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학당(政碩學堂)

ㆍ작성자	김민승
ㆍ작성일	개국618(2009)년 8월 26일 (수) 19:44 [술시(戌時):초경(初更)]
ㆍ문서분류	학사

ㆍ추천: 0 ㆍ열람: 505

[훈장] 자료 : 개남아, 개남아, 김개남아!

인터넷 매체 무브온21이세 퍼온 글입니다. 저작권 관련 저자 허락을 받았습니다.

김개남

"지난 가을 9~10월경부터 전라, 충청 및 황해 각도에서 봉기한 동학당은 겉모양은 농민봉기와 유사할지라도 그 종류는 각양각색이다. 원래 동학도 중에는 일종의 종교와 유사한 유도儒道와 불법佛法을 혼합한 천도天道라고 하는 것이 있다. 또 동학교도의 수령 이하 접주하고 칭하는 각 지역의 우두머리들은 자신들의 세력을 키웠으며, 김개남 같은 자에 이르러서는 스스로 개남국왕(開南國王)을 칭하기도 하고 […] 그들 집단은 능히 세상의 인심을 단결시켜 죽을힘을 다하게 하는데 충분할 것 같다."
- 주한 일본 공사 이노우에 카오루의 보고서 中

그러나 그들이 꿈꾸던 세상은 결국 오지 않았다. 허나 전봉준, 손화중, 손병희로 이어지는 동학의 주류는 농민혁명의 실패와 함께 막을 내렸지만, 김개남의 무리에서는 동학정신이 살아남았다.

파죽지세와도 같은 열기로 사방을 아울렀던 김개남과 그의 휘하였던 영호대접주 김인배 부대는 지리산을 넘어 하동, 진주까지 진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인배는 마침내 광양에서 처형되고 그 뒤 김개남의 잔존 세력들은 농민혁명이 끝난 후 지리산으로 숨어들었다.

개남아, 개남아, 김개남아

그들은 그 뒤에 1차, 2차, 3차 지리산 의병전쟁의 주력이 되었다. 진주 형평사운동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그들은 결국 고려공산당을 만든 김단야로 이어졌으며, 민족민중운동의 중심 세력으로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동학혁명이 끝난 뒤 남원 운봉의 서천리에는 농민군을 토벌한 것을 기리는 운봉 토호 박봉양의 기념비가 세워졌지만, 남원을 비롯한 전라좌도를 울리던 김개남의 흔적은 백 년의 세월이 지나도록 잊혀졌다.

그의 가족들은 도강 김씨 족보에서 지워지고 성마저 박씨로 바꾼 채 어렵게 살아남았다. "비단 할아버지에 거적 자손”이라고 김개남의 손자 고(故) 김환옥 씨가 말했던 것처럼, 온갖 연좌와 고통 속에서 살아남은 그의 후손들은 1950년대에 이르러서야 성을 되찾았지만 현재까지도 매우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그 한 맺힌 강산이 열 번 변하고서야 김개남은 비로소 역사 속에서 복원되기 시작하고 있다. 1993년 5월 30일, 전주 덕진공원에는 <개남아 개남아 김개남아>라는 이름의 추모비가 세워졌다.

그러나 동시에 김개남의 부대를 토벌했던 운봉 토호 박봉양의 공덕비도 1994년 다시 세워졌다. 그리고 1995년에는 김개남의 고향인 정읍시 산외면 동곡리 윗지금실에 김개남의 가묘가 만들어졌으며, 지난 2000년 말에 그가 죽은 전주 서문교회 옆 서교장터에는 ‘김개남 길’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가 죽고 백년의 세월이 흐른 뒤였다.

남조선을 열어젖히리라

1890년대 초반 호남 일대의 농민들은 3년에 걸친 가뭄으로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져 있었다. 그러던 중 1892년 전라도 고부에 조병갑이라는 자가 군수로 부임했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부친 조규순이 태인 현감을 지냈다는 이유를 들어 송덕비를 세우기 위해 돈을 거두었고, 관내의 부자들에게 부모에 불효하고 동기간에 화목하지 못한다거나 간음을 했다며 죄를 뒤집어씌운 다음, 재산을 빼앗기 일쑤였다.

