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실록은 2006년 2월 10일자 초판 제1쇄 간행(제본)판 정오표(Ver 0.30) 반영본입니다(주석 제외). 제20권까지 동일한 판본입니다.
章宗大王實錄 卷一 (장종대왕실록 권1)
개국609년 8월 15일조부터 개국609년 8월 31일조까지
실록 해제(解題)
실록 권1.은 개국609(2000)년 8월 15일 을사(乙巳)부터 동월 31일 신유(申酉)까지의 사실을 기록한 책으로 원명(原名)은『사이버 조선왕조 장종대왕실록(章宗大王實錄) 권1』이다. 승정원(承政院)에서 개국609년 9월 초5일에 편찬을 완수하여 당일로 사고(史庫)에 봉안(奉安)하였다.
8월 15일 을사(乙巳)
상(上)이 종묘(宗廟)에 나가 고(告)하기를,
"개국609년 8월 15일, 삼가 종묘에 고합니다. 지금 천하는 매우 어지러운 지경입니다. 나라의 기강이 바로 서 있지 못하게 되니, 관리(官吏)들이 사사로운 이익을 좇아 일을 처결하게 되었으며, 이로 인하여 백성(百姓)의 생활이 도탄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고급 관료들이 정책을 시행함에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행하는 바가 떳떳하지 못하게 되니, 또한 이것으로 인해 천하는 더욱 혼란스럽게 되었습니다. 더하여 열강의 이기(利己)에 자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니, 역시 이것으로 말미암아 백성들이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지 못하는 나날이 계속되게 되었습니다.
나라의 어지러움이 이처럼 극심하니, 어찌 이것이 저의 부덕함에서 비롯된 것이라 아니할 수 있겠습니까. 덕(德)이 부족한 저로서는 그간 이러한 것들을 두고만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생각한 바가 있어, 이제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종묘사직(宗廟社稷)의 안정을 구하는 것에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나라의 기강을 세워 기업(基業)을 만대후손(萬代後孫)에 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법령을 분명히 하고 예에 따라 일을 처결하여 한 치도 그릇됨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몸소 절약과 검소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 백성의 모범이 될 것이며, 상주고 벌주는 것에 일체의 사심(私心)을 없애 문무백관(文武百官)이 직무를 행함에 소홀함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또한 언로(言路)를 자유롭게 열어 언제나 백성이 청하는 바를 들을 것이며, 그리하여 정사(政事)에 보탬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그리고 매사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언제나 마음을 새롭게 하며 백관(百官)들과 함께 국정에 임할 것입니다.
아조(我朝) 600여 년의 기업을 영원토록 후세에 전하는 것은 저와 문무백관, 그리고 백성들의 간절한 소망이자 의무입니다. 이에 이를 종묘에 고하오니, 조종(祖宗)의 영령께서는 노력하는 바가 성취되어 나라가 흥성(興盛)할 수 있도록 복(福)을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
하였다.
예조(禮曹)에 전교(傳敎)하기를[傳曰],
"과거(科擧)를 시행하여 인재를 시취(試取)하라."
하였다.
8월 16일 병오(丙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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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7일 정미(丁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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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8일 무신(戊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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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9일 기유(己酉)
승정원에 전교하였다.
"관보(官報) 발행을 재개하여 정기적으로 각급 관청에 반포하라. 아울러 백성들이 서로 열람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8월 20일 경술(庚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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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1일 신해(辛亥)
문과(文科)에서 박혁거세(朴赫居世) 등 6인을 뽑았다. 급제(及第)한 6인에게 홍패(紅牌)를 내렸다.
8월 22일 임자(壬子)
상서원부직장(尙瑞院副直長) 허준(許浚)이 차자(箚子)하였는데, 대강 이러하다.
"소신(小臣), 전하(殿下)의 존호(尊號) 문제로 아룁니다. 문과 과거에서 장원(壯元)으로 급제한 박혁거세(朴赫居世)의 시권(試券) 가운데 '소인이 폐하(陛下)의 호칭을 전하라고 하지 않은 것은, 이 전하라는 호칭이 고려(高麗) 후기에 원(元)의 침입으로 인해 폐하에서 격하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중국(中國)의 제후국(諸侯國) 위치로 전락한 것입니다. 이제 새로 나라가 섰으니 자주적으로 본조(本朝)를 경영해야 한다고 사료됩니다.'라는 문장이 있었습니다.
