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제183강 : 외젠 들라크루아

 

왼쪽 상단부터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키오스 섬의 학살>,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 ,<토끼를 잡아먹는 사자>, <어미 호랑이와 장난치는 새끼 호랑이>입니다. 그럼 해설 들어갈까요?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이 그림은 누구나 딱 보시면 눈에 익으신 그림이실 겁니다. 루브르의 3대 명화이니까요. 이 작품은 1830년,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났던 7월 혁명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1814년의 왕정복고로 루이 16세의 동생들인 루이 18세와 샤를르 10세가 차례로 왕위에 올랐으나 샤를르 10세가 입헌군주제를 거부하고 과거의 정치체제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파리에서는 또다시 혁명이 일어나게 되었죠. 1830년 7월 27일, 시민들은 시내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였고 군대와 시가전을 벌인 끝에 29일에는 시민들이 왕궁으로 진입하여 샤를르 10세는 결국 영국으로 망명하게 되었습니다. 이 그림은 3일에 걸친 열띤 혁명 중 2틀째인 7월 28일의 파리 거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들라크루아는 혁명 직후인 1830년 가을 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죠. 그 해 10월 12일에 형에게 쓴 편지에서 그는 “나쁜 기분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사라졌다…(중략)…나는 지금 바리케이드라는 현대적인 주제를 그리기 시작했다.” 라고 썼습니다. 그림은 1831년 5월 살롱에서 전시되었고 같은 해 프랑스 정부에 팔렸습니다. 정부는 이 그림을 7월 혁명으로 왕이 된 ‘시민왕’ 루이 필립의 궁전 알현실에 걸고자 하였으나 대신 궁전의 미술관에 걸리게 되었고 결국에는 주제가 선동적이라는 이유로 들라크루아에게 되돌려 보내졌죠. 1874년 루브르에서 구입하기 전까지 이 그림은 들라크루아 본인이 소장하고 있었습니다. 재미있지 않나요? 지금은 루브르에서 꼭 봐야 할 3화(畵)중 하나인데 당시에는 미술관에서 들라크루아에게 반환하다니... <민중을 이끄는 자유>는 고전적이고 안정적인 삼각형 구도를 취하고 있다습니다. 그러나 인물들의 힘찬 움직임, 열정적인 색채의 사용, 시내 곳곳에 타오르는 불길과 연기의 묘사는 들라크루아가 추구했던 낭만주의 미술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죠. 특히 중앙에서 혁명의 상징인 삼색기를 들고 민중을 이끌고 있는 자유의 모습은 고전적 미술에서 멀어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건강하고 힘찬 모습의 여성은 과거의 그림에 주로 나타났던 아름답고 우아한 여성들과는 대비되는 모습으로 당시에는 ‘품위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림의 곳곳에는 혁명과 관계된 요소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먼저 자유를 상징하는 여성이 들고 있는 삼색기는 1789년 프랑스 대혁명 당시 사용되었던 것으로 부르봉 왕정 복고 이후에는 금지되었다가 7월 28일, 혁명의 상징으로 다시 한 번 거리에 등장한 것입니다. 또 인물들은 모자를 쓰고 정장을 입은 부르주아 남성과 셔츠를 풀어헤치고 캡을 쓴 젊은 노동자, 그리고 하층 계급의 소년을 배치하여 당시의 혁명이 사회 전체적인 지지를 받았음을 드러내고 있죠. 이들의 발 밑에는 이미 쓰러진 시민들의 시체가 쌓여있어 혁명 중에 일어났던 희생을 강조하고 기념하고 있습니다. 자유의 여신 왼쪽의 남자 신사는 들라크루아 자신을 그렸다는 거, 알고 계셨나요?

