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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강의] 제233강 : 고전문학사 열여섯 번째 강의
고전문학사 열여섯 번째 강의 <문학의 근본문제에 대한 재검토> 조선 후기에 이르러서는 문학 담당층이 확대되고 문학의 실상이 크게 달라지는데 따라서, 문학사상 또는 문학론에서도 중세적인 규범에 대한 찬반론이 치열하게 전개되었습니다. 송시열이 앞장서서 가치관의 위기를 절감하고 문학을 성리학의 규제 아래 두어야 한다는 노선을 거듭 천명했습니다. 정조는 이를 따라 문체반정을 일으켜 시대변화에 호응하는 문체를 정책적으로 규제하였습니다. 허균에서 김만중을 거쳐 박지원으로 이어지는 혁신론자들은 당대에 새롭게 이루어지는 문학을 옹호하는 논리를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문학은 시대마다 달라지게 마련이라 하고, 현실의 생동하는 모습을 바로 표현하고자 하는 작품이 가치가 있다고 입증하려 했습니다. 최한기(崔漢綺)는 ‘문장은 신기에서 나온다.’라고 하였습니다. 이는 현실에 대한 경험을 중요시하는 것을 엿보이게 합니다. 김천택이 <청구영언>에다 자기가 쓴 서문을 포함한 몇 가지의 서문을 싣고 국문시가의 의의를 주장했습니다. 박지원과 정약용은 한문학을 민족문학으로 재정립하는 방향을 찾고자 했고, 허균은 <서유기>만은 평가할 만하다 하여 <서유록발>을 썼습니다. 그런데 이식은 소설의 폐단을 강경하고 지적하고 허균을 공격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정조는 문체반정을 일으키고 정약용은 <문체책>에서 패관잡서라 일컫는 소설을 그대로 둘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문학담당층의 확대에 따른 변모> 행정실무나 기술에 관한 직책에 대대로 종사한 중인은 사대부에 버금가는 신분으로서 직무수행에 필요한 것 이상의 교양을 지니고 경제적인 여유를 누렸습니다. 낮추어보자는 뜻으로 중인을 위항인이나 여항인(閭巷人)이라 불렀지만, 중인은 그 가운데서도 상층에 속합니다. 조선후기에 이르러서는 신분제가 흔들리고 상업이 발달하자 위항인들은 직책을 이용해 상업에 종사하여 돈을 모으고, 몰락한 선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길 만한 지위를 차지해서 스스로 선비로 자처하기까지 이르렀으며, 벌열 집권층과 직접 연결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사정이 문학의 판도를 적지 않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위항인들은 집단을 형성하고 지위상승을 꾀하는데 따른 위신을 갖추고자 하여 시집을 펴내 사대부로의 정신적인 지향을 실현하는 한편,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작품세계를 개척하기도 했습니다. 위항인문학은 사대부문학과 서민문학의 성격을 아울러 지닌 중간적인 형태로서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문학의 특징을 잘 나타내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위항문학이 일어나던 시기에 한시가 아닌 시조에 힘쓴 지체 낮은 사람들을 평민가객이라 부르면서 위항시인과는 별도로 다루는 것이 관례이지만 가객이 시조창작을 한 것은 위항문학운동의 하나로 보아 마땅합니다. 가객은 위항인 중에서도 지체가 낮아서 서리나 포교 이하의 계층에 속하였습니다. 위항문학의 연원은 최기남(崔奇男)에서 시작됩니다. 그 밖에 1728년 김천택의 <청구영언>, 1763년 김수장(金壽長)의 <해동가요(海東歌謠)>, 1876년 박효관(朴孝寬)과 그 제자 안민영(安玟英)이 편찬한 <가곡원류(歌曲源流)>가 있습니다. 판소리는 독창적인 형태를 갖추고 발전했으며 공연기회가 차츰 늘어났습니다. 광대는 서고 고수는 앉아 광대는 소리를 하고, 고수는 반주를 맞추면서 추임새를 하면 되니 어디서나 놀이판을 벌일 수 있는 이점을 충분히 활용했습니다. 고수관(高壽寬), 송흥록(宋興祿), 염계달(廉季達), 모흥갑(牟興甲)이 명창으로서 많은 일활르 남깁니다. 신재효(申在孝)가 판소리 사설을 정리하고 <광대가>를 지어 이론을 정립합니다. 