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조선왕조

ㆍ작성자	박범
ㆍ작성일	개국617(2008)년 2월 12일 (화) 15:18 [신시(申時)]
ㆍ문서분류	역사인물

ㆍ추천: 11 ㆍ열람: 324

정철

기지개를 펴고 쓰는 글이라 잘 이어질지 모르겠습니다. 정리하지 않고 머리속에서 바로 풀어내는 글이라 뒤죽박죽될 우려가 크지만, 혼자만 감상해두는 것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스스로의 생각으로 몇자 적을까 합니다.

지난번 한국사傳에서는 "정철"을 화두로 하여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정철은 좀 특이한 인물입니다. 문학교과서에도 나오고 국사교과서에도 나오는, 양쪽 모두에서 비중있게 다루어지는 인물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인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문학사에서는 가사문학을 최고의 경지로 끌어올린(?) 문장가로 등장하죠. 그가 강원도관찰사로 재직 시에 지은 관동별곡은 문학 교과서에 글이 실릴 정도로 중요한 작품이 되었고, 이외에도 사미인곡과 속미인곡은 수능 언어영역 시험에 나오던 단골 작품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이러한 가사문학이 어느정도의 평가를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현재의 문학사에서는 상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일 것입니다.

그러나 역사상에서의 정철은 그와는 좀 다른 인물로 등장하죠. 역사 속에서 위치지워지는 정철은 문장가가 아닌 정치가 입니다. 선조대 서인의 영수(?)로 자처하며, 大옥사를 일으키는 파란 속에서 가장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로 등장하게 되죠. 소위 기축옥사는 작은 정치적 사건으로 끝날 수 있었던 성질이었는데, 정철 덕분에 선조대 가장 피비린내 나는 옥사로 평가되기도 하였습니다. 이 사건으로 정철에 대한 평가는 송시열 만큼이나 극으로 치닫게 되었고, 그것은 선조실록과 선조수정실록이라는 서로 다른 배경 속에서 쓰여진 역사서를 통해서 평가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은 바로 이러한 정철의 문장가로서의 象과 정치가로서의 象을 대비하며 그리고 있습니다. 결론은 단순한데, 정철이 문장가로서만 남아 있다면 후대에 훌륭한 평가로 남아 있었겠지만, 정치가로서의 행태로 인해, 특히 그의 나쁜 술버릇으로 인해 오점을 남기게 되었다는 그런 평가를 내렸습니다.

그러나 역사 프로그램이라면 좀더 나아가 그가 왜 그러한 옥사를 일으키게 되었는지 면밀하게 파고들었어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것이 역사 에세이와 학술적 역사의 차이입니다. 역사 에세이는 있는 그대로는 보여주는 설명을 위주로 하고, 학술적인 역사를 그 이면에 담겨있는 의미를 추적해 보고자 합니다. 단순하게 말하면 학문은 왜?에 대한 대답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죠.

문장가인 정철이 정치계에 입문하고 나서 일으킨 행보를 천천히 들여다 보면, 송시열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소위 산림(山林)들은 관료적인 사림(士林)들과는 많은 차이를 보였습니다. 현종대의 한당(漢黨)과 산당(山黨)의 차이와도 같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선조대의 정철은 아마도 산당과 산림과 거의 비슷한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그의 문장가로서의 면모도 그렇지만, 정책적인 언설들을 들여다 보면, 이상주의적인 성격이 짙게 베어 있습니다. 문장가로서 순수한 학문적인 정치, 더 심하게 말하면 이상주의적 삼대의 정치를 행하는 정치가들에게서 그러한 속성이 자주 발견할 수 있다고 봅니다. 현실과의 타협이 분기점이 되는데, 정철은 타협을 거부하는 축에 속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의 문장 속에 담고자 했던 정치를 실제 정치 속에서 구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발현된 것이 기축옥사로 드러났고, 2천여명이 넘는 유생들이 결국 무고로 죄를 뒤짚어 쓰는 결과를 나았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러한 그의 특성은 후대의 산림들 보다도 더하다면 더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개국617년 2월 12일
潛谷朴範記

http://www.1392.org/bbs?lasp7:38

박상근 617('08)-02-12 16:43	좋은 내용 잘 읽었습니다. 정철이라.. 문득 예전에 한창 방영되던 불멸의 이순신이라는 사극에서 등장한 정철이 생각이 나네요. 국어시간마다 종종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을 읽어보면서 문장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사극에서는 이순신을 지지해준 인물인 서애 유성룡의 남인과 반대세력(서인)에 서면서 종종 비난의 화살로 비춰지는 인물로. 그 무렵에 강원도 지역으로 보내지면서 이러한 글을 지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좀 정철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이 참 묘하게 느껴졌었던 때가 있었지요..

김호철 617('08)-02-12 17:11	잘보고 갑니다.

김형욱 617('08)-08-19 17:59	글솜씨가 대단한 사람이지만 건저문제로 쫒겨난 비운의인물 이기도 하죠. 그때 많은 작품이 나오기도했구요. 선조의 편향적인 판단이 정치계의 피바람을 부르게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