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음] 한마디로 말한다면 과인의 과실인 것이다
과인이 옛 고서를 살펴보니, 예(禮)를 좇아 천하를 다스리면 백성들이 저절로 복종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나라를 잃게 된다고 쓰여 있었다. 이는 진실로 맞는 말이다. 스스로 정한 법도를 넘지 않음으로써 백성들에게 예가 살아 있음을 보인다면 천하는 곧 순응해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인이 지난날을 돌이켜 생각하건대 후회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였다. 하늘이 수일간 계속되는 풍수해를 내려 먼저 그 의지를 비추었음에도 불구하고, 과인은 스스로를 경계해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그리하여 의약분업이나 화폐불법대부와 같은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였으며, 종국에는 천자를 참칭하는 자까지 나타나 천하를 활개하게 되었으니, 이는 모두 과인의 덕이 근본적으로 부족한 까닭이다.
이제 묵은 폐단을 과감히 물리치고 혼란을 그치게 하여 정사를 바로 잡고자 한다. 조관과 백성들은 과인이 그간 어찌할 수 없었던 이유를 이해하기 바란다. 금일부터 모든 관리는 오직 마음을 가다듬고 전력을 다해 천명(天命)이 만세에 지속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 과인이 지난달에 종묘에서 열성조께 고하였던 바를 다시 마음속에 새겨 행하고자 하는 까닭에서 이렇게 교시하니, 모두가 이해하고 노력할 것이라 믿는다. 이미 지난 일을 가지고 헛되이 시간을 버리는 일이 없도록 하라.
- 국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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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
승정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