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의 역사를 찾아서(1)

제가 이훈장님처럼 역사라던지, 지리쪽에 박학하지는 못하군요.
허나, 간단히 서핑해서 좋은 글을 소개할 재주(?) 정도는 있으니, 그동안 충청도에 대한
소개조차 없었던 걸로 볼 때, 지금에라도 충청도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싣는것도
괜찮다 생각됩니다. 앞으로 몇회에 걸쳐 제가 올린 글들은 원저자의 허락을 맡은 글로써,
일반적으로 잘 몰랐던 충청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냥, 가만, 가만 읽어 보시기를..

제1절 천하의 명당 차령과 금강 지역

               1. 충청인의 뿌리 차령  

이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지도를 펼쳐서 아시아 대륙의 한쪽 조그마하지만 아름다운 금수강산 한반도를 찾아보자.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의 모양은 유리판처럼 평평하지 않고 높고 낮은 산봉우리와 골짜기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낮은 계곡을 따라서 물이 흐르고 사람이 모여 살기 마련인데, 태평양의 거센 물결을 막아 주는 방파제 같은 일본열도 안쪽 아시아 대륙에 붙어있는 아름다운 금수강산의 한반도를 마치 귀가 쫑긋한 토끼 모양 같다고 하기도 하고, 혹은 포효하는 호랑이의 자세 같다고도 한다.

하지만, 일찍부터 조선 명종 때 천문교수이며 풍수지리가 이던 남사고(南師古 : 1509∼1571)는 그의 저서 『산수비록(山水秘錄)』에서 한반도의 형세를 호랑이로 비유하여 호미 곶 즉 지금의 포항시 남구 대보면의 호랑이 꼬리라는 지명 「호미등(虎尾嶝)」을 예시하였으니, 20세기 들어서 조선을 병합한 일제가 어용학자들을 동원하여 식민사관의 하나로서 조선을 다루기 쉬운 토끼로 묘사하여 ‘한반도는 토끼 모양이다’고 주입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역사를 왜곡하는 만행이라고 할 것이다.

한편, 한반도를 이루는 산줄기를 일컫는 방식에 있어서도 조선 영조 때 실학자 신경준(申景濬 : 1712~1781)은 그의 저서 『산경표(山經表)』에서 ‘우리 나라는 백두산(장군봉 2,108m)에서 시작하여 금강산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 ·속리산 ·덕유산을 거쳐서 지리산(천황봉 1,915m)으로 이어지는 1,400km의 산줄기인 백두대간(白頭大幹)을 중심으로 하는 한 개의 정간(長白楨幹)과 13개의 정맥(正脈)으로 형성되었다’고 하였는데, 지금은 그의 이론을 지지하는 신진학자들이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1903년 일제시대 일본인 학자들을 중심으로 한반도 동부를 남북으로 늘어진 태백산맥과 그 지맥으로 형성되었다고 보는 것이 거의 통설적 입장이다.

신경준의 「대간과 정맥」개념은 「산맥」개념과는 큰 차이가 있어서 주심산맥인「백두대간」은 한반도가 물줄기에 의해서 끊어지지 않는 산줄기(山經)를 말하고, 이 산줄기의 높고 낮음을 불문하고 대간에서 갈라져 동·서해안으로 강줄기가 흘러가도록 하는 2차 원수분 능선을 정간이라 한다.

그리고, 대간 ·정간에서 갈라져 주요한 강 유역을 경계 짓는 산을 정맥(산경표에서는 정맥에서 형성된 10대 강은 압록강 ·두만강 ·청천강 ·대동강 ·예성강 ·임진강 ·한강 ·금강 ·섬진강 ·낙동강이다), 정맥에서 다시 갈라져 나온 것을 기맥(岐脈 : 기맥의 골짜기는 하천(河川 = 내)을 이룬다)이라고 하는데,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동 ·서로 나누면서 많은 고을과 들은 이루고 있는 한반도의 중앙에서 약간 서남쪽에 위치한 곳을 더듬어 보면, 그곳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충청도(忠淸道)》땅이다.

