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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집 : 석선반록(石仙反錄)
저작 : 서양갑(徐羊甲)
- 시작하며
반(反)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또한 반골(反骨)정신이란 무엇인가? 일찍이 촉한의 제갈공명(諸葛孔明)은 장수 위연이 반골의 상이라 하여 경계하였고, 또 실제로 위연은 반역죄로 죽었다. 하지만 정사를 기록한 진수(陳壽)가 평하기를 위연은 촉한을 배반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못박아 둠에 따라, 반골기질을 가졌다 함은 그리 부정적이지 않은 뜻으로 전해진다. 세상은 변하여 만물의 이치가 평등하고 인간이 존중받게 되는 세상이 오게 되었으니, 이에 교산 일문에 대한 평을 겸하여 기록을 남겨둘까 한다.
개국611년 3월, 정언당에서 서양갑
- 목록(目錄)
기(起) - 교산의 한(恨)
승(承) - 난설헌의 한(恨)
전(轉) - 손곡의 한(恨)
결(結) - 학산류(流)의 지론
- 본문(本文)
기(起) - 교산의 한(恨)
교산, 앞서간 지식인의 한(恨)
허균(許筠:1569-1618), 호는 교산(蛟山), 성소(惺所), 백월거사(白月居士), 자는 단보(端甫)이다. 초당 허엽의 막내아들로, 손곡 이달(李達)에게서 시문을 배웠으며 어렸을 때부터, 뛰어난 문재와 시적 능력을 발휘해 신동,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다. 또한, 교산의 아버지 허엽은 동인의 영수였으며 교산은 명문가의 자재로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처지였다. 하지만, 교산의 젊은 시절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11살에 부친을 여의고, 19살, 20살에는 작은형과 누이를 잃었으며, 임진왜란 때에는 부인과 자식을 모두 잃는 아픔을 겪는다.
교산의 형 하곡 허봉은 강직한 성품과 뛰어난 문재로 이름이 났었지만, 당파싸움에 휘말려 정치에 회의를 품고 방랑하다가 강원도 금강산에서 37세의 나이로 죽게 되는 비운의 인물이다. 이러한 형의 죽음은 허균이 후일, 벼슬에 큰 뜻을 두지 않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누이 난설헌의 죽음은 교산에게 있어 크나큰 아픔이었다. 교산은 두 형들과 20살 가까이 나이차이가 나기 때문에 형제지간이었지만 어느 정도의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누이 난설헌은 교산과 6살 차이로 비교적 가까웠으며, 어린 교산은 누이 난설헌을 가장 잘 따랐다. 그런 난설헌이 소인배 김성립과 혼인하고, 시댁에서 비극적인 삶을 살다 가게 되는 것을 옆에서 목격한 교산의 아픔은 매우 컸다. 난설헌에게서 교산은 조선 여인들의 사무친 한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교산에게 있어 서글픔을 느끼게 한 또다른 인물은 그의 스승 손곡 이달이다. 이달은 본래 서자로서, 벼슬길이 막혀 있었다. '조선의 이태백'이라 불리던, 당대의 천재 이달은 뛰어난 시작품을 남기는 것으로 평생을 만족할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스승의 처지와 서자들의 아픔을 교산은 잘 알 수 있었다. 누이 난설헌의 비극적인 삶과 스승의 비운이 교산에게 있어 사회에 불만을 가지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었으며, 교산이 시대의 반항아가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그러려니 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한탄해 하며 자신을 세상에 맞추어 살아가려고 노력했었지만, 이 고집스러운 사상가는 '불여세합(不余世合)'. 즉, '나는 세상과 잘 화합하지 못한다.'라는 지론을 끝까지 내세우며 현실 타파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교산 허균은 임란 당시 식솔들을 거느리고 피난길에 오르는데 이 피난길에서 수많은 백성들의 피를 볼 수 있었으며, 훗날에 외직(外職)에 근무하면서도 백성들의 굶주림을 볼 수가 있었다. 실제로 허균의 수많은 시 중에는 이러한 백성들의 어려운 삶들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다음 허균의 칠언절구를 들겠다.