전하의 존호를 '폐하'라 하도록 할 것인지, 그렇지 않고 종전과 같이 할 것인지를 결단하여 주소서. 현재 '전하'라 하는 자와 '폐하'라 하는 자로 나뉘어 자못 혼란스러운 상태입니다. 부디 통촉하시어, 현명한 결정을 내려 주소서."
비답(批答)하기를,
"과인(寡人)에 대한 존칭은 이미 관보(官報)에서 '전하'라고 한 것으로 결정된 것이다. 과인도 예전에는 '폐하'라 하였음을 알고 있으나 태조고황제(太祖高皇帝)께서 창업하신 연후로 '전하'라 자칭함을 500여 년 동안 지속하였으니, 이것이 보다 합당하다고 사료된다. 비록 광무황제(光武皇帝)께서 제위에 오르신 후에 짐(朕), 폐하 등을 사용하였으나, 과인은 이를 적용하지 않겠다. 다른 신하나 백성들의 청이 계속된다면 조정에서 논의 후 개정을 바랄 수도 있을 것이나, 우선은 '전하'라 존칭하기 바란다.
전하를 폐하로 해야 한다면, 과인을 짐으로, 세자(世子)를 태자(太子)로, 왕후(王后)를 황후(皇后)로 하여야 하지 않겠는가. 이외에도 고쳐 행할 것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였다.
홍문관박사(弘文館博士) 양지원(梁志元)이 차자하기를,
"다시 과거를 시행하여 여러 인재를 선발하니, 나라의 기틀이 점차 잡혀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날[日]을 표현할 연호(年號)가 없습니다. 현재 '개국(開國)'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것은 옳은 방법이 아닐 것입니다. 속히 연호를 제정하시기 바랍니다."
하였다. 비답하기를[答曰],
"'개국기년(開國紀年)'은 갑오경장(甲午更張)의 결과, 당시 청(淸)의 연호를 버리고 자주적으로 날짜를 표기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아울러 건양(建陽)이라는 연호를 같이 사용하였으며, 이듬해에 광무(光武)로 개원(改元)하고 칭제(稱帝)하였으나, 본디 연호란 황제국이 사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신라(新羅) 법흥왕(法興王) 때 건원(建元)이라는 연호를 썼던 것을 비롯하여 진흥왕(眞興王)이 개국(開國), 대창(大昌), 홍제(鴻濟) 등을, 진평왕(眞平王)이 건복(建福)을, 선덕여왕(善德女王)이 인평(仁平)을, 진덕여왕(眞德女王)이 태화(太和)를, 궁예(弓裔)가 무태(武泰), 성책(聖冊), 수덕만세(水德萬歲), 정개(政開) 등을, 고려 태조가 천수(天授)를, 광종(光宗)이 광덕(光德), 준풍(峻豊) 등을 사용하였으나, 아조 개국과 함께 유학(儒學)이 본격 정착한 후에는 본국에서 따로 연호를 정하지 않았다.
우리 광무황제와 융희황제(隆熙皇帝)의 뒤를 이어 제(帝)를 칭하고 연호를 사용할 수도 있겠으나, 본조의 기본 제도가 영정조(英正祖) 시대에 근원하고 있으므로, 다른 연호를 도입하는 것은 여러 모로 적절치 않다고 여긴다. 그러나 역시 청원이 계속된다면 조정 신하들로 하여금 논의토록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였다.
8월 23일 계축(癸丑)
'공문서 양식[公文式]'을 제정하였다. 이에 앞서 상이 '문서제목세법(文書題目細法)'과 공문서 양식의 제정에 관한 명을 내렸는데, 이때에 이르러 비로소 제반 작업이 완결되었으므로 중외(中外)에 반포하였다.
8월 24일 갑인(甲寅)
수의정부사록(守議政府司錄) 서태후(徐太后)가 차자하기를,
"신급제(新及第) 통사랑(通仕郞) 김정호(金正浩)는 실상 정치와 결별한 상태라 할 수 있으니, 조속히 낙향할 것을 명하여 차후 과거에 응시하는 선비들에게 비난을 사는 일이 없도록 조치해야 할 것입니다."
