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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강의] 제232강 : 고전문학사 열다섯 번째 강의
고전문학사 열다섯 번째 강의 <민족수난에 대응한 문학> 1592년에 일어나서 7년 동안 계속된 임진왜란은 처참한 희생을 강요한 수난이었으며 나라를 온통 뒤흔들어 놓았습니다. 1627년의 정묘호란이나 1636년의 병자호란도 우리 민족에게 굴욕을 안겨주었습니다. 전란을 겪으면서 이룩된 각계각층의 수많은 기록과 증언, 술회와 상상은 새로운 단계로 들어서는 조짐을 보여주었습니다. 전란의 체험을 통해 보고 느끼고 통탄한 바를 나타내는 공동의 과제가 제기되어 상하층민의 간격이 과거 어느 때보다 좁아졌으며, 기존의 표현방식은 규범적인 것일수록 더욱 불신 받아야 했습니다. 누구나 무슨 일이 있어났던가 증언하고, 왜적에 대해서 적개심을 나타내며, 왜 그런 사태에 이르렀는가, 따지는 반성과 비판의 발언을 남겼습니다. 글의 내용뿐만 아니라 표현도 달라져야 했습니다. 새로운 경험을 했으므로 설명이 아닌 묘사에 힘쓰는 전에 볼 수 없던 시도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또한 국문본으로도 나와 국문사용의 확대를 입증했습니다. 감회를 나타내는데 치중하자면 산문이 아닌 시가를 택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전통적인 형식을 따르는 한시로라도 내용을 앞세웠습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며 받은 고통을 표현한 실기, 한시, 시조, 가사, 몽유록, 설화와 소설이 많이 있습니다. 실기의 대표적 예는 유성룡(柳成龍)의 <징비록(懲毖錄)>이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인물관련 자료를 모아 실기로 편찬한 모습이 엿보이며, 다른 기록들에서도 피란과 고난의 기록, 그리고 전체적 경과를 기록하거나 교훈이 담은 실기, 포로의 체험수기, 통신사의 기록 등이 담겨 있습니다. <산성일기 병자>는 국문독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서두와 결말을 대조시키고, 중간 과정은 일기 형식에 따라 시간적인 긴장을 유지했습니다. 척화파를 옹호하고 강화파를 비난하는 어조를 띠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심양일기>는 소현세자를 수행한 수행원의 기록으로 비통한 사연을 드러내지 않고 덤덤하게 기술한 것이 인상입니다. 가사는 세상 형편에 대한 폭넓은 견문을 다루는 것이니 전란을 직접 소재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 박인로(朴仁老)는 <태평사>, <선상탄(船上嘆)> 등을 통해 왜적에 대한 투쟁과 승리를 시적으로 확인한 성과를 얻었습니다. <임진록(壬辰錄)>은 전란의 경과를 연대기 형식으로 서술하면서 여러 영웅의 활약상을 다채롭게 포괄했습니다. 나라에서 인정하고 평가하지 않은 민중의 역량이 안에서 시련을 겪느라고 지속적인 과업을 성취하지 못했던 사정을 납득할 수 있게 부각시켜 왜적을 물리치지 못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던가, 하는 커다란 의문에 대답하고자 했습니다. <임경업전>은 임경업에 대한 존명배청 사상에 입각한 평가와 민중적 영웅으로서의 숭앙 사이의 중간쯤 되는 위치에 차지합니다. <박씨전(朴氏傳)>은 겉보기로 평가를 내리는 사고방식을 뒤집음으로써 미천하다고 멸시받는 층의 잠재적인 역량을 암시했습니다. <정통 한문학의 동요와 지속> 정통한문학은 사회변화를 지연시켰습니다. 방외인 문학은 예외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입니다. 임진왜란 직전 목통성세 시기에 한문학이 가장 난숙한 경지에 이릅니다. 