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조선왕조

ㆍ작성자	관리자
ㆍ작성일	개국615(2006)년 9월 6일 (수) 20:45 [술시(戌時):초경(初更)]
ㆍ문서분류	문집
ㆍ설명	서양갑(徐羊甲)의 개인 시문집
ㆍ구분	보존
ㆍ저작	개인

ㆍ추천: 0 ㆍ열람: 3251

황혼(黃昏)

黃
昏

문집 : 황혼(黃昏)
저작 : 서양갑(徐羊甲)

- 서(序)

혹한(酷寒) (611.01.01)

낙원 천지가 개벽하고, 아득한 세상이 열리니,
신선한 향내음이 세상을 감싸안았네.

그림자 드리워진 이북의 세계를 좇아,
이 한몸 의탁하러, 천리길을 달려왔건만,

향내음은 사라지고, 인간 기운이 박해,
혹한의 기운만이 청초하였더라.

마음속의 허전함과, 외로움에 빠졌을때,
불연듯 혹한(酷寒)의 기운이 내 마음을 자극하더니,
마음 한구석에 알지못할 온기가 생겼네.

지금 눈발이 어지러이 휘날려, 천지를 호령하지만,
내 언젠가는 사람 기운의 새싹을 길러,
만천하에 따뜻한 향내음을 풍기도록 하리라.

* 필자의 선인(先人) 경헌공(敬憲公) 유치의(柳治義)의 시를 서시로 잡으며 시집의 문을 연다. 모든 시가 정해진 틀이 부족하여 다소 미흡할지라도, 마음만은 진실되게 담았으니 그 점에서 후회는 없다. 시문(詩文)에는 인간 세계의 근심도 있고 아름다운 자연의 세계도 있고 꿈과 희망도 있으며, 경건하고 숙연한 마음도 있다. 그러하기에 시문으로 허전한 마음을 달랠 수 있으며, 보다 희망 찬 의지를 다질 수가 있는 것이다. 또한 시문의 매력이란 여기에 있는 것이니, 스스로 문체의 부족함을 부끄러워 하지 않고 그간 지었던 시들을 엮어 시집(詩集)을 출간한다. 부족함은 독자 여러분들의 넉넉함으로 채워주기를 바란다. 시집은 시와 짧은 시평(詩評)만으로 구성한다.

개국613년 6월 6일, 건공장군 대구도호부사 겸 대구병마첨절제사 석선(石仙) 서양갑

- 목록(目錄)

1. 경상에서 짓다
2. 시시포스의 행복
3. 교문암 앞에 서서
4. 공주를 지나면서
5. 본 것을 쓰다
6. 벽
7. 바다
8. 청솔
9. 시간
10. 회귀(回歸)
11. 대동(大同)
12. 감상(感傷)
13. 속시(續詩)
14. 청도(淸道)
15. 대자연
16. 가을밤
17. 신세계
18. 고개 너머
19. 자유
20. 황혼
21. 선구자
22. 명덕공 추모시
23. 호기(浩氣)
24. 출사표
25. 어떤 꿈
26. 즉시(卽詩)
27. 춘시(春詩)
28. 풍운을 꿈꾸네
29. 꿈의 거울
30. 나의 풍경

- 본록(本錄)

1. 경상에서 짓다 (611.02.13)

화창한 신원에 영남을 둘러보니,
맑은 산천과 푸른 바다는 청아하건만,
붐비던 사람의 그림자 어디로 갔느뇨?
감사는 오질않고 육방은 보이질 않아,
한기가 충천한데 봄 맞을 준비 되었는가
아아, 영남 백성 돌볼 이 정녕 뉘란 말인가?

* 침체된 경상을 보고 한탄하며 지었던 시

2. 시시포스의 행복 (611.02.23)

간밤의 하늘은 검고도 검어서
칠흑같은 어둠속에 별빛 하나 없고
암울한 적막감만 뇌리를 싸도지만
새벽 하늘에는 다시 태양이 떠올라
한줄기 한줄기 빛자락을 내리니
번뇌속의 감흥은 다시 이는구나

아아, 시시포스여 시시포스여
오늘도 그대는 바위를 짊어지고
험난한 저 산꼭대기를 향해서
끝없는 고통을 감수하고 있겠지만
애처로운 시시포스가 행복한 것은
간절한 희망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오

* 석암 故변영태 공에 대한 답시

3. 교문암 앞에 서서 (611.03.01)

