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학당] 특강 "의왕 이 강"

        [지상학당] 특강 "의왕 이 강"


   [들어가면서]
   지금 조선황실의 후예인 전주이씨 대종약원은 총재로 이구씨를 모시고 있습니다. 이구씨는 영왕의 유일한 혈육으로 방자비와의 사이에 태어난 분이십니다(종묘대제에서 제주인 황제역을 이 분이 하시죠).

   안녕하십니까? 충청도민 여러분 그리고 사조백성 여러분. 지상학당 훈장 이휘입니다. 지금 조선황실은 대가 끊긴 것으로 보입니다. 고종황제의 장남이신 순종황제는 한 점 혈육없이 승하하셨고, 그 뒤를 이으신 영왕 이은 전하께는 이구씨라는 아들이 있지만 이분께 후사가 없으니 그 대가 끊긴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조선황실은 완전히 대가 끊긴 것일까요? 아니지요. 바로 의왕전하의 후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조 처음화면에 종묘대제가 있으니 참석하시라는 관리자님의 공고를 보고 문득 의왕에 대하여 특강을 하여야겠다고 생각되었는데, 마침 시간도 되고 해서 잠시 의왕전하에 대하여 알아 보고자 합니다.
의왕(일본식 이름 의친왕)은 고종황제의 제2남이고, 영왕(영친왕)의 형님이십니다. 바로 윗형 순종황제께서 후사가 없음으로 다음 황태자는 당연히 의왕이 되어야 했지만 바로 밑 동생 영왕이 책봉되자 평생 울분과 불운속에서 살다 가게 됩니다.

   [의왕의 어린시절]
   의왕은 명성황후 민씨가 살아있을 때 궁인 장씨의 몸에서 태어났습니다. 장씨는 황후 민씨가 무서워서 임신을 하자마자 궁 밖 외삼촌집으로 나가 숨어 지내며 의왕을 낳았다고 합니다. 고종의 명으로 몰래 궁궐에 들어와 살던 의왕과 장씨는 의왕을 낳은지 반년만에 이 사실을 눈치챈 황후 민씨에게 다시 내쫓김을 당하게 되는데, 그 후 얼마안가 장씨가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의왕은 생후6개월만에 어머니를 여의고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일개 왕자로서 외톨이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황후 민씨가 승하한후 왕세자 책봉이 있을때 어머니 장씨가 살아있었더라면 의왕이 순서대로 왕위계승자가 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의왕에게는 생모가 없고, 영왕은 생모 엄비가 고종의 총애를 받으며 세력을 부리고 있었으므로 영왕이 왕세자로 책봉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의왕은 1877년생으로 영왕보다 20살이나 많았습니다. 불우한 환경에서 소외된채 자라고 어린동생에게 왕위도 빼앗긴 의왕은 좌절과 한을 풀기 위해 술과 기생들 속에서 살았는데 한국과 일본에 무려 30여명의 자녀를 두었다고 합니다.

   [의왕의 자녀들]
   고종황제는 정비인 명성황후 민씨외에도 귀비 엄씨(영왕생모), 귀인 양씨(덕혜옹주 생모), 궁인 장씨(의왕 생모), 궁인 이씨(완화군 생모),광화당,삼축당,보현당등의 후궁을 두었습니다.
의왕은 민씨가 시해당하기 2년전인 17세 된던해 김숙(金淑)이란 여인과 결혼한 것을 필두로 정씨, 김씨,홍씨등 기록에 나타난 부인만도 18명이나 되고, 자녀의 수만도 28명이었습니다. 어떤사람들은 30명이 넘을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78세로 사망하였을 당시만 해도 2세된 어린아들이 있었다니 맞는 얘기가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이많은 의왕의 자녀들 중 왕실족보에 오른 자녀는 둘째부인 정씨의 소생인 이 건(李鍵)공, 셋째부인 김씨소생인 이 우(李遇)공과 이건공의 아들 충(沖)과 기(沂)뿐입니다.

