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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 제17차 과거 문과 응시

<<시제>> : 고려 최대의 위기의 가운데에 서있는 외침 중에 매번 승리할 수는 없었지만, 그 전쟁 중 가장 크게 얻은 성과라고 한다면 거란(契丹)과의 투쟁을 통해 얻은 강동 6주(江東六州)라 하겠다. 몽고의 2차 침입 당시에 고려의 문신 서희(徐熙)는 거란의 장수 소손녕(蕭遜寧)과 만나 협상 중 탁월한 외교력으로 외장(外將)을 설득시켜 침입을 막았을 뿐만 아니라 당시 여진(女眞)의 주거지였던 강동 6주 또한 되찾을 수도 있었다. 응시자는 본인이 당시의 서희라고 생각하고, 그 시대의 국제적 상황을 고려하여 소손녕을 설득할 수 있는 답안을 제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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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본래 정치가 그러하여...

소신 책문을 지어 아뢰옵니다.

본래 정치라는 것이 정반합의 구조로 발전하여 가는 것입니다.
正만 있어도 독선이 되기 쉽고, 反만 있어도 독재로 치닫기 쉽습니다.
그러나, 진정, 국익을 위한 정이요, 국익을 위한 반이어야
그 대립이 발전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조선은 그러하지 못했습니다.
정치 노선이 일치하는 신하들이 당을 만들어 서로의 정책에
반론을 제기하고 그로써, 상대 당의 독주를 막고,
정책에 균형을 가져 오는 역할만 하였다면 발전하는 정치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조선의 붕당은 정책 노선을 달리하는 상대당을
핍박하고, 협박하고, 중상 모략하여,
수많은 선비를 죽음으로 몰아갔던 사화를 일으킴으로써,
정치의 퇴보를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이리하여 영조대왕이 탕평책을 내어
붕당 정치를 타파하려 하였지만,
이는 정반합 중에서 正 하나만 두겠다는 발상에 지나지 아니하였던 것입니다.
정이 있으면 반드시 반이 생기는 것은 정치의 본질입니다.
그러한데도, 자연스레 생기는 정상적이고, 정당한 反 조차
탕평이라는 이름으로 몰아가고 말았으니,
반론이 있는 사람이 반론도 제기하지 못하고 불만만 가슴속에 가득히 쌓이는
형국에 이르고 만 것입니다.

이러하니, 영조대왕이 죽은 뒤에
다시 붕당이 일어났음은 당연지사입니다.

지금 우리 나라에서도 이 점을 본받아,
탕평의 정책을 하기 보다는 정반합의 바른 정치를 할 수 있도록
행정적으로,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정비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반론이 있을 때는 정당한 반론인지,
반대를 위한 반론인지를 명확히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감시 기관도 두어야 하겠습니다.

이리할진댄,
우리 나라의 정치는 정반합의 탄탄한 바탕 위에서
억겁의 세월 동안 역사를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황제폐하께서는
이 점을 살피시어 만대에 빛나는 명군이 되소서.

책문을 마치고자 합니다.

이순지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