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국대전(昌國大典) 어제서(御製序) - 임금이 지은 서문

예로부터 천명(天命)을 받아 나라가 세워지거나 중흥(中興)하게 되는 것은 모두가 예(禮)에 근거한 때문이다. 예란 사회의 규범과 법도, 의식을 아울러 총칭한 것이니, 이를 두고 나라를 다스리는 최고의 준칙인 동시에 공명(公名)과 기강(紀綱)을 세워 조종(祖宗)의 대업을 반석(磐石) 위에 올려놓는 근본이라 한다. 이 예를 보완하는 것이 곧 법령(法令)이며, 법령의 요체는 대전(大典:법전)으로 귀결된다.

나라가 서게 되면 군신(君臣)과 조정(朝廷)이 법령을 세워 시행하기를 늦추지 않았으니, 제정 근거가 모두 각각이고 형식이 다를지라도 그 목적하는 바는 일치하였다. 바로 예로써 바른 길로 인도하고 법령으로 행동을 제약하여 나라의 기틀을 바로 세우기 위함인 것이다. 본조(本朝) 역시 하나의 조대(朝代)이니, 마땅히 법령 제도가 기초되어야 한다. 하여 세조혜장대왕(世祖惠莊大王:세조) 6년의 호전(戶典) 반행(頒行:반포하여 간행)을 시작으로 하여 삼조(三朝:세조, 예종, 성종)에 걸친 사업을 통해 성종강정대왕(成宗康靖大王:성종) 16년에 완결 반포되었던 '경국대전(經國大典)'에 기초하여 시속(時俗:시대의 풍속)과 제도의 변화에 따라 새로 대전을 편찬할 것을 전교하였던 것이다.

곧 대전 초안이 마련되었으므로, 개국609년 11월 초5일에 의정부와 육조 각 아문(衙門)에 절목과 조문을 세세히 살펴 고칠 점을 상고하라 다시 전교하니, 금년 초에 비로소 육전(六典) 모두가 완비(完備)를 보게 되었다. 육전은 육조(六曹)에 기초한 것이며, 본조의 의정부와 육조는 주(周)나라의 삼공(三公)과 육경(六卿)을 따른 것이다. '경국대전' 서(序:서문)에서도 나타내고 있는 바와 같이, 육경은 천지춘하추동(天地春夏秋冬)과 짝을 이루므로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이제 나라의 번영을 기원하면서, 이 육전을 '창국대전(昌國大典)'이라 칭하고 중외(中外:조정과 민간)에 반포한다.

서(書)에 이르기를, '형벌(形罰)은 형벌이 없기를 기(期)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또 '형법(刑法)으로 형법을 그치게 한다.'고 하였으니, 이것은 죄가 있으면 반드시 논죄하라는 뜻이다. 형전(刑典)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며, 법령을 정해 시행하는 바가 이와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과인이 듣기를 '선(善)한 것을 선하게 여길 뿐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 선을 안다는 것보다 더 나을 것이 없으며, 악(惡)한 것을 미워만 할 뿐 제거하지 않는다면, 그 악한 것을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나을 것이 없다.'라고 하였다. 이는 법령을 어긴 죄를 알고도 징계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알지 못할 때보다 나을 것이 없음을 이른 말이다. 대저(大抵:무릇) 육전(六典)을 적용함이 이와 같아야 한다.

개국610년 신사 춘2월 22일,
통사랑 행성균관학록 겸군자감봉사공신도감부사 臣 노사신(盧思愼) 봉 교서(奉 敎書:받들어 적음).

진창국대전전(進昌國大典箋) - 창국대전을 올리는 전문

무공랑 홍문관박사 신(臣) 유병호(兪炳豪) 등은 삼가 목욕재계하고 진실로 공경한 마음으로 머리를 조아려 성상께 아룁니다. 신 등이 듣기로, 예로부터 한 나라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그 기준이 되는 제도와 법이 올바르고 정연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한 연유로 태조고황제(太祖高皇帝:태조)께서 창업의 대계(大計)를 이룩하신 후에 곧 법을 세워 기율(紀律)을 마련하셨으며, 이후 열성조(列聖朝:여러 선대왕)께서 선왕의 유지(遺旨)를 이어 훌륭한 법을 만드시니, '경제육전(經濟六典)'과 '원전(元典)', '속육전(續六典)' 등이 바로 그 산물이었습니다.