신선한 바다향내 코 끝을 자극하고
파도소리 바람소리 흥얼거리는 봄날에
정처없는 나그네는 오늘도 이곳을 떠돌다가
이슬 머금은 슬픔을 뒤로한채 웃고 있겠지

단보의 눈물은 푸르른 새싹이 되어
가끔씩 신선한 기운을 뿌리고는
아득한 저 수평선을 넘어서니
세상 천지를 아름답게 하여라

그리고 저 교문암에 상서로운 굉음이 일게 되니
꿈에 담았던 밝은 세상의 광명을 보게 되리라

* 교산 허균의 대의를 추모하며 지었던 시

4. 공주를 지나면서 (611.03.02)

옛 백제의 영화가 서려있는 웅진에
궁터의 흔적은 쉬이 찾을 수 없어
옛 도읍의 추억은 가련이 젖어들구나

성충(成忠) 흥수(興首)의 지극한 조언과
달솔 계백(階伯)의 장렬한 의기에도
기울어가는 고목을 살리지 못해

본디 왕조의 흥망이란 공허한 것이던가
정녕 천명에 맞섬은 무모한 것이던가
이내 호기에 젖어듬을 어찌다 헤일건고

* 옛 백제의 향수를 노래하였던 시

5. 본 것을 쓰다 (611.03.13)

푸른 바다 아울린 어느 시내의 차안
어린 동자 둘이서 한자운을 떼고 있네
호기심 어려 말을 훔쳐 듣다보니
흰 백(白)과 백 백(百)을 구분 못해
그런데도 제 부모들 신동이라 자부하네
교학(敎學)의 고귀한 가치는 오간데 없이
꼭두각시 놀음에 순수함은 사라져
진달래꽃 어지러이 휘날리는 시절도
그늘진 근심속에 하루하루 가는구나

* 버스 안에서 직접 본 사실을 기록한 시

6. 벽 (611.06.30)

그대 앞을 가로막은 벽들을 보아라

넘기 힘들어도 넘어야만 하는,
그래서 더욱 고달픈...

하지만 그대 맘속엔 자유에 대한 동경이 있고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용기가 있지 않은가?

그대 찬가슴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 넣어라
그대 힘든 일을 잊고 마음껏 자유를 향해 내달려라

내달리고 내달리고, 또 내달려서
그토록 원하던 동경의 세계로 가자

마침내 그대가 벽을 넘어서면

메마른 그대의 정신에는 이슬이 맺혀
찬란한 미래와 함께 영광을 얻으리라...

7. 바다 (611.07.04)

어두운 세상엔 그리움이 있었다
그 누구도 알지 못한 그리움이 있었다

푸르른 바다, 누구나 꿈꾸는 동경의 대상
하지만 갈등과 아쉬움이 잠겨 있는 곳

언제나 곁에 있으며 느꼈던 우정도
언제나 곁에 있으며 가졌던 추억도
이제 모두 다 바다속에 잠기었다

추억, 그리움, 아픔
이제 나는 이 모든 것을 회상한다
그리고 지금, 한순간 느껴지는 공감

아름다운 추억과 깨달음의 성숙
다시금 소중한 정을 살리며
오늘도 푸른 바다는 출렁인다

8. 청솔 (609.12.03)

향기로운 꽃이 이슬을 머금어 봄날에 빛나는데
그림자가 구르는 향연은 난풍이 감도네
미친 듯이 취한 생각에 얽혀 호기로운 흥취가 가득한데
맑은 연기 채색 구름은 푸른 솔에 걸려 있네

* 벗, 인백 시를 석선이 옮겨 적음 (611.08.03)

9. 시간 (611.09.01)

무상한 시간을 흘려보내면
건 듯 부는 바람에도 쓸쓸한 것을

사람이 사람을 사람에 지쳐
멈춰진 일상에 모든 것을 한탄하고
한가한 바람에도 지치게 된다

또 다시 바라는 일상을
또 다시 미워하는 일상을

꿈이 바람에 날려 멀리 달아나면
어느새 나 자신도 내가 누군지 모르지

그래도 단 하나의 웃음은 풍요의 독(毒)
아마도 다시 일어나면 새로운 세상을 볼거야

10. 회귀(回歸) (611.09.05)