또한 무고한 농민들을 잡아다 돈을 받고서야 비로소 풀어주었으며, 정읍천 상류에 원래의 제방이 있었음에도 정읍천과 태인천이 합류하는 곳 부근에 새로 만석보를 쌓았다. 보를 쌓는데 드는 비용과 그 이후의 유지관리 비용은 당연히 농민들의 부담이었다. 당시의 호남지방 관리들의 가렴주구를 매천 황현은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호남은 재물이 풍부하여 관리들의 욕심을 채워줄 만하였다. 무릇 호남에서 벼슬을 하는 사람들은 백성들을 양이나 돼지처럼 여기면서 마음대로 묶고 빼앗았다. 그리하여 서울에서는 ‘아들을 낳아 호남에서 벼슬을 살게 하는 것이 소원’이라는 말들이 떠돌았다."
- <오하기문>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농민들의 입에서는 "낫네 낫서 난리가 낫서 에이 참 잘 되얏지 그냥 그대로 지나서야 백성이 한 사람이나 남아 있것나”라는 말이 절로 흘러나왔다.

1894년 1월 10일. 말목장터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장터 감나무에 등을 기댄 전봉준은 "아녀자와 노약자를 제외하고는 이곳을 떠나지 말라”고 하였다. 전봉준은 민중들을 두 패로 나누었다. 한 패는 천치재를 넘어 고부 관아로 갔고, 한 패는 운학동을 거쳐 고부로 들어갔다. 동학농민군이 고부 관아에 들이 닥쳤을 때, 조병갑은 이미 도주한 뒤였다.

봉기의 발발은 서울의 지배세력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마지못해 조병갑을 파면시키는 등 유화책도 잠시, 800여 명의 역졸을 데리고 고부에 온 안핵사 이용태는 늘 그래왔듯이 농민들을 역적으로 몰기 시작했다. 봉기의 주모자와 참가자를 색출한다는 명목으로 부녀자를 강간하고 남정네들을 잡아들였다.

안핵사 이용태가 바라는 것은 당연하게도 ‘돈’이었다. 봉기는 혁명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지배계급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었다. 동학 남접의 전봉준, 손화중, 김개남이 1차 거병을 준비하여 무장의 서남쪽 2.5km 지점에 있는 유정마을 뒷동산 여시뫼에서 창의문을 발표하면서, ‘일상적인’ 농민봉기는 ‘농민혁명’으로 역사에 등장한다.

"세상에서 사람을 가장 귀하다고 여기는 것은 인륜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중략)… 그러나 오늘 신하된 자들은 보국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한갓 녹위만 도적질하여 총명을 가리고 아부와 아첨만을 일삼아 충성으로 간하는 말을 요언이라 이르고 정직한 사람을 비도라 하니 안으로는 보국의 인재가 없고 밖으로는 백성을 탐학하는 관리가 많도다. …(중략)… 8도가 마음을 합하고 수많은 백성이 뜻을 모아 의로운 깃발을 들어 보국안민으로써 사생의 맹세를 하노니, 금일의 광경은 비록 놀랄만한 일이기는 하나 경동하지 말고 각자 그 생업을 편안히 하여 함께 태평세월을 빌고 임금의 덕화를 누리게 되면 천만다행이겠노라."
갑오년 3월 20일 호남창의대장소
전봉준, 손화중, 김개남

‘앉으면 죽산(竹山), 서면 백산(白山)’이라는 말을 낳은 부안 백산의 농민군 집결과 4월 6일과 7일 새벽 사이에 홍계훈이 이끄는 감영군 및 보부상패 연합군과의 황토현 싸움, 황룡강 싸움에서 대승을 거둔 농민군은 정읍, 금구, 삼천을 거쳐 4월 27일 전주에 무혈입성한다.

그러나 즉시 서울로 진격하자는 김개남의 의견과는 달리 전봉준은 청-일군의 개입, 농사철 그리고 전쟁에 지친 농민군을 이유로 들어 전주에 머물 것을 주장한다. 전봉준과 김개남의 최초의 의견차였다. 결국 5월 27일 <폐정개혁안 27조>에 합의하면서 농민군과 조정은 이른바 ‘전주화약’을 맺는다.

이후 5월 8일 김개남 부대는 전주에서 철수하게 된다. 전주성에서 철수한 이후 김개남은 태인, 순창, 옥과, 담양, 창평, 동복, 보성, 낙안, 순천, 곡성을 거쳐 6월 25일 남원에 도착하여 전라좌도를 바라보게 된다.