이곳은 산경표의 분류에 의하면 태백산에서 속리산으로 휘어지는 백두대간 중 속리산 위로 한강을 향한 「한남 금북정맥」이, 지리산에서 금강을 따라 계룡산으로 이어지는 것이 「금남정맥」이 있는 중간에 위치한 곳이고, 일반적인 산맥개념에 따라서 보면 한반도의 척추인 《태백산맥》의 오대산 부근에서 갈라져 나온 작은 산맥인 차령과 금강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곳이다.

차령은 대체적으로 충청북도와 경기도의 경계를 이루어 주는 한편, 광덕산(690m, 천안시 광덕면 광덕사) ·칠갑산(청양군 정산면과 대치면 사이 569m, 1973년 도립공원 지정, 장곡사) ·무성산(645m, 공주시 사곡면 마곡사) ·오서산(797m, 보령시 청라면과 홍성군 광천읍 ·장곡면 사이)등 대부분 1,000m를 넘지 않은 낮은 산들로 이어지다가 서천 지방에 이르러 서해바다로 잠기면서 충남 지방을 동남부와 서북부 지역으로 다시 나누어주는 형국을 하고 있다. 산줄기와 그 구릉을 흐르는 물이 자연환경을 이루어서 그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품성까지 형성해 준다고 할 때, 이렇게 나지막한 산줄기 아래에서 살아온 충청인들은 인심 좋고, 온화한 성품을 지녔는지도 모른다.

어떻든, 이 차령을 기준으로 할 때, 차령 이남은 충청지방의 동남부에 해당하며 금강 수계에 속하고, 호서평야 ·계룡산괴 ·대전 분지와 금산 고원지역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차령 이북에 속하는 충청 서북부 지방은 천안 ·아산 ·예산 ·당진 ·서산 등이 여기에 속하게 된다

가. 차령 이남  

차령 이남으로서 금강 수계에 속하는 호서평야를 살펴보면, 이곳은 차령 이남과 계룡산 사이를 흐르는 금강 하류지역으로서 충남의 부여 ·논산 ·강경 ·서천 등의 평야 지대를 이루고 있으며, 예로부터 이곳을 적셔 주는 금강 물을 받아서 지은 쌀이 이곳의 주요산물 이다.

그렇지만, 충청도의 산을 설명할 때는 뭐니 뭐니 해도 계룡산(鷄龍山)을 빼놓고 얘기할 수는 없다. 차령의 지맥을 이루면서 충청인의 기질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계룡산은 흔히 「공주 계룡산」이라고 부르지만, 이것은 오랫동안 공주가 이 지역의 거대한 중심도시이었기 때문이며, 사실은 대전시 유성구와 공주시 반포면 ·계룡면과 논산시 두마면 사이에 있는 산이다.

주봉인 상봉(또는 천황봉 : 828m)과 상봉을 둘러싼 연천봉(742m) ·향적봉(574m) ·국사봉(421m) ·함지봉(386m) 등으로 이어지면서, 충청의 동남부 지역을 다시 남북으로 가르며 전북 완주군 운주면과 충남 논산군 양촌면과 금산군 진산면에 둘러싸인 노령산맥의 대둔산(大屯山, 878m)과 연결되고 있는 계룡산에 대해서는 제4장 이성계의 조선건국과 함께 한때 도읍지로 삼고서 공사를 했던 계룡산 1968년 12월 31일 건설부공고 제164호로 국립공원이 되었다.(☎국립공원 계룡산 관리사무소 042-825-3002~3)

신라시대 중국에까지 널리 알려진 이 산은 멀리서 바라보면 낮은 산이 연속되다가 유달리 높게 솟은 돌산으로 군봉이 많은 것이 마치 닭의 볏을 쓴 용의 모습과 같다고 하여 “계룡산”이라고 지었다 한다.

