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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량] 제27차 소과 훈련원시 응시 : 장원
훈련원시 시제 : 중국 한(漢)나라의 명장 한신(韓信)은 병법에서 지양하는 배수진(背水陣)을 활용하여 조(趙)나라를 쳐부수었다. 강을 뒤로한채 진을 펼쳐 퇴로를 차단하게 하여 병사들로 하여금 죽기로 싸우도록 한 것이다. 허나 후대의 여러 장수들은 한신을 흉내내다가 처참한 패배를 당하기도 하였는데, 그렇다면 과연 한신이 후대의 장수들과 달리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한신이 배수진의 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었던 요인을 설명할 수 있겠는가. (200자 이상) ---------------------------------------------------------------------------------- 내용 : 대체로 반복 기계적으로 이루어진 어떠한 일을 처리하여 얻고자 했던 결과물이 도출(導出)된다면 그 행위에 대한 확신이 생기게 되며 그것은 고착화되어 하나의 관습 또는 예절, 법이라는 이름 등으로 인간의 행위를 구속하기까지 이른다. 병법의 경우도 예외(例外)가 아니다. 비록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많은 변수(變數)가 존재하고 있는 전쟁터에서도 승리에 도달하기 위해서 충족해야하는 몇 가지 공통적이며 필수적인 요소(要素)들이 수 없이 반복된 전쟁을 통하여 존재한다. 이를테면 안정적인 군수물자의 보급이라든지 피아(彼我)간의 정보, 병사들의 높은 사기들을 들 수 있다. 그러한 요건들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은 원리이지만 병법이라는 이름으로 전투를 수행하는 지휘관들을 구속하게 된다. 그런 병법에서 배수진은 강을 뒤에 끼고 적과 싸우는 형세로 퇴각로와 보급로의 확보에 이롭지 못하여 지양(止揚)하게 되는데, 극단적인 상황에서 우리는 종종 배수진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비극적인 결말로 역사에 기록되어 있으며 이는 배수진 상태에서 전세(戰勢)가 밀리게 되면 아군의 전멸(全滅)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례(一例)로 조일전쟁 당시 우리에게는 뼈아픈 패배였던 신립 장군의 탄금대 전투를 들 수 있는데 신립 장군은 전쟁 발발 후 선조의 명을 받아 대규모의 정규군을 이끌고 북상하는 왜군을 막기 위해 충주성에서 주둔했다. 그곳에서 그는 한신(韓信)을 본받아 배수진을 계획했으며 여러 장수들이 전쟁의 정황(情況)과 배수진의 위태로움을 들어 만류했지만 배수진을 강행했다. 결국 조선의 정규군은 왜군의 조총 앞에 전멸했고 그날로 선조는 한양을 버리고 북으로 피난길을 떠나게 된다. 여기서 신립 장군의 선택(산악지형을 이용한 게릴라전과 기마대를 이용한 전면전)을 논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는 자신의 이끌고 있는 군대의 중요성과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꼭 필요한 피아간 정보의 중요성을 간과함으로서 배수진의 비참한 결말 뿐 만 아니라 사실상 조선 정규군이 괴멸(壞滅)되는 결과를 만들고 말았다. 하지만 한신은 어떠한가? 그는 위(魏)와 대(代)를 연달아 격파하고 유방의 명을 받아 조나라를 공략하기 위해 원정길에 떠났다. 이에 조나라는 젊은 장정(壯丁)을 모두 끌어내어 만든 20만 대군을 조나라로 드는 길목에 진채를 세워 주둔하게 된다. 이때 한신은 세작을 풀어 유언비어(流言蜚語)를 퍼트려 자신들의 세력을 낮춤으로서 적이 방심케 했으며 은밀히 병사를 내어 진채 뒤에 매복을 명하고 자신은 스스로 군사를 몰아 깊은 강을 등지고 진(陣)을 세웠다. 그렇지 않아도 유언비어로 인하여 자만하고 있던 조나라는 한신이 병법에서 금하는 배수진을 펼치자 더욱 자만하여 진채의 모든 병력을 이끌고 나와 한신을 맞았다. 그사이에 매복한 군사들이 진채를 점령하였으며 한신의 기막힌 분기(奮起)로 조나라 병사들은 수적인 우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패배하여 퇴각(退却)하게 된다. 하지만 진채를 빼앗긴 조나라는 앞뒤로 적을 맞게 되어 무너지게 되었고 그는 병법에서 흉(凶)하게 여기는 배수진을 펼치고도 이 전투를 승리로 막을 내리게 했다. 그렇다면 한신이 병법에서 지양하는 배수진을 펼치고도 승리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그것이 그토록 강력한 힘을 발휘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 때문이였을까? 이 전투는 한신에게 결코 이로운 전투는 아니었다. 병사들은 잘 조련되지 못하였으며 긴 원정길로 인하여 지쳐있었다. 병사의 머릿수 역시 비교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적 기만전술을 펼쳐 조나라가 자만하게 만들었으며 병력의 일부를 적의 배후에 위치하게 하여 심리적 우위와 적의 퇴각로를 끊었다. 또한 세작을 통하여 적을 끊임없이 염탐(廉探)하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는 병사들에게 이제 남은 것은 죽음뿐이라는 절박함과 예전의 이와 같은 패배를 상기시켜 병사들을 분기시킴으로서 사지(死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병법에도 ‘병사들을 위험한곳으로 몰아넣어 승리를 다투게 한다.’ 라는 구절이 있듯이 그는 병법에 충실(充實)하면서도 배수진이라는 병법에 반(反)하는 기지를 발휘하여 역사에 길이 남을 승리를 거두었다. 하지만 병법의 단면만 보고 배수진을 펼친 후세의 장수들이 어찌 한신과 같은 승리를 바랄 수 있으며 병법서에만 매달려 전장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그들이 이와 같은 승리를 거둘 수 있겠는가? 이제 전쟁터는 승패를 바꿀 수 있을 만큼의 위력을 가진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로 인해 병법서에만 충실해서는 자신들이 위태롭지 않을지언정 승리할 수 없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전쟁터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임기응변이 필요하며 한신과 같이 적이 뜻하지 아니한 곳으로 나아갈 줄 아는 기지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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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이완
황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