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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강의] 제224강 : 고전문학사 일곱 번째 강의
고전문학사 일곱 번째 강의 * 무신란·몽고란과 문학 <문학 발전의 이유> 무신의 전횡을 피한 문인들이 문학에만 매달리는데 전력합니다. 때문에 최충헌과 그 후계자들이 문학을 장려하는 계기가 됩니다. 일부 문인들은 이 시기에 죽림고회라는 모임을 결성하였는데, 이는 중국의 죽림칠현(竹林七賢)을 본받아 세태비판과 동시에 산수를 즐기며, 고결한 문학을 표방하고자 조직한 것입니다. 이 모임의 주요 인물은 오세재, 임춘, 이인로 등입니다. 그러나 정중부를 비롯한 초기 집권자들의 실패를 시정하고, 후기의 최충헌과 그 후계자들은 서방(書房)이라는 기구를 만들어 문신들을 등용하고 포용해 문학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보는 견해가 있어 흥미로움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기존의 문벌귀족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문학의 창조자가 등장하는데 바로 신진사류, 곧 흔히 신진사대부로 알려진 세력의 등장이 그것입니다. 이들은 지방 향리 또는 중소 지주 출신의 문인들이 중앙정계에 자발적으로 등장해 새로운 문학의 주체로서 자리매김합니다. 이들은 훗날 고려 후기에 등장하는 권문세족과 다투다가 조선왕조를 건국하는 주체가 됩니다. 특히 무신란 이후 무신정권 참여자 가운데 천민 신분에서 올라간 사람도 적지 않았던 만큼 또 다른 방향의 변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사회 통제가 흔들림에 따라 오랫동안 억압과 수탈에 시달려 불만이 누적된 농민과 천민이 반란을 지속적으로 일으킵니다. 이에 무신정권은 무력으로 다스렸지만, 김극기(金克己)나 이규보 이후의 새 시대 문인들은 자기네와 가까운 관계를 가진 하층의 동향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문학을 혁신하는 역사적 경험을 얻었습니다. 산천의 아름다움이 아닌 농촌 실정을 문제 삼고 농민의 어려운 처지에 공감하는 문학을 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민중의 구비문학에서 자극을 받아 그 내용이나 표현을 옮겨놓은 농민시 또는 애민시를 마련합니다. 신흥사대부는 사회를 재구성하는 방향을 제시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에 필요한 실무와 기술에도 능통했습니다. 의학을 연구하고 농업을 발전시켜 인구가 늘어나게 했습니다. 유학을 이념으로 한 사회 질서와 기강을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농민을 보호하면서 다스려야 한다는 애민의 이념을 제시하여 치자(治者)의 횡포를 제어하고 피치자(被治者)의 노동의욕을 고취하고자 했습니다. 무신정권이 지속되는 동안에 1231년(고종 18)부터 1259년(고종 46)까지 몽고의 침략을 겪으며 최씨정권은 몽고와의 항전을 강행하였습니다. 이 투쟁의 과정 속에서 새 시대의 문인들은 최씨정권의 항쟁을 지지하면서 민중의 애국적인 역량을 조직하고 동원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투쟁 기간에 상하의 의지가 일치한 것이 아주 소중한 경험이었기에 새로운 문학이 진취적이고 민중적인 입장을 지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중세적인 가치관을 현실의 움직임에 맞게 재편성하는 것을 기본과제로 삼아 문학관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표현양식을 찾으면서 활기에 찬 실험을 계속합니다. 