 자연과 인간은 하나라는 만물일원론의 동양사상은 대체로 원시신앙과 도교사상의 결합이지만, 특히 산악에 대한 신비와 외경심은 삼국시대 이래 연면히 이어져 내려와서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후 국가의 안녕을 위하여 전국의 명산대천에서 대·중·소 천제(天祭)를 지내는 3산 5악을 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

『삼국사기(권32 잡지(雜志)제1 제사 편)』에 의하면, 신라는 큰 제사(天祭)를 거행하는 3산으로는 내력(奈歷 : 경주) ·골화(骨火 : 경북 영천) ·혈례(穴禮 : 경주)등 대부분 신라의 서울인 경주 주변에 있는 큰 산들을 지정하고, 중제(中祭)를 지내는 5악으로는 동(경주 토함산) ·서(공주 계룡산) ·남(전라도 지리산) ·북(강원도 태백산) ·중(父岳, 지금의 대구에 있는 八公山)등을 지정하였는데, 이때에 이미 계룡산은 중제사를 지내는 5악(岳)중 하나인 서악(西岳)으로 지정될 만큼 유명했던 것이다.

조선 조에 들어와서도 고종 16년(1879) 전국의 명산에서 춘·추로 제천행사를 하기 위하여 정한 3악의 하나(묘향산 ·계룡산 ·지리산)가 되어서 이곳에 ‘계룡단’을 만들고 제사를 지냈는데, 지금도 공주시 계룡면 신원사 대웅전 뒤에는 계룡산 신을 모시던 정면 3칸, 측면 3칸의 목조 제단인 “중악단(中岳壇 : 오른편 사진 ,도 지방유형문화재 제7호이었다가 1999년 3월 2일 보물 제1293호로 지정)”이 있다.

전하는 이야기로는 선 초 무학대사의 꿈속에 산신이 나타났다는 말을 들은 태조의 명에 의해서 태조 3년(1394)에 창건했다고 하는 중악단 건물은 아름답고 장엄하여 조선시대 산제단(山祭壇)의 건축형식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좋은 보기가 되고 있는데, 효종 2년(1651) 제단을 폐지하였으나 고종 16년(1879) 명성황후의 건의로 다시 세우면서 3악(상악단(上岳壇 =묘향산) ·중악단(中岳壇 =계룡산) ·하악단(下岳壇 =지리산))으로 고쳐 부르도록 한 계룡단의 새 이름이기도 하다.

신라는 그밖에도 각 지방관들이 주관하여 천제(天祭)를 지내는 전국의 주요 산을 상악(霜岳 : 강원도 금강산) ·설악(雪岳 : 강원도 설악산) ·화악(花岳 : 경기 가평) ·부아악(負兒岳 : 서울 북한산) ·가아악(嘉阿岳 : 충북 보은) ·월형산(月兄山 : 충북 제천 청풍) ·도서성(道西城 : 충북 진천) ·감악(甘岳 : 충북 적성) ·가림성(加林城 : 충남 부여 임천) ·동로악(冬老岳 : 전북 무주) ·월나악(月奈岳 : 전남 영암 월출산) ·무진악(武珍岳 : 광주무등산) ·서다산(西多山 : 전북 진안 마이산) ·죽지(竹旨 : 경북 풍기) ·악발(岳髮 : 경북 울진) ·삼기(三岐 : 경북 청도) ·분황(卉黃 : 경북 경주) ·고허(高墟 : 경북 경주) ·서술(西述 : 경북 경주) ·우화(于火 : 경남 울산) ·웅지(熊旨 : 경남 창원) ·가량악(加良岳 : 경남 진주) ·파지곡원악(波只谷原岳) ·비약악(非藥岳)등을 지정하여 제사를 거행했다고 한다.

오랫동안 풍수지리설과 도참설상 천하 명산으로 알려진 계룡산은 조선 초 태조에 의해서 한때 도읍지로 선택되어서 남쪽 기슭인 논산시 두마면 신도안 지역에 신도시 공사를 하기도 했던 곳이기도 한데, 이 지역은 지금은 서울 용산에 있던 육,해,공군 3군본부가 이전해 왔지만, 정감록(鄭鑑錄)의 비기와 결부되어 지금까지도 무속 신앙지로 유명하다.

