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학당(嶺南學堂)

ㆍ작성자	정예림
ㆍ작성일	개국624(2015)년 9월 5일 (토) 00:22 [자시(子時):삼경(三更)]
ㆍ문서분류	강당

ㆍ추천: 0 ㆍ열람: 994

[강의] 제240강 : 행정학의 아버지, 윌슨

행정학개론 제4강 : 행정학의 아버지, 우드로 윌슨(W.Wilson)

이번 강의에서는 지난 강의에서 언급된 우드로 윌슨(Woodrow Wilson)의 생애와 당시 상황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자 합니다. 정병욱님께서도 댓글을 남겨주셔서 거기에 대해 답을 했지만 우드로 윌슨은 행정학의 시조(始祖)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개론서에서 꼭 한번은 언급되는 인물입니다. 지난 강의에서도 말했지만 그가 쓴 「행정의 연구(The Study of Administration)」(1887)라는 논문은 미국 최초로 현대적인 행정이론을 선보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에 ‘행정학의 아버지’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1856년, 버지니아 주에서 태어난 윌슨은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하고 이후 정치인이 될 것을 결심하여 1879년 버지니아대학교에 입학하여 법학을 전공합니다. 존스홉킨스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과 정치학을 공부하고 1886년에 박사학위를 받게 됩니다. 이 때 박사학위 논문으로 「의회정부론」을 내었는데 이는 입법부와 행정부를 분리한 미국 정부의 특징을 잘 짚어내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후 펴낸 「행정의 연구」는 더 말할 것도 없으며 이와 같은 학문적인 공을 높이 사 여러 대학의 교수를 역임하였고, 재단의 만장일치로 1902년 윌슨은 모교 프린스턴대학의 총장으로 선임되었습니다. 기독교 계통의 프린스턴대학은 목사가 총장을 역임했는데 목사 출신이 아닌 사람으로 총장이 된 것은 윌슨이 처음이었다고 하네요. 그만큼 윌슨의 명성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때까지는 교육자이자 학자로서 유명하였는데 1910년을 기점으로 그의 인생이 바뀌게 됩니다. 바로 민주당이 그에게 뉴저지 지사 선거에 출마해 달라고 영입 제의를 하게 된 것이죠. 윌슨은 전 당원이 직접 참여하는 예비 선거나 국민이 직접 상원 의원을 선출하는 직접 선거제도, 공공요금의 책정을 공정 거래 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 등의 참신한 개혁 정책들을 내세웠고 이는 주민들에게 신선하게 받아들여졌습니다. 금상첨화로 상대 당이었던 공화당은 후보가 분열되어 출마하는 바람에 윌슨은 뉴저지 주지사로 손쉽게 당선됩니다. 여러 개혁 정책을 추진한 뉴저지 주는 1911년 5월에는 정부의 개혁 모델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인기가 급상승한 윌슨은 1912년 갑작스럽게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에도 오르며 결국 1913년에 백악관에 제28대 대통령으로 입성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윌슨이라는 이름 어디서 많이 들어보시지 않으셨나요? 바로 우리나라 3.1운동에 영향을 준 ‘민족자결주의’를 주장한 사람이 바로 이 윌슨입니다. 보통 ‘윌슨의 민족자결주의’라고 많이 외우기도 하지요. 사실 정확히 민족자결의 원칙은 윌슨이 제안한 14개 조항 중 하나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독일 측 패배로 종전된 후, 영국, 프랑스, 미국 등의 승전국들은 프랑스 파리에 모여 평화회의를 열게 됩니다. 이 자리에서 윌슨은 민족자결주의, 국제연맹 창설 등의 내용이 담긴 14개 조항을 제안하고 회의에 참석한 국가들도 이를 수용합니다. 윌슨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미국 10만 달러 초상화의 주인공이 되기도 합니다.

