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조선국 성균관(成均館)

ㆍ작성자	이수현
ㆍ작성일	개국620(2011)년 8월 31일 (수) 11:26 [오시(午時)]
ㆍ문서분류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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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임] 제20기 문과 제1강

조선유학의 틀어진 기억 그리고 새로운 조명

1910년 조선이 일본에 의해 강제로 병탄되었을 당시 조선의 지배 사상이었던 유학사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대단하였다. 신채호의 ‘독사신론’(讀史新論)과 ‘조선역사상 일천년래 제일대사건’(朝鮮歷史上一千年第一大事件)에서 볼 수 있듯이 유학은 망국의 사상으로 통렬하게 비판당하였으며 대신 신교, 선교 등의 이름으로 단군사상이 대두하면서 대종교(大倧敎)가 일세를 풍미하였다.
더욱이 일제의 강점시기를 거치면서 유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식민사관인 당파성론, 정체성론 및 식민지근대화론과 맞물려 더욱 심화되었다. 당시 대표적인 식민사학자의 한 사람이었던 다카하시(高橋亨)는 조선유학의 특징으로 고착성과 종속성을 들면서, 학설사적으로 주자학에 함몰되어 지극히 간단하고 단조로우며, 정당, 학파와 결합하는 데 있어서는 최고로 현저하였으나 동시에 사상에서는 고착화하여 진보와 발전가능성을 상실한 것으로 보았다. 나아가 조선이 640년간 다른 학파의 흥기를 보지 못하고 주자학이라고 하는 단일사상으로 만족한 사실에서 그 국민성을 알 수 있다고까지 언급하여, 그의 유학사 연구가 궁극적으로 조선의 민족성을 부정적으로 부각시키는데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유학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해방 이후에도 그대로 지속되어 유학사 연구가 극도로 부진하였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그나마 1960년대에 연구 성과들이 조금 늘어나는데, 이는 4.19 이후 민족주의가 대두되고 역사학에서 내재적 발전론에 의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그 영향을 받은 ‘실학’ 관련 논문들에 힘입어서였다. 유학이 학계에서 비로소 시민권을 획득하게 되는 시기는 산업화과정 속에서 국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10월 유신이후 ‘한국적 민족주의’에 입각하여 뿌리 찾기와 국민윤리교육이 강조되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가 아닌가 여겨진다.

여기서 묻는다. 조선은 왜 망했는가? 이 질문의 변을 하기 위해서는 삶의 자리를 찾아가야 되지 않을까? 먼저, 당시의 사람들에게 일본의 식민지로 떨어지고 조선의 유학이 몰수된 현실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이는 당시 닥쳐온 외압적 폭력이 조선유학의 허실을 차분히 살피도록 여유를 주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판단은 ‘나라가 망했다’는 급박한 사태 위에서 이루어졌다. 이는 식민지적 울분으로 이어서는 근대화의 요청으로 강화되었을 것이다.
조선유학에 대한 분노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신채호는 “일찌감치 육경을 불 싸질렀어야 했다”고 외쳤다. 그는 “창칼을 놓고 글을 닦았다”라는 유학을 혐오했다. 또한, “강권만 있고 인의는 없는 세상에, 선비들이 다 떨어진 멍석으로 대문을 가리면서도 도덕을 외치고 있는데, 왜 벌떡 떨치고 일어나 칼을 휘두르지 않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렇게 식민체제 하에서의 근대화란 미명하에 조선유학의 기억은 희미해졌다.

1960년대 군사정부가 들어섰다. 그 경제적 실용적 근대화의 노선은 이전의 어느 때보다 전통의 기억에 위협적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전통자체를 ‘불살라버리고’ 싶어 했다. 그는 퇴영적이며, 소극적이고, 의존적이며, 소모적인 문약의 자포자기적인 전통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무인답게 영웅을 기였으며, ‘닫힌도덕’을 내세웠고, 실용적 목적에 철저하고자 했다. 한국 경제의 도약은 그 상무적 기상과 실용적 마인드가 결합한 결과이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탈유교적인 노선의 성취였다.
근대화는 조선유학의 기억을 희미하게 만든 것이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요즘 근대화의 성공에 따른 자신감이 조선유학을 돌아보게 하고 있다. 인간의 욕구와 관심에는 위계가 있고 순서가 있다. 가장 우선하는 것이 ‘생존’이다. ‘문화’는 그 다음의 가치이다. 의식이 족해야 예절을 아는 법이고, 위험을 벗어나야 부끄러움을 알게 된다. 근대화의 성공은 새로운 세계 질서 속에서 일정한 생존의 안정성을 보장했고, 그와 더불어 문화적 자아와 정체성의 체면을 돌아보게 했다. 하여 조선유학의 경제적 가치를 의식하게 만들면서 조선유학은 지금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다.

1) 조선을 망하게 했다는 오명을 썼던 조선유학이 지금 시대에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하여 자신의 의견을 작성하여 제출해 주세요.(200자 이상).

* 문과 청강생 : 정병욱, 정승환 <과제제출 기한 : 9. 5(월), 강의에 답글로 제출해주시면 됩니다.>

이상입니다.

개국620년 8월 31일
성균관교임 이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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