이러한 ‘풍수’라는 용어는 중국 동진(東晋 : 317∼420)의 원제(元帝) 때 곽박(郭博 : 276∼324)이 쓴 『장서(藏書)』에서 “죽은 사람은 생기에 의지하여야 하는데..... 그 기는 바람을 타면 흩어져 버리고 물에 닿으면 머문다. 바람과 물을 이용하여 기를 얻는 법술을 풍수라 일컫게 되었다.”라는 기록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이미 그 이전부터 풍수라는 말이 쓰였다는 것은 분명하다.  

풍수와 관련해서 신선사상과 자연귀의 사상을 노래한 것으로 유명한 귀거래사를 지은 도연명의 증조부 도간(陶侃)은 중국 남 ·북조 시대 남조의 동진에서 3공(三公) 벼슬에 오른 정치가이자 풍수지리설의 대가로 알려져 있는데, 그가 풍수지리설에 심취하게 된 동기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은 전설이 있다.

도간이 아직 어렸을 적에 집안이 가난하였는데, 마침 어머니가 죽었지만 장사 지낼 곳도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던 중에 집에서 기르던 소마저 달아나 버린 일이 생겼다. 예나 제나 농촌에서 소는 큰 재산이어서 도간은 황급히 소를 찾아 나섰지만, 달아난 곳을 알지 못하여 헤매다가 길가는 한 노인을 만나게 되어 그 노인에게 ‘혹시 소 한 마리가 달아나는 것을 보지 못했느냐’고 물으니, 그 노인은 지팡이를 들어 가리키며, ‘저쪽 산기슭에서 소 한 마리가 잠자고 있는데, 혹시 그 소일지 모르겠다’면서 ‘그 자리가 묏자리로 좋은 곳이니 그곳에 묘를 쓰면 앞으로 그 자손 중에서 대관이 나올 것이다‘면서 총총히 사라져 버렸다.

도간이 그 노인이 알려준 곳으로 찾아가 보니, 정말 그곳에 달아난 자기 소가 드러누워서 잠자고 있기에 소를 찾아오고, 그곳에 어머니 무덤도 만들었는데, 그 음덕인지 몰라도 나중에 자신을 포함한 자손들이 3공 벼슬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이 명당을 ’소가 잠자는 형상‘이라 하여 우면혈(牛眠穴)이라 하는데, 이것을 계기로 도간은 풍수지리를 연구하여 풍수지리의 고전이라고 알려진 『착맥부(捉脈賦)』를 지었으며, 이 책은 그 후 명의 대표적인 풍수지리서인 『인자수지』와 『조선실록』에서도 언급되어 있을 정도이다.

기본적으로 산(山) ·물(水) ·위치(方位) ·사람(人)등 네 가지의 조합으로 성립되는 풍수는 구체적으로 간룡법(看龍法) ·부모의 사후 무덤 곁에서 시묘살이를 하다가 터득하였다는 바람이 머물고, 물을 얻을 수 있는 곳을 고르는 장풍득수법(臧風得水法) ·정혈법(定穴法) ·좌향론(坐向論) ·형국론(形局論) ·소주길흉론등의 접근방법이 있는데, 지형을 대개 사람이나 짐승 특히 용 ·뱀(龍·蛇)등으로 비유하여 도읍지나 마을 터 ·집터 잡기 ·물 자리 찾기 ·정원수의 배치 ·길 내기 등에 응용하고 있다.

 풍수의 사상성 즉, 땅을 보는 기본적 시각도 극히 인문주의적이어서 인류의 출현과 함께 자연스럽게 형성·발전되어 온 땅에 대한 태도를 체계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가장 큰 특징은 살아 있는 사람과 땅의 관계뿐만 아니라 죽은 사람의 경우까지 중요시한다는 점에 있다. 즉, 사람의 몸 속에 있는 혈관을 따라서 영양분과 산소가 운반되는 것처럼 땅에도 경락과 같은 생기의 길이 있어서 이 경로를 따라서 땅속에 돌아다니는 생기를 사람이 접함으로써 복을 얻고 화를 피하게 된다는 풍수설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혈(穴)이다.