이상 윌슨의 생애였습니다. 그렇다면 왜 우드로 윌슨은 정치와 행정을 분리해서 보고자 했던 것일까요? 그 배경에는 당시 팽배했던 엽관제(獵官制,spoil system)에 있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선거전에서 승리한 정당이 마치 전리품처럼 관직을 모두 차지하는 것이죠. 엽관제에 대해서는 후에 자세히 더 살펴보겠지만 쉽게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도 이러한 엽관제를 취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이전 정부의 장관 등 정무직 공무원들이 대거 사퇴를 하고 새로 임명되지 않습니까? (지난 강의에서 조혜원님께서 이부분을 지적하셨더군요.) 이러한 것을 엽관제라고 부르는데 엽관제는 초창기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정부 일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정부관료제의 민주화에 기여하고 관료들의 충성심을 향상시켜 효과적으로 통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이러한 엽관제는 정경유착과 타락한 정당정치 때문에 정치적 부정부패를 양산하였고, 갈수록 정부의 기능은 비대해지는데 관료들은 능력이 아니라 정치적인 공로에 따라 중요 요직을 차지하였기 때문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이에 윌슨은 “국가란 바로 행정의 양심이다.(The idea of the state is the conscience of administration)”라고 까지 말하며 행정의 중요성과 독립성에 대해 강력히 주장했던 것입니다.

이렇듯 행정이 부패하고 무능한 핵심적인 원인으로 정당정치가 행정에 깊이 개입하고 있다는 점이었고 이를 개혁하고자 하는 시민운동이 전국적으로 추진되었는데 이를 ‘진보주의 운동(Progressive Movement)’라고 합니다. 그리고 윌슨은 진보주의 운동에 참여한 대표적인 인사 중 한명이었습니다. 그리고 진보주의 운동은 상원(上院) 공무원 제도 개혁위원회의 위원장인 팬들턴(G. H. Pendleton)의 이름을 딴 펜들턴법(펜들턴 공무원법)을 탄생시키게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이 법은 공무원 임용에 있어서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기 위한 독립기관의 설치, 공무원 임명에 있어서 공개시험제 확립, 공무원의 정당자금 제공 및 정치운동의 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행정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무원의 전문성을 향상시키고자 한 이 법은 오늘날 미국 공무원 제도의 법적 기초가 되며 엽관제에서 실적주의로 전환시킨 최초의 연방 공무원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상 오늘의 강의를 마치겠습니다.

* 생각해보기 : 엽관제의 장단점, 우리나라의 엽관제 등.

http://www.1392.org/bbs?laed31:468

조혜원

624('15)-09-05 13:18

강의를 수강하였습니다.

먼저 엽관제의 장점이라면 하나의 정치적 리더를 중심으로 인재풀이 결성되고, 그 안에서 적재적소의 인사를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것이 단점이 되기도 하지요. 적소는 있지만 적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를 따라 준 충신에게 자리를 주는, 이른바 '보은인사'가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 엽관제의 현실이며 가장 큰 단점이지요. 아주 약간의 연관성만 가지고도 엽관제원칙에 의거해 자리를 주는 식입니다. 이번 정부에서 방문진 인사나 감사 자리를 자니윤씨에게 주는 것이 문제가 되기도 했었지요. 엽관제는 일단 기대심리에 의거해 강력한 정치적 지도력을 가진 이들 주변으로 인재가 수렴하도록 만드는 긍정적인 기능을 갖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지만, 그것이 한국의 '인연'과 관계되면 문제가 복잡해지는 것 같습니다. (*주: 학연, 혈연, 지연)

또한 정치적 리더로 하여금 자기 사람을 챙기게 만듦으로서 인재를 대하는 눈이 굉장히 좁아지게 만들 수 있고, 이 보은 인사를 통해 자리에 앉힌 사람의 경우 내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충견의 역할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견 전 여당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씨에 대한 대통령의 시각이 그러했다고들 하지요. 물론 원내대표는 선출직인 만큼 얼마나 후진적인 인식이었는지 대강 알 수 있습니다마는...

