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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선안] 종이꽃 제20편
내사 애달픈 꿈꾸는 사람 내사 어리석은 꿈꾸는 사람 밤마다 홀로 눈물로 가는 바위에 있기도 기인 한밤을 눈물로 가는 바위가 있기도 어느날에사 어둡고 아득한 바위에 절로 님과 하늘이 비치리요. 서재 안에 경빈이 책을 보며 웅얼거린다. <청록집>이라는 시집 안에 있는 시 중 하나인 <임>이다. 원조가 들어서는 걸 모르는 듯 경빈은 책 안의 망망대해에 헤어 나오지 못한다. 서재 문 앞에 드리워진 발을 걷어 올리고 원조가 들어선다. “경빈이.” 웃으며 원조가 불렀다. 그러자 멈칫 놀라는 게 아닌가. “오빠가 여긴 어쩐 일로.” “네가 이곳에 자주 드나든다는 소문이 있기에.” 원조는 흐뭇하게 누이동생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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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