세조혜장대왕께서 보위에 오르시어 이러한 법전들을 모아 조목을 채택한 후에 이를 정서하여 책으로 편찬하라 유시하시니, 그 높으신 뜻이 성종강정대왕대에 이르러 '경국대전'의 반행으로 완수를 보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는 시대에 알맞도록 제도와 법을 따져 영세불변(永世不變)의 자손만대(子孫萬代)에 전할 규범을 계획한 것으로, 주(周)나라 6경(六卿)의 관(官)에 비추어도 부족하지 않고, 한고조(漢高祖)의 약법삼장(約法三章)과 비교하여도 미치지 못할 바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금상(今上)께서 이러한 선대 제왕들의 이러한 뜻을 이어 종묘(宗廟)에 나아가 열조(列朝)에 고하셨던 바를 이루고자 하심에 '경국대전 또한 반포된 지 수백 여 년이 흘러 도중에 첨부되고 수정된 곳이 헤아릴 수 없으니, 그 법의 자세함을 알고 적용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전교하시면서 현재의 시속(時俗)에 맞는 새로운 법전 편찬에 대한 필요성을 윤음(綸音)하셨습니다. 조정의 대소신료에게 본조의 실정에 맞는 육전을 찬수할 것을 명하시니, 신 등은 태조 이래의 법령과 금상전하의 교서, 전교 등을 상고(相考)하여 삼가 여섯 편의 대전(大典)을 지어 바칩니다.

시대가 바뀌었으므로 옛 기록을 취함에 무리가 있어 새로 여러 조목을 만들 필요가 절실하였으나, 신들이 우매하고 용렬하여 그저 '대전은 장차 본국 정사의 큰 기틀이 될 것이니, 그 법령을 세움에 있어서 실수가 없어야 한다.'라는 전교만을 받들 뿐, 세세한 규례를 정하는 것은 모두 전하의 재가(裁可)에 따랐습니다. 각 절목(節目)과 조목(條目)을 취할 때에는 민본(民本)에 합치시킴을 우선으로 하였으며, 버릴 것은 버리고 새로이 정할 것은 정함에는 그 근본을 잃지 않기 위해 고심하였습니다. 또한 법령과 제도를 세움에 번거로움을 피하고 한결같음을 유지하고자 하였으나, 그 미흡함을 알 수 없는 바, 전하께서 성덕으로 특별히 감수(監修)하시어 백관(百官:문무백관)으로 하여금 경계토록 하시기를 바랍니다.

만세성법(萬世成法)의 대전이 비로소 그 빛을 보게 되었으니, 이 대전을 후손들을 계도(啓導)하고 나라의 근심과 걱정을 멸(滅)하게 하는, 만대(萬代)에 걸쳐 길이 빛날 근본이 되게 하십시오. 그리 하신다면 만백성이 기꺼워하며 그 공덕을 찬양함에 조종의 위업은 억만년 동안 끝이 없을 것입니다. 찬수한 여섯 편의 대전을 전문(箋文)과 함께 올림에 삼가 감격하고 황공하여 감히 몸 둘 바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개국610년 신사 춘2월,
무공랑 홍문관박사 臣 유병호 등은 전문을 올립니다.

진개정창국대전전(進改定昌國大典箋) - 개정 창국대전 전문

통선랑 행홍문관수찬지제교 겸실록청기주관 신(臣) 유치의(柳治義) 등은 삼가 공경하는 마음으로 머리를 조아려 금상 전하께 아룁니다.

전하께서 종묘에 거둥(擧動:임금의 행차)하시어 열성조께 고하신 것이 작년 8월 15일이니, 어느덧 세월이 한 해를 넘어서게 되었습니다. 신하들이 청렴(淸廉)하고 만백성이 평안(平安)한 시간이 거듭 이어지게 되었으므로 작금에 이르러 온 나라가 태평성대(太平聖代)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곧 조정의 장래가 매우 밝고 굳건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세종장헌대왕(世宗莊憲大王:세종)과 성종강정대왕의 성세(聖世)와 비교하여도 부족함 없을 정도이니, 어찌 이를 두고 백성들의 홍복(洪福:큰 복)이라 아니할 수 있겠습니까.

