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조/정랑] <계본> 재판 참여 독려 방안에 대하여

행형조정랑 신 정태수, 재판 참여 방안에 대하여 계본을 올립니다.

본래 재판은 소송의 목적이 되는 성질에 따라 민사, 형사, 행정 세 가지로 나누어 지는데, 아조의 경우 민사와 형사 재판이 대부분이며 변호인은 별도의 자격 부여 없이 공고를 통해 모집하다보니 시기와 상황에 따라 지적하셨던 바와 같이 1명의 변호인이 여러 재판을 맡은 경우가 많았사옵니다.

이에 전임 형조 수장이었던 예조판서 한명회는 판사나 검사를 대부분 맡게 되는 관원을 위한 지침은 있으나 아무런 지식이 없는 백성이 변호인으로 재판에 참여하는데는 지침이 없음을 지적하여 재판의 절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별도의 문서 제작을 제안하였습니다. 또한 지방 감영과 협의하여 모의 재판 행사를 통해 가상의 사건에 대해 백성들이 자유롭게 댓글을 다는 형식으로 모의 변호 행사를 제안하였습니다.

위 두 안이 변호에 대한 백성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면, 신은 백성들이 변호에 좀 더 관심을 두는 방안을 강구해 보았사옵니다. 첫째는 율학청의 개청이옵니다. 현 율학청은 개국620년 이후로 운영되지 않고 있으며 활동하는 관원 수 등에 비추어 볼 때 개청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법전 시행에 있어서 전문적인 실무와 교육을 맡았던 기관인 만큼 취지에 맡게 초입사 관원을 단기간 율학청에 배속하여 관련 업무를 익히게 한다면 법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둘째 변호인에 대한 특전이옵니다. 변호를 맡았던 횟수를 확인하여 일정 횟수를 달성한 백성에게는 무품인 경우 율학청 관원에 배속하여 실무에 종사하도록 하고, 유품인 경우 평점 가산 등의 보상을 통해 유인하며, 관리단과 협의하여 업적 달성 항목으로 넣는 것도 변호인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생각하옵니다.

신이 생각하건데, 위 4가지 모두 고려 대상이 될 수 있으나 시급한 건 백성들이 당장 변호에 나설 수 있도록 절차나 제도를 강구하는 것이니 변호인이 되는 과정과 절차를 담은 문서를 제작하는 안과 모의 재판 행사 시기 방법 등을 형조 업무 지침에 명문화하는 안을 우선 시행하는 것이 어떻겠사옵니까?

아울러 형조의 수장을 맡은 지 두 달이 되어서야 상께서 분부하신 하교를 이제야 받든 신을 벌하여 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