놀라운 일이지
다시 나의 모습을 찾게 될 거야

바라던 일이지
다시 나의 모습을 찾게 될 거야

어렵던 일이지
다시 나의 모습을 찾게 될 거야

난 잘은 몰랐지만 항상 자신은 있었지

후회 없는 삶이 아름답다면
노력 하는 삶은 고귀하여라

이제 다시 찾을 가을날
아마 진정한 회귀를 맞볼 거야

11. 대동(大同) (611.09.07)

대동(大同)!
거 참 오랜만에 외쳐보는군

내가 원했던 이상
그것이 바로 대동이지

그 시절엔 알지 못했던
쓸쓸한 방의 구석에
있었을지 없었을지...
누구도 몰랐을 거야

대동(大同)!
민족의 기업, 단군의 외침일세

홍익인간의 이상
그것이 바로 대동이지

신의가 존중되며
인정이 넘치며
순수함 동심을 잃지 않아
모두가 편안하다네

대동(大同)!
인백과 교산의 부르짖음일세

율도국의 이상
그것이 바로 대동이라네

* 오래전에 외쳤던 구호, ‘대동’을 외친 시

12. 감상(感傷) (611.09.27)

누구나 느끼는 바대로 향하니
쓸쓸한 뒷자리엔 한숨뿐일세

남겨진 사람들이 다시 일어서는 순간
뇌리를 스치는 바람소리가 괴롭구나

상심은 짧겠지만 성찰은 긴 것이지
쓰러져도 일어서는 자가 진실로 아름답다네

누군들 부르지 못할 아픔이었던가?

훗날 다시 평화의 시대가 오면
내 눈부신 재기를 갖추어
세상 하나의 빛을 만들고자 하네

13. 속시(續詩) (611.09.30)

예절의 가르침이 어찌 자유를 얽매리오
아무렴 만사 편안한 인생이 즐거운 것을
나는 사람이 속된 예속에 구애받지 않아
거추장스러운 것 몸에 걸치기가 어렵다오
자뭇 이런 나를 다시 불평하려 할 것이면
귀찮은 글귀 따윈 거들떠도 안보려니
바람처럼 내 삶을 맘대로 누리려 하오

14. 청도(淸道) (611.10.05)

옛 성현들이 남기신 명언들이
고스란히 마음속에 청초하려니
오늘도 진실 맞은 새 빛이 비치네
누구도 하지 못한 역사의 대업이
선구자 꽃 피운 그 길의 새싹이 되어
마침내 못다 이룬 꿈 희망을 울리면
푸르른 세상에 참다운 행복을 안기리라

15. 가을밤 (611.10.08)

물안개 걷힌 하늘 높고 푸른데
차가운 바람 한 점 살결을 스며드네
거동 하나에 싸늘함 감고 도니
진실로 매서운 때가 다시 온 게로군

찬 노을 구름 사이로 햇볕이 지면
매한가지 맑은 심정 추울 때와 같고
한 점 보이는 별이 마치 희망과 같아
불현듯 고요한 밤 소리에 취해보누나

16. 대자연 (612.01.21)

태초의 하늘은 인간의 것 아니었고
비옥하던 땅 역시 인간의 것 아니었네

억만년 세월로 이어진 낙원에
만물 영장 났다며 허풍을 떠니
곧 자연의 온기에 서리가 돋았다네

혼란한 세상에 흐릿해진 두뇌가
해맑던 자연을 혼탁하게 만들거니

그 많던 새싹들 억울한 혼이 되어
오만한 인간 세상을 다그쳤네

이제 늦은 깨달음 안고 태초의 고향을 회상할 뿐
물맑던 산천과 산뜻한 공기의 그리움을

흐릿한 대지에 물굽이를 그려내어
대자연 숨결 따라 공생하던 모습에
다시금 상큼한 춘흥으로 되살리고 싶구나

* 자연을 해치는 인간의 오만함을 비판한 시

17. 신세계 (612.03.17)

아름다운 풍채가 늘씬 풍기는 그 곳
싱싱한 햇살 가득한 행복을 얻는 곳
지저귀는 저 새들과 향기로운 꽃내음 가득한 곳
그 곳이 바로 신세계랍니다

마음을 다잡아 꿈을 이루고
새로운 희망찾아 행복을 이룹시다
파랑새는 늘 가까이에 있을테니
바로 지금 이곳이 신세계가 아닐까요

18. 고개 너머 (612.03.30)

봄기운에 빠져 꽃들을 보노라면
세상 아쉬움 잠시라도 잊으니
이내 한숨도 한결 여유가 생겨
늘상 그저 이런대로 살고프네

세상에 비치는 따뜻한 햇살과
천지에 걸린 오색 구름과
어느새 날아 드는 선학이
나를 반기니

잠시라도 다시 일어나
고달픈 길을 재촉한다네
이제 그 끝을 보고싶구나

세상 밖으로 나아가는 그 날
이내 답답한 마음의 회포를 풀고 일어나
자유로운 마음으로 한번 날아볼 것이야

19. 자유 (612.05.03)

새싹들 온실에 갇혀...

