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淡齋] 사조 최초 군면회오프 후기
* 파란색으로 된 부분은 故강동엽(묵세휘)님이 덧붙인 후기입니다.
작년에 군입대 한 박찬님(실명이 아니기에 사조명을 밝혀도 군법에 하등의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을 면회하고자 했던 것은 꾀 오래 전부터 마음을 먹었던 일이었습니다만 본격적으로 날짜를 잡고 무엇을 선물할지 고민했던 것은 12월 경 부터였습니다. 박찬님께서 운이 좋게도 서울 근교로 자대 배치를 받은지라 가는데 문제는 없었습니다. 다만 초행길이라 잠시 내리는 역에서 30여분 정도 헤매었고 또한 역에서 내린 후 마을버스를 타야 했는데 마을버스를 한번 놓치게 되면서 또 기다렸다 가는 것만 30여분 정도 지체되었습니다. 원래는 2시에 故강동엽(이하 엌님)님과 김관님을 만나기로 했다가 혹시나 길을 헤맬까 싶어 30분을 앞당겨 1시 30분에 만나기로 하였는데 정말 시간을 앞당긴 것은 잘 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김관님께서는 전날 철야근무(라고 쓰고 회식이라고 읽는다.)를 하신지라 함께하지 못하셨습니다. 사실, 1시 30분쯤에 모이면 그 곳에 3시에 도착할 거라고 예상하였고 또 군필자 사조 분들께서 대게 면회는 5시까지라고 하셔서 2시간 정도 면회하면 충분하겠다 생각했는데 위에서 말한 것처럼 다소 헤매다 보니 도착 시간은 거의 3시 20분 정도 였고 후에 대화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면회시간은 4시 30분까지였더군요. 어쩐지 버스타고 올라가는데 사람들은 다들 내려오더라구요.
→ 제 전생인 강동엽 때에 속했던 천의명가 사람들 중에서 저를 제외하고 랑님과 나름 가장 친분이 있는 찬이의 면회는 스펙터클했습니다. 저나 랑님이나 면회라고는 처음 가보는 사람들이었으며 예상과는 너무나도 다른 이동 경로, 이동 시간, 인원이었기에 말이죠. 가는 대로 오순도순 이야기를 하면서 이동을 했지만 머릿속에는 각각 '아... 늦었다'가 가득했죠. 심지어 '이미 찬이가 포기했을 것이다.'라는 생각까지 들었죠. 나중에 사실로 판명됬지만..... 모든 것은 사람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준 면회행이었습니다.
국군수도병원에 도착 후 저와 엌님은 면회가 처음이었으므로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나 싶어 고민을 하였습니다. 위병소에 있는 군인 아저씨들은 뭔가 무섭고 포스가 느껴졌기에 병원 안으로 들어가 환자 면회를 안내 받는 곳에 한번 물어보기로 하였습니다. 다행히도 환자 면회를 안내 받는 곳에서 함께 그 곳에서 근무하는 군인들 면회도 함께 안내 받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처음에 면회를 가면서 박찬님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국군수도병원에서 근무한다는 것과 그 분의 본명만 알고 있었으며 계급이 어떻게 되는지도 몰랐기에 혹시라도 면회를 신청하는데 문제가 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병원이 유독 시스템이 편리하게 되어 있는 건지 아니면 다른 부대들도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전산화가 잘 되어 있어서 바로 해당자의 본명만 알아도 되더군요. 사실 박찬님의 본명이 매우 특이하여 동명이인은 없을거라 생각했지만 혹시라도 동명이인이 있다면 계급이라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매우 고민했었습니다. 그래서 혹시라도 그러면 이등병 정도 아니겠느냐 싶었는데 안내 받는 분이 마이크에 대고 “박xx 일병-” 이라고 하시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알고보니 이제 거의 절반정도 군복무 하였으며 후임들도 있고 또, 군번도 잘 풀려서 부대 내에서 짬도 높은 편이라고 하더군요.
→ 국군수도병원에 도착은 했는데 어찌해야 할지.... 더욱이 질문을 하고 싶은 헌병분의 포스는 정말 장난이 아니더군요. 제 주변에 헌병으로 근무하시다 제대하신 분들은 저렇지 않는데.... 역시 현역으로 군생활을 하는 분들의 위엄이란. 포스에 눌리고 정신이 없던 저와는 다르게 임랑님은 특유의 지혜로움으로 어떻게 찬이를 만나야 할지 머릿속으로 구상을 마치신 상태였고 저는 그저 랑님의 안내와 인도를 따라 졸졸 따라다니기만 했습니다.
3분? 정도 기다렸나, 별로 기다린지 오래 안되서 멀리서 체격이 조금 있으신 어떤 분이 내려오더군요. 멀리서 봐도 박찬님이었기에 저와 엌님은 “박찬이다.”라고 하였는데 보자마자 살이 쪘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_-; 턱선이 사라졌고 얼굴에 살이 좀 붙었으며 몸집도 커진 것 같더군요. 대게 군생활이 힘들어서 살이 빠진다는데, 심지어 슈주에 강인도 살이 빠졌던데 어째서 이 분은 살이 찐 것일까요. 군생활이 힘들 것 같아서 만나면 이것저것 다 사주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막상 보니 정말 찬님이 말하신대로 정말, 진짜로 다소 편한갑다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음... 그랬습니다. 아무튼 바로 1층에 먹는 곳이 있어서 거기서 찬님이 고른 메뉴인 콤비네이션 피자 라지를 시켰습니다. 음료는 따로 시키더군요. 심지어 리필도 안되더군요.
