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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강의] 제235강 : 고전문학사 열여덟 번째 강의
고전문학사 열여덟 번째 강의 <가사의 복고와 혁신> 전란이 거듭되어 사대부들은 문학의 기존 갈래 중에서 가사를 적극 활용하는데 주력합니다. 고응척(高應陟)은 도산가를 발표하여 임진왜란을 만나 피란길에 오른 사정을 나타냈습니다. 시의 어조를 바꾸어 별세계에 은거하겠노라는 내용으로 딴전을 피우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이현(李俔)은 백상루별곡(百祥樓別曲)을 지어 전국의 형편과는 다른 노래를 짓고자 했습니다. 이와 다른 반면에 사대부가사가 전란 전에 이룩했던 본보기를 재현하고자 했습니다. 조우인(曺友仁)은 출재곡에서 변방 백성들의 고혈이 마른 것을 조정에서 육식을 하는 사람들이 알기나 하는가 하는 기백을 보여줬으나, 말년에는 보수적 의식을 되찾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박인로는 일상어를 대폭 수용해 사대부 가사의 한계를 탈피하고자 했으며, 조선후기 새로운 가사의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임진왜란 후의 사회현실을 선명하게 그려나가는데 주력합니다. 벼슬길이 막힌 사대부의 두 면모가 엿보이기도 합니다. 정훈(鄭勳)은 인조반정(仁祖反正)의 소식을 듣고 성주중흥가를 짓고, 수남방옹가와 용추유영가에서는 은거생활의 만족과 빼어난 경치를 찾은 감회와 근심 없는 거둥을 나타내었고, 우활가와 탄궁가에서 그 이면의 진실을 토로했습니다. 이를 통해 은일가사의 전형을 다시 이룩했다는 평입니다. 사대부 가사의 소재의 신선함을 살리고 개성을 살리는 가사가 선보입니다. 박사형(朴師亨)은 남초가를 통해 담배를 예찬하는 희작을 보였고, 홍계영(洪啓英)은 희설(喜雪)을 통해 설경 묘사를 하였는데 이 세상의 더러움과 괴로움을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나타내고자 했습니다. 민우룡은 금루사를 통해 제주도 기생과의 사랑을 그린 파격적인 애정가사를 선보였습니다. 시대 변화에 따른 신분몰락을 막는 방도의 가사가 나타나는데, 은일가사보다는 도학가사가 더 많아지는 데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배이도는 훈가이담을 통해 도학을 온전하게 실행해 지위회복을 꾀하라고 후손에게 가르치고자 했고, 한석지(韓錫地)는 길몽가에서 유학의 도리를 받들면서 희망을 찾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작품의 주장이 대세를 되돌릴 수 없어 위험을 느낍니다. 조우각(趙友慤)은 대명복수가와 천군복위가를 지어 명나라를 위해 복수를 하고 질서의 상징인 천군을 다시 세워야 함을 주장합니다. 이 시기의 유배가사는 은일가사와 대조적입니다. 송주석(宋疇錫)의 북관곡(北關曲)에서 실제로 벌어진 사태를 핍진하게 그립니다. 김춘택과 이진유(李眞儒)는 별사미인곡(別思美人曲)과 속사미인곡(續思美人曲)은 직접적 표현보다는 자신의 처지를 천상에서 적강하여 님을 그리워하는 여인에다 비유하는 정철의 묘사와 유사합니다. 이는 현실에서의 분열과 고난을 직접 나타내지 않는 것이 그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조원(安肇源)은 만언사를 통해 고난에 찬 기록들을 길게 늘인 장편가사로서 유배가사의 격식을 파괴하고, 자학과 해학을 섞은 것이 특징입니다. 김진형(金鎭衡)은 북천가(北遷歌)를 통해 만언사와 아주 다른 경향을 띠며 유배가사가 해체되는 과정을 또 다른 각도에서 보여줍니다. 좋은 구경을 하다가 이름난 기생을 만나 논 행적을 방탕하다고 할 정도로 늘여놓았습니다. 기행가사(紀行歌辭)는 은일가사의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권섭(權燮)의 영삼별곡을 통해 정치에 환멸을 느껴 세상을 돌아보며 문학을 하고자 했고, 정철의 관동별곡이나 다른 이의 작품 대부분 금강산 기행이 가장 많습니다. 