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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강의] 제231강 : 고전문학사 열네 번째 강의
고전문학사 열네 번째 강의 <산문의 영역 확대와 소설의 출현> 조선 전기 시절까지 <동문선>에 의해 문학의 판도를 설정했으나, 사(史)는 동문선에 실리지 못했습니다. 글 한 편이 아니고 많은 글을 모아놓은 총체인 사서(史書)이므로 별도로 취급했습니다. 조선 전기의 대표적 사서는 <고려사>이고, 고대에서 고려까지의 통사를 정리한 성과가 세조 때에 편찬한 <동국통감(東國通鑑)>입니다. 사서는 편찬은 물론 사찬으로도 당대의 역사를 다룰 수 없었습니다. 당대의 일이 관심거리이지 않을 수 없으므로 비공식적인 역사로 야사(野史) 또는 더 쉽게 지을 수 있는 잡기(雜記), 잡록(雜錄)에 올릴 수 있게 됩니다. 이들은 사서로서의 가치가 적은 만큼 문학에 가까웠습니다. 서거정은 한시에 대한 비평적인 논의와 일화를 소개한 <동인시화(東人詩話)>와 역사의 이면을 이해하기에 도움이 되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보탠 <필원잡기(筆苑雜記)>를 따로 저술합니다. 이는 시화와 잡기가 분리되는 첫 예입니다. 성임은 국내외의 고서에 기록된 기이한 이야기를 두루 뽑아 <태평통재>를 편찬했고, 성현은 잡기 영역의 확대로 <용재총화(齋叢話)>를 남겼는데 이 책을 통해 구전되고 있는 설화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며 음담패설까지 싣습니다. 조선전기의 잡기류는 <대동야승(大東野乘)>에 모아놓은 것만 보아도 수가 많고 내용이 다채롭습니다. 대표적 사례로 이륙(李陸)의 <청파극담(靑坡劇談)>, 어숙권(魚叔權)의 <패관잡기(稗官雜記)>, 김정국(金正國)의 <기묘록(己卯錄)>, 이중열(李中悅)의 <을사록>, 허봉(許)의 <해동야언>이 있습니다. 이들 중 <패관잡기>는 중국과 일본의 관계에 따른 일화를 싣고 있어 인상적입니다. 일기는 잡기의 이웃 영역으로 등장하였는데 대표적 작품으로 이자(李滋)의 <음애일기>, 이이의 <경연일기(經筵日記)>가 있습니다. 기행문의 성장은 잡기나 일기보다 더디게 이루어집니다. 그 대표적 작품으로 김종직의 <두류기행록>, 이이의 <풍악행>, 백광홍의 <관서별곡>, 정철의 <관동별곡> 등 작품들이 삶의 실상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기행문학의 성향을 바꾸어 놓은 작품으로 김정의 <제주풍토록>, 신숙주의 <해동제국기(海東諸國記)>, 최부의 <금남표해록>, 조신의 <소문쇄록(聞錄)>이 있습니다. 국문을 사용한 편지로 말미암아 새로운 경험이 나타나 문학의 영역을 확대하고 표현방법을 바꾸어야 한다는 요구가 구체화되었습니다. 그 중 가장 오랜 예는 1569년에 쓰인 국문편지가 있습니다. 자기자신의 전을 어느 인물에다 가탁하여 서술하는 것이 탁전이라 하며, 대표적 작품으로 자기를 많이 격하시킨 성간의 <용부전>, 자기 호를 따서 그 인물을 칭송한 성현의 <부휴자전>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물을 의인화하여 주제를 제시하는 것을 가전이라 하며 종이로 의인화한 이첨(李詹)의 <저생전>, 대나무를 의인화한 정수강의 <포절군전>, 남성 성기를 사나운 장군에 설정한 송세림의 <주장군전>이 있습니다. 심성을 의인화한 작품을 가전체라 하는데 그 대표적 작품으로 김우옹의 <천구전>과 임제의 <수성지>가 있습니다. 몽유록은 꿈에서 겪은 일을 적은 기록으로 남효온의<수향기>, 심의의 <몽기(夢記)>, 신광한의 <안빙몽유록>, <서재야회록>, 세조의 왕위찬탈을 비판한 <원생몽유록(元生夢遊錄)>, 최현의 <금생이문록> 등이 있습니다. 골계전류는 전설이 아닌 민담을 모으고, 음담패설에 깊은 관심을 보입니다. 서거정의 <태평환화골계전>, 강희맹의 <촌담해이>, 유학의 교화에 반발한 송세림의 <어면순(禦眠楯)>, 성여학의 <속어면순>이 있습니다. 김시습의 <금오신화>를 잡스러운 글이기에 낮추어 보아 소설(小說)이라 했고, 사건을 갖춘 이야기인 서사문학으로 일관했기에, 소설이라는 용어를 규정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금오신화>는 설화와 관련된 문제를 가져왔어도 자아와 세계의 대결방식을 전에 볼 수 없게 구현했기에 소설의 개념을 다시 규정해서 최초의 소설이라고 합니다. <금오신화>의 다섯 작품은 <만복사저포기(萬福寺樗蒲記)>, <이생규장전(李生窺墻傳)>은 죽은 여자와 사랑을 한다는 설정에 따라 전개되므로 <명혼소설>이라 부를 수 있고, <남염부주지(南炎浮洲志)>와 <용궁부연록(龍宮赴宴錄)>은 꿈속에서 포부를 이루었다고 하는 것을 근간으로 삼으니 몽유소설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취유부벽정기(醉遊浮碧亭記)>는 두 가지 성격이 아울러져 있습니다. <금오신화> 이후의 소설은 <안빙몽유록>, <서재야회록>, <최생우진기>, <하생기우록>이 있습니다. <연회의 양상과 연극의 저류> 조선전기에는 나례회와 산대회를 국가적인 행사로 실시했습니다. 나례회, 즉 산대회는 규식지희(規式之)와 소학지희, 음악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중 규식지희는 줄타기, 방울받기, 땅재주 등의 곡예를 말하고, 소학지희는 재담으로 웃기는 연극을 말합니다. 특히 소학지희를 통해 임금을 즐겁게 하기도 하고 작자 미상의 <지양만록>, 유몽인의 <어우야담(於于野談)>에서 사회적인 문제를 주요핵심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조선전기에도 꼭두각시놀음과 탈춤이 민속극으로 민간에서 전승되었을 터인데, 성현의 <관극시>에 괴뢰라고 한 꼭두각시놀음의 이름이 언급되어 있으나 고려 때 이규보가 남긴 것 같은 내용이 갖추어진 자료는 보이지 않습니다. 탈춤은 재앙을 물리치고 복을 얻기 위한 굿놀이의 일환으로 공연되었습니다. 굿과 탈춤의 관계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탈춤이 연극일 수 있게 하는 최소요건으로 양반으로 분장한 인물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양반광대가 관중을 상대역으로 해서 체신을 잃어버림으로써 연극으로서의 탈춤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제신의 <청강쇄어>, 유몽인의 <어우야담>에도 탈을 쓴 광대에 관한 말이 있어 주목됩니다. 한편 조선전기 사원의 혁파로 승려가 감축되었는데 이때 잡승이 광대와 어울려 탈춤을 발전시킵니다. 예로 산대놀이와 해서탈춤에서 승려를 양반과 대등하게 한 것이 주목되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전하는 탈춤의 내용으로 보아 다양한 연회의 전승풍토가 복합되어 조선조 후기의 탈춤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 국문학사(개정판), 조동일ㆍ서종문, 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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