혈은 다시 양택과 음택으로 나누는데, 음택은 시신이 직접 땅에 접하여 그 생기를 받을 수 있는 곳을 말하고, 인체의 경혈과 같은 기능을 한다고 하는 양택은 그곳에 실제로 사는 사람이 삶을 누리는 곳을 말한다. 경락은 혈관과 달리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어도 몸의 기가 전신을 순행하는 통로로서 지기가 돌아다니는 용맥도 마찬가지이어서 그 결과 산 사람은 땅의 생기 위에 얹혀서 삶을 영위하며 그 기운을 얻지만, 죽은 자는 땅속에서 직접 생기(生氣)를 받아들이기 때문에 산사람보다는 죽은 자가 얻는 생기가 더 크고 확실하다고 하여 죽은 자가 얻는 생기는 후손에게 그대로 이어지는 것을 동기감응(同氣感應) 또는 친자감응(親子感應)이라고 한다.

이러한 풍수지리이론을 내용으로 한 풍수서는 중국의 것이 대종을 이루어서 ‘장서’를 비롯하여 지리사탄자 ·청오경(靑烏經) ·입지안전서 ·탁옥부 ·인자수지자효지리학 ·설심부 ·양택대전 등이 널리 알려진 풍수지리서이며, 우리 나라 서적으로서 명혈과 길지를 지도와 함께 설명한 것은 명산론(名山論) ·산수도(山水圖)등이 있고, 도선 답산가(道詵踏山歌) ·금낭경(錦囊經) ·청낭경(靑囊經) ·옥룡자유세비록등은 가사체로 된 풍수지침서 이다.

그밖에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풍수서가 있지만, 그 내용은 큰 차이가 없이 대개는 앞서 나온 책을 베끼고 거기에 주석을 다는 형식을 취한 것이 많은데, 5∼6세기경에는 어떻게 구체적인 이론으로 정립되었는지 정확하지 않은 고대의 천부지모사상(天父地母思想)에 음양론(陰陽論)이 더해지고, 다시 사신도(四神圖)로 대표되는 천문사상(天文思想)이 첨부되어 전국시대 말기부터는 구체적인 이론으로 형성된 도참설이 비술적 사상이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한 시대에 이르러 풍수지리설에 음양론이 본격적으로 도입 됨으로써 한층 강력한 이론으로 정착하게 되었다.

그 후 남북조시대에 이르러서는 한층 발전하여 많은 대가들이 배출되었는데, 이때에는 집터인 양택(陽宅)위주의 풍수에 묘 터인 음택(陰宅)이 추가되고, 그 뒤 당 ·송 ·원 ·명 ·청 대에도 수많은 풍수서와 유명한 풍수가가 출현하였다. 그러나, 묘지풍수의 2대 원칙인 “좋은 일을 한 가문이 길지를 차지한다”는 것과 “산소의 크고 작음이나 장대하고 누추한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라는 사실을 아직도 많은 사람이 망각하고 막대한 돈과 노동력을 투입하여 넓지도 않은 국토를 훼손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한편, 도참서들은 주로 국운이 쇠퇴하고 나라가 불안할 때마다 나타나서 말세의식을 형성하면서 부패한 현실을 부정하는 정신적 기반을 만들기도 하였는데, 민중은 이러한 괴석(怪釋)에 의지하여 숨막히는 폭정과 암흑으로 뒤덮인 현실의 피안에 구세주의 도래를 갈구하였다. 그 결과 집권계층의 거주지인 현 왕도의 지기는 쇠하고 다른 곳에 기맥이 새로이 흥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서 새로운 혁명이론의 무기가 되었으며, 한편으로는 그 시기가 혼란기이어서 피란·보신의 사고관념도 두드러졌을 것이므로, 이러한 도참사상에 풍수사상이 가미될 소지가 있었다. 

도참서의 종류는 아주 많지만 그 중 가장 널리 알려져 있고 포괄적인 것이 이심(李沁)과 정감(鄭鑑)의 문답을 기록한 『정감록(鄭鑑錄)』인데, 조선 중기 이후 백성들 사회에서 널리 유포된 정감록의 저자에 대해서는 정작 알려지지 않고 있다.