그 성과가 조선전기에서 이어받아 고려전기와는 다른 차원의 질서와 조화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고려후기에서 조선전기까지의 문학은 기본적인 동질성을 가지며, 고려전기까지의 중세전기문학과는 구별되는 중세후기 문학을 이룹니다. 김극기는 과거를 보아 진사가 되었으나 벼슬을 못하다가 무신란 후에 명종 때에 학행으로 천거됩니다. 의주방어사를 거쳐 한림원으로 들어가고, 금나라에 사신으로 가기도 했습니다. 그는 <김거사집>이라는 문집을 남겼습니다. 이 책은 최씨 정권의 우두머리 최우(崔瑀)가 <김거사집>을 편찬했습니다. 이 방대한 문집은 지금 전하지 않지만 여러 문헌에서 찾을 수 있는 작품이 적지 않습니다. 전국 각처를 돌아보면서 지은 기행시가 많아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이백 편쯤 수록되어 있습니다. <동문선>에 나오는 마흔다섯 편 중에는 농촌에서 지은 시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전가사시>라고 하고, 농촌의 네 계절을 다룬 작품이 두 편 있습니다. 하나는 오언고시(五言古詩), 다른 하나는 오언율시(五言律詩)가 있습니다. 새끼 꼬아 지붕 이은 것이 어제 같은데 봄이 되어 밭 갈기 시작하는구나. 따비 메고 동쪽 들로 나가노라고. 숲 사이 길을 꼬불꼬불 돌았네. 들새는 농사철 알려주고서. 날아 울며 씨뿌리기 재촉하네. 밥 나르는 아낙네 밭머리에 나오는데 짚신은 겨우 발에 걸리는구나. 과장과 수식이 없는 농민 생활을 그리고 있습니다. 멀리서 관찰해서는 얻을 수 없고, 말을 아름답게 다듬는 재주를 자랑하면 사라지고 말 지경입니다. 시인이 농민이 되어 농민의 말을 합니다. 봄이 되어 농사를 시작할 무렵에 보고 느낄 수 있는 바를 자기 자신의 움직임에 따라 시점을 바꾸면서 생동하게 노래했다. 술을 다 마시고 일어나 서로 보내며, 얼굴빛이 다시금 온갖 시름에 잠겼구나. 관청의 세금 독촉 성화 같으니, 집안 식구 모아 미리 의논하네. 진실로 공납은 바쳐야 하겠으니, 사사로이 남겨둘 것이 어찌 있으랴. 가을걷이를 해서 흥겹다고 잠시 모여 술타령을 하다가 세금 바칠 일을 생각하고 근심이 가득합니다. 이렇듯 농민들끼리 서로 궁리하며 주고받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농민의 딱한 사정을 문제로 제기하는데 그치지 않고 농민의 느낌과 표정을 그려냈기에 더욱 소중합니다. 김극기는 서울을 오르내리거나 사신으로 외국으로 가는 길에도 농촌을 찾아 묵으며 자기 작품세계를 일관되게 가꿉니다. <숙향촌>이란 작품이 그것입니다. 구름 낀 길을 사오 리쯤 걷다가 푸른 산부리를 차츰 내려가서 까마귀며 솔개며 놀라 날아가는 데서 비로소 뽕나무 선 마을이 보인다고 한 서두에서부터 농촌의 모습을 실감 나게 그리고는 아래아 같은 대목을 남깁니다. 관솔 꺾어 갑자기 밤을 밝히더니, 생선과 게로 저녁상이 비릿하구나. 농부들 한 사람씩 방안에 들어와서, 농사 이야기로 네 벽이 왁자지껄. 어지럽게 떠들면서 고기 꿰듯 둘러앉아, 웃으면서 하는 말 새소리처럼 부산하다. 나는 이따금 시름으로 잠 못 이루어, 서쪽 마루에 나가 베개 돋우고 누웠으니, 서늘한 이슬에 반딧불이 젖고, 차가운 벌레 소리 빈 동산에서 시끄러워라. 여기서 화자는 농촌으로 돌아가자 흐뭇한 인정을 다시 찾으며 농사꾼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즐거움을 누리지만, 머물러 있을 형편이 아니라 다시 떠나야 하는 외톨이의 서러움을 느낍니다. 떠나가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말하지 않으나 농사꾼들을 위하는 방도를 차릴 형편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잠을 이루지 못해 밤샌다고 한 데에 고민만 깊고 해결책은 없다는 한탄을 은연중에 나타냅니다. 이렇듯 <전가사시>를 통해 농민의 말로 농민의 생활을 나타내어 농민시의 성격을, <숙향촌>을 통해 농민의 처지를 이해하고 동정하고자 했으니 애민시의 성격을 가집니다. 이들 작품에서 김극기가 좋은 본보기를 보여줌에 따라 한국 한시의 특징을 이룹니다. 