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홍봉한
[사간원/대사간] <차자> 행승문원정자 이승민이 졸한 건에 대하여
사간원대사간 신 홍봉한, 행승문원정자 이승민이 졸한 건에 대하여 아룁니다. 행승문원정자 이승민은 이조의 적절한 절차를 거쳐 문관 인사 계본에 행경기도검률로 의망된 자입니다. 지난 4일 계본에 전하께서 수망으로 인선한다는 비답을 내려주셨기로 10일 인사 사령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8일 돌연 졸하였으니 이 무슨 황당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행정자 이승민은 행검률로 삼는다는 전하의 어명을 거역한 것이 되었으며, 관원의 직분을 다하지 않고 졸하였으니 이를 어찌 국록을 받는 신하의 충성된 도리라 하겠습니까. 지방관 부임 의사를 밝힌 후 인사안이 어전의 재가를 받았을 뿐 아니라, 지난 2일 예조에 등청하여서는 "이직 후 바빠 정신이 없다 보니 아조에 들를 여유조차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업무에 복귀하겠습니다."라고 하였는데,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갑작스레 졸하여 조정 사무에 혼란을 초래하였으니 이는 조정을 기만한 것입니다. 이조에서 아뢴 바와 같이 인사행정절목에 현직 관원 사망 시 예하 관원은 2품을 강등한다는 규정이 있고 이미 규정대로 처리하라는 비답을 내리셨습니다. 하오나 신이 감히 생각건대 조정에 끼친 해악을 본다면 규정대로의 강등 처분은 오히려 가볍게 여겨집니다. 행정자가 스스로 지방관 체직 의향을 밝혔고, 그 인사안이 재가가 났으며, 업무에 복귀하겠다 공언한 자가 돌연 졸하였으니, 조야의 당혹함이 이루 말할 수 없으며, 실로 조정에 있어서는 안 될 참담한 일입니다. 개국626년 7월 당시 사헌부지평 강건이 졸하였을 때 전하께서 "소임을 맡긴 상황에서 사망하였으므로 의례적인 품계 강등 규정만 적용할 수 없다. 추탈하라"는 비답을 내리셨으니 강등 처분으로만 그칠 일은 아니라 사료됩니다. 이에 행정자 이승민을 추탈하시어 본을 세우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형벌의 남용은 경계해야겠지만 조정에 죄를 지으면 죽어서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는 법을 세우지 않는다면 장차 그 누가 경계로 삼겠습니까. 지난 개국623년 문관인사 등에 대한 계목에 전하께서 비답하시기를 "유품자 사망 시에 품계를 강등하는 것은 직무를 맡은 관원이 갑자기 사망할 경우에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라고 하셨으나 지금의 일은 단지 품계 강등으로만 경계하실 일은 아니라 사료됩니다. 이에 보다 중한 법으로 다스리시길 청합니다. 아울러 아룁니다. 행선공감첨정 겸한성부서윤 권준우가 관직을 내걸고 행정자 이승민의 부고를 알리는 빈소를 차렸습니다. 신의 생각으로는 행정자 이승민은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조정의 죄인입니다. 헌데 빈소를 열어 추모하는 것이 가당키나 하겠습니까. 개인 자격으로 빈소를 열어 고인을 추모한다고 하여도 염려스럽다 할 것인데 하물며 공직 신분으로 그리한다면 어찌 되겠습니까. 행첨정 권준우는 선공감과 서윤의 직을 내걸고 공직의 신분으로 빈소를 열어 조문을 맞이하니 이는 자칫 관을 대표하는 것으로도 비칠 수 있어 심히 염려스러운 일이 아니라 할 수 없습니다. 다만, 관할 구역의 백성이 사망하여 그를 기리고자 하는 뜻만은 신도 논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징계할 일은 아니라 사료되니 엄히 신칙하여주시길 청합니다. 신의 간언이 불경처럼 보일까 노심초사이오나, 간언은 곧 간원의 직분이니 어찌 숨기거나 꺼리며 말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부디 살펴주시길 청합니다. 삼가 하교를 기다립니다. 개국634년 12월 11일 사간원대사간 신 홍봉한
|
http://www.1392.org/bbs?sajor02:10627  
|
| 
|
![[1]](./data/board/member/img/1/i_4c550ebf03.gif "[1]")
국왕
634('25)-12-11 13:15
|
사망 사유에 어떤 곡절이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그 심정을 어떻다고 단정하기 실로 어려운 일이니, 무엇을 근거로 '조정의 죄인'이라고까지 하겠는가. 재직중 무책임한 유고를 경계하기 위해 품계 강등 제도를 두었으니, 통상의 경우에는 그러한 규례대로 적용하면 될 일이다. 지평의 사례을 말하였지만, 그 지위가 참상에 사헌부 중직이고 앞서 특별히 종중추고(從重推考)를 명하였던 소임이 있었기 때문이므로 이번 일과 비교할 수 없다. | |
|
강준영
권준우
정예림
정환유
홍봉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