국가운명과 백성들의 장래에 대한 예언도 있지만, 주로 풍수 중에서도 양기풍수(陽氣風水)를 설명하는 정감록의 감결에서는 풍수의 근원지로 삼는 조산(祖山)을 곤륜산(崑崙山 = 祖宗山)·종산(宗山)을 백두산으로 삼고 있는데, 백두산에서 시작된 지맥은 남쪽으로 흐르다가 태백산에서 잠시 멈추면서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한줄기는 동해 앞 바다로 빠지고 다른 하나는 지리산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지맥이 산맥을 통해서 달리다가 멈추는 곳에 기(氣)가 뭉쳐서 에너지의 원천이 되는 혈(穴)을 이루며, 집이나 음택을 만들 때에는 이런 혈 위에 짓는 것이 좋다는 결론으로써 혈은 그곳의 기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둘레를 산들이 에워싸는 형국이 좋으며, 그 앞에는 반드시 물이 흐르는 곳이 이른바 명당(明堂)이라고 하는데, 이때 태백에서 갈라져 나온 소백산맥을 근간으로 하는 차령이 등장한다. 특히 태백산맥에서 소백산맥이 분리되는 이른바 두 산맥 사이가 크게 주목을 받고 있는데, 삼한산림비기에서도 내맥의 내용은 거의 같지만 차현 이남이 배역(背逆)의 지세라는 점을 추가하고 있을 뿐이다.

어떻든, 가장 먼저 정감록의 감결에 “천지는 음양이 먼저 주장이 되는 도다.”라는 대목이 풍수지리설이 음양론에 기초를 두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보고 있으며,

둘째로는 국역풍수의 내맥에 관한 대목들이 여기저기에서 많이 발견되며, 셋째로는 국도풍수(國都風水)에 대한 지적으로 한양의 풍수지세가 기재되어 있는데, 삼한산림비기에는 국도(國都 : 도읍지)의 우선순위를 금강 ·송악 ·한산 ·평양 ·경주 ·원주 ·전주 ·가야산 ·마니산 등으로 열거하고 있으며, 도선비결에서는 이밖에 계룡산이 더 언급되어 있지만 이것은 금강과 같은 범주로 본 듯하고, 넷째로는 모든 도참서에서 공통적으로 많이 등장하고 있는 도읍과 주거 풍수가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대종은 피란 ·보신적인 십승지지(十勝之地)에 관한 것들이다.

여기에서 잠시, 주로 도참설에서 사용하는 말이긴 해도 우리가 자주 접해 보는 「십승지지」에 대해서 다소간의 궁금증이 생길 것 같아서 살펴보기로 하자.

전쟁과 같은 난세를 피하기 좋은 곳 10개소를 말하는 십승지지의 공통된 특징은 첫째, 대개 물의 흐름과 산의 형세가 태극처럼 휘어 감아져 있어서 외부에서는 안쪽으로 진입이 어렵고 또 안쪽을 잘 알 수 없는 곳이라는 점, 둘째로는 부분적으로 평탄한 지역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주위는 급경사면으로 둘러싸인 V자 모양의 아주 좁은 협곡이라는 점, 셋째로는 큰 산맥의 중앙부에 위치하여 다른 지역과의 교통이 매우 불편하여 간선도로와는 아주 불편할 만큼의 오지에 위치에 있고, 넷째로는 반드시 한쪽으로는 좀더 넓은 도읍지에 연결되어 있으나, 연결된 협곡의 폭은 병목(bottle neck)과 같이 아주 비좁으며, 다섯째로는 협곡 내에는 반드시 하천이 있으며, 이 하천은 병목 같은 협곡의 입구를 지나면 그대로 큰 하천으로 연결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지역들은 대체로 일시적인 피난지로서의 기능은 인정할 수 있지만, 계속적인 주거지로는 아주 부적합한 지형이기도 한데, 또 협곡이 아주 깊은 분지이기 때문에 요풍을 가장 두려워하라는 ‘최파요풍’의 풍수 금기에 해당하기도 하므로 겨울을 지내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한다. 어떻든, 대표적인 도참서에서 나오는 십승지지 중 정감록의 십승지지와 조선 명종 때 사람으로서 역학과 풍수지리에 능하여 천문 교수를 역임하고, 자신의 사후 동·서 분당은 물론 임진왜란의 발발을 예언하였을 뿐 아니라 예언서로 유명한 『격암유록(格庵遺錄)』을 지은 남사고(格庵 南師古 : 1509∼1571)의 십승기(十勝記)에 나오는 십승지지만을 훑어보기로 하자.