다음으로 <키오스 섬의 학살>을 보겠습니다. 들라크루아 그림답지 않게 침울하고 어둡고 칙칙한 색채가 그림 곳곳에 뿌려져(?)있네요. 그러나 역시 아이러니하게도 외젠 들라크루아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이 그림은 1822년에 그리스의 키오스 섬에서 일어난 대학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시 오스만투르크의 지배에 있던 키오스 섬에서 그리스인들은 자유를 요구하면서 혁명을 도모했는데, 이를 진압하면서 무고한 양민들을 대량으로 살육한 사건이 키오스 섬의 대학살이죠. 이 사건은 자유주의를 지지하던 유럽의 지식인들에게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들라크루아는 세간의 이목을 끌기 위해 이 사건을 소재로 선택했죠. 그러나 그림에 대한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사건을 대하던 프랑스인의 정서와 달리, 그림은 ‘위대한 그리스인의 해방 투쟁’을 보여주고 있지 않기 때문이죠. 들라크루아는 제리코의 작품 <메두사의 뗏목>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고, 그 영향을 고스란히 작품에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혁명’이라는 정신보다도 ‘재난’이라는 상황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고 할 수 있죠. 재난에 처한 인간 군상을 피라미드 형태로 구성한 것도 제리코의 영향을 읽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비평가들은 그림에서 드러나는 객관적 시선을 불편하게 여겼습니다. 주제 의식과 그림이 들어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졌죠. 비평가 앙토넹 장 그로는 이 그림을 “예술의 학살”이라고 지칭하기도 했습니다. 비난을 사긴 했지만, 들라크루아의 그림은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오른쪽 하단에 그려진, 아이에게 젖을 물린 채 죽어가는 어머니의 모습은 프랑스인의 정서에서 본다면 ‘공화국의 죽음’과 겹치는 상징이기도 했죠. 또한 들라크루아는 영국의 화가 존 컨스터블의 영향을 받아서 독창적인 빛과 색채의 효과를 화폭에 담아냈습니다. 강한 붓놀림으로 색을 겹쳐 칠함으로써, 역동적인 빛의 움직임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죠. 또한, 들라크루아의 화풍보다 볼 수 있죠. 말탄 사람의 옷차림과 말의 모습에서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지 않나요? 전체적인 분위기 역시 프랑스 고전미술과는 거리가 매.우. 멀군요. 그럼 다음 작품 감상해 보실까요.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은 이국적인 분위기의 그림을 선호했던 들라크루아의 모습이 진정으로 나타나 있는 걸작입니다. 외젠 들라크루아가 29세의 나이에 살롱에 출품한<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은 격렬한 주제와 표현으로 큰 화제가 되었었죠. 들라크루아는 이 그림의 주제를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바이런 경의 희곡에서 따왔지만, 그 내용은 전혀 다르게 표현했습니다. 백성을 아끼던 고대 아시리아의 왕 사르다나팔루스가 반란군에게 부당하게 패한 뒤, 고귀하게 장례용 장작더미에 올라갔고 충실한 애첩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는 것이 원작의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들라크루아는 사르다나팔루스가 자신의 명령에 따라 하렘의 모든 애첩과 시동을 학살하고, 애마와 개, 보물 같은 재산까지 모두 파괴하는 것을 바라보는 장면을 상상해 그렸죠. 약간 과장이 심하긴 합니다만.. 오늘날에도 물감이 피 흐르는 것처럼 과장되고 격렬한 색채와 모든 것이 통제를 벗어난 듯한 혼란스럽고 비논리적인 구성이 관람객을 자극하는 이 그림은, 살롱에 출품되었을 당시에 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당시 사람들의 눈에<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은 정적이고 안정된 구조와 절제된 색조를 특징으로 하는 당대 신고전주의 미술의 모든 법칙을 흩뜨려놓는 것으로 보였죠. 많은 이들이 이 격렬한 그림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들라크루아는 심지어 정부의 주문을 받으려면 이와는 전혀 다르게 그려야 할 것이라는 경고를 받기도 했죠.들라크루아는 이 그림에서 다양한 이국적 문화를 혼합해 그만의 언어로 표현했습니다. 그림 좌측 상단에서 사르다나팔루스는 진홍색 천을 깔아놓은 황금 코끼리 머리 장식의 화려한 침대 위에 길게 누워 그가 명한 학살과 파괴의 비극을 바라보고 있죠. 오른쪽 하단에서 왼쪽 상단으로 뻗어가는 대각선 구도와 그림 중앙에서 가장 밝아지는 빛의 효과는 역동적 구성을 강조합니다. 이국적인 분위기가 아름다운 정도를 넘어 소름까지 끼칠 정도의 화가의 능력이었습니다. 침대에 누워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묵묵히 최후를 바라보는 사르다나팔루스와는 대조적으로 공포에 질린 여인과 시종과 말은 격렬한 몸짓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뒤 멀리 보이는 도시와 궁전은 타오르는 맹렬한 불꽃 속에서 모든 질서를 잃어버린 듯 표현되었죠. 왼쪽 하단의 흑인 노예와 말의 어둡고 투명한 색조는 눈부시게 밝은 중앙과 어우러져 그림 전체의 균형을 잡고 있습니다. 질감이 느껴지는 침대와 진홍색 천과 인물 사이사이에 널려있는 갖가지 이국적인 금은보화도 장면의 역동성과 극적인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기능을 합니다. 그림자의 대조와 중간 색조, 빛이 잘 어우러진 색채, 빨강과 흰색, 금빛이 도는 노란색의 풍부한 활용, 과감할 정도로 두껍게 바른 물감의 진동, 눈부시게 빛나는 광택 또한 그림을 더욱 생동감 넘치게 하죠. 빅토르 위고는 이 그림에 대해 들라크루아의 경력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결정적인 전환점이 된 작품이라고 높게 평가한 바 있습니다. 선보다는 색채와 질감을 강조했고, 낭만주의의 구성 요소인 폭력과 저항, 이국주의, 화려함 등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들라크루아는 다양한 신체의 움직임과 자세, 소품, 인물 그룹, 전체 장면의 긴장감, 표현의 역동성과 강렬함의 자발성을 유지하면서도 전체 구성을 진실하게 포착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그는 과거에서 주제를 택하긴 했지만 아카데미의 역사화가 선호하는 그리스-로마라는 주제가 아니라, 당시에 인기 있던 이국적인 동방을 주제로 삼아 작품을 제작했죠. 역동적인 구성과 인물 배치, 격렬한 감정, 근육이 살아 움직이는 신체 표현, 상상과 표현의 유례없는 자유는<사르나다팔루스의 죽음>을 가장 낭만주의적인 그림으로 자리매김하게 했습니다. 설명이 좀 긴가요? 들라크루아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그림이 이 작품이라 생각해 그렇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 그럼 가볍게 다음 작품 보죠.