   [의왕의 젊은시절]
   그러나 의왕은 그 인물이 조선왕족중에서 제일 뛰어나다 할 만큼 출중한 미남이었고 머리도 영민하였습니다. 성격도 호탕하였고, 대범하였으며, 풍류를 즐기는 멋장이였습니다. 일본인에게도 바른말을 잘해서 옆에서 보는 사람들까지 속을 후련하게 해주었다고 합니다.
고종도 이 아들에게 미안하고 애처로운 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고종 31년(1894) 특명대사 자격으로 일본은 물론 유럽 여러나라들을 순방하며, 개화된 문물을 익히게 하였고 1899년에는 미국에 보내 영어를 배우고 정치를 공부하게 한 뒤 1900년에 의왕으로 봉하였습니다.
1904년 일본유학생이던 장호익,김흥진,권호선등 15명이 외세에 대한 독립을 위하여 고종과 황태자 순종을 폐위시키고, 27세의 의왕을 옹립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개화파와 함께 새정부를 만들고자 하는 정부전복음모를 꾸몄습니다. 그러나 이 일은 사전에 발각되어 마침 한국에 와있던 장호익은 역적으로 처형되었고, 의왕은 입장이 난처하게되었습니다. 의왕의 딸 이해경여사가 저술한「나의 아버지 의친왕」에는 의왕의 구국의지와 연관된 잘 알려지지 않은 여러 사실들이 상술돼 있는데, 의왕은 한일합방 전부터 열네번이나 일제에 살해당할 위협을 겪었고, 1909년 10월 경남 거창군의 우국청년들과 접촉해 사선대 일대를 사들여 의병의 근거지로 삼으려다가 탄로나 일본헌병에 호송되다시피 서울로 돌아온 경우도 있었다고 적고있다.

    [의왕의 상해망명시도]
   좌절과 울분에 싸여있던 의왕은 1923년 임시정부가 있는 상해로 탈출하려다 실패한 일이 있습니다. 당시 상해임정은 조선에 밀사를 파견해서 독립운동에 필요한 자금을 모금해다 썼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경계가 점점 심해져 밀사들이 체포되는 일이 많아졌고, 자금도 점점 줄어들자 국내의 저명인사를 끌어내다가 국내외의 주위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게 되었습니다. 그에 호응하여 국내에서는 전 협, 정남용, 황 옥등이 비밀항일 단체인 대동단을 결성하고, 첫 계획으로 구한국의 대신으로 일본의 남작작위를 받은 김가진을 상해로 망명시켰습니다. 김가진은 한일 병합때부터 비록 남작이 되기는 했지만 기골이 있는 사람으로 양심의 가책을 못이겨 괴로워하다 중학생인 아들을 데리고 상해로 탈출한 것입니다.
이로써 임시정부는 더욱 활기를 띄게 되었고, 전 한국의 대신이요 일본의 남작까지 된 사람이 일제의 학정에 못이겨 상해로 망명하였다는 기사가 전세계에 보도되어 상해임시정부의 비중은 더욱 커지고 일본의 입장은 아주 난처해진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탈출하려던 사람이 바로 의왕이었습니다. 그는 1923년 11월 밤중에 궁궐을 빠져나와 처남인 김춘기와 함께 상복차림을 하고 방갓으로 얼굴을 가린채 상해를 향해 출발을 하였습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열차 3등칸에 몸을 싣고 만주 안동현까지 갔으나 일본경찰에게 발각되어 서울로 되돌아 왔습니다. 의왕은 왕족이었으므로 처벌받지 않았으나 대동단은 해산되고 많은 사람들이 체포되게 됩니다. 이 사건은 일본 조야에서도 큰 문제가 되었고, 일본은 의왕을 동경으로 데려와 1924년 1월 8일 대훈위국화대수장(大勳位菊花大綏障)이란 것을 수여하였습니다. 사실상 의왕을 일본에 붙잡아 놓고 엄격하게 감시를 하기 위한 것인데 의왕에게 훈장을 수여한다고 데려와 감시하는 한편 의왕을 달래려고 한 것입니다.

    [잘생긴 의왕]
   1929년 총독부에서 주최한 조선박람회의 개회식에 사이토총독등 많은 일본인과 한국인,외국사절등 수천명이 참석하여 경회루에 모였습니다. 이 날 단상에는 사이토 총독을 중심으로 왼편에는 의왕 오른편에는 일본 황족을 대표해서 강인노미야(閉院宮)가 앉아 있었습니다.
이 강인노미야는 영국의 왕족 콘노트와 함께 당시 세계왕족 중에서 가장 잘생긴 사람으로 유명하엿습니다. 그런데 단상에 나라히 앉은 것을 보니 의왕의 얼굴은 달덩이 같이 환하고 기품이 있어 보이는 반면 강인노미야는 얼굴의 윤곽은 잘생겼으나 가무잡잡하고 빈약한 것이 의왕과 비교가 되지 않앗습니다. 어구나 개회식이 파해서 일어설때에 강인노미야는 훤칠한 키의 의왕 이강 전하의 어깨 밖에 닫지 않을 정도로 초라했습니다.
이날 참석한 조선사람은 일본의 미남을 압도한 의왕의 늠름한 모습에 부척 자랑스러워 했다고 합니다.