해 이울은 황촌에 늙은 아낙 통곡 소리
쑥대머리 서리 짙고 두 눈은 어두웠네
지아비는 빚 못갚아 북호에 갇혀 있고
아들은 도위 따라 서원으로 떠나갔네
가옥은 병화 겪어 세간도 다 타버리고
산 속에 몸 숨기다 베잠방이 잃었다오
살아날 길 막막하여 의욕조차 끊겼는데
관차는 무슨 일로 문에서 또 부르나
늙은이들 서로 보며 슬픈 기색 하나 없이
모두 말이 올해에는 어진 원님 새로 와서
적마를 죄다 몰아 관아에서 기르고
군량 납입 재촉하여 바닷속에 저장했다네
타다 남은 초막이라 백성은 살 곳이 없고
참호 도랑 파 만들어 호는 반쯤 없어졌네
관군은 상원으로 이동한단 말 전하니
어느 뉘 성 지키면 장수양을 허할 건가
- 교산 허균
한번 읽은 시는 절대 잊어버리지 않았다는 천재적인 시감각을 가졌던 교산은 비교적 늦은 나이인 21세에 생원시에 입격하고 25세에 최초의 시 평론집인 '학산초담(鶴山樵談)'을 지었고 정시에 을과, 문과 중시에 장원급제를 하는 등의 문재를 뽑내며, 명성을 떨쳤다. 그리고 일찍이 승문원검열, 세자시강원설서를 지냈는데 이 세자시강원설서로 있는 동안 세자 광해군의 학문적 스승이 되어 주었다.
하지만 교산의 관직생활은 그리 평탄치 못하였다. 교산의 또 다른 스승인 서애 유성룡을 비롯하여 백사 이항복, 한음 이덕형등의 고명한 조정대신들과의 친분을 가지고 있었던 교산이 세 번 유배 가고 여섯 번 파직을 당하게 된 이유는 그가 철저한 유교사회에서 자신의 행동을 절제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자유분방한 행동을 보였기 때문이다. 황해도사 시절에는 관아에 천기를 끌어들였다는 이유로 파직이 되고, 이후에도 수안군수, 공주목사등을 지냈으나, 불당에 제사를 올렸다는 것으로 탄핵을 받아 파직되기도 하였다. 실제로 교산은 서산대사, 사명당 등 당대의 고승들과 교분이 두터웠으며, 한 때 승려가 되기를 꿈꾸었을 정도로 불교에 심취했었다. 어찌 되었든 이 시기의 교산은 관직에 그리 큰 뜻을 두지 않았다. 교산은 소위 청요직이라 불리우던, 삼사, 전랑 자리와는 거리가 멀었으며, 외직을 전전했고, 자신을 탄핵했던 대간들에게 보낸 서찰에서도, '쉬고 싶었는데 잘 되었다.'라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교산이 이렇게 여러 번 파직되고도 다시 복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선조의 총애를 받았던 그의 큰 형 허성의 도움이 컸기 때문이다. 교산은 천기를 끌어들였다며 자신을 욕하는 사대부들에게 다음과 같이 항변한다.
"천기를 끌어들이는 것은 저 사대부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들과 내가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저 사대부들은 자신들의 행위를 철저히 감추지만, 나는 나 자신의 행동을 솔직히 드러내 놓고 있다는 것이다."
교산은 유교 이념의 사회에서 자유분방한 모습과 솔직한 면모를 보였다. 교산 자신도 스스로 경박하다는 것은 솔직히 인정한 바가 있다. 교산은 일찍이 '여인도 성욕이 있는 존재이다.'라는 당시로서는 아주 파격적인 발언을 해 사대부들의 경멸을 샀지만,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이러한 교산이었기에 부모 상중에도 금욕하지 않았으리라.
예절의 가르침이 어찌 자유를 얽매리오.
뜨고 가라앉는 것을 다만 천성에다 맡기노라.
그대들은 그대들의 법을 쓰게,
나는 나름대로 내 삶을 이루겠노라.
- 교산 허균
남녀의 정욕은 하늘이 주신 것이요,
인륜과 기강을 분별하는 것은 성인의 가르침이다.
하늘이 성인보다 높으니
나는 차라리 성인의 가르침을 어길지언정,
하늘이 내려주신 본성을 어길 수 없다.
