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장의] 재회에 관한 자료1

제가 가지고 있는 자료 중에 성균관과 관련한 자료들을 몇 차례에 걸쳐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일일이 워드를 해야하기 때문에 자주 올리지는 못하지만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
성균관 유생들이 최소한 성균관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알고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유생의 자치활동

재회(齋會-학생회)

재회의 임원을 색장(色掌-齋任)이라고 하였는데, 이에는 장의(掌議), 상색장(上色掌), 하색장(下色掌), 각각 2인씩 6인으로 구성되며 그외에 비임원으로 조사(曹司)와 당장(堂長) 등이 있었다.
학생회장격인 장의는 동,서재에서 각 1인씩 2인을 선출하는데, 현임 장의의 추천과 전임 장의들의 합의에 의해 뽑는 소위 간접선거제였다. 전임 장의 3인이 모두 '근실(謹悉)'이라고 써주어야만 후보자 명부(薦冊)에 올라가는 엄격한 천거제였으므로 이를 둘러싸고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즉, 서울 출신 집권층의 자제들에게 많이 배분되는 현상이 생겨났다. 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현재도 학생들의 학업성적의 배경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처럼 조선시대 때도 마찬가지였다. 장의는 자기 방이 별도로 배정되어서 권위를 부여받고 재회발의(齋會發議)나 유생(儒生)시벌(施罰), 유생(儒生)공천(公薦) 등에 관하여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당파에 따른 분배로 파당 조성의 폐해가 생겨나게 되고 권한을 남용하는 사례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영조 40년(1764)에는 재규(齋規)를 개정해 향유(鄕儒) 중에서 4조(四祖)동안 현관(顯官)이 없는 자로 하여금 피선(被選)케 하기로 하였다. 이는 정치적 영향권을 벗어난 재야사림의 공평성을 기대한 탕평책(蕩平策)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그나마 정조 대에 동재의 장의와 색장은 소론 중에서, 서재의 장의와 색장은 노론 중에서 선출하는 것을 정례화시키므로써 남인이 철저히 배제되는 비정상적인 학생회가 되고 말았다.
색장은 상 하색장으로 나뉘어지는데, 동 서재에 상재생으로 2인, 하재생으로 2인 등 모두 4인을 장의에 준해서 선출하였으며, 주 임무는 식당의 도기(到記) 검찰과 문묘의 청소장이었다. 재임은 아니지만 재회시에 서기 역할을 담당하는 조사(曹司)는 좌중의 최연소자로 하였다. 그리고 당장(堂長)은 일종의 최고위원으로서 재회시에, 모인 총 인원수에 따라 1명 내지 7명까지의 적정수를 선출하였다.
재중(齋中)의 모든 공사(公事)는 재회에서 장의의 주재 아래 이루어졌다. 재회의 개최는 수복(守僕)을 시켜 모두 모이게 하고 나이 순으로 북쪽을 상석으로 하여 서향으로 무릎 꿇고 앉는다. 서재청(西齋廳) 위에서 모이는데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쉽게 모여지지 않아 몇 번씩 독촉을 하였다. 집합이 끝난 후에 수복이 장의를 모셔오고 재직(齋直)이 연갑(硯匣)을 들고 앞서서 인도하였다. 수복이 먼저 '기좌(起坐)'라고 구령을 하면 모든 유생들은 다 기립하고, 장의는 유생들과 대립하여 동향하고 서서 상호간에 읍례를 행하고 착석하였다. 색장과 조사가 그 옆에 앉는데, 만일 색장이 없으면 즉석에서 임시로 뽑아 임무를 수행시켰다. 장의가 발의하여 회의를 진행하는데, 옆 자리에 앉아있는 색장에게도 그 내용을 직접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수복을 시켜 전달하는 모양이 우습다. 당장까지 찬성을 하게 되면 수복이 모든 유생들에게 포고 내용을 전달하였다. 대부분 이의 없이 통과되어 안건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특별한 경우 이외에는 유생들의 발언권이 강했던 것 같지는 않다. 더 의논할 공사가 없으면 장의는 '파좌(罷坐-해산)'를 선포하게 되고, 재직은 '파좌 아뢰오'를 삼창하여 유생들에게 환기시키었다. 모두 기립하여 상읍례를 하고 해산하였다. 만일 무단불참하는 유생의 경우는 '도기'의 예에 따라 출재(黜齋)의 엄격한 벌을 내리기도 하였는데, 현직 조사(朝士:공무원)나 서출의 생원 진사는 참석할 수 없었다.
재회는 학생 자치활동을 위해 구성된 학생회로서 비교적 민주적인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상당히 권위적인 구조를 지녔으며 관생(館生)간의 위계서열과 정치적인 파당색의 반영이 큰 폐해를 낳기도 하였다. 비교적 제한적인 자치였으나 때로는 상당한 힘을 발휘하기도 하였다. 재회의 허용은 선비기질의 함양을 위한 국가의 유생 우대 정책의 일환이었으며, 재회는 조정 사회의 축소판이었다고 하겠다.