하였다. 비답하기를,
"급제한 후에 품계만 받았을 뿐, 아직 관직에도 임명되지 않은 자를 물러가라 함은 무슨 말인가. 예전 제도에서도 갑과(甲科)에게만 실직(實職)을 주었을 뿐, 나머지 급제자들에게는 우선 품계만을 주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중흥(中興)을 위한 초반이 아닌가. 품계는 품계일 뿐이니, 과히 심려치 말라. 관직에 뜻이 없다면 쓰지 않으면 될 일이다."
하였다. 사록이 재차 아뢰기를,
"아무리 사회가 달라졌다고는 하나, 여자를 관직에 등용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태조고황제 이래 500여 년을 지켜오던 이러한 관습이 무너진다면, 이는 나라의 기강이 무너지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여겨집니다."
하니, 다시 비답하기를,
"창업 이래로 600여 년, 시대가 변하였음은 사록도 잘 알 것이다. 지금과 같은 현실에 어찌 여자로 태어났다 하여 관직에 나가가지 못하게 한단 말인가. 이러한 문제에 관해서는 신하들과 함께 논의할 수 없다. 이에 관하여는 과인의 의지가 확고하니, 거듭 청하지 말라."
하였다.
8월 25일 을묘(乙卯)
한성부(韓城府) 유생(儒生) 이허생(李許生)이 지방관을 파견하는 문제와 구습(舊習) 타파에 대하여 상소(上疏)하니, 비답하기를,
"유생의 소(疏)는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중흥 초기이므로 중요 관청부터 먼저 관리를 임명하되, 해당 관청의 업무에 관해 소상히 설명하고 이해시킴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국체(國體)와 관련된 여러 사항에 대해서는 차후 논의의 터전이 마련되면 그때 확정하는 것이 좋겠다. 과인은 유학이나 성리학(性理學)만을 유일(唯一)의 사상으로 하여 그것에 치중하지 않을 것이다. 아조 600여 년. 시대가 변하였으니 마땅히 그에 따라 여러 제도도 변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선은 성별과 출생지, 학력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도록 하겠다."
하였다.
전라도 유생 정약용(丁若鏞)이 상소하였는데, 대강 이러하다.
"다른 나라들은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여 날로 발전해 가고 있습니다. 선비들이 천주학(天主學) 서적을 읽는 것을 벌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선비들은 단지 더 깊은 학문을 연구하고 견문을 넓이기 위해 천주학을 가까이 하였던 것입니다. 아울러 천주교를 금(禁)하지 마소서. 제사를 지내지 않는 자에게는 엄벌을 내리되, 종교를 믿는 것을 금하지 않기를 청합니다."
비답하기를,
"서교(西敎) 전파에 관한 사안은 추후 묘당(廟堂)에 논의토록 하여 개선 여부를 결정하겠다. 과인의 생각으로는, 본조가 비록 숭유(崇儒)를 근본으로 하고 있으나 천주학을 비롯한 여타 종교의 활동을 막을 수는 없겠다. 단, 정도가 지나치다면 처벌함이 마땅하다."
하였다.
8월 26일 병진(丙辰)
교서(敎書)를 내렸다. 교서에 이르기를[敎曰],
"각급 관아(官衙)의 관리들은 면학(勉學)의 기풍을 조성하라. 배움에 시기를 놓치지 않고 힘쓰는 선비들의 기상은 나라의 기틀이다. 문선왕(文宣王)께서 '내가 일찍이 종일토록 밥도 먹지 않고 밤새도록 잠도 자지 않고 생각해 보았으나 유익함이 없었다. 배우는 것만 같지 못하다.'라고 말씀하신 것은 배움의 중요성을 나타내신 것이라 할 수 있다. 배움에 충실한 연후에야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과 밝은 이치를 깨달음이 있을 것이며, 그러한 후에야 비로소 덕(德)과 지조 있게 실천하는 행동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찬 기개(氣槪)를 가진 문무관(文武官)이야말로 나라의 간성(干城)이라 할 수 있다. 각 고을마다 서당을 설치하고 도서를 간행하여 면학의 기풍을 조성토록 하라. 과인은 이를 지켜볼 것이다."