- 교산 허균
이렇게 세상에 반(反)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사상을 내세우던 교산은 이미 자신의 주변으로부터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의 한을 잘 알고 있었고, 서얼, 승려, 저자거리의 평민 등을 가리지 않고 교류한다. 이러한 교산을 사대부들은 그저 혐오하고, 경멸할 뿐이었다. 마침내 선조가 승하하고, 광해군을 기반으로 한 대북 세력이 조정을 장악하자 조정에서 교산이 설 자리는 없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교산의 관직 생활은 더더욱 위태로웠다. 마침내 교산은 또다시 탄핵을 받고 파직되기에 이르는데, 이때의 탄핵 사유는 교산이 자신의 조카를 사사롭게 과거게 급제시켰다는 것이다. 실상, 조정의 실세 이이첨과 유희분 등은 자식들을 급제시킨 혐의로 비난을 받고 있었으나 정작 교산만이 벌을 받았다. 천기와 놀아나고, 불경을 읽고 제사를 지낸다는 이유로 탄핵을 받고도 신경쓰지 않았던 교산은 이 탄핵만큼은 승복하지 않았다. 탄핵사유의 불명예도 불명예거니와 당시 조정의 타락에 회의를 품은 것이다. 이 기점을 중심으로 교산은 많은 심적 고통을 겪게 된다. 교산은 이 일로 변산 일대에서 1년간의 유배생활을 하면서 저술에 힘쓴다.
그리고 교산의 입지를 더욱 흐린 사건이 일어나게 되는데 바로 '칠서(七庶)의 옥(獄)'이다. 칠서의 옥을 일으킨 일곱명의 서자 즉, 서양갑, 박치의, 심우영, 박응서 등은 이미 교산과는 친분이 두터운 사람들로, 교산은 이 사건의 배후로 짙은 의심은 받게 된다. 실제로 교산이 최초의 한글 소설인 '홍길동전'을 지은 것도 다 이때에 칠서들을 격려하기 위함이라 추측되며, 이 사건에 교산도 깊이 관여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칠서들은 끝내 교산의 이름을 발설하지 않고, 박응서, 서양갑 등이 김제남 등의 이름을 말해, 계축화옥으로 번지면서 교산은 일단 숨을 돌리기는 하였으나 세상의 의혹을 감출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미 정치에 뜻을 잃을 데로 잃은 교산이었지만, 교산은 초야에 숨어버리는 나약한 짓은 하지 않았다. 또 한번의 기회를 노리자면 조정에 다시 나가는 것이 유리했으며 그럴 길은 조정의 실세 이이첨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부터 교산은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된다.
실로 5년 동안 대북에 몸을 담으며 이이첨의 수족 노릇을 잘 해준 교산이었다. 이이첨이 시작한 폐모론에 힘을 실어 주었고, 벼슬도 정2품 좌참찬에 올랐다. 하지만, 이 사상가는 얼마 안되어 역모건에 휘말려 의금부에 하옥된지 일주일만에 처형되니, 향년 50세였다. 교산의 대북으로의 의탁과 역모로 인한 죽음, 이 것에 대해서는 자세한 기록이 없어 아직까지 의문으로 남아있는 상태이다. 실제로 실록의 기록에 따르면 교산의 처형은 판결문도 없이 이루어졌다. 대충 요약하자면 광해군이 교산을 심문하려 하자 이이첨 등의 대신들이 만류하고 나서 결국 판결문 없이 사건자료들을 토대로 사형이 집행되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급진적이고 개혁적인 사상을 가졌던 허균은 당시 사대부들로서는 위협적인 존재였고, 더군다나 광해군의 신임까지 있었으니 더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후세 역사가들은 허균 말년의 여러 행적등을 보면서 그의 '혁명'시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그의 '사상'은 좀처럼 부정하지 않는다. 당대의 역적이 오늘날의 현자가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교산 허균이 조선의 역적이며, 반유교적인 행각을 서슴치 않아 당대 사람들로부터 독륜(瀆倫), 괴물, 금수(禽獸)와 같이 여겨졌다가, 오늘날 새로운 평가를 받으며 '역사적 복권'의 축복과 함께 비상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단지 아득한 계급사회 타파를 주장한 몽상가가 아닌, 사회 여러 가지 측면의 개혁을 주장한 사상가, 초기 실학자와 같은 면모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산은 광해군 못지 않은 대외식견을 가졌던 개방적 인물이었다. 