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으로 가는 사람들은 공식적인 보고와 개인적인 감회를 서술하고자 일기형식을 갖추기도 하였습니다. 김경선은 연원직지에서 청나라가 서세동점 때문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을 보고한 점에서 내용 상 가장 중요한 의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연행기는 한문으로 쓰는 것이 관례이고, 한문에 능숙한 소수를 상대로 한 비밀스런 저술이나, 그 내용이 흥미롭기 때문에 그 범위를 벗어난 독자들도 읽고자 하는 욕구를 막을 수 없어 국문으로 나타납니다.

반면에 엄청난 일을 당한 궁중의 여인들은 도저히 덮어두지 못할 사연을 국문으로 서술하기도 합니다. 인목대비술회문과 서궁일기, 계축일기(癸丑日記)는 광해군에서 인조로 정권이 교체된 사건에 국문본 독자들의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인현왕후전은 국문으로 인현왕후의 전기를 다루었습니다.

국문기행문이 등장함으로써 다채로움을 발견하게 됩니다. 피난기행을 다룬 작품으로 이정암(李廷)의 서정일록과 유진의 임진록(壬辰錄)이 있습니다. 이 중 유진은 피란 중에 겪은 바를 국문으로 기록하면서 세태를 그대로 전하였습니다.

유람기행으로 다룬 작품은 정시한(丁時翰)의 산중일기가 있습니다. 이 작품은 문학적 수식에 유익함을 넘어선 것이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과거기행을 다룬 작품이 있는데, 과거보러 상경한 경험을 글로 나타낸 것입니다. 박두세(朴斗世)의 요로원야화기(要路院夜話記)는 한문본과 국문본이 다 있으며 높은 수준의 사회의식을 담고 있습니다.

유배기행으로 유의양의 남해견문록과 북관노정록은 국문기행문학의 성장을 정착시키는 구실을 함으로써 지방사투리와 서울말의 다름을 서술하였습니다.

국문행장의 등장을 통해 산문의 영역을 확대하고 표현을 가다듬는데 구실합니다. 이경석의 행장을 효종이 국문으로 번역하여 선조행장이라 지었으며, 김만중의 서포가문행장은 원래 한문이었으나 국문으로 옮겨놓았습니다. 이것이 국문문장의 발전에 한몫을 합니다.

몽유록의 국문화도 이루어짐에 따라 전란의 책임과 후유증을 묻는데 적정하게 이용되었습니다. 금화사몽유록은 한문과 국문으로 된 여러 이본이 전하고 제목이 조금씩 다른 점에서 많이 읽혀짐을 알 수 있습니다.

제문(祭文)의 국문화도 이루어져 이언적(李彦迪)의 제선비손부인문이 원래 제문은 한문이라야 하지만 국문으로 옮겨져 널리 읽혔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국문편지의 경우, 한문편지는 ‘서(書)’라고 하여 당당하게 문집의 한 자리를 차지했으나, 국문편지는 언간(諺簡)은 문집이 되지는 못했지만 널리 이용되고 커다란 구실을 하였습니다.

참고문헌

* 국문학사(개정판), 조동일ㆍ서종문, 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