젊은 나이에 전란의 참상을 절감하고, 하층민 동향에 공감한 일부 지식인들이 활동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유몽인은 소설 자체를 반대할 뿐만 아니라 당쟁의 무리에 대한 반감을 느낍니다. 기발한 상상력에 의한 우언은 방외인의 취향을 보여주고 도가적 기풍을 남깁니다. <어우야담>이 그 반발적 양상의 예입니다. 이수광(李光)은 문화의식 전반에 걸친 반성의 기틀을 마련합니다. 현실인식과 국제적 감각을 보여줍니다. <증사명산인왕일본>, <지봉유설(芝峯類說)>, <천기론>이 대표적 작품입니다. 방류시, 규수시, 창첩시의 의의를 밝히는데 주력하고 국문 가사를 예로 들어 평가합니다. 권필(權)은 <주사장인전>, <곽색전>, <주생전> 등을 남겼으며 삼당시인을 계승하고 발전시킵니다. 허균은 <문설(文說)>, <호민론>, <유재론> 등의 산문, <장생전>, <장산인전>, <엄처사전> 등의 한문소설, 국문소설인 <홍길동전(洪吉童傳)>을 남깁니다. 심광세(沈光世)는 <해동악부>를 지어 한시가 민족문학으로서 적극적인 구실을 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방향 전환을 하고자 했습니다. 야담과 소설을 통해 현실의 갈등을 문제 삼습니다. 이정구(李廷龜), 신흠(申欽)에서 이식(李植), 장유(張維)로 이어지며 기풍의 변화가 생깁니다. 문학자체를 한층 존중하여 산문을 중시합니다. 고문은 도학의 규제에서 벗어나고 내용은 줄이면서 표현의 아름다움을 갖추려한 글로 파악합니다. <소설시대로 들어서는 전환> 사람의 일생을 있었던 사실에 따라 서술하는 전은 한문학의 한 갈래로서 오랜 내력과 뚜렷한 위치를 갖추고 기본 특징은 바꾸지 않은 채 계속 새로운 작품을 보태다가 한문학이 밀려나자 국문전기로 이어졌습니다. 전이면서 소설인 작품도 있었지만 전통과 소설의 진로가 뒤섞인 것은 아닙니다. 전이라고 한 소설과 전의 구별은 사실여부만으로는 불가능하기에 자아와 세계가 대결하는 양상의 심각성 여부가 준거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허균의 <홍길동전> 계열의 영웅소설이 지배체제에 반감을 가진 하층에서의 요구를 나타냈으며, 불교소설은 생활에서의 고난을 초경험적인 전제에 따라서 제시하느라고 귀족적인 주인공의 무력감을 그려냈습니다. 한쪽은 도술을 개입시켰으면서도 일원론적인 소설로 자리를 잡았는데, 또 한쪽은 현세에서의 좌절과 시련에 관심을 모았으면서도 그것이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삶의 한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는 이원론적 소설의 극단적인 예를 보여주었습니다. 이원론적 소설은 차차 줄어들고 일원론적 설정에 접근하는 것이 소설사의 전체적인 방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김만중의 <구운몽>은 사대부문학의 오랜 주제인 진퇴의 문제를 소설로 바꾸어 나타냈다 하겠는데, 물러난 상태를 성리학적 명분이 아닌 불교적 초탈로 합리화하고, 사대부문학으로서 평가받기는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사대부가 숭상하는 규범에 대해 불만을 가졌던 김만중은 이 소설을 통해 독자와 제휴하고자 했습니다. <사씨남정기(謝氏南征記)>에서는 처첩 사이의 갈등을 충격으로 나타냈는데 유한림을 임금으로 바꾸어 놓고 생각하면 숙종의 마음을 돌리게 하려고 이 작품을 마련했다 할 수 있습니다. <구운몽>이 이상주의를 택했다면, <사씨남정기>는 삶의 실제 양상이 이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나타내 사실주의로 나아가는 길로 열었습니다. 참고문헌 * 국문학사(개정판), 조동일ㆍ서종문, 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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