교산은 명나라 사신으로 수 차례 명을 방문했으며, 명나라 사신의 접대도 그가 도맡아 하여 외교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당시 사대부들이 명에 대한 맹목적 사대를 하였던 것과는 달리 교산은 명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소상히 알고 있었으며 그 사정 또한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교산은 이이첨과 같이 폐모론을 주장하면서도 명의 허락을 받아 인목대비를 폐서인하라는 이이첨과는 달리 인목대비를 직폐하여 서궁에 유폐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물론 폐모론은 현대에서 바라보아도 잘못된 악행이다. 하지만 폐모론을 주장하는 시각을 살펴보면 확실히 교산의 시각이 더 넓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교산의 사상이 잘 담겨있는 그의 저서 '성소부부고'의 논평부분은 교산 사상의 핵심이다. 먼저 '관론(官論)'에서 교산은 당나라의 관제를 베낀 조선의 관제는 번잡하기 이를 데 없으며, 중복되는 관청이 많아 효율성이 떨어지고, 그에 따라 녹봉이 많이 허비되어 많은 관리들이 녹봉을 부족하게 받아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관리들이 백성들을 착취하여 생계를 충당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관제개편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정론(政論)'에서 교산은 임금을 바르고 옳게 보좌해 줄 대신이 조정에 부족함을 한탄하며, 위정자들의 각성과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학론(學論)'에서 교산은 공맹(孔孟)꽤나 공부했다는 유학자들의 배운 바와 행동이 일치하지 않음을 문제삼고 있으며, 공(公)과 사(私)를 아는 공명정대를 펼치고, 사대부들이 참다운 학문과 올바른 도(道)를 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후록론(厚祿論)'에서 교산은 관직이 많아 녹봉이 지나치게 작음에도 불구하고 관리들에게 청백리와 선비정신을 요구하는 현 상황을 비판하고, 녹을 후하게 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관론과 연관되는 개념이다.
다음으로 '병론(兵論)'에서 교산은 조선이라는 나라가 취약한 군대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외적으로부터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우연'이라고 못박고 있다. 그리고 전 왕조에 비해 지극히 빈약한 조선의 군사력과 항상 외침이 있으면 임금의 몽진부터 생각하는 어리석음에 대한 한탄을 하고 있다. 교산은 이러한 한심한 생각에서 벗어나, 군세를 개편하여 병력을 증강하고 좋은 장수를 골라 뽑아 군사력을 키우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소인론(小人論)'에서 교산은 당파를 지어 사분오열하는 조정을 비판하고 있으며, 자신과 뜻을 같이하면 군자, 달리하면 소인이 되는 상황에 대한 비난을 하고 있다. 교산은 '군자가 있어야 소인이 있다.'라는 독특한 주장으로 군자가 없으니 소인들의 잘못된 행각이 세상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으며, 붕당의 타파를 주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교산 사상의 절정을 이루는 것이 바로 '유재론(遺才論)'과 '호민론(豪民論)'이다. '유재론'에서 교산은 하늘이 인재를 낼 때에는 신분에 따라 그 재능을 준 것을 맞추지 아니하였는데, 현 조선에서는 사대부라는 일부 특권계층만을 뽑아 쓰고 있으며 늘상 인재가 부족하다고 한다며 그 실태를 비판하고 있다. 교산은 재능있음을 한탄하며 나라를 원망하는 이들이 나라의 절반에 이른다 말하며, 하늘이 낸 인재를 쓰지 않음은 하늘을 저버리는 것이라는 독특한 지론으로 귀천(貴賤)을 가리지 않는 인재등용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호민론'에서 교산은 백성에는 세가지 부류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충성을 다하는 항민(恒民), 원한에 사무친 원민(怨民), 기회를 노리다 변고가 생기면 일어서는 호민(豪民)이라 말하고 있다. 일찍이 한나라가 황건적에 의해 어지러워진 것과 당나라가 황소(黃巢)에 의해 크게 위태로워 졌던 것을 예로 들며 백성을 착취하고 괴롭히는 위정자들의 태도가 크게 잘못되었음을 역시 교산만의 독특한 논리로 주장하고 있다. 교산은 나라를 다스리는 위정자들이 백성들을 억압하고 무시한다면 궁예, 견훤과 같은 호민들이 나와 세상을 어지럽게 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으며 진정으로 백성들을 두려워 하라며 외치고 있는 것이다. 실로 '호민론'등은 오늘날 명문으로 손꼽히고 있는 것들이다.