하였다. 어제(御製).
8월 27일 정사(丁巳)
강원도 유생 제갈량(諸葛亮)이 상소하기를,
"소인 한낱 초야(草野)에 은거하여 밭 갈고, 책 읽으며 지내는 어리석은 선비로서 삼가 전하께 엎드려 절하며 글을 올립니다. 소인이 듣건대, 옛 훌륭하신 임금들께서는 천재지변(天災地變)으로 인해 강토와 백성이 고초를 겪고 곤궁하게 되면 그것을 하늘의 꾸짖음으로 보아, 그동안의 정치가 그릇되지는 않았는지에 관해 신하들에게 자문을 얻고, 또한 곧은 선비들에게 널리 일러 밝은 정치를 위한 방안을 올리라고 영(令)을 내렸다고 들었습니다. 또한 임금 스스로 반찬가짓수를 줄이며, 조심하고 또 조심하여 행여나 옥(獄)에 무고한 백성이 갇혀있지 않는가를 살펴 대역죄인(大逆罪人)과 흉악한 죄인들을 제외한 이들을 방면하기도 하였으며, 또한 언로가 막혀있지 않는가를 염려하여 조정 안팎의 모든 신하들로 하여금 상소를 올리라 명하셨다 합니다.
우리 태종광효대왕(太宗光孝大王)께서도 지속되는 가뭄으로 백성의 고초가 클 것을 염려하여, 팔도(八道)의 죄인들을 모두 풀어주시고 또한 몸소 옥체를 돌보지 않고 하늘에 제사를 지내셨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에 하늘이 감복하여 비가 쏟아졌고 백성들은 노인에서부터 어린아이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태종대왕 전하의 백성 사랑하심을 노래하였다 합니다. 연이어 계속되는 굵은 빗줄기로 인해 한성과 하삼도(下三道)의 백성들이 극심한 고초를 겪고 있는데, 어찌하여 우리 성상(聖上)께서 삼가 처신을 조심하며 죄인들을 방면하고 언로를 여신다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소인은 그 이유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전하께서는 백성들이 고통에 신음하는 소리가 정녕 들리지 않습니까. 혹은 먹구름 같은 주위 간신(奸臣)들이 전하의 성총을 흐리게 하는 것입니까. 엎드려 바라건대, 팔도에 영을 내려 전하의 밝은 정치를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하였다. 비답하기를,
"어찌 이 모든 것이 과인이 부덕(不德)한 소치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늘이 그 다스리는 자의 마음을 살펴 바람[風]과 비[雨]와 지진(地震)으로 깨우침을 준다는 것은 이러한 사태를 이른 것이 아니겠는가. 백성들의 삶이 격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다스리는 자가 그 도리(道理)를 다하고 있다고 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 도성과 각급 감영의 4문(門)에서 기청제(祈晴祭)를 지낼 것이며, 재해로 이변을 당한 고을에는 급재(給災)를 행할 것이다. 아울러 각 고을의 수령방백(守令方伯)들은 사소한 죄를 지은 백성을 서둘러 방면하고 풍수로 인한 피해를 파악하여 조정에 보고토록 하라."
하였다.
8월 28일 무오(戊午)
별시(別試) 문과에서 이허생(李許生) 등 5인을, 문신정시(文臣庭試)에서 양지원(梁志元) 등 3인을 뽑았다.
홍문관정자 임지숙(林智淑)이 상소하였는데, 대강 이러하다.
"광해군(光海君)께서는 당시 기울어져가는 명나라와 한참 일어서는 청나라 사이에서 외교를 잘 이끌어 나가셨으나, 대명(對明) 사대주의자들에게 의해 폐위되셨었습니다. 엎드려 청하건대, 광해군을 복위하시기 바랍니다."
비답하기를,
"군(君)으로 강등되었던 광해군을 다시 복위하는 등의 문제는 심히 막중한 사안이라, 예로부터 매우 어렵고 조심스럽게 여겼다. 어찌 지금 과인이 상소문에 대해 즉각 한마디 비답을 내려 가부(可否)를 결정할 수 있겠는가. 이 문제에 관하여는 9월 초에 공론에 부치도록 하겠다."
