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도사] <방문> 협조요청
도정(道政)의 협조를 부탁드리기 위해 귀(貴) 단(團)을 방문하여 말씀드립니다.
곡우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쌀쌀한 일기(日氣)인데 단원분들 모두 건강하신지요.
다름이 아니옵고, 도내의 교육기관인 자운서당이 벌써 일년이 훨씬 넘도록 훈장직이 공석인 관계로 강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조의 백성들에게 학문을 장려하고 학문을 통한 수양을 권장하는 것이 조정의 책무임은 물론이요, 백성들 또한 학문 정진에 힘써 그 자질을 배양하는 것이 의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아조의 백성들은 당연히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기관은 있으나 훈장의 부재로 인하여 이와 같은 백성들의 의무와 권리가 실현되고 있지 못하니, 주상 전하를 대신하여 도정을 살피는 자로써 이를 어찌 좌시할 수 있겠습니까. 여항의 촌부라고 할지라도 분명 좌시하지는 않을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여 외람되지만, 귀 단을 통하여 지역의 교육기관인 자운서당에서 강의를 하실 현사(賢士)를 추천 받고자 합니다. 부디 번거롭다 마시고, 조정의 책무를 수행하기 위한 일이기에 앞서, 백성들의 권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일임을 헤아리시어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드리는 바입니다. 아조의 대표적인 문사이신 총재께서 이끌고 있는 귀 단에서 현사를 추천하시어 마침내 자운서당에서 강의가 이루어진다면, 아조의 뜻있는 선비들이 그 덕을 흠모하며 이를 귀감 삼아 교육에 헌신하리라 생각되며, 귀 단에도 큰 보람이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비록 부족한 능력과 작은 권한 밖에는 없는 본관이지만, 강의가 진행됨에 있어서 불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발휘해 자운서당을 지원할 것을 약속 드리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개국622년 4월 23일
행함경도사 겸함경북도병마평사 김시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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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습
박공행
이원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