이처럼 교산은 한가지 측면으로만 사회에 대응한 것이 아니다. 물론 그 핵심은 계급타파에 있겠으나 사회 다방면에서 남다른 식견과 넓은 안목을 가지고 있었으니 능히 일국을 강국의 반열에 올려 놓을 재능이었다. 이러한 교산의 논리는 조선 후기 성호(星湖), 반계(磻溪), 다산(茶山)과 같은 대 실학자들의 지론과도 별 차이가 없는 것이며 그에 신분제 타파가 가미되었으니, 어찌 교산이 대학자가 안될 수 있을 것인가? 허나 이렇게 훌륭한 지론들은 당시 조선에는 기득권을 가진 반대파들 때문에 생전에 한가지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죽을 판이었으니 어쩌면 그가 거사를 하고자 한 것은 그 길밖에 없었다 하겠다.
목원대 허경진 교수는 기존의 연구자료등을 토대로 교산이 사대부라는 특권 계층을 배제한 새로운 이상 사회를 도모하려 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다만 교산이 꿈꾸었던 새로운 이상 세계의 청사진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채 연구의 손길만을 기다리고 있다. 평생을 사회와의 마찰로 살았던 교산 허균, 그의 삶에서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단지 그가 반역자였다는 편협한 시각에서 그를 볼 것이 아니다. 중기의 조선에는 분명 변혁이 필요했다. 변혁을 거부한 조선이 망한 것은 필연적이라고 하겠다. 조선에서는 일부 특권계층만이 나라를 운영하고 다스리며 안락을 누릴 수 있었다. 그리고 교산도 이 특권계층의 한 사람이었다. 그러한 교산이 특권을 포기하고 시전의 평민들과도 어울리기를 서슴치 않았던 것은 그가 당대의 지성이요, 세상을 보는 안목이 있었기 때문이며,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세상을 바꾸려는 교산의 움직임은 매우 어설프고 허술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교산 자신도 결국 당시 사회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열심히 그 한계를 넘어보고자 노력하였다는 점이다. 현실의 장벽이 있고 그 장벽이 매우 높아 바라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교산은 장벽을 넘으려는 노력이 없다면 역사의 발전은 결코 없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교산의 죽음 이후, 민중의 움직임은 점점 더 거세져, 끊임없는 신분 상승의 욕구 끝에 결국 그들은 신민(臣民)에서 시민(市民)으로의 위대한 성장을 이루고야 말았다.
사회의 부조리를 깨달은 지식인의 고뇌, 초야에 숨지 않고 당당히 세상에 나와 이루고자 하는 희망, '배고픔과도 같은 그 희망'을 실현하고자 한 사상가 허균, 그야 말로 진정한 지식인의 표본이요, 오늘날 우리들의 모범이 되는 인물이 아닐까? 바야흐로 21세기 격동하는 시대에 변혁이 없다면 그 자체로 곧 죽음이다. 지금 당장은 허무맹랑하고,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것이라도 그 안을 제시하고 탐구하지 않는다면 역시 발전을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교산은 그러한 교훈을 가장 잘 나타내 주고 있는 인물이다. 어려운 시대에 태어나 밝은 비전을 가지고 있었던 인물 허균, 용이 되려다 실패한 이무기에서 오늘날 다시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하게 된 허균, 그러한 허균이야 말로 시대적 선각자 이며 진정한 혁명가다. 아아 애통한 마음 구슬프다. 진정 백성들을 두려워하라고 외치던 교산의 그 당당하고 우렁찬 목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울리는 듯 하다.
승(承) - 난설헌의 한(恨)
난설헌, 조선 여인의 恨
조선 일류의 여 문장가로 꼽히는 허난설헌(許蘭雪軒:1563-1590), 초당 허엽의 딸로, 난설헌은 호, 본명은 초희(楚姬). 자는 경번(景樊)이다. 조선시대 여인들은 자신의 이름하나 번번히 갖지를 못했으나 허난설헌만큼은 본명과 자, 호를 모두 갖추고 있었으니 그것만으로도 특별하다 할 수 있다. 난설헌은 일찍이 '조선의 이태백'이라 불리던 손곡 이달에게서 시를 배웠다. 난설헌은 여덟 살 때에 '광한전백옥루상량문(廣寒殿白玉樓上樑文)'을 지를 정도로 글재주가 매우 뛰어났으며, 아름다운 용모와 고운 성품을 갖춰 동생 허균과 함께 신동으로 불려졌다. 하지만, '글은 남자가 읽는 것이다. 여자가 글을 읽으면 팔자가 사납다'라는 당시 사대부들의 틀에박힌 고정관념 덕분이었을까? 허난설헌의 평생은 비극 그 자체이다.