김극기는 농민이 아니었으나 스스로 시를 통해, 농사를 지어야만 알고 느낄 수 있는 농민생활을 나타내고자 했습니다. 관념도, 경치도 아닌 생활의 실상을 절실히 말해주어, 민중과 가까운 관계를 바탕으로 현실을 인식하고 개조하고자 합니다. 그러므로 중세 후기 지식인의 새로운 문학으로의 경지를 개척하였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임춘은 문학의 본질과 기능에까지 관심을 기울일 만큼 상당한 문학적 수준을 가졌습니다. <공방전>과 <군순전(혹은 국순전(麴醇傳))> 같은 가전체 소설을 남깁니다. 이인로는 문학의 절대적 가치와 그것의 표출방법으로 공교로운 표출방법을 강조하였습니다. 무신정권을 비판하거나 당대에 대한 한탄을 하지 않습니다. 그는 고전적인 표현의 전례를 따르는 용사(用事)를 중요한 창작방법이자 평가의 척도로 삼았습니다. 최초의 시화집으로 알려진 <파한집>을 지었습니다. 이인로가 파한집을 쓰게 된 동기는 문학의 위기감입니다. 무신란이 일어나 나라에서 쓰이지 않는 문학은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난 그는, 문학의 가치를 사회적 처지의 영향권 밖에 놓으려는 문학관을 <파한집>을 통해 펼쳤고, 그러자니 복고주의(復古主義)와 형식주의를 지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면 최충헌 이후의 최씨 정권 아래 문인으로 활약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한림별곡(翰林別曲)>이라는 시가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참고로 이 노래는 무관들이 정권을 잡자 벼슬자리에서 물러난 문인들이 풍류적이며 향락적인 생활감정을 현실도피(現實逃避)적으로 읊어 부른 노래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시기에 활약한 문인들은 금의, 김인경, 진화, 이규보가 있습니다. 금의는 최충헌의 신임을 받아 과거를 주관해 문인을 등용하도록 하는 구실을 맡았습니다. 김인경은 근체시(近體詩)를 잘 다듬어 짓는 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근체시란 한시체의 하나로서 당대의 문인이 새로운 시 형식으로 작시하면서 이전의 시들과 따로 구별해 고체시라 하고, 자신들의 시를 근체시라 했습니다. 고체시에 비해 일정한 격률과 엄격한 규범을 갖고 있어 금체시(今體詩)라고도 합니다. 이규보는 <백운소설>을 통해 규범이 되는 명문을 본떠 자기 것인 양 하는 태도를 비판하고자 했습니다. 문학창작이 독창적인 작업이어야 함을 강조하고 복고주의와 형식주의를 비판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표현, 새로운 현실의 인식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문학의 독창성을 주창한 논리는 민족의식의 고양에로 이어집니다. 중국의 한문학을 잣대로 우리 것을 평가하려는 이인로와는 다르게 한문학이 민족문학일 수 있음을 강조하였습니다. 최자는 시화집 <보한집>을 통해 <파한집>을 보완, 이규보의 문학관을 따릅니다. 그는 신유학에 근접한 생각을 서술하고자 함으로써 신흥사대부들이 문학활동에 이론과 창작의 방향을 제시해줄 뿐만 아니라 생동하고 기발한 표현과 함께 조화를 유지하도록 하였습니다. 신경, 함축에서 장려에 이르기까지 무려 21종의 품격론을 제시하고 문학원론, 문학사, 문학의 갈래에 대한 검토와 품격론까지 갖춘 최초의 비평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최해는 <동인문>을 남겼습니다. 이 책에는 시를 모은 <오칠>, 일반 산문을 모은 <천백>, 변려문을 모은 <사륙>의 삼부작으로 구성하였습니다. 