   [의왕과 닮았던 이우]
    의왕은 아들들 중에서 매사에 일본에 순종적이었던 장남 이 건공을 무척이나 싫어 하엿습니다. 그래서 장남 이건공에게 내눈앞에 얼쩡대지 말고 일본으로 가서 살라고 내쫓을 정도 였습니다. 대신 가장 사랑하였던 셋째부인 수인당 김씨가 낳은 둘째 아들 이우공을 무척이나 총애하였습니다. 다른 황실의 왕자들처럼 일본육사를 졸업하고, 일본군의 고위장교로 복무하던 이우는 그 기상이 아버지 의왕과 똑같이 닮았었다고 합니다. 일본군의 장군이면서도 공공연히 조선의 독립을 주장하였고, 다른 황실의 자녀들이 일본여자와 결혼하는데 비해, 일본 정부의 철저한 방해를 4년간의 투쟁끝에 물리치고, 조선여자인 박찬주여사와의 결혼을 관철시킬 정도로 자존심도 강한 인물이었습니다. 대원왕(흥선대원군)가의 종손으로 양자입적한 이우는 조선황실의 희망이었고, 의왕의 희망이었으나 1945년 8월 6일 나가사키 원폭투하때 불행하게도 34살의 아까운 나이에 운명하고 맙니다. 패망하는 일본을 예언하고 조선황실의 복원을 꿈꾸던 이우공의 죽음은 의왕의 일생에 가장 커다란 한을 남기고야 맙니다.

    [해방후 의왕]
해방후 좌우익의 틈바구니 속에서 온갖 구설수에 휘말려 마음의 병을 얻은 의왕에게 이승만은 또다시 비수의 칼을 꽂게 됩니다. 이승만정부는 구황실재산 관리법이라는 것을 만들어 황실소유의 모든 재산을 국유화하여 의왕의 생활은 더욱 곤궁하여 졌고, 이승만의 황실견제로 생활고와 함께 그 울분은 더욱 커져 갔습니다. 결국 생활비 때문에 거대한 저택 사동궁(현 안국동 종로예식장 자리:의왕궁) 을 매각할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6.25전쟁이 나자 정부의 도움없이 피난길에 오른 의왕은 사동궁에서 함께 살던 마지막 아내 궁인 홍씨와 자녀 이석씨(비둘기집을 부른 가수)등 어린 3남1녀와 함께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가다 중요한 짐보따리를 모두 도둑 맞게 됩니다. 부산에 정착한 의왕은 생활비가 없어 아내 홍씨가 동래시장에서 떡장사를 하는 것으로 연명하는 비참한 생활을 합니다.
1.4후퇴때는 미군들이 윤대비와 함께 의왕가족을 부산까지 피난시켜 동래의 포교당이란 절에 의지하였습니다.

    [비운의 의왕]
   왕자로 태어나 생활비를 벌거나 경제적 활동을 해 볼 기회를 가지지 못하였던 의왕은 6.25후 더욱 무능한 가장이 되었고, 황실의 잘못으로 나라가 망하였다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과 이승만의 철저한 견제로 마음의 병만 깊어갔던 의왕은 결국 1955년 8월 17일 78세의 나이로 카톨릭에 귀의한채 한많은 세상을 떠납니다. 명동성당에서 치루어졌던 의왕의 10일장에는 “임금님이 돌아가셨다”며 백립을 쓴 시골유생들이 흰옷을 입고 엎드려 통곡하는 대열을 지나 화양리에 묻혔다가 다시 벽제로 이장됩니다. 그리고 의왕이 여러부인에게서 나은 자식들은 이후 각자의 살 길을 찾아 뿔뿔히 흩어져 곤궁한 삶을 살게 됩니다.

    [맺음말]
   의왕은 조선의 왕자로서, 그 독립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영왕이 조선의 황태자로서 일본에 볼모로 끌려 간 후 일본의 감시망이 허술한 틈을 타서 많은 활동을 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날수록 일본의 견제와 회유에 굴복하는 듯한 행동을 보이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 강인한 기상을 그가 더욱더 힘차게 펼쳐나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인물입니다. 다음에는 또다시 특강시간을 내서 의왕의 자녀들의 현재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