본래 대전(大典)이라 함은 쉽게 고칠 수 없는 것이나, 본조가 창국(昌國) 이래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면서 창국 초와는 다른 여건하에서 새로운 제도와 규정을 여럿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하여 이러한 연유로 부득불 대전의 일부를 개정(改定)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지난 2월에 반포되었던 대전에 미흡한 부분이 있어 전하께서 그간 조문을 여러 차례 다듬으셨던 바, 이에 신 등은 전하의 교서와 전교, 윤음 등을 본(本)으로 하여 삼가 여섯 편의 대전을 개정하여 올립니다. 대저 나라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먼저 법(法)의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하니, 대전의 중요성을 어찌 함부로 형언(形言)할 수 있겠습니까.

이제 전하께서 개정된 대전에 기초하여 정사(政事)를 돌보신다면 나라의 태평성대가 만세에 영원토록 이어질 것입니다. 또 법령의 적용을 엄격하게 하시어 상벌의 기준을 확실히 나누시고 공명(公明)한 마음가짐으로 매사 국정에 임하신다면 분명 만백성이 조정을 진정으로 우러러보고 전하를 마음 속으로 공경하게 될 것이니, 바라옵건대 꼭 이와 같이 정사를 펼치시기 바랍니다. 그리 하신다면 전하의 성덕이 후대에 이르기까지 길이 빛날 것입니다. 개정된 여섯 편의 대전과 함께 전문을 올리니, 참으로 전하의 은혜가 하해(河海)와 같습니다.

개국610년 신사 동11월,
통선랑 행홍문관수찬지제교 겸실록청기주관 臣 유치의 등은 삼가 글을 올립니다.

진개정창국대전전(進改定昌國大典箋) - 제2차 개정 창국대전 전문

통덕랑 행한성부판관 신(臣) 한종훈(韓宗勳) 등은 삼가 공경하는 마음으로 머리를 조아려 전하께 아룁니다.

전하께서 존위(尊位)에 오르시어 종사의 안위를 돌보시고 삼가 천명(天命)을 받드신 것이 개국614년 1월 12일의 일로, 어느덧 그로부터 3년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열성조(列聖朝)의 유지를 받들고자 하셨으며, 백성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이제 창국(昌國) 이래 7년 동안의 시대 변화에 맞게 국가의 큰 법전(法典)을 새로 확립하여 천하에 널리 적용할 계획을 세우시니, 우리 조정의 앞날이 매우 밝고 튼튼하다고 자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본래 대전(大典)이라는 것은 쉽게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창국 2년째 시점인 개국610년 11월에 행홍문관수찬지제교 유치의(柳治儀) 등이 창국대전의 제1차 개정본을 올린 후 그 조문이 지금까지 적용되었습니다. 그러나 개정 이후 6년의 세월동안 인사평정, 교육기관, 명예포상 등의 절목을 각 관청에서 논의하여 다수 시행하게 되었고, 거듭하여 새로 내려진 하교(下敎)가 적지 않습니다. 때문에 이러한 이유로 부득이 대전의 일부를 다시 개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에 신 등이 제2차 개정본을 심의 끝에 법령의 대강(大綱)을 유지하면서 그 아래 조문을 일부 다듬어 전문과 함께 올립니다.

전하께서 다시금 개정된 대전에 기초하여 국정(國政)을 살피신다면 나라의 안정과 번영이 후세만대(後世萬代)에 영원토록 이어질 것입니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작금의 상황을 공명정대(公明正大)하게 헤쳐 나가신다면, 분명 팔역(八域)의 백성이 조정을 깊이 신뢰하고 전하를 마음으로부터 공경하게 될 것이며 그로 인해 조정의 기틀이 확고하게 이룩될 것입니다. 개정된 여섯 편의 대전과 함께 전문을 올리니, 삼가 조심스럽고 황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개국616년 정해 춘 2월,
통덕랑 행한성부판관 한종훈 등은 삼가 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