난설헌은 가문간의 정략성 결혼으로 얼굴도 모르던 원치 않는 남자와 혼인을 하게 된다. 이것이 첫 번째 비극이다. 조선의 다른 여인들과는 비교적으로 자유분방하고 솔직한 성격의 난설헌에겐 이런 혼사가 싫었던 것이다. 허난설헌의 남편이었던 김성립은 비록 명문가의 자제였으나, 과거에 여러 차례 낙방하였으며, 매일같이 한량들과 술이나 마시러 다니거나 기방에 파묻혀 지내던, 소인이었다. 용모 또한 볼품이 없었고, 성품도 난설헌과는 맞지 않을 정도로 형편 없었다. 그리고 그의 친구들이 문재가 뛰어난 난설헌과 그를 비교하니, 이에 시기를 품고 난설헌과 가까이 하지 아니하였다. 난설헌은 아내로서의 시를 지어 그를 달래보려고 하나 사이는 멀어지기만 할 뿐이었다.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성립과의 불화도 불화였지만 시어머니와의 불화는 더욱 심각했다. 난설헌의 시어머니였던 송씨는 여자가 시나 짓고 있다며, 난설헌을 구박했고, 고부간의 갈등은 더욱 고조되었다.
난설헌의 비극적인 삶은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난설헌이 그나마 희망을 품고 기대를 가졌던 딸이 죽었고, 연이어 아들마저 죽었다. 그리고 난설헌이 뱃속에 있던 아이도 죽게 된다. 남편의 외도, 시어머니의 구박, 자식들의 죽음, 이 모든 것들은 여인의 恨으로 고스란히 남아 오늘날 우리에게 구슬픈 감정을 전해주고 있다. 상처받은 난설헌에게 구슬프고 괴로운 마음을 달래는 유일한 길은 시작(詩作)이었다.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난설헌의 시에는 조선 여인들의 정한(情恨)이 담겨 있다. 난설헌은 시를 통해 스스로 신선이 되고자 하였고, 여인의 심정을 한탄하였으며, 사회에 대한 불만과 걱정을 나타내었다. 난설헌은 능히 일국을 이끌어갈 문재(文才)와 식견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에 여인으로 태어났다 하여 거부되고 소외되었다.
"올해가 내 나이 바로 27세이다. 오늘이 바로 내가 죽을 날이다."
"나에게는 세가지 품은 한이 있다. 그 첫째는 넓은 세상 천지에서 하필이면, 조선이라는 좁은 곳에 태어난 것이며, 둘째는, 조선에서도 하필이면 여인으로 태어났다는 것이며, 셋째는 많은 남자들 중에 하필이면 김성립과 결혼하게 된 것이다."
비극적인 삶과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렸던 난설헌은 마침내 세상을 떠나게 되니 향년 27세 였다.
내 소리를 아무도 알아 주지 않아라
오동나무 한 그루가 역양산에서 자라나
차가운 비바람 속에 여러 해 뽐내었네.
다행히 보기 드문 악공을 만나
베어다가 거문고를 만들었어라.
다 만든 뒤 한 가락 타보았건만
온 세상이 내 소리를 알아 주지 않아라.
천 년 만에 다시 타 본 광릉산 곡조
앞으로는 이 옛소리 끝내 없어지리라.
- 난설헌 허초희
누이의 죽음을 슬퍼하며
옥이 깨지고 구슬이 떨어지니
그대의 한평생이 불행하였어라.
하늘이 내려 줄 때는 넉넉하게 넘치게 했으면서도
어찌 그토록 가혹하게 벌 주고 속히 빼앗아 가는가.
금슬을 버려 둔 채 타지 못하고
좋은 음식이 있다지만 그대 맛보지 못하네.
고요한 침실은 처량키만 하고
난초도 싹이 났지만 서리 맞아 꺾였어라.
하늘로 돌아가 소요하소서.
뜬 세상에 한 순간 왔던 것이 슬프기만 해라.
홀연히 왔다가 홀연히 떠나니
오랜 세월 머물지 못했어라.