임원선정과 교체

장의는 장의에 의해 천거되는데, 그가 아는 사람을 천거하여 일찍이 장의를 지낸 자에게 물으면 경력자가 모두 '근실(謹悉)' 2자를 적는다. 그런 후에 천거하는 책에 적어서 뒷날 후보 추천의 바탕으로 삼는다. 만약 한 사람이라도 '근실'을 적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천거를 그르치게 되니, 그 법이 진실로 엄하였다. 그리고 형식적이기는 하지만, 3명의 후보를 만들어 1번에 대해 유생들의 찬성 권점을 받고, 이어 대사성의 인준을 받았다. 그러나 영조 때에 명을 내려 서울의 유생을 천거하지 말고, 시골의 유생 중에 4대조까지 현달한 관리가 없는 자를 천거하여 그를 장의로 삼았다. 정조 때에 비로소 옛 제도를 회복하여 동재의 장의는 소론이 되고 서재의 장의는 노론이 되었다. 또 새로 과거에 합격한 자 중에서 문벌이 있는 자로 각 1인씩 동 서재의 하색장을 삼고, 또 이전에 합격한 자로 각 1인씩 상색장을 삼으니 동 서재의 장의와 색장을 합하여 모두 6인이 되었다. 동 서재에 모두 장의방이 각각 있는데, 장의가 성균관에 들어오면 머물고, 다른 유생들은 감히 들어가 거처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색장은 식당의 검찰도 관장하였다.
장의가 만약 대신할 자를 내지 못하면, 반수(班首:최고령자)가 동재 오른쪽의 첫 번째 방의 청사에서, 재회를 열어 장의를 뽑는데 이것을 동일방공사(東一房公事)라고 하였다. 이는 반드시 일찍이 장의를 지낸 사람을 삼망(三望:3인의 후보)으로 추천하여, '위(爲)'라는 글자를 받는다. 그 후에 그 사람이 곧 들어와 재회를 열고 스스로 교체한다. 이런 순서를 거쳐 교체 받은 사람이 이에 공사를 행할 수 있다. 대개 장의는 반드시 장의의 천거에서 나오기 때문에, 비록 일찍이 장의를 지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또한 이처럼 하였다.
직접 및 간접 선거는 각기 장단점이 있기 마련인데, 현재 대학들의 총학생회장 및 단과대학의 학생회장 선거들은 위와 같은 운영의 묘를 잘 살리고 있지 못한 것 같이 여겨진다.

유벌(儒罰)과 발론(發論)

유벌은 재회의 자치적인 법률이었는데, 이것이 학생회 내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관생에게만 적용되는 데서 끝나야 하는 유벌이 왜 외부에까지 적용되었을까? 사기 진작을 위해 베풀어진 일종의 특권이기도 하지만 한 종파 내에서의 배교자에 대한 출교(黜敎)나 파문(破門)은 큰 효과가 있는 것이었다. 유교사회에서도 마찬가지로 유적(儒籍:靑衿錄)에서 삭제시키면 그 자체가 파문으로서 명예를 되찾기가 어려워지며 후배 집단으로부터 당했다 하여도 그 영향은 매우 큰 것이었다. 대표적인 유벌이 유적에서의 삭제인데, 광해군 때 정인홍(鄭仁弘)이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과 퇴계(退溪) 이황(李滉)을 문묘에서 출향(黜享)시키자는 상소를 올리자, 그를 성균관의 청금록(명부)에서 삭제한 것은 유명한 일화였다. 유벌의 시행과 해제는 대사성과 국왕도 간섭하기 곤란한 일이었다. 그러나 현직 관리의 삭적(削籍)은 아무래도 문제가 있다고 하여 숙종 때부터 논란이 되다가 영조 때에 <속대전(續大典)>에서 금지규정을 둠으로써, 학생회의 활동을 위축시켰다.
유벌을 결정하기 위해 재회를 열때는 조사(曹司)가 붓을 들고 수복이 벌지(罰紙)를 앞에 펴고 벼루에 먹을 갈고 대령하면 장의가 벌명을 부른다. 재생의 죄가 크면 '영삭부황(永削付黃:이름을 黃紙에 서서 큰 북에 붙이고 행진하며 黜齋시키면 영구히 복교시키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조치), 그 다음은 영삭(永削:영구히 복교할 수 없다는 통보조치)', '영손(永損:일종의 출석정지)' 순으로 죄의 정도에 따라 결정(擧袖)한다. 죄목은 여덟자로 하되, 다 쓴 다음에 색장과 장의가 대상자와 죄명 아래에 화압(花押:서명)하고 수복을 시켜 게시판으로 활용되는 서일방(西一房) 외벽 위에다 붙인다. 대사(大事)면 식고(食鼓)를 갖다가 재직이 북을 치면서 반교(泮橋)가 떠나가도록 죄인의 이름을 외치고 뒤를 따르게 하며 추방한다. 최고로 불명예스러운 엄중한 출재로서 나머지 관생들을 경계시키는 행위였다. 일종의 자치적인 퇴학으로서 학생법정의 전말이 대사성에게 보고되어 공적인 효능이 인정되었다. 소사일 때는 경고로 하되, 수복은 그 곡절을 대사성과 재임에게 아뢰었다. 해제할 경우에는 벌지를 떼다가 조사로 하여금 지우게 하고 해당자에게 구두로 전한다. 아주 가벼운 벌칙들은 제생발론(諸生發論)을 통해 하는데, 식당에서 수복을 불러 당장에게 전해 인정(停當)을 받으면 모두에게 알려 실시할 수가 있었다. 즉 상재생이 하재생을 과실이 있는 경우에 벌을 줄 수 있었는데, '기일식손(幾日食損:식당출입금지)'을 논의하여 재임의 승인을 거쳐 시행되었다. '기일식손'이 많아지면 출재시킬 수도 있었으며, 그것이 결정되면 그 기간동안 식당에 나오지 못해 원점을 획득하지 못하였다. 출재가 생겨서 결원이 있게 되면 다른 유생을 받아들일 수가 있었다.


개국 611년 7월 31일
成均館 掌議 制炎堂 李東珍 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