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실록 권1

건원(建元) 원년: 정해(丁亥)

12월 4일 / 壬申
 
○상(上)께서 중화전에서 나아가 만 백성 앞에 반포하시기를,
"나라가 흥하려하면 첫째로 천시, 즉 하늘이 정한 때를 잘 타고나야 하며, 둘째로 인화(人和), 즉 인심을 얻어야하며, 셋째는 지덕(地德), 즉 만물의 기원인 땅의 덕을 받아야함이다.

오늘날, 왕실과 조정, 그리고 민간은 침체되어 뜻있는 선비들이 제 뜻을 펼치지 못하고 백성들도 안전히 생업에 종사하지 못할 만큼 불안하여, 과인의 심려가 매우 크다. 그러나 고금(古今)의 일들을 살펴볼 적에, 태평성대(太平聖代)가 도래하기 전에는 난세(亂世)가 있었으며, 크고 엄청난 변혁이 있기 전에는 깊은 밤의 고요함이 있었다.

과인은 백성들이 우러를 만한 덕성(德性)이 있지도 않고, 명군(明君)이 될만한 자질도 없지만, 종묘사직을 받들고 백성들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수백 수천의 천하세계의 제왕들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으리라.

과인은 금일금시(今日今時), 제국을 선포하고자 한다. 나라의 이름을 대한제국(大韓帝國)이라 하고, 연호를 건원(建元)으로 정한다. 외세의 압력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간 대한제국을 다시 계승하려 함이며, 원대한 만년대계(萬年大計)로써 새로운 국가를 세운다." 하셨다.
 
또한 상께서 하명하시기를,
"경정도감에서 추진하는 정책은 중단치말고 계속 추진하라. 또한 금년 안에 과거를 실시하여 신 정부를 구성하고 내각을 구성하여 제국을 이끌어나갈 것이다. 아울러 경정도감 정 강동엽을 1계 가계하며, 경정도감 민간대표 조광조는 특별히 종9품을 특서(特敍)하여 격려하는 바이다." 하셨다.
 
【상께서 휴조(休朝)를 애통히 여기시고 을사월 갑인일(甲寅日)에 중화전에서 즉위하신 뒤 일년도 채 되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었다. 또 다시 관원들은 등청을 게을리 하고 백성들은 폐산(廢散)하니 상께서 내리신 마지막 결론이 바로 이 것이다. 상께서 칭제(稱帝)하시어 연호를 새로이 하고 새로운 국가를 세우시니 그 신성한 기운이 대단하였으나 그 기쁨을 나눌 신민은 없었다.

사신은 논한다(史臣曰). 금상께서 용단을 내리시어 본조에 제국을 선포하시니 새로운 질서와 법도에 혼란을 겪은 백성은 증가하였다. 다만 백성의 지존이신 상께서 쓸쓸히 제국을 지키시었고 정사를 돌보던 관원들 마저 은둔하니 제국 선포식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하겠다. 황상께 하례문(賀禮文)을 올리는 자가 하나 없었으니 어찌 통탄치 않을 수 있을까.】



12월 9일 / 丁丑
○황상께서 어전에서 경정도감에 조칙(詔勅)을 내리시어 명하시길,
"제국이 선포되었으니, 신 정부를 구성함이 마땅하다. 새로운 관원을 충원하기 위해 과거를 시행하고자 한다. 짐이 문과 시제를 출제할 것이니, 경정도감에서는 무과시제를 출제하라. 시제 초안을 2~3개 정도 정하여 올리라." 하셨다.
경정도감 민간대표 조광조가 명을 받들겠다 아뢰었다.



12월 11일 / 己卯
○도성 백성 한유진이 상께 상소를 올려 과거를 시행하기를 청하니 상께서 아뢴 바를 알겠다 비답하셨다.



12월 14일 / 壬午
○좌도 백성 김제상이 상께 상소를 올려 제18차 과거를 시행하기를 청하였다. 황상께서 비답하시길,
"조정의 업무가 정지되었고, 짐 또한 오래 활동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갈 때 까지 기다려보라."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