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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보덕] 연하수아 제3화
5월, 소용에게서 아들을 낳았다. 이름을 석로(晳露)라고 하였다. 6월, 주나라 유왕의 실정(失政)에 정왕(鄭王)이 들고 일어났다는 사실을 판의금부사 변욱이 아뢰었다. 변욱에 따르면 “포사(褒)를 왕비로 삼고 그 아들을 태자로 삼았는데 태자가 병약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하여 왕의 눈과 귀를 멀게 하고 각지에 사람을 보내어 미인들을 끌어들여 정사를 소홀히하게 한 뒤 스스로 섭정으로 자처하여 정사에 관여하였다. 그 뒤 탐관과 오리들이 포사에게 아부하여 백성들의 고혈을 착취하니 이에 두고 볼 수 없어 정왕이 반기를 들었다. 그러니 주왕과의 교통을 끊어야 한다.” 왕이 이를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7월, 변욱의 변에 따라 주의 유왕이 자신의 신하인 신후(信厚)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신후는 왕의 폭정에 간언(諫言)하였으나 유왕이 이 말을 고깝게 여기어 말을 듣지 않은지라 사병을 일으켜 반란을 주도하고 왕을 시해하는 패륜을 범했다. 왕은 이 소식을 듣고 새삼스럽다고 여겼으나 정왕에게 유왕의 빈소에 직접 찾아가도록 허할 것을 청하도록 하는 글을 써서 변욱의 편으로 서찰을 전달케 했다. 왕이 사신단을 꾸려 변욱을 정사로 삼고 상촉 촉산영지를 부사로 명했다. 8월, 정왕이 허락을 받은 뒤 변욱을 주나라에 보냈다는 내용의 편지를 대부(大夫) 형돈(衡敦)에게 보내도록 하자 왕이 이를 받아들였다. 보름 동안 사신으로 온 형돈을 융숭하게 대접하고 보름 뒤에 돌아가게 했다. 9월, 주나라의 국상을 문상하고 돌아온 변욱과 촉산영지가 돌아오자 왕이 이들을 인견(引見)하여 주나라의 정세를 보고받았다. 왕이 크게 놀라면서 다시는 주나라와의 국교를 잇지 않기로 결론을 짓고 사무역(私貿易)에만 주나라와 교역하도록 명하였다. 10월, 조선국과의 국교를 더욱 굳건히 하였다. 11월, 주나라 국왕이 새로이 즉위하여 평왕(平王)이 옹립되었다. 수도를 호경(鎬京)에서 낙읍(洛邑)으로 천도하였다. 12월, 정왕이 병환으로 죽자, 그 아들 소공(昭公)이 정왕으로 즉위하였다. 우서한단군 6년 인후 6년 정월에 진왕(秦王) 문공(文公)이란 사람이 사신 열 사람을 보내어 본국과의 화친을 청했다. 진국(秦國)이란 나라는 주나라와 이웃하고 있으며 비록 내륙국(內陸國)에 속하나 주나라와의 무역을 장악한 까닭에 사무역을 통해 본국의 사정을 알아차린 처지였다. 그러나 주왕이 국권을 스스로 실추시키므로 그 나라의 실권을 일부 움켜쥐었으므로 본국과 동등하게 통상하자는 뜻이 담겨 있었다. 2월에 진왕이 스스로 궁궐을 차려 기거하니 서수궁(西狩宮)이라 이름하였다. 3월에 나라 밖에서 한동안 왕위를 둘러싼 파동이 일어난 여파였던 까닭인지 명소대군을 왕위에 옹립하고자 하는 역모가 터졌다. 이때 황태후를 비롯한 왕실 사람들이 명소대군을 죽이지 않도록 간청하였다. 신하들도 이를 기우로 여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죄를 사하도록 청하였다. 이에 왕은 명소의 아들인 금지군과 인태군을 차례로 불러들여 자신의 부모가 역모의 혐의를 지녔는지 물어보자 두 사람이 모두 역모에 가담하지 않았음을 밝혔다. 4월, 금지군과 인태군의 의견에 따라 명소대군의 죄를 면하는 대신 근신하게 하고, 의금부에 명을 내려 명소대군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게 하고 홍운공주를 사길의 배필로 보내었다. 홍운공주는 하루아침에 아버지의 역모 혐의가 터졌기 때문에, 고초를 겪고 있어 죄책감에 시달린 탓인지 시집을 가는 내내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5월에 제씨 집안이 조선국으로 망명하였다. 주변의 급변한 정세 때문인지 알 수 없다. 6월, 허덕윤을 집현전대제학(集賢殿大提學)에 명했다. 7월, 하후융(夏侯融)이 일가를 거느리고 본국으로 귀화하였다. 하후융은 하후씨의 일족이다. 