- 교산 허균
난설헌은 자신이 지은 시들을 모두 불태우도록 하였는데, 그녀의 동생 허균이 이 중 일부를 살려내 명나라에서 난설헌집을 발간하였고, 난설헌의 시는 명에서 극찬을 받았다. 이 시집은 후일 다시 일본에도 전해져,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그러나 정작 난설헌의 삶은 비극 그 자체였으며, 현실의 장벽 속에서 갇혀버린 여인이었다. 남존여비(男尊女卑)의 봉건윤리 사회에서, 칠거지악(七去之惡), 삼종지도(三從之道)의 억압된 삶을 살기를 강요당해야만했던 여인들, 난설헌도 그 중의 하나였다.
적막한 현실 속에 난설헌은 신선이 되기를 꿈꾸었다. 결국에는 진정으로 다시 신선이 되어 하늘로 돌아간 난설헌, 그녀 역시 복숭아를 딴 죄로 잠시 인간 세상에 귀양 온 신선이 아니었을까?
아아, 애석하도다, 조선은 대체 무엇이었단 말이던가? 대체 조선이 무엇이기에 한 여인, 아니 모든 여인들에게 한을 심어주었단 말인가? 분명히 기억하자. 하늘은 일찍이 재능을 줄 때, 귀하게 태어났다 하여 그 준 것을 귀하게 하지는 아니하였고 천하게 태어났다 하여 그 준 것을 박하게 하지는 아니하였다. 하늘이 인재를 냈음에도 인간들이 스스로 이를 버리니, 이는 하늘의 뜻을 저버리는 것이 될 것임을...
전(轉) - 손곡의 한(恨)
손곡, 조선 서자의 恨
이달(李達:1539-1612), 호는 손곡(蓀谷), 서담(西潭), 동리(東里), 자는 익지(益之)이다. 손곡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 대로 교산과 난설헌의 스승이기도 하다. '조선의 이태백'이라 불리우며, 천하의 시인으로 이름을 떨친 사람, 하지만 그에게도 뼈에 사무친 평생의 恨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서얼금고(庶孼禁錮)였다. 이 역사상 손꼽히는 악법 때문에, 능히 일국을 다스릴 인재들도, 평생 시나 짓고 초야에서 초라한 죽음을 면치 못하는 사례가 허다하게 되었으니, 손곡의 恨도 여기에서 기인된 것이다.
손곡은 일찍이 고죽 최경창(崔慶昌)과 옥봉 백광훈(白光勳)과 함께 성당(盛唐)의 시풍을 써 사람들은 그들은 삼당(三唐)이라 불렀다. 손곡의 제자, 교산 허균의 '손곡산인전(蓀谷山人傳)'에 의하면, 신라, 고려이래 당시(唐詩)를 지었다는 사람들 중에서 손곡을 따를 사람이 없었다고 하며, 석주 권필은 이태백의 시집에 그의 시를 넣어도 안목을 갖춘 사람일망정 판별해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한다. 교산과 석주는 시문의 달인으로 능히 조선 일류의 문장가요, 시인들이라 할 수 있으니, 어찌 이들이 허언(虛言)을 하였다 하겠는가.
하지만 손곡은 본래 어미가 천인으로 서출이라, 날 때부터 세상에 쓰이지 못할 몸이었다. 손곡은 한때 한리학관이라는 잡직에도 있었으나, 성격에 맞지 않아 그만두었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시를 지었다. 손곡의 시에는 당시 사회의 부조리에 고독하게 저항하는 시적 자아의 고뇌가 잘 담겨 있다. 교산에 따르면 손곡은 세속의 예법 따지기를 좋아하지 아니하였고 검속(檢束)하지 아니하였으며, 몸 붙일 곳 없이 떠돌며 유리걸식(流離乞食)하니, 사람들이 그를 천하고 경박하게 여겼다 한다. 하지만 이는 성리학 이데올로기의 조선사회에서 바라본 관점밖에 되지 않는다. 손곡의 자유분방한 행적을 어느 누가 감히 손가락질을 할 수 있겠는가? 손곡을 탓하기 전에 조선을 먼저 탓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이달에게서 시문을 배운 또 한명의 천재 난설헌은 다음과 같은 시로 손곡과 같은 이들에게 동정을 보낸다.
요즘 들어 최경창, 백광훈 같은 시인들이
시를 제대로 익혀 성당(盛唐) 때를 따른다 하니
시들어 가던 대아(大雅)의 시풍이
이제 와 다시 아름답게 울리는구나.