그리고 엽관제, 이 보은 인사의 핵심적인 문제는 리더만 바뀐다는 점입니다. 행정 공무원들은 5년, 10년 정도의 주기로 바뀌는 정무직 공무원인 장관의 지도에 따라 행해야 하는 업무를 갖고 있는 사람이고, 결국은 장관 역시 대통령의 뜻을 실무에 적용하거나 그렇게 할 것을 차관 이하 부하들에게 전달하는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예전 순수 관료제 시스템처럼 능력있는 실무자가 장관에 오르는 것이 아닌 엉뚱깽뚱한 인물이(특히 교수 출신이 많지요) 장관 직에 올라 주군의 뜻을 실천하려다 인청(인사청문회)에서 문제가 되기도 하고 혹은 그 이후에 말과 행동으로 문제가 되는(정종섭 장관 같은)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종합적으로, 엽관제의 장점은
1)손쉬운 인재풀 확보 2)충성스런 인사 확립 가능 3)강력한 지도자 주변으로 인재의 수렴 4)정치-행정 참여 기회를 보장함
이고, 엽관제의 단점은
1)맹목적 군신관계 정립 2)보은 인사 논란 3)능력과 경험을 고려하지 않은 감투 분배 4)1,2,3으로 인한 부정부패 발생
인 것 같습니다.

한국의 엽관제는 저 모든 특성을 다 갖고 있는 듯하군요.


정예림	성실한 강의 수강 감사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장관의 임기 문제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겠는데 이는 차후에 더 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09/05 13:24

장지용

624('15)-09-05 15:06

사실 민국 행정체계는 독일 제도를 베낀 일본식과 해방후 미국의 영향으로 받아들인 미국식에 고유 버릇이 섞인 좀 복잡한 행정체계죠. 사실 엽관제는 조선시대에는 엽관제가 있었다고 봅니다. 같은 붕당이 아니면 배척하는 태도 같은게 일종의 학연에 해당되니까요.

그러고보니 제 전 직장이었던 공공기관도 예전 대선때 선거운동 했던 인물이 새 기관장에 저번 1일에 취임했더군요. 개인적으로는 그 기관의 부원장 출신이 옛날부터 그 기관에서 봉직했고 분야에 대한 활동도 남달랐기에 뽑히기를 기대했건만 그 분은 떨어졌고요. (그런데 저도 엽관의 덫에 빠진 듯 합니다. 그 부원장 출신이 저 많이 챙겨줬거든요.)


정예림	단순한 학연, 지연, 혈연 등의 사사로운 친분에 기댄 인사를 엽관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엽관제는 spoil system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spoil이란 약탈품, 전리품 등을 의미합니다. 즉, 선거를 통하여 정권을 잡은 사람이 선거와 정당에 대한 공헌을 따져 관리를 임용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조선시대에는 당파가 있긴 했으나 그렇다고 기본적으로 대선이나 총선같은 선거가 있었던 것도 아니니까요. 또한 조선시대에는 어쨌든 공무원시험에 준하는 과거제도가 있었고 인사체계가 있었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실적제에 가까웠다고 생각합니다.	09/05 16:23

정예림	엽관제가 장점을 지닌 제도지만, 문제점으로 나타날 수 있는 현상 중 하나가 바로 '정실주의'입니다. 엽관제와 혼용해서 쓰이기도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엽관제와 정실주의는 다릅니다. 정실주의는 인사권자와의 학연, 지연, 혈연 등의 개인적 신임이나 친분을 기준으로 인사를 하는 행태를 말합니다	09/05 16:25

이벽손

624('15)-09-06 21:32

좋은 강의 감사합니다.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지식을 친절히 풀어 설명해주시니 귀에 쏙쏙 들어오네요. 개인적으로 정말 다음 강의를 기다리며 보고 있습니다.


정예림	정말로 감사합니다. ^^	09/06 2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