이때 하후씨 안에 내분이 일어난 것에 불만을 품고 본국에 들어온 것이다. 본국으로 귀화한 이들을 기꺼이 받아들여 왕이 그를 대동도찰방에 명했다. 8월, 윤검선을 집현전제학(集賢殿提學)에 명하고 장인소를 혁파하였다. 장인소는 전조의 벼슬로써 그 기능이 무실하였기 때문이다. 9월, 내숙(柰肅)이 일가를 거느리어 본국으로 귀화하였다. 내숙은 일전의 하후씨와 마찬가지로 내씨 안에 내분이 일어난 것을 기화로, 자신들의 화를 피하고자 본국으로 들어왔다. 왕이 그에게 기린도역승에 명했다. 10월, 대동도찰방과 기린도역승에게 명하여 북방의 정세를 잘 염탐(廉探)하도록 명하였다. 11월, 지순목을 현신교위(顯信校尉)에 명했다. 12월, 우서한단군이 병을 이유로 하여 정무를 소홀히 하였다. 우서한단군은 대신 경준(慶俊)을 섭정으로 명하여 정무를 대신하게 했다. 우서한단군 7년 인후 7년 정월에 영의정 추서문이 세상을 떠났다. 왕이 장례를 후히 치르도록 명하고 좌의정 추화평에게 의정부의 정무를 일임했다. 이후 추서문의 자손들은 황해도 금교도 땅에 세거하여 살았다. 2월에 지순목을 회양도호부사(淮陽都護府使)에 명하였다. 3월에 사마중준을 상선에 명하였다. 4월에 초대건을 광주판관(廣州判官)에 명하였다. 5월에 좌의정 추화평이 세상을 떠났다. 왕이 장례를 후히 치르게 했다. 우의정 추평용에게 의정부의 정무를 일임했다. 이후 추화평의 자손들은 경기도 여주 땅에 세거하여 살았다. 6월, 한양 땅에서 유성이 떨어졌다. 한양에 살던 백성들이 상서롭지 못하다고 수군댔다. 7월, 문정황태후가 병석에 누웠다. 왕실에서 이를 근심하니 덕흥사에서 문정황태후의 쾌유를 비는 기도를 드렸다. 8월, 지난 태평 10년에 강원도 땅에 오십 개의 사찰을 짓도록 했던 왕명 아래에 지어진 터를 살펴보도록 명하니, 이들 사찰 가운데 사십 개의 절터를 찾아냈다. 이에 강원도관찰사가 보고하였는데 이들 사십 개의 절터 가운데 삼십 개는 터만 보존되었고 나머지 열 개는 윤곽이 잡혀 있었다. 이에 왕이 그 가운데 한 절만 기둥만을 세웠다고 했다. 왕이 강원도관찰사로 하여금 그 절만 우선 짓도록 하여 창건하니 이름을 혜민사(惠旻寺)라고 했다. 그 뒤에 나머지 아홉 개의 절터를 다시 중수하게 했다. 이때 아홉 개의 절을 짓도록 왕실에 청한 이는 성덕사 주지 월하로써 절을 아홉 개 창건하면 황태후의 건강이 호전될 것이라고 예언한 까닭이다. 9월, 혜민사의 뒤를 이어 혜란사(惠蘭寺)를 창건하였다. 10월, 혜란사의 뒤를 이어 소란사(昭蘭寺)를 창건하였다. 11월, 소란사의 뒤를 이어 덕란사(德蘭寺)를 창건하였다. 12월, 덕란사의 뒤를 이어 용혜사(龍惠寺)를 창건하였다. 우서한단군 8년 인후 8년 정월에 용혜사의 뒤를 이어 봉영사(奉永寺)를 창건하였다. 2월, 봉영사의 뒤를 이어 은화사(恩化寺)를 창건하였다. 3월에 조선왕 우서한단군이 하세하였다. 뜻밖에 우서한 단군이 급서하자, 그의 태자 아술(阿述)이 왕위에 올랐다. 세간에서 우서한단군이 지병이 있어 세상을 떠났다고도 하고 독살당해 죽었다고도 하였으나 이 소식은 기우로 밝혀졌다. 아술 단군 즉위년 4월, 은화사의 뒤를 이어 신혜사(神惠寺)를 창건하였다. 5월, 신혜사의 뒤를 이어 보지사(寶志寺)를 창건하였다. 6월, 보지사의 뒤를 이어 자화사(慈和寺)를 창건하였다. 이에 이르러 황태후가 병상을 떨쳐 일어났다. 왕이 월하에게 선사(禪師)로써 극진히 예우하고 여주 땅 오십 결을 하사하였다. 7월, 국실운을 의흥위장에 명했다. 8월, 곡원걸을 한양부판윤에 명했다. 9월, 추성문의 장남 추협봉(秋協奉)을 상온에 명하였다. 10월, 명소대군의 죄를 사해주었다. 이후 대군의 사저를 에워싼 군사들에게 해산하도록 명하였다. 왕이 직접 대군을 불러들여 죄를 사해주고 왕실의 대소사를 관장하도록 윤허(允許)하였다. 대군은 이후 문정황태후에게 문안을 드리고 돌아갔다. 11월, 명소대군의 장남 금지군에게 두 아들이 있는데 장남을 화보도정(和甫都正)으로, 차남을 인보도정(仁甫都正)으로 삼았다. 이후 대군의 손자나 군의 소생을 도정에 봉하도록 하는 관례가 생겨났다. 12월, 영의정 향보덕이 세상을 떠났다. 이후 장사를 후히 치르도록 하고 보름 동안 철조(輟朝)하도록 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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