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병욱
[강의] 제225강 : 고전문학사 여덟 번째 강의
고전문학사 여덟 번째 강의 <민족사 재인식의 시대> 무신란 이후 고려 후기의 역사문학은 대체로 <삼국사기>에 대한 반론으로 나왔다 하겠는데, 반론을 제기한 이유는 고려전기의 귀족문화 규범이 붕괴함과 주체의식의 성장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 나온 작품으로 이규보의 <동명왕편(東明王篇)>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한시로 표현되어 있으나 고대의 영웅서사시를 재현한 것이자 민족서사시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무엇보다 중국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우리나라가 본래 성인의 고장임을 천하에 알리고자 하는 취지였기 때문입니다. 작품의 구성이나 규모부터 영웅서사시에 적합하게 되어 있습니다. 오언시 282구로 구성되어 있고, 해모수·동명왕·유리 삼대에 걸친 영웅의 일생에 따라 구성하였습니다. 시로써 나타내지 못한 사연은 주를 달았고 총괄하는 대목으로 설득력을 얻고자 했습니다. 주몽이 금와왕에게 수모를 당하는 것은 시련을 극복하는 힘을 기르도록 하는 장치로 마련하고, 준마를 얻는 방법과 농사를 잊지 않게 하는 어머니는 대지의 상징으로 어머니의 저력과 아들의 투지가 민족의 상징으로 부각시켜 나타냈습니다. 각훈은 <해동고승전(海東高僧傳)>을 남겼습니다. 그는 <삼국사기>가 불교를 비판하는 입장에서 쓰여 승려의 전기가 무시되었다는 불만과 불교가 우리의 정신적인 지도원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집필의 동기가 되었습니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의 중간적인 위치에 있습니다. 그는 <수이전>을 인용, 신라 불교설화의 유산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상징적인 표현을 하였습니다. 각 인물의 전기 말미에 찬(讚)을 붙이고, 서두에 총평이라 할 것을 두었으며, 행적 서술에 가능한 많은 자료를 들어 사실을 밝히고자 했으나 각색한 부분이 많습니다. 또 각훈은 정신사(精神史)를 서술하고자 했고, 고증적인 정확성보다 문학적 형상화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였습니다. 일연은 <삼국유사>를 남겼습니다. 고려후기 역사문학에서 가장 뚜렷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일연은 지눌과 보우로 대표되는 가지산파(迦智山派)의 법통을 이었고, 몽고란을 겪었습니다. 이에 그는 소실되는 문화유산을 모아 의미를 밝히고, 민족적 위기를 맞아 민족사의 주체성을 찾으며 민족문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자 했습니다. <삼국유사>는 <삼국사기>가 우리의 건국신화를 괴력난신(怪力亂神)이라 규정하고 배격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점을 들며 비판할 뿐만 아니라 불교의 자취를 제거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여 불교설화의 상징성을 풀어 나타내고자 했습니다. 세속의 역사인 <삼국사기>와 불교의 역사인 <해동고승전>을 아우르고, <동명왕편>에서 나타난 새로운 역사의식의 시각을 다채롭게 구체화하여 주체성 인식과 민족문화 평가를 이론이 아닌 실증으로 이룩하였습니다. 설화에다 중점을 두고 역사와 문학이 서로 겹치게 함으로써 사실로서의 근거와 상징적 의미를 판단하게 해주었습니다. 문체를 다양하게 하였으며, 우리말의 어순과 어휘를 받아들인 한문도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 예로 환인에 제석이란 주를 달아놓음으로써 우리민족의 신화로 만든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이는 민중의식에 관심을 기울여 하층민의 고민까지 드러내는 장치로서 쓰이는 것입니다. 그밖에 최초의 영사시로 알려진 오세문의 <역대가(歷代歌)>, 이승휴(李承休)의 <제왕운기(帝王韻紀)>가 있습니다. 여기서 영사시란 역사를 읊은 시로 서사시와 구분됩니다. 서사시처럼 특정 주인공에 대한 일정한 줄거리를 갖지 않고 역대의 사실을 인상 깊게 전달하는 것으로 삼는 성격을 가진 교술시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중 <제왕운기>는 상권과 하권으로 구성해 상권에서는 중국의 역사를, 하권에서는 단군의 사적을 본문의 서두로 삼았습니다. 상권 전부와 하권 중에서 고려 이전까지를 다룬 대목은 칠언시(七言詩)로 이루어져 있고, 각기 264구이며 군데군데 자세한 주를 붙임으로써 이해를 북돋고자 했습니다. <동명왕편>을 참고하여 <삼국유사>와 같은 견해를 표방하여 발해의 역사까지를 수용하는 모습을 통해 원나라에 복속되어 위축된 당시 시대의 민족의식을 고취하고자 하는 작품입니다. <사람의 일생 서술방법> 전(傳)을 짓는 데는 마땅히 사서의 열전에 들어가야 할 인물을 찾아 열전을 보완한다는 의식과 함께 새로운 표현영역을 개척하고자 하는 노력도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성격의 일반적인 전은 고려후기에 처음 보이자 바로 양상이 다양해졌고, 작품수도 대단해서 <동문선>에 수록된 대부분의 전이 모두 이 시대의 것입니다. 