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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보덕] 연하수아 제5화
아술 단군 5년 인후 13년 정월에 연하수아의 청에 따라 왕이 의정부 대신들에게 사직을 명하여 수리(受理)하니 이는 전례에 있는 일이 아니었다. 2월, 연하수아의 정변을 듣고 놀란 조선국 왕이 진위를 물어오자, 연하수아가 몸소 자청하여 조선국을 찾아갔다. 3월, 정변의 진위를 조선국에 보고하고 돌아온 연하수아를 정중히 맞이하고, 왕이 그에게 영의정에 임명하고자 했으나 자신을 영돈령부사에 명하도록 청하자, 왕이 이를 받아들였다. 4월, 추평용의 아들이자 추협봉과 추명철의 아버지인 추성문(秋成門)을 화천감대신(貨泉監大臣)에 명하였다. 5월, 추평용이 세상을 떠났다. 왕이 전임 의정부 대신 중 한 사람이므로 장사를 후히 치르도록 하였다. 추평용은 자손들의 앞길에 폐를 남기지 않고자 항상 청빈한 생활을 유지하였으며 도성 안에 어렵고 가난한 이들이 있으면 손수 자그마한 패물을 쥐여주고, 날이 덥거나 추우면 오갈 데 없는 백성들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여 더위와 추위를 견뎌내도록 도와주기도 하였다. 사람들이 평용의 칭송을 그치지 않자, 왕이 그에게 덕귀공(德貴公)이라는 시호를 내렸다. 이후 추평용의 무덤 근처에 사당을 지어 그곳 사당의 이름을 덕귀사당(德貴祠堂)이라 했다. 6월, 편구대군의 부인 봉씨(奉氏)가 생전에 있었는데, 남편을 여의고 나서 남편의 묘소 앞에다 스스로 여막(廬幕)을 지어 그곳에서 여생을 보내고자 청했다. 왕이 먹고 살 수 있도록 경기도 화성 땅에 오십 결을 하사했으나 정중히 사양하고 자신이 살던 집과 모든 재산을 팔아 충당했다. 7월, 홍기의 장남이 하세하였다. 백성들의 입에 의하면 왕족의 이름을 피해야 한다는 피휘(避諱)를 어겨서 그만 요절했다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홍기의 장남 ‘라’의 이름이 돌 쌓일 ‘라()’ 자로써 사실이 아니다. 홍라의 슬하에 자식이 있었으나 갓난아기였을 적에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자손은 없다. 왕이 홍라의 죽음을 안타깝게 여겨 백홍과 백화의 전례에 따라 의정부우의정에 증직하고자 했으나, 연하수아가 이를 막아내어 증이찬으로 증직할 것을 청하니 왕이 이를 받아들였다. 8월, 원임 의정부 대신들이 연하수아의 전횡에 불만을 품고 왕에게 힘써 간했으나 왕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9월, 왕명에 따라 새로운 의정부 인사들을 임명하니 그 인사는 이렇다. 영의정에 홍기, 좌의정에 궁길성, 우의정에 궁경창, 좌찬성에 궁대운, 우찬성에 궁홍위, 좌참찬에 강규, 우참찬에 궁향산, 의정부사인에 양송근, 의정부검상에 궁옥서, 의정부사록에 계소의를 명했다. 10월, 홍기의 차남 홍모(洪謨)를 검교병고장군에 명했다. 11월, 영중추부사에 어송을 명하였다. 12월, 영돈령부사에 연하수아를 명했다. 실질적으로 관직을 내린 것이다. 왕이 연하수아의 임명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실질적으로 권력을 행사한다고 하여 관직에 몸담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아술 단군 6년 인후 14년 정월, 향덕보를 상서원정에 명했다. 2월, 명소대군이 세상을 떠났다. 왕이 장례를 후히 치르게 했다. 이때 명소대군이 언제 죽었는지 의견이 분분하였는데, 일부 사관이 잘못 오기한 것이라고 한다. 일부에서는 인태군이 명소대군의 명의를 빌려 생계를 이어갔다고도 한다. 명소대군의 죽은 지 이틀 뒤에 원모대군도 마찬가지로 세상을 떠났다. 원모의 아들 천영군 또한 원모의 명의를 빙자하여 생계를 이어갔다고도 한다. 3월에 영의정 홍기가 세상을 떠났다. 홍기는 연하수아가 집권하고부터 처음으로 의정부의 수장으로써 임명되었는데, 연하수아와 임금 사이의 중간 역할을 충실히 해내었다. 왕이 그의 죽음을 매우 슬퍼하였다. 이후 좌의정이 의정부의 직무를 도맡았다. 4월에 편구대군 부인 봉씨가 하세했다. 왕이 봉씨에게 후사가 없음을 알고 내관 두 사람을 시켜다 빈소를 차려 상을 후히 치르도록 명했다. 이후 왕비가 직접 찾아가 봉씨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였다. 봉씨의 유해는 편구대군의 옆자리에 묻었다. 5월, 동문사미의 딸 동문초(東門草)를 조선왕의 후궁으로 보냈다. 이때 동문사미가 반발하였으나 연하수아가 외교적 관례임을 들어 동문사미에게 근신하도록 했다. 6월, 향덕보가 세상을 떠났다. 왕이 향덕보의 죽음을 매우 안타까워하며 장사를 후히 치르게 하였으며 연하수아가 몸소 빈소에 찾아가 향덕보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향덕보 이후 향씨 집안은 더 이상 조정에 나서지 않았으며 강원도 춘천 땅에서 세거하며 살았다. 7월, 연하수아가 왕에게 화의(和議)를 청하여 왕권의 회복에 힘쓰겠다고 하니 왕을 비롯해 모든 대신들이 연하수아의 모습에 감복하여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의 치세가 태평성대였다. 아술 단군 7년 인후 15년 북방의 이민족들을 모두 평정하였다. 조선왕이 이에 감복하여 조공으로서가 아닌 형제로서의 맹의를 다짐할 뜻을 밝혔다. 아술 단군 8년 인후 16년 태자가 장성함을 들어 왕이 경연청에 태자의 교육을 요청하니 경연청에서 이를 받아들여 태자의 학문을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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