하였다.
한성부주부(韓城府主簿) 박혁거세(朴赫居世)가 차자하여 관내 서당에 편액(篇額)을 하사해 줄 것을 청하니, 비답하기를,
"어찌 나라에서 일개 서당에 편액을 내릴 수 있겠는가. 서원(書院)을 세움이 마땅하다. 당초 서원은 교육 기능만을 담당하고 있었으나 중종(中宗) 연간에 백운동서원(白雲洞書院)을 짓고 고려(高麗)의 학자 안향(安珦)을 제사 지낸 이후로 그 기능에 명현(名賢)의 제사가 포함되게 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 각지에 많은 서원이 세워지면서 학업은 멀리하고 붕당(朋黨)에 치중하는 폐단이 생겨나게 되었으니 그 해로움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게 되어, 고종조(高宗朝)에 사표(師表)가 될 만한 47개 서원만을 남기고 나머지 모두를 훼철(毁撤)한 것이 이러한 이유에서였음은 자세히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이제 다시 편액을 하사하고 서원을 허가하니, 이러한 전례(前例)를 거울로 삼아 운영에 내실을 기하도록 하라. 서원의 이름은 '청암(淸巖)'이니 이는 바위도 맑게 하는 것처럼 선비의 기상을 다지라는 뜻이며, 사주(祀主)는 충정공(忠正公) 민영환(閔泳煥)이니 이는 충절을 기리자는 의미에서이다."
하였다. 이어 계목(啓目)을 올려, 내의원주부 허준(許浚)이 강원도에 개설한 서당의 존폐 문제와 주부 허준을 관찰사(觀察使) 대행에 차정(差定)하는 문제 등에 대하여 아뢰니, 이르기를,
"이조(吏曹)와 예조로 하여금 논하게 하겠다."
하였다.
8월 29일 기미(己未)
예조에서 아뢰기를,
"강원도에 관찰사가 부임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관내 서당을 폐지시켜야 할 것입니다. 내의원주부 허준의 생각이 짧아 그렇게 된 것이므로 마땅히 징계를 내리시어 만인(萬人)에게 본보기를 보이소서."
하니, 상이 이르기를[上曰],
"면학을 장려한다는 것이 어찌 관학(官學)뿐이겠는가. 징계할 수 없다."
하였다. 이조에서 아뢰기를,
"비록 임시라고 하더라도 허준에게 강원관찰사 대행을 맡길 수는 없습니다. 한 사람이 3개의 관직을, 그것도 내외직(內外職)을 겸하게 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하니, 이르기를,
"아뢴대로 하라."
하였다.
행의정부사록 서태후(徐太后)가 차자하여《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을 국법(國法)으로 삼을 것을 청하니, 비답하기를,
"과인이 생각하기로,《조선경국전》은 내용이 너무 포괄적이라 국법으로 삼을 수 없다.《경국대전(經國大典)》또한 반포된 지 수백 년이 흘러 도중에 첨부되고 수정된 곳을 헤아릴 수 없으니, 그 해석이 제각각이라 자세하게 알고 적용하기가 매우 어렵다. 하여 시속(時俗)에 맞는 새로운 법을 만들고자 하니, 각 관청[各司]에서는 이를 추진토록 하라."
하였다.
8월 30일 경신(庚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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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1일 신유(辛酉)
상이 경회루(慶會樓)에 거둥[擧動]하였다. 이르기를,
"아, 인재를 구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건만 끝내 그에 마땅한 사람을 찾을 수 없고, 간(諫)하는 말을 듣기 싫어하였던 것이 아니건만 아직 그러한 말은 들리지 않고 있으니, 실로 과인은 그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
이 나라가 어찌 과인 혼자만의 나라이겠는가. 조신(朝臣)과 초야의 선비들은 대체 무엇을 논하고 있는 것인가."
하였다.
호조(戶曹)로 하여금 전국의 호구(戶口)를 조사하라고 전교하였다.
* 본 실록은 2006년 2월 10일자 초판 제1쇄 간행(제본)판 정오표(Ver 0.30) 반영본입니다(주석 제외). 제20권까지 동일한 판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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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대왕실록 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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