그밖에 상업의 발달로 인한 하층민들의 가사도 있는데 팔역가, 팔도가, 팔도읍지가(八道邑誌歌), 호남가, 호서가. 영남가(嶺南歌)와 같이 각 도별로 이루어진 가사도 발생하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사행가사는 외국여행을 중심으로 다루어졌으며 한문본 기행문으로 자세히 기록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작품 수는 많지 않습니다. 유명천(柳命天)의 언행별곡과 김인겸(金仁謙)의 일동장유가(日東壯遊歌)는 일본에 다녀와서 남긴 것으로 단 한편 뿐이지만 내용이 자세합니다. 도시의 상행위로 인한 농촌 해체와 전통적 가치관의 몰락을 그린 작품들이 생겨납니다. 우부가는 체면과 분수를 지키지 않은 것을 비판하고, 용부가(庸婦歌)는 용렬스런 여편네들을 흉보아야 하겠다면서 늘여놓은 사설은 마땅한 도리를 저버린 행실을 갖가지로 들었습니다. 항거의 가사로 기음노래가 있는데 농민 스스로 지어서 획기적인 변화를 낳았고 비슷한 사례로 마군 병졸들이 스스로 겪은 바가 있는 난리가가 그 대표적 예입니다. 갑민가는 군역 때문에 시달리는 사정을 자세하게 토로하고 있고, 합강청가는 전라감사가 호화로운 뱃놀이할 때 백성들이 겪은 고초를 낱낱이 파헤칩니다. 그리고 거창가는 항거의 노래가 부녀자의 사연으로까지 확대됩니다. 규방가사(閨房歌詞)가 이 시기에 나타나는데, 내방가사(內房歌辭)라고도 부르기도 하며 부녀자들의 가사지만 작자가 반드시 여자인 것만은 아니므로 수용자를 중심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허난설헌(許蘭雪軒)의 규원가와 봉선화가가 전해지나 작자가 확실하지 않은 것이 그 구체적 예입니다. 때문에 전의이씨(全義李氏)는 규방가사의 작자로서 더욱 뚜렷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쌍벽가와 부여노정기는 각각 여류작가의 대표적인 경축가와 기행가사라는 의의를 가집니다. 규방가사의 유형으로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 계녀가(誡女歌)는 시집가서 해야 할 행실을 딸이나 며느리에게 가르치는 것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소혜왕후(昭惠王后-인수대비)의 내훈(內訓), 송시열의 계녀서가 그 예입니다. ㉡ 경축가는 집안에 경사스러운 일이 있으면 짓는 것이 특징이며, ㉢ 자탄가는 신세타려을 늘여놓는 가사입니다. 복선화음가, 신가전, 덴둥어미화전가 등이 그 예입니다. ㉣ 풍류가는 놀이를 즐기는 감회를 표현하고 있고, ㉤ 애정가는 남녀의 애정을 다루는 것이 특징입니다. 단장이별곡(斷腸離別曲), 노처녀가(老處女歌)가 그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잡가(雜歌)가 형성됨에 따라 가사의 혁신을 가져다줍니다. 잡가는 읊기만 하는 이른바 음영가사에서 가창가사로의 변화를 가져다주었고 연이 나누어지고 여음이 들어가 가사의 형식을 벗어났습니다. 가사에 십이가사가 있듯 잡가에도 십이잡가가 있고 대부분 판소리에서 유래한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예로 소춘향가, 십장가, 적벽가(赤壁歌), 제비가가 있습니다. 유산가는 잡가 중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휘몰이잡가라는 빠른 율동에 맞추어 비슷한 말 반복하는 수법이 사설시조와 비슷합니다. 그 예로 맹꽁이타령, 곰보타령, 바위타령 등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가사와 민요가 뒤섞여 가창가사가 생겨나고 민요를 개조한 잡가가 득세합니다. 참고문헌 * 국문학사(개정판), 조동일ㆍ서종문, 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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