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음] 추석에 즈음하여 말한다
추석에 다가오니 이를 염려하는 백성들의 상소가 이어지고 있다. 어찌 과인이 명절을 맞이하여 한 마디 이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왕은 이르노라. 올해는 윤년 직전이라 추석이 빨리 다가와 아직 추수를 다 끝내지는 않았지마는, 듣자니 팔도 각지에서 풍작이 예상된다는 보고가 올라오고 있다. 과인은 본디 덕이 부족하여 항상 염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나 오늘 이러한 말을 듣고 보니 참으로 과인이 부덕하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람과 비를 내려 농사의 여건을 만드는 것은 하늘의 일이나,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리는 것은 사람의 일이다. 풍작은 오직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관리들의 충의와 생업에 노력하는 백성들의 수고로움에 의해 이룩된 성과이니, 이러한 많은 사람들의 수고로움이 없었던들 어떻게 하늘이 감동하여 올해의 경사스러운 대풍을 가능케 하였겠는가.
중앙과 각도의 관리들은 백성들이 하늘이 주신 작물을 잘 수확하여 거둘 수 있도록 배려하라. 또한 추석을 맞이하여 각도에서 교통할 이들의 편의를 생각하여 역마와 도로를 거듭 점검하도록 하라. 11일부터 13일까지는 추석제(秋夕祭:추석 제사)를 제외한 모든 조정의 업무를 폐할 것이니, 삼가 정성을 다한 마음으로 조상의 은덕에 보답하고 부모님과 친지의 은혜에 감사하도록 하라. 번잡하고 화려한 것은 하늘의 보살핌에 반하는 것이니, 이점 각별히 유념하여 행동의 지침으로 삼을 것이다.
- 국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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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정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