<토끼를 잡아먹는 사자>와 <어미 호랑이와 장난치는 새끼 호랑이>는 성격이 비슷하여 같이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토끼를 잡아먹는 사자>를 봅시다. 들라크루아의 대표적인 걸작 중의 하나로 꼽히는 이 작품은 사자의 잔인한 얼굴과 사자에게 잡아 먹히는 토끼의 두려움에 질린 눈을 차분하고 단순하며 사실적으로 표현하여 동물화 장르의 가장 뛰어난 수작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북아프리카의 황량한 산들을 연상시키는 굴곡 이 심한 야생의 풍경이 극적인 면을 더욱 강조하고, 그 속에 완벽히 동화된 동물들의 움직임이 시선을 사로잡죠. 이 작품은 금융가이며 산업가인 조르주 토미 티에리에 의해 루브르박물관에 기증되었으며 이 작품을 소장하게 되었을 때 루브르박물관의 관계자들은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프랑스를 위한 그림이 하나 더 늘어났구나!"라고 외쳤다고 합니다. <어미 호랑이와 장난치는 새끼 호랑이>보죠. 앞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자나 호랑이에 대해 애정과 관심이 특별했던 외젠 들라크루아는 그의 전 생애에 걸쳐 40마리 이상의 사자, 호랑이를 그렸습니다. 그 중 루브르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이 작품은 몇 가지의 이유로 들라크루아의 동물화 중에서도 예외적인 작품이죠. 우선 이 작품은 그의 다른 동물 그림들에 비하여 2미터에 육박하는 큰 사이즈가 매우 이례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1831년의 살롱전에서 발표되었을 당시, 비평가들로부터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때 그는 이 작품과 함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역시 발표했는데, 이 작품에 거의 모든 이목이 집중되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죠. 실제로 1830년 7월의 혁명을 주제로 담고 있는 생생한 역사화에 대하여, 혁명을 직접 경험했던 당시의 관람객들이 마음을 빼앗겼던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이 작품이 그의 다른 동물화와 다른 또 하나의 특징은 조심스럽게 주위를 경계하면서 새끼들을 지키는 암컷호랑이가 매우 온화하게 묘사되었다는 점입니다. 들라크루아의 작품에 등장하는 사자나 호랑이는 대부분 폭력이나 잔학함을 상징하는 모티프로서 사나운 맹수의 모습으로 그려졌지만, 그 작품의 호랑이는 그와는 달리 한층 부드럽고 평화로워 보이기까지 하죠. 당시 조각가 바리와 함께 파리 식물원 내의 작은 동물원을 돌아다녔던 들라크루아는 호랑이의 모습을 세심하게 관찰했는데, 특히 호랑이의 몸, 머리, 다리 등의 해부학적 요소를 관찰하여 여러 차례 습작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그의 동물화 속 표현과 묘사는 한층 더 세밀하고 정확해졌죠. 당시 비평가들 중에는 들라크루아가 사람보다 동물을 더 정확히 그린다고 빈정거리는 사람도 있었을 정도로 말이죠.^ ^그는 이후에 자신이 동물화를 통해서 보여주는 색채의 힘에 대한 이해와 고양이과의 동물들에 대한 관심이 과거 판화의 거장이었던 피터르 파울 루벤스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들라크루아가 사자와 호랑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관찰/연구하여 그린 그림임과 동시에 동물의 모습을 온화하고도 웅장하게 표현했다는 것이죠. 지금까지 소개한 모든 작품은 루브르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외젠 들라크루아는 '이름값'을 하는 거장이죠.
3. 기약
네, 오늘은 설명이 매우 길었음을 엄숙히 인정합니다. 그러나, 외젠 들라크루아는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가장 거대한 화가로서, 그를 빼놓고서는, 그의 대표작을 빼놓고서는 서양미술사를 논할 수 없죠. 다음 강의에는 구스타브 쿠르베를 다룰 예정입니다. 이제 낭만주의는 끝났고요, 자연주의의 시대가 강림했죠. 부드러운 작품들이 나올거예요. 관심과 많은 수강/청강 부탁드립니다. 이 화가의 또 다른 작품은.. <격노한 메데이아>, <용과 싸우는 성 게오르기우스>, <알제의 여인들>, <사자 사냥>등이 있습니다. 그럼 다음 강의 때 뵙겠습니다.^ ^

개국621년 8월 3일
훈장 이여송

*사진자료-네이버 미술
*참고자료-<사자 사냥가>
오자, 탈자는 간찰로 알려주시면 사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