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부/백성] <상소> 연산군과 제헌왕후의 복위를 재차 주청 드리나이다
성종 대왕께서 생전에 즉위하시었을 때는 작은아버지이신 예종 대왕의 양아들 자격으로 즉위하셨사오나 이후 생부이신 의경 세자를 덕종(德宗)으로 추숭하시고, 인조 대왕께서도 역시 생부이신 정원군을 원종(元宗)으로 추숭시키신 사례가 있었사옵니다. 또한 장조 의황제께서도 온갖 악행으로 부왕이신 영조 대왕의 노여움을 사서 뒤주에서 변을 당하셨지만 결국 고종 태황제에 의하여 황제로 추존되면서 완전히 복권되신 경우도 있었습니다.
연산군이 폭정과 부도덕함이 심하고, 방탕했다고는 하지만 모두 왕의 권한으로 정당하게 권리를 행사하신 것이고, 즉위 초기에는 나름대로 왕의 본분을 다하기도 했사옵니다. 생모인 폐비 윤씨를 복위시킨 것도 자식 된 도리로써 효를 다하기 위하여 행한 것이니, 어느 누가 이를 불효라 할 수 있겠나이까?
연산군이 폐비를 복위시킬 때 내린 교서에 따르면 "《춘추(春秋)》의 의리에, 어머니는 아들로 하여 귀해지고, 추숭하는 법이 한(漢)나라 역사이 실려 있다. 생각하건대, 우리 회묘(懷墓)께서 처음에 덕으로 뽑혀 초위에 자리를 정하셨다가, 나중에는 참소를 만나고 소인들에게 시달리게 되고, 정유년에는 폐위되려다가 중지되어 도로 금슬의 화목이 있고 아들을 보는 경사가 있게 되었으니, 만일 참으로 덕을 잃었다면 어찌 이 일이 있었겠는가? 그뒤 꾸미고 얽어맴이 날로 심하여져 스스로 밝히지 못하고 폐위되어 사삿집에 계시다가 그만 큰 변을 만나셨다. 당초 내간에서는 안에서 저지하고, 대신과 대간이 밖에서 다투었다면, 선왕의 성명하시고 또 이 몸이 있으니, 반드시 상의 마음을 돌리는 힘이 없지 않았을 것인데, 어찌 북을 던지는 의심이 있었겠는가? 내가 어린 나이로 듣고 봄이 없으면서 외람되이 큰 전통을 계승한 지 10년이 되었다. 그 연유를 캐물어 비로소 그 사실을 알게 되니, 하늘 아래 다시 없을 그 슬픔이 어찌 끝이 있으랴? 이래서 널리 여러 의논을 모아 제헌(齊獻)왕후로 추존하고, 묘도 높여 능으로 한다. 그 큰일을 얽어만든 자가 아직도 선왕 후궁의 반열에 있으므로 곧 죄주고, 산 자나 죽은 자를 서인으로 하니, 거의 간사함을 다스리는 법을 바로잡고 하늘에 계신 원한을 씻어, 나의 애통하고 그립기 이를 데 없는 심정을 펴게 되었노라."라는 내용입니다. 이 내용만 봐도 연산이 자식의 도리로써 어머니를 모함하고 폐비에 앞장선 자들을 척살시킨 것은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어머니의 한을 풀어주기 위한 것이었으니, 세상에 이보다 더한 효성이 어디 있겠사옵니까?
조선은 예로부터 충효의 나라였으니, 연산의 어머니에 대한 애정과 효성을 높이 평가하시더라도 연산군과 거창군부인, 폐비 윤씨를 왕과 왕비로 복위시켜 시호를 올려 주시옵소서. 그리하시면 전하께서도 선대왕에 대한 인의를 선보여 백성들에게도 모범이 되실 것이나이다. 참고로 저는 전하께서 이를 받아들여 연산군과 제헌왕후의 신원을 완전히 풀어주실 때까지 이러한 상소를 올릴 것입니다. 또한 개국 613년에 결정하신 하교에 대해서도 이를 철회하시어 왕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하시옵소서. 전하께서 그런 하교를 철회하시지도 못하면 수많은 대신들과 백성들고 전하를 허수아비로 업신여길 것입니다. 하오니 전하께서 결단을 내리시어 한때나마 왕과 왕비였던 이들의 신원을 완전히 풀어주시옵소서.
개국 633년 1월 8일
한양 백성 김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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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림
장지용
김애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