소설을 판각해서 이른바 방각본으로 찍어내서 시장망을 통해 전국에 널리 파는 형식을 취했는데 이는 지역적인 한계를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서울을 위시해서 안성과 전주 등의 상업중심지에서 생겨나고 발전했습니다. 1654년에 전주에서 나온 <동몽선습>이 지금까지 알려진 최초의 방각본이라 합니다. 사대부 여류작가는 고립되고 특수한 영역에 머물렀고, 위항시인은 한문학의 한계를 의식하지 못했습니다. 전문가객은 자기네의 활동이 고급예술이기를 바라다가 인기를 잃었고, 판소리광대는 대량전달의 매체를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한계를 하나씩 극복한 결과 소설을 지어 출판하는 것을 영업으로 삼는데 까지 이르렀으나 작품에서 사대부 지향의 의식이 청산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대부문학에서 시민문학으로의 이행은 일거에 이루어질 수 없으며 다양한 방법과 필요한 단계를 거쳐야만 했습니다. <실학파문학의 새로운 방향> 유학을 공부하고 시문을 익힌 사대부라면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과거를 보아 입신해 가문을 빛내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일 때, 선비로서 마땅히 할 일이 사회의 모순을 비판하고 개혁의 방향을 찾는데 있다고 자각한 사람들이 실학자로 일컬어집니다. 이익(李瀷)이 그 선구자 노릇을 하면서 광범위한 영향을 끼칩니다. 이익은 <성호사설(星湖僿說)>을 통해 문학을 하는 근본자세를 바꾸어 놓고자 했습니다. <육두>를 통해 세상을 망치는 병폐 여섯 가지를 좀이라고 표현했으며 <해동악부> 119수로 역사를 회고하는 것을 가장 두드러진 성과로 삼습니다. 홍대용(洪大容)은 기행문인 <담헌연기(湛軒燕記)>, 국문본 <을병연행록> 등을 남겨 국문문학의 의의를 실증하였습니다. 박지원(朴趾源)은 <열하일기(熱河日記)>를 통해 다른 연행록과 구별되는 구조와 표현을 갖추었습니다. 문집으로 <방경각외전>을 남겼는데 여기에 <예덕선생전(穢德先生傳)>, <민옹전(閔翁傳)>, <양반전(兩班傳)> 등 총 9편으로 구성되어 있어 가치가 있습니다. 이덕무(李德懋)는 서얼 출신으로 많은 저술을 남겼는데, <사소절>을 통해 선비로서의 마음가짐에 대해 썼고, <청비록>을 통해 개성적 가치를 작품 자체에서 찾아야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유득공(柳得恭)은 <발해고>를 통해 발해를 남북국 시대에 편입하고자 했습니다. 박제가(朴齊家)는 <북학의(北學議)>를 통해 상공업의 중요성을 역설했으며, 문인으로서의 재능과 실학자로서의 각성을 아울러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정약용은 한시이기는 하되, 중국 전래의 격식에 매이지 않고, 소재나 표현이 자기 시대의 요구에 합당한 독자적인 특징을 가진 시인 ‘조선시’를 이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탐진촌요>, <탐진농가> 등의 민요시를 마련하고 우화의 수법을 동원했습니다. <민요, 민요시, 악부시> 민요는 직업적인 소리패가 부른 것이 아니기에 잡가와 구분됩니다. 잡가의 성장은 조선후기에 이르러 농촌사회의 분화와 함께 생업을 잃고 밀려난 유랑민이 계속 늘어났기에 가속화되었습니다. 판소리광대, 사당패, 걸림패 등의 활동도 그런 조건에서 활기를 띠었습니다. 가장 비참한 처지에 떨어진 각설이패는 각설이타령을 불렀는데, 각설이타령은 잡가로 인정되지도 않는 최하층의 민요이며, 구걸하면서 사는 신세를 자학과 반발을 섞어 나타냈습니다. 장타령도 각설이타령으로 수용되었습니다. 모내기노래와 같은 농가는 민요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기음노래>, <나무꾼노래>, <뱃노래> 등이 그 예입니다. 악부시(樂府詩)는 소악부를 포함한 넓은 개념이며, 소악부는 시조 중 칠언절구(七言絶句)만 택하여 연작을 마련한 것입니다. 육담풍월, 언문풍월은 한시를 우리말 노래와 접합시키자는 노력으로 만들어진 희작시입니다. 참고문헌 * 국문학사(개정판), 조동일ㆍ서종문, 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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