3천여 명의 농민군이 주축이 된 김개남 부대는 남원성을 점령하였고, 소년 장수 김봉득을 시켜 당시 고창의 은대정과 함께 호남 최고의 악질토호로 악명이 높던 아전 출신 만석꾼 박봉양이 민보군을 모아 여원재에서 버티고 있던 운봉으로 진출한다. 이후 김개남 포는 호남 우도의 금산, 무주, 진안을 비롯하여 용담, 장수, 곡성, 순천, 담양, 고흥 등지를 모두 장악하였다.

훗날 밝혀지기로는 호남의 집강소 중 김개남 포의 집강소가 가장 혹독하게 양반을 징치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떠돈 말이 "(호남) 좌상도는 남원접이 가장 세력이 크고, 좌하도는 보성접이 크다”하였으니, 김개남 포의 세력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시천주조화정영세불망만사지 侍天主造化定永世不忘萬事知

1894년 7월 15일 전주화약 이후에 일어난 여러 가지 상황 즉, 청-일 간의 전쟁발발 가능성과 일본의 무력간섭 등을 논의하기 위해 ‘농민군 대집회 남원대회’가 열린다. 7만여 명의 호남 농민군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전봉준, 손화중, 김개남의 의견은 일치하지 않았다.

전봉준은 외부의 사정에 말려들기보다는 사태의 진행을 지켜보자는 입장이었고, 손화중은 흩어져 후일을 도모하자는 쪽이었으며, 김개남은 대중이 한 번 흩어지면 다시 모이기 어려우니 즉각 물리적 대응을 하자는 강경론을 주장했다.

김개남의 우려대로 일본군은 경복궁을 침입했으며 청-일전쟁을 일으켰다. 조선의 운명은 미친 바람 앞의 촛불이었다. 일본은 다시 경부 및 경인 철도 부설권을 탈취했고, 한일공수동맹으로 조선의 군사력을 일본의 하부구조에 편입시켰다. 이제 다른 길은 없었다.

금구 원평에서 사태를 지켜보던 전봉준은 9월 12일 삼례에 4천여 명의 동학농민군을 집결시켰다. 2차 봉기였다. 그러나 동학농민군은 서울로 진격할 수 없었다. 봉기를 원하지 않았던 북접의 소극적인 태도와 남접의 강경한 입장 간의 갈등 때문이었다. 남-북접 간의 갈등은 한 달이라는 시간을 허비하게 만든다.

척양척왜(斥洋斥倭)의 깃발을 들고 일어선 농민군에게 이것은 후일 돌이킬 수 없는 회한으로 남는다. 한 달이 지나고서야 남접(전봉준)과 북접(손병희)는 연합전선을 펼치며 공주 공격(우금치 전투)을 감행했으나 피로 물든 언덕만을 남기고 실패하였다.

김개남의 부대는 그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다. 김개남 부대는 10월 14일 남원을 출발, 전주로 향한다. 이렇듯 늦게 떠난 이유 중의 하나는 "49일을 머물러 있어야 혁명을 성사시킬 수 있다”고 하는 동학의 참서 때문이었다. 당시 기록에 의하면, 전주로 향하는 김개남 부대에는 "총통을 맨 자가 8천여 명이요, 그 길이가 백여 리에 걸쳐 있었다”고 할 정도로 큰 군세를 자랑했다.

10월 16일 전주에 도착한 김개남은 고부군수 양필환, 남원부사 이용헌, 순천부사 이수홍 등을 가렴주구의 혐의로 처단하였다. 이후 10월 23일 금산 점령, 11월 10일 금산 진잠 점령, 11월 11일 회덕 신탄진 점령, 11월 13일 새벽에는 회덕과 문의 방면에서 청주성을 공격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당시 신탄진 방향에서 청주성 공격에 나섰던 김개남 부대는 약 만 오천 명 정도 되었고, 문의 방향의 김개남 부대는 만여 명쯤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김개남의 청주 병영 공격은 실패하였으며, 단지 청주 병영의 정부군이 우금치 전투에 투입되지 못하게 하는 정도의 성과밖에 없었다.