낮은 벼슬아치는 녹봉으로만 살기 어려워
변방의 고을에선 시름만 더욱 쌓이네.
해마다 나이 들수록 벼슬자리는 낮아져
시가 사람을 어렵게 만드는 줄 이제야 알겠어라.
- 난설헌 허초희
비운의 세상에 호부호형 못하는 비운의 신분으로 태어나, 아까운 재주를 썩일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 그러한 손곡의 恨 또한 역사의 한편으로 묻혀 간다. 단지 손곡 선생의 시비에 적힌 다음의 시에서 당시 서민들의 굶주림과 고통을 느낄 수 있으니, 애처로울 뿐이다.
시골 밭집 젊은 아낙네
저녁 거리 떨어져서
비 맞으며 보리 베어
숲속으로 돌아 오네.
생나무에 습기 짙어
불길마저 꺼지도다.
문에 들자 어린 아이들
옷자락 잡아다리며 울부짖네.
- 손곡 이달
결(結) - 학산류(流)의 지론
젊은날에는 신선이 되기를, 중년이 되어서는 세상을 탈바꿈시킬 용이 되기를 꿈꿨던 교산. 그만의 지론은 무엇일까?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답지 않은 것을 보고, 또 인간답지 않은 현실을 본다면, 그것을 본 자로서는 어찌 그것을 바로 잡으려는 일말의 노력조차 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지금의 조선은 팔도가 빈곤하고, 위정자들의 부패는 극심하며, 조정의 당파 싸움은 치열하다. 또한 군대가 빈약하여 언제 외침으로 무너질지 모르고, 관료제는 점점 모순을 드러내고 있으며, 백성들은 위정자로부터 핍박받고 있어 매우 어지럽다. 더욱 심각한 것은 나라에 인재가 없다는 것이다. 인재가 없다는 것은 인재가 전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쓰일 수 있는 인재가 부족하다는 뜻이며, 아직도 초야에는 자신의 재능을 한탄하며 술과 시로 소일하는 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어찌 이러한 현실이 인간답다 할 수 있겠으며, 잘못되지 않았다 할 수 있겠는가?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하늘의 뜻이며 이치이다. 이 나라 조선이 비록 나의 조국이라 하나, 그 가치가 저 고귀한 하늘의 뜻에 미치지 못하니, 내 비록 이 나라 조선을 거스를 지언정, 하늘의 뜻을 저버리지는 못하겠다. 잘못된 현실을 타파하고 백성들이 편안해질 수만 있다면, 내 이 한 몸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비록 역적이라는 오명을 한 몸에 뒤집어 쓰게 된다 해도 나는 나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다 죽을 것이니 이 또한 무가치한 일은 아니리라..."
율곡 이이가 임진왜란을 예측하고 10만 양병설을 주장했듯이, 교산 허균은 일찍이 20년 뒤에 일어날 병자호란을 예측한 바 있으며, 그 대비책을 제시하였다. 교산은 조선 관료제의 비효율성과 부패에 대한 개혁, 빈약한 군대에 대한 개혁, 성리학 이데올로기 사회에 대한 개혁을 제창하였다. 그리고 만인이 차별받지 아니하는 세상을 꿈꾸었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이다. 교산, 그는 단지 신분제 폐지를 주장한 몽상가가 아니었다. 그가 단지 그러한 몽상가였다면 오늘날 상당수의 사람들에게 혁명가로 추앙받게 되지는 못하였을 것이다. 교산이 오늘날 역사적 복권을 얻어낸 것은 그가 근대적, 진보적 사상을 가지고 잘못된 조선 사회에 대해 다방면에서 지적하고 그 해결방안을 사실적으로 진술한 초기 실학자의 면모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대 제일의 지식인이 바로 교산이다. 그리고 위는 바로 혁명가 허균만의 독특한 지론인 것이다.
- 맺으며
현대의 우리 인간들이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 번뇌(煩惱)는 끊임이 없고, 시폐(時弊)는 소멸되지 않는다. 복잡다단한 지금의 시대는 난세이다. 반골의 기개는 치세의 수단이 되지는 못하여도 난세의 중요한 핵심이 될 수 있음이다. 옳은 것을 옳다 하며 그른 것을 그르다 하고 세상 불의와 부정을 타파하려는 끊임없는 희망, 시지프스와 같은 노력, 이것은 현대인들이 결코 버리지 말아야 할 덕목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긴 글을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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