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제253강 : 기축옥사

◎ 기축옥사


○ 정여립 (1546~1589)

정여립은 이이와 성혼의 문인으로 서인에 속해 있었으나 후에 동인으로 전향하여 이이, 성혼, 박순 등 서인의 핵심 인사들을 비판하고 나선 인물입니다. 이러한 정여립의 태세 전환에 대하여 당시 동인이 서인에 비해 우세한 형국이었기 때문에 정여립이 서인을 버리고 동인으로 전향하였다는 설이 있고, 정여립의 학문적 성향이 조식과 그 문하생들과 잘 맞았기 때문에 전향한 것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죽은 사람을 깨워서 물어볼 수도 없으니 정여립이 왜 그러한 행동을 하였는지는 추측만 가능할 뿐 정확한 사실을 알기 어렵습니다.

어쨌든 정여립은 이이를 비판하면서 선조의 노여움을 삽니다. 이이에 대한 선조의 신임이 두터웠고 서인들도 정여립을 거세게 비난하면서 스승을 배반했다는 낙인이 찍히면서 정여립은 조정에서의 입지가 좁아집니다. 이후 정여립은 벼슬을 버리고 낙향하게 됩니다.


○ 대동계

정여립은 비록 벼슬을 버리고 낙향하였지만 여전히 동인 사이에서는 명망이 있어 많은 선비들과 접촉하였습니다. 정여립은 진안 죽도(竹島)에 터를 잡고 대동계를 조직하였는데 반상의 신분을 가리지 않고 계원으로 받아들였으며 심지어는 노비도 대동계에 가입하여 같이 어울렸습니다. 이들은 활쏘기와 무예를 연마하며 함께 술을 마시고 시를 지으며 어울렸는데, 1587년 왜선이 인근 마을을 침범하자 정여립은 대동계를 동원하여 왜구들을 무찌르기도 하였습니다. 대동계는 점차 조직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었고 조정에서 특히 서인들은 이러한 대동계의 행보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기축옥사의 발발

1589년 10월에 마침내 정여립과 대동계가 역모를 꾸민다는 고변이 나오게 됩니다. 역모 사건이 발생하자 서인인 정철이 이 사건의 추국을 담당하게 되었고 동인계 인물들이 줄줄이 이 사건에 연루되어 체포되어 처벌을 받습니다. 이 사건이 바로 기축옥사(己丑獄事)입니다. 사건의 장본인인 정여립은 자결하고 동인의 주요 인사 천여 명이 숙청당하는 대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동인은 큰 타격을 입고, 동인의 우세하였던 조정의 형국은 서인 쪽으로 무게가 실리게 됩니다.

실제로 정여립이 모반을 꾀했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존재합니다. 이 사건이 조작된 역모이었는지 아니면 실제 역모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수없이 역적으로 몰아 숙청하였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기축옥사가 조작된 사건이라는 주장이 나오게 되는 이유입니다.


○ 건저의(建儲議) 사건

'건저'는 태자를 세운다는 뜻입니다. 당시 세자의 자리가 비어 있었기 때문에 왕세자를 세움에 대한 논의가 조정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선조는 정비인 의인왕후에게서 자식을 얻지 못하여 적자가 없었고 서자 중에서는 공빈 김씨 사이에서 낳은 임해군이 가장 장자이고 광해군이 차남이었습니다. 그러나 건저의 사건이 일어나던 무렵에는 인빈 김씨를 총애하여 특히 인빈 김씨 사이에서 낳은 신성군을 총애하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정여립 사건을 가혹하게 처리한 정철에 대한 동인의 복수심이 극에 달해 있었고 복수의 기회를 엳보고 있었는데 당시 동인의 영수였던 이산해는  정철로 하여금 광해군을 세자로 책봉하자는 주장을 하게 합니다. 이산해는 왕세자의 재목으로 광해군을 세우자는 의견에 정철이 동의할 것이라는 계산과, 선조는 신성군을 총애하므로 광해군을 세자로 세우자는 의견을 싫어할 것이라는 계산으로 정철을 낚았던 것이죠. 이산해는 정철과 함께 광해군을 세자로 책봉하자는 약속을 하였지만 당일날 병을 핑계로 나가지 않았고 결국 광해군을 세자로 책봉하자는 주장을 정철이 혼자 나서서 하게 되어 선조의 노여움을 얻습니다. 이 일로 정철은 실각하게 되고 서인은 타격을 입으면서 다시 동인이 세력을 회복하게 됩니다.


○ 동인의 분열

정철의 실각 이후 정철의 처분에 대하여 동인은 분열이 일어나게 됩니다. 정철에게 극형을 내려야 한다는 강경파와 그건 너무 과한 처분이라는 온건파로 나뉘게 되는데, 이산해를 주축으로 한 강경파는 북인이 되고 류성룡을 주축으로 한 온건파는 남인이 됩니다. 학파적으로는 북인은 조식의 문인들이 주축이고 남인은 이황의 문인들이 주축이었습니다. 조식의 학파는 실천적이고 급진적인 성향이 강해서 기축옥사 때 희생당한 동인 중에는 조식의 학파가 많았습니다. 조식와 이황은 영남학파의 양대산맥으로 그 문인들이 동인을 형성하였으나 두 학파의 성향은 명백한 차이가 있었고, 실각한 정철에 대한 정치적 견해 차이로 갈라서게 된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북인의 정권 장악과 몰락 과정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