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제230강 : 창사 다시 읽기 - 17

◎ 과거 제도 정비

○ 대과와 별도로 소과(小科)를 시행하자는 의견이 줄곧 제기되었다. 여러 차례에 걸친 조정 논의에 따라 소과 시행 과목, 응시 자격, 주무 관청, 시행 절차 등에 대한 규정을 마련되었는데, 매년 1월, 4월, 7월, 10월에 대과를 시행하고 대과가 열리지 않는 달에는 소과를 시행하는 제도가 정월 15일에 잠정 결정되었으며, 2월 16일에 생원시, 진사시에 대비하여 훈련원시(訓練院試)를 두고 입격자(入格者) 호칭을 '장재(將才)'로 하는 전교가 내려졌다. 《장종대왕문서》

● 소과(小科)는 생원(生員)과 진사(進士)를 선발하던 초급 과거 시험이다. 향시(鄕試)인 초시(初試)와 회시(會試)인 복시(覆試)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명경과(明經科)인 생원시와 제술과(製述科)인 진사시에서 생원과 진사 각 100인을 선발하였다. 감시(監試), 생진시(生進試), 생원진사시(生員進士試), 사마시(司馬試). 본조에서는 훈련원(訓練院)에서 주관하는 무과 초급 시험인 훈련원시(訓練院試)를 소과에 추가하였다.  《사조백과사전》

● 대과(大科)는 조정 관원을 선발하는 과거 시험이다. 생원(生員)과 진사(進士)를 선발하는 소과(小科)와 대비하여 문과(文科) 시험을 대과라고 하였다. 동당시(東堂試). 본조에서는 문과와 무과(武科)를 모두 지칭한다.

● 본래 조선의 과거제도는 소과와 대과 체제로 나뉘어 있었고, 본조에서도 이를 구현하려고 하였다. 소과의 응시과목은 본래 생원시와 진사시만 있었지만, 본조에서는 훈련원시를 추가하였고, 대과는 본래 문과 시험이었지만 본조에서는 문과와 무과를 모두 지칭하여 대과라 하였다. 문무의 형평을 맞추기 위해 옛 제도를 그대로 따르지 않고 본조의 여건에 맞게 과거 제도를 정비하였던 것이다.

2월 16일 경술(庚戌)
예조에서 소과(小科) 시행 방안을 계본(啓本)으로 올리자, 전교하기를,
"예조에서 아뢴 바에 따라 무과 응시자들을 위한 소과 과거를 두되, 그 과거의 이름을 '원시(院試)'라 하고 입격자(入格者)에게는 '장재(將才)'의 호칭을 준다. 생원시와 진사시는 한성부 및 각도 감영에서 주관하여 관내 본적지 백성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며, 원시는 팔도 백성을 응시 대상으로 병조에서 주관하여 한성부에서 실시한다.
소과는 정기 대과(大科)를 실시하지 않는 달에 시행할 것이며, 응시 자격은 생진원시(生進院試) 모두 호적신고를 유효하게 완료한 백성과 정5품 이하 전현직 관리로 한다. 1회 소과에서 생진원시 각각에 중복 응시하는 것은 불허하나, 연이어 응시하여 3시(三試)에 모두 입격하는 것을 막지는 않겠다. 즉, 생원시에 입격한 자가 다음 소과에서 원시에 응시할 수 있는 상황을 이른 것이다.
생원시는 경서(經書)에 관한 것을 보며, 진사시는 시무(時務) 또는 시폐(時弊)에 관한 것을 물어 그에 대한 대책(對策)을 짓게 하고, 원시는 병서(兵書)에 관한 것을 쓰게 한다. 생진시는 한성부 및 각도 감영에서 1차로 심사한 후, 그것을 예조에 송달하여 다시 전체적인 하한(下限)을 맞추도록 하며, 원시는 병조에서 심사하여 입격자를 결정한다.
생진시에 입격한 자에게는 대과 문과에 응시할 자격을 주며, 원시에 응시한 자에게는 역시 대과 무과에 응시할 자격을 줄 것이로되, 생진시와 원시에 모두 입격한 자가 문무 대과에 중복 응시하는 것은 불허하겠다. 소과 입격자 중에서 특별히 뛰어난 자는 예조 또는 병조에서 천거한다. 금년 3월이나 4월 이후로는 소과 입격자에 한해 관속 충원의 기회를 주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각도에 지방관이 모두 임명되지 못하였고 또 그들을 보좌할 관속들 역시 모두 충원되지 못하였으므로, 우선은 예조로 하여금 생진시를 주관하여 시행토록 하겠다. 이외에 지역별 입격 인원을 정하는 등의 문제에 관해서는 추후에 다시 논하기로 한다."
하였다.
[사신은 말한다. 이날 전교로 소과 제도가 마련되어 소과와 대과를 기본 골격으로 과거제 정비가 이루어졌다. 소과 입격자에 한해 대과 응시 자격을 부여하여, 능력 있는 관리를 선발하는 데에 한층 강화된 검증 절차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허나 이로 인한 부작용 또한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대과와 별시(別試) 과거의 시행 간격이 멀어지게 되어 새로 출사하는 관리들의 숫자가 급감하게 되었다. 천거 출사가 제대로 활용되는 것도 아니라서, 이때부터 조정 관청들이 만성적인 인재난에 시달리게 되었다. 반드시 옛 제도를 따르고 복원하는 것만이 능사(能事)가 아님을 이것으로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