김태현의 <동국문감(東國文鑑)>에 영향을 받고, <동문선>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한문이 우리말을 바탕으로 삼지 않은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갖춘 묘리(妙理)를 드러내기만 한다면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한국의 한문학이 중국의 한문학과 대등한 것으로 파악하였습니다. 이제현은 <익재난고>와 <역옹패설>을 남겼습니다. 그의 문학은 성리학과도 상당한 관계를 가지면서 사대부의 의식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고문을 일으키고 시에도 이에 상응하는 기풍을 가지자는 것이었습니다. <역옹패설>은 전집과 후집으로 구성해 각각 역사와 문학을 다루었습니다. 이를 통해 무신란의 피해를 극복하고 민족사의 자주성을 지키고 키워나가는 것이 긴요한 과제라 생각하였습니다. 고려문학을 역사적인 시기에 따라 논하고 새로운 문학의 알 길을 제시하려는 역사의식을 지니고 입론을 전개합니다. 구귀족의 잔존세력과 불교를 아울러 비판하는 의도를 드러냄으로써 고려문학은 중국을 따르면서 독자적인 세계를 이룩해야한다고 보았습니다. <불교문학의 새로운 경지> 고려전기에는 귀족불교인 교종(敎宗), 특히 화엄종(華嚴宗)과 천태종(天台宗)이 불교계를 지배했으나 무신란이 일어나자 사정이 달라질 때 지눌이 나서서 선종(禪宗)을 통해 불교를 혁신하고자 했습니다. 선종은 원래 말이나 글을 불신하고 불립문자(不立文字)에 이르러야 한다고 하였지만 많은 저작을 남겼습니다. 이러한 저작들은 어록의 형태를 지녔습니다. 지눌의 <수심결>은 문자가 아닌 뜻이 긴요하며, 스승을 통하지 않고도 스스로 깨우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독창적이고 자기 자신을 중요시했다는 점에서 이규보의 주장과 같은 맥락을 지녔습니다. 혜심은 <죽존자전>, <빙도자전>, <어부사(漁父詞)>를 남겼습니다. 그는 지눌의 사상을 문학에서 구체화하고 유학을 불교와 아우르려고 하였습니다. 당시 문학을 혁신시키려고 한 문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요세는 지눌의 이론에 동조하고, 그 맥을 이어 천인, 천책, 이안, 운묵 등과 함께 문학활동을 하였습니다. 이들 중 척책은 정약용이 높게 평가하였다고 합니다. 이들 중 운묵의 <석같여래행적송>은 불교 서사시로서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의 원류가 되었습니다. 충지는 <원감록> 문집의 편제를 갖춘 작품입니다. 여기에 실린 <영남간고상>은 원나라가 일본 원정을 빙자하여 영남 해안의 백성을 가혹하게 부리고 수탈하자 그 참상을 고발한 작품입니다. 이외에도 원나라 지배 하의 모든 동방 백성이 겪은 고난을 보다 자세하게 고발하기도 합니다. 경한은 <백운화상어록>을 남겼습니다. 그는 선가문학이 계속 생동하는 의의를 가지도록 하는 데 공헌합니다.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문학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하게 했으며 문학긍정론을 펼쳤습니다. 보우는 <태상화상어록>을 남겼는데, 많은 시가 실려 있지만 고심을 하거나 다듬어 지은 작품같지 않다고 추정합니다. 혜근은 나옹으로 불리기도 합니다만 <나옹집>이라는 문집을 남겼습니다. 이 문집은 자료가 많을 뿐만 아니라 노래를 많이 지어 남겼습니다. 혜근의 노래는 교화를 펴는데 힘쓴 것이 특징이며, <백납가>, <고루가>, <영주가>, <나옹삼가>가 있습니다. 그 밖에 <송원가>가 있는데 이 노래는 향찰(鄕札)로 표기되어 가사의 시작을 알려주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참고문헌 * 국문학사(개정판), 조동일서종문, 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2011. * 한국문학통사 2(제4판), 조동일, 지식산업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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