→ 군대를 가서 살이 찌다니.... 일반적인 부대보다는 다소 편하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살이 찐 것을 보니 찬이가 얼마나 군생활을 편하게 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봤자 군대긴하지만요) 보자마자 '살쪘다!!'를 외치고는 먹고 싶다는 피자를 사주었습니다. 정말 더럽게 비싸더군요. 라지가 별로 크지도 않고 맛도 그닥이고.... 병원 내에 있는 거니 어쩔 수 없기는 하지만 가슴이 아팠습니다. 피자를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죠. ㅋ (면회를 포기하고 부르마블하면서 본격적으로 놀려는 찰나 저희가 왔다며 웃더라고요 ㅋ)
음식을 주문하고 저와 엌님과 찬님은 그간 밀린 회포를 수다로 풀었습니다. 군대이야기도 했고 사조 이야기도 했습니다. 군대 이야기의 경우 엌님은 아직 미필자고 저 또한 평생 미필자일 예정이기에 군 생활이 너무도 궁금하여, 특히 병원에서의 근무가 너무 궁금하여 주로 병원에서는 군인이 어떤 일을 하는가에 대해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주로 장례식장에서 일을 하신다고 하는데 평균적으로 한 달에 5번 정도 장례가 있다고 하더군요. 3일 밤낮을 꼬박 새고(그런데 이게 5번 정도라 하니 한달 중 절반인 셈) 또 시신 염도 직접 군인들이 한다기에 이 부분에 있어 찬님께서 매우 고생하셨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사조이야기는 최근에 있었던 찬님께서도 연명한 옥쇄소 이야기도 했고 조정이 운영되는 이야기나 지역게시판 이야기, 기타 사조에 계신 분들에 대한 이야기도 했습니다. 수다는 피자를 먹으면서도 계속 되었습니다.
→ 그냥 수다를 떨었습니다. 솔직히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니었으며 찬이가 말을 재미있게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로 충분히 의미도 있고 즐거웠습니다. 군대에 있으니 사조를 덜 한다고 하더군요.
면회를 가기 전에 찬님께 받고 싶은 선물이라도 있느냐라고 했는데 책과 시크릿 브로마이드를 갖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물론 아이유가 컴백한 후 시크릿에서 아이유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알아본 바로는 음반을 사야 브로마이드가 딸려나오기 때문에 구입할 수가 없었고 대신 집에 있던 코닥에서 나온 사진인화용 종이에 엌님이 고른 수십장의 아이유 사진 중 다시 좀 더 이쁘고 화질이 좋게 나온 사진들을 엄선하여 뽑아 구입한 사진첩에 넣어 ‘아이유 사진첩’을 제가 직접 만들어 드렸습니다. 참고로 사진첩 맨 앞장에는 찬님과 엌님이 함께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 꽃혀 있었고 이를 받은 찬님께서는 첫장에 다소 놀래셨지만 뒤의 사진들을 보시며 흐뭇해 하신 것 같았습니다. (물론 저는 브로마이드를 구하지 못하여 내심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이유 사진첩과 함께 만약 아이유가 신상옥 감독처럼 북한으로 피랍된다면 북한과의 전쟁은 피할 수 없겠다는 농담 섞인 이야기도 오고갔습니다. 책의 경우 찬님께서 제갈량의 팬이시기 때문에 저는 제가 소장 중이던 ‘제갈량집(제갈량이 원저자인지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는 장원과 편의십육책을 엮은 책)’을 드렸으며 엌님은 본인께서 직접 쓰신 시들을 모아 제본을 떠서 만든 ‘예도시권’을 드렸습니다.
→ 선물을 주는데 랑님이 참 고생하셨죠. 직접 사진첩을 만드시느냐고.... 그 정성과 아리따운 마음이 가득해서인지 아니면 아이유의 예쁜 사진이 가득해서 인지는 몰라도 찬이의 입이 귀에 걸리는 줄 알았습니다. 더불어 제갈량집과 저의 시권을 받으면서는 살짝 놀라는 표정이더군요. (아이유 사진첩을 바라보면서 흐뭇해하던 찬이의 모습을 잊을 수 없네요. 저도 그리 되겠죠?! ㅋ)
아무튼 한창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었는데 어느새 시간은 4시가 넘어갔고 거기서 근무하는 아주머니께서 이제 그만 면회인들은 나가야 한다며 저희들을 내쫓으셨습니다. 면회가 4시 30분까지만 된다는 것이 매우 통탄스러웠습니다. 그렇게 찬님과 안타까운 이별을 하였습니다.
→ 그렇게 선물을 나누고 떠들다보니 어느새 약 한 시간이 되었더군요. 늦게 도착한 것을 한탄한 저와 랑님은 만약 다음에 다시 오게 된다면 일찍 올 것을 다짐하며 찬이와 헤어졌습니다. 찬이는 뭔가 아쉬워하는 표정이 아니었습니다. (아쉽기보다는 그냥 아이유 사진첩에 즐거워하는 모습만 보여서 살짝 미웠습니다. 얼마나 고생해서 도착하고 선물을 준비하고 주고 비싼 피자를 먹였건만......) 그렇게 찬이와 헤어지고 저와 랑님은 오붓하게 둘 만의 데이트를 즐겼답니다. 는 아니구요. 그냥 강남교보문고에서 책 좀 봤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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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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