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誠懿] 지민정기(知旼亭記)
 |  |  |  | 지민정기(知旼亭記)
비밀정원 개설 10주년을 맞이하여 모임 차원에서 대대적인 공간 중수를 계획한다는 소식을 접하였다. 이에, 현재의 소정(韶亭)도 중수하고 이름도 지민정(知旼亭)으로 개칭한다. 이는, '옥돌의 아름다움과 온화함을 아는 정자(亭子)'를 함의한다.
그렇다면 옥돌은 무엇인가. 옥돌(珉)은 그 은근한 색감과 고아(高雅)한 분위기가 주변을 온화하게(旼) 하는 멋이 있다. 이러한 옥돌의 자태를 보며 옛사람들은 옥돌을 귀하게 여기고 아꼈던 것으로 짐작해 본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옥돌을 대신할 다른 영롱한 보석의 등장으로 옥돌의 관심이 자연스레 사람들에게서 사그라들게 되었다.
여조(麗朝)의 *익재(益齋) 선생은 운금루기(雲錦樓記)에서 산수의 경치가 꼭 멀리 떨어진 곳에만 있지 않고 생각보다 가까이 있고 쉽게 갈 수 있어도 아는 이가 드무니 이는 사람들의 마음과 시선이 자연의 풍광보다 세상의 일에만 있음을 말하였다. 아, 익재 선생의 이 일언(一言)이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그렇기에 옥돌은 나에게 멀리 있던 것이 아니었다. 단지, 나의 마음이 다른 곳에 있어서 옥돌에까지 시선이 닿지 못해 옥돌의 아름다움을 지나치고 있었다. 하물며, 지민정(知旼亭)은 비원(秘園) 내에서도 경치가 아름다운 유승호(惟承湖) 가에 위치하였던 소정(韶亭)을 중수하여 지은 정자(亭子)인데 이를 바로 보지 못한 나의 실책이라 하겠다.
이제 소정(韶亭)이 지민정(知旼亭)으로 중수되었다. 비원의 은근함과 고아함은 지민정(知旼亭)으로부터 시발(始發)되어 앞으로 비원이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하길 바라면서, 지민정(知旼亭) 입구에 공동 정주(亭主) 유지민(劉知珉), 김민정(金旼炡)의 존영(尊影)을 둔다. 을사년(乙巳年) 중춘(仲春) 하순(下旬) 성산 이운 운군 쓰다. |  |  |  |  |
*익재(益齋): 고려 말 유학자, 문신 이제현(李齊賢)의 호(號)
공동정주(亭主) 유지민(劉知珉)_右, 김민정(金旼炡)_左 존영(尊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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