에 왕이 언급한 바 있는 불도의 개혁을 운운한 것에 대한 어명이 없는 이유를 묻고자 함이라 한다. 왕이 이에 감탄하여 엄남을 불러들여 조부부령(調府府令)에 명하였다. 조부부령은 전왕조의 벼슬이나 임시직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9월, 맹달이 엄남의 의견에 동조한다는 상소를 올렸다. 왕이 이에 기뻐하여 조부대감(調府臺監)에 명했다. 조부대감은 전왕조의 벼슬이나 임시직의 성격을 띤 관직이다. 10월, 왕명으로 조부라는 관청을 대궐 안에 두어 불교개혁(佛敎改革)을 중점으로 둘 뿐만 아니라, 왕실의 재정을 담당하는 책무를 다하였다. 11월, 원선을 조부부경(調府副卿)에 명하였다. 조부부경은 전왕조의 벼슬이나 임시직의 성격을 띤 관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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