먼저, 정감록 감결의 뒷부분에서 나오는 십승지지를 보면, ⑴ 경상도 풍기의 차암 금계촌(金鷄村) 동쪽 골짜기 소백산 두 물길 사이 ⑵ 화산 소령의 옛 땅인 청양현으로 지금의 경북 봉화 동쪽 마을 ⑶ 충청도 보은의 속리산 네 시루목이 이어진 곳 ⑷ 전라도 남원의 운봉 행촌 ⑸ 경상도 예천의 금당실 ⑹ 충청도 공주의 계룡산 유구 마곡의 두 물길 사이(오른편 마곡사 사진 참조) ⑺ 강원도 영월의 정동쪽 상류(영월군과 충북 단양군 영춘면 경계의 태백산과 소백산 사이) ⑻ 전라도 무주의 무봉산 동쪽 동방 상동(銅傍 相洞) ⑼ 전라도 부안의 금바위 아래 ⑽ 경상도 합천의 가야산 만수동 등이고,

남사고의 십승기에 따르면, ⑴ 충청도 공주의 유구와 마곡 사이 ⑵ 전라도 무주의 무풍 ⑶ 충청도 보은의 속리산 ⑷ 전라도 부안의 변산 ⑸ 경상도 성주의 만수동 ⑹ 경상도 봉화의 춘양 ⑺ 경상도 예천의 금당곡 ⑻ 강원도 영월의 정동쪽 상류 ⑼ 전라도 남원 운봉의 두류산 ⑽ 경상도 풍기의 금계촌 등이라고 기록하였다. 이와 같이 십승지지의 하나이자 조선의 신도시 공사가 이루어지기도 했던 신도안은 1984년부터 서울 용산에 있던 육 ·해 ·공의 삼군본부가 이전공사를 시작하더니, 1989년 6월 20일 계룡대(삼군본부)가 옮겨와서 이제는 군사적으로도 중요시되고 있으며, 인접한 대전의 신도시 둔산 지역에는 비록 정부 중앙부처의 외청(外廳)이지만, 1998년 봄 제3청사가 모두 이전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라 할 것이다.

한편, 차령 이남의 대표적인 〈대전 분지〉는 금산고원에서 발원하는 대전천과 유등천 ·갑천 등 여러 지류가 발달되고, 계룡산 기슭에 위치하여 주거지로보다는 농경지로 더 이용되어 왔지만, 근세기들어서 철도의 개통과 더불어 경부선의 대전 역과 호남선의 서대전 역 등이 세워지면서 새로운 변신을 하게 된 곳이다.

그밖에도 금산고원에 자리하면서 오랫동안 전라북도 땅으로 있던 가장 가난한 고을이던 금산과 진산 두 고을은 일제 식민통치 시기이던 1914년 「금산군」으로 통합되었다가 1963년 충청남도 땅으로 편입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는데, 현재 1읍 19면을 관할하고 있다.  

이곳은 1991년 대전 시내와 금산군 추부면을 관통하는 추부터널이 개통되어서 명실공히 충청지방으로의 일체화를 촉진하고 있으며, 〈금산인삼〉의 주산지로서의 명성과 함께 임진왜란 때 의병들이 순국한 전적지로 널리 알려진 〈칠백의총(왼편 전경 사진참조)〉등으로 유명한 지역이기도 한데, 추부 터널에 이르기까지 대전~ 금산간 16km구간의 프라타나스 거리는 2000년 11월 산림청에서 전국의 마을, 거리, 학교, 21세기를 위하여 보존해야 할 숲 등 4개 부분으로 제1회 전국의 아름다운 숲 경연대회에서 선정한 22개중 1곳이기도 하다.


출처 : http://home.hanmir.com/~chungsyl/ks2.htm
         http://home.hanmir.com/~chungsyl/ks3.htm
         http://home.hanmir.com/~chungsyl/ks4.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