전은 다른 인물의 행적을 글로 적어서 알리거나 후세에 전하자는 의도에서 쓴 글이면서, 또한 작자 자신이 자기표현을 위해 소재로 그 인물의 행적을 택한 것도 있습니다. 여기서 <동문선>에 나타난 전으로 대표적인 것을 꼽자면 이렇습니다. 이색의 <정씨가전>, 정이오의 <성주고씨가전> 등은 특정 집안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리자는 것이고, 이규보의 <노극청전>은 인물의 특이한 성격을 가지고 예사롭지 않은 삶을 산 것을 알리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 밖에 <고려사> 열전에도 소개되어 실린 이숭인의 <초옥자전>은 잘 알려지고 정계에 활약한 김진양을 다룬 작품입니다. 이 전을 통해 개인적으로 지은 전의 표현영역을 확인하는데 좋은 자료가 됩니다. 그리고 이곡의 <절부조씨전>, 이숭인의 <배열부전> 등을 통해 나라의 수난을 극복하는 여인의 의지와 정절을 다루고 있고, 이색의 <송씨전>, <오동전>, <박씨전>, <최씨전>, <백씨전> 등에서는 대단치 않은 인물을 다루어 능력은 있으나 세상과 영합하지 못한 애석함을 드러내보였습니다. 그리고 이규보의 <백운거사전(白雲居士傳)>, 최해의 <예산은자전>은 탁전의 형태로서 자서전으로도 보기도 하지만 가상적인 인물을 내세운 점이 후대의 사서전과는 다른 양상을 띱니다. <백운거사전>은 이규보 자신이 문학에 대해 다짐한 것을 글로 씀으로써 자신을 높이는 수단으로 썼고, <예산은자전>을 통해 최해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밝히고자 하며 자신을 낮추는 데에 썼습니다. 여기서 탁자란 작자 자신의 전을 어떤 가상의 인물에 의탁하여 쓴 것으로서 오늘날 일인칭 소설 시점과 유사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밖에 가전이라는 형태가 고려 후기에 이르러 처음 나타났습니다. 가전은 사물을 대상으로 하여 어떤 인물의 생애를 다루는 전의 격식을 갖춘 글로서 주로 술, 돈, 거북, 대나무, 지팡이 같은 사물을 의인화한 것이 특징입니다. 무엇보다 가전은 사물을 의인화해 사물과 사람이 별개의 존재가 아님을 말해주고 설정된 사물과 사람의 연관에 근거를 두고 사람의 일생을 통해 사물의 속성을 생동하게 드러냅니다. 사물의 쓰임새를 비유의 매체로 삼아 사람의 운명을 문제 삼기도 하는 이중의 표현을 개척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잘못된 세상을 비판하고 풍자하면서 사람이 사는 바른 길을 찾자는 생각까지 나타내고자 합니다. 가전은 <동문선>에 7편, 다른 문헌에 2편이 전해집니다. 가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등장시킨 사물 자체의 속성과 동원된 고사를 잘 알아야 합니다. 작품 자체로서의 유기적인 체계는 갖추지 않는 것으로 보아 교술문학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것으로 임춘의 <국순전>과 <공방전>이 있습니다. <국순전(麴醇傳)>은 술을 의인화하면서 술을 통해 사람의 도리를 문제 삼고 있어서 작가가 자기의 처지를 합리화하며 세상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었고, <공방전>은 돈을 의인화해 돈이 벼슬아치들에게만 집중되어 있는 것과 벼슬을 하여 나라를 망치는 무리까지 비판하는 의식을 표현했습니다. 이규보의 <국선생전(麴先生傳)> 역시 <국순전>과 마찬가지로 술을 의인화했으나 임춘에 비해 고사열거를 줄이고 주제를 더욱 부각시키는 것이 특징입니다. 술을 국성이라는 의인할 뿐만 아니라 칭송하며 국성이 벼슬을 할 때는 임금의 마음을 기름지게 한 공적을 남기고, 벼슬을 그만두자 일어난 도적을 수성에 물을 대서 물리쳤다는 것이 줄거리입니다. 이를 통해 도적은 마음의 근심이고, 근심은 술로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니 이 대목은 마음을 의인화한 첫 사례가 됩니다. 혜심의 <죽존자전>, <빙도자전>은 <동문선>에는 전해지지 않습니다. 이들 작품은 각각 대나무와 얼음을 의인화하여 둘 다 승려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이 중 <죽존자전>을 통해 깨끗한 절개의 상징으로 만든 대를 의인화한 긍정적 주인공을 등장시켜 당대의 부패하고 방탕한 생활세계를 비판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곡의 <죽부인전>에서는 죽부인을 등장시킴으로써 깨끗한 절개의 상징으로 받는 대를 의인화한 긍정적 주인공을 등장시켜 당대의 부패하고 방탕한 생활세계를 비판했습니다. 참고문헌 * 국문학사(개정판), 조동일서종문, 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2011.
|
http://www.1392.org/bbs?laed61:405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