청주에서 큰 손실을 입은 김개남 부대는 이후 진잠, 연산을 거쳐 남하하였고 같은 시기 우금치 전투에서 회복불능의 타격을 입은 전봉준은 논산을 거쳐 전주로 후퇴하였다. 김개남 부대의 해산은 그 시간과 장소가 기록으로 남은 것이 없다. 아무튼 김개남은 회문산 종송리의 매부 성여기의 집에 몸을 숨긴다. 그때 김개남은 아랫마을에 살고 있던 임병찬(후일 면암 최익현과 함께 태인 무성서원에서 항일의병을 일으킨 유학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임병찬은 김개남을 도리어 전주 감영에 고발한다. 사회 개혁은 반드시 체제 내에서만 이루어져야 하며 신분제의 붕괴를 용납할 수 없었던 주류 양반 계급의 한계였다. 김개남은 그렇게 추포되었다. 12월 1일의 추운 새벽이었다. 김개남이 붙잡힌 바로 다음 날 전봉준 또한 부하 접주였던 김경천의 밀고에 의해 다리가 부러진 채 체포되고 말았다.

김개남의 투쟁은 그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그가 잡혀 전주감영에 끌려갈 때, 백성들은 "개남아 개남아 김개남아. 수천 군사 어디다 두고 짚둥우리에 묶여 가다니 그게 웬 말이냐”라는 노래를 불렀다. 전라감사 이도재는 김개남을 전주로 압송한 뒤, 중도에 탈주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김개남을 즉결 처형시켰다. 그 때의 광경을 매천 황현은 이렇게 전하고 있다.

"도재는 마침내 난을 불러오게 될까 두려워 감히 묶어서 서울로 보내지 못하고 즉시 목을 베어 죽이고 배를 갈라 내장을 끄집어냈는데 큰 동이에 가득하여 보통사람보다 훨씬 크고 많았다. 그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 다투어 내장을 씹었고, 그의 고기를 나누어 제상에 올려놓고 제사를 지냈으며 그이 머리를 상자에 넣어서 대궐로 보냈다."
- <오하기문>

김개남을 전봉준 등과는 다르게 전격적으로 즉결 처형한 것은 김개남에게 당한 수구기득권 세력의 압력 때문이었다.

‘무장한 개혁자들’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날 무렵 조선을 방문했던 <영국왕립지리학회>의 최초 여성 회원이었던 이사벨라 버나드 비숍 여사는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이라는 저서에서 김개남과 전봉준 등이 이끌었던 동학농민혁명운동을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동학군은 너무나 확고하고 이성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어서 나는 그들의 지도자들을 ‘반란자들’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무장한 개혁자들’이라고 부르고 싶다."
-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

소수의 양반이나 왕족이 아닌, 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을 열고자 했던 김개남은 서울과 전주에서 두 번에 걸쳐 효시되었다. 그의 부릅뜬 두 눈이 그 때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김개남의 잘린 머리를 지켜 본 수없이 많은 인민들의 가슴에 남은 것은 또 무엇이었을까.

세월이 흐르고 다시 1980년 봄, 빛고을 광주에서 죽어간 수 천 명의 이름조차 아직 모두 밝혀내지 못한 이 남조선 땅에, 김개남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금기 중의 하나이다. 그와 함께 동학농민군을 지도했던 전봉준, 손병희 등이 역사책의 한 모퉁이나마 한 자리를 빛내고 있는 동안, ‘남조선을 열어젖히려’ 했던 사내 김개남은 여전히 오월 광주의 부릅뜬 눈으로 우리에게 묻는다.

학살자가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는 나라, 그리고 그 학살자에게 전직 통치자의 대우를 해주는 나라, 그리고 학살자의 후예들이 여전히 ‘보수반공’의 허울 좋은 슬로건 아래 독재자의 딸을 옹립하는 이 나라가 과연 김개남이 열어젖히려 했던 그 나라인가

"내 그대에게 말하노니, 일어서서 걸으라.
그대의 뼈는 아직 부러지지 않았으니."
- 잉게보르크 바흐만

http://www.1392.org/bbs?laed21:396

이국호 618('09)-08-26 20:54	강의 잘 듣고 갑니다. ^^

성삼문 618('09)-08-26 22:20	김개남이라는 사람은 들어보기만 했지, 제대로는 몰랐었는데... 자료 잘 보고 갑니다.

정병욱 618('09)-08-28 11:22	아, 이런 배경이 있었군요. <토지>라는 소설이 쓰여지게 된 계기가 여기에 있었군요./

[강의] 제151강 : 역사에서 호명의 의미	김민승	618.08.26-19:28	129

[훈장] 자료 : 개남아, 개남아, 김개남아!	김민승	618.08.26-19:44	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