힘든 하루, 힘든 나날의 일상속에서
이상의 꿈들은 현실속에 묻어버리고

행복한 자유인을 무척이나 동경하지만
하릴없이 세상의 문을 만져볼 뿐...

그날의 해방뒤엔 행복만이 있을 거라고
원하던 모든것을 만끽할 수 있을 거라고

하루하루 버텨가며 단 하루의 시험을 위해
혼신의 청춘으로 힘을 다하고 있는데

순수한 젊은 혼 흐릿흐릿 해져가니
요원한 꿈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부디 세상은 자유를 되돌려 줄 지어다
우리 다음 세대 젊은이들 낭만을 얻도록...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도록...

* 교육 현실을 개탄하며 쓴 시

20. 황혼(黃昏) (612.05.11)

바람도 물결도 없는 싸늘한 울타리에
홀로 남은 고목마저 기울어 가고 있나니

마지막 남은 대의를 어찌 잊으리오?

싸늘함이 싫다고 좁은 울타리가 싫다고
그렇게 그렇게 떠나간 이들을 뒤로한 채
빛줄기 가늘어지고, 희망은 바래져 가는데
고인 웅덩이에 머물며 황혼을 맞이하는가?

천명이 식어가는 허황된 세상에
어찌 헛된 명분만 고집하고 있으리오?

아아, 나홀로 가시밭길로 침전할 지언정
마지막 남은 대의를 어찌 잊을 수 있으리오?

* 양위 상소를 올렸던 고립무원의 시절에 쓴 시

21. 선구자 (612.06.07)

태고의 날빛에 생명이 깃들어 있어
우주의 신비로움이 한없이 묻어나니
인간 생명의 성스러움을 받들어
비로소 역사의 강물을 열었네

그로부터 반만년 기나긴 시간속에
한결 같이 흘러온 민중의 땀이 있다네
고귀한 선구자들의 땀이 있다네

강인한 풀줄기에 참된 혼을 담아
시대를 나아가는 경건한 정신은
우리를 흐름의 강물, 선구자의 길로
붉은 꽃 한 송이 송이를 뿌리고

잡초처럼 무성한 세상의 한 구석에
비치는 새 빛엔 희망이 깃들어 있어
선구자 못 다 이룬 꿈 이뤄낼 수 있다면
바로 그것은 또 다른 새 빛이란걸...

22. 명덕공 추모시 (612.06.28)

청초한 일심은 어둔 세상을 비추었고
온화한 인품은 풍랑을 멈추었네
이제 청초한 푸른 풀 흩어진 후
남은 자리 새싹들은 이슬만을 품는데

남은 세상엔 밤하늘이 어둑하고
비단 옷 한 자락엔 선비의 향내만 남아
천지에 슬픈 비 흩날리는 것은
아마도 그를 추모함일세라

이제 허전한 뒷자리의 애석함은
모두의 가슴속에 남아있으니
다시 이루어 낼 세상의 축원엔
그 뉘가 참된 은혜을 이루오리까

* 故강자아님을 추모한 시

23. 호기(浩氣) (612.08.06)

강물에 드는 바람이 싸늘하게 식어가는
서늘한 그림자 한 가지 세상을 울릴 때

북방 산천에 마파람 조차 아니불고
쓸쓸한 외로움에 발길 발길이 무거워

황량한 들판에 까마귀 울건마는
아직도 누리에 호인은 없는가

한줄기 빛을 머금고 호기를 품는다면
청초의 목민관이 누군들 아니되리

한번쯤 날아 봄직한 이 들판에서
언제나 푸른 이슬 한방울 맺으려는지

24. 출사표(612.08.30)

신선한 새벽은 그 언제보다도 더 고요하다.
그날의 아침, 수많은 젊은 영혼들의 시험의 장.

단 한번의 기회는 잔인한 세월을 이룬다.
그 누가 말했던가?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그러나 나의 젊음은 이 고비를 넘으라 말한다.
고비를 넘어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한다.

후회 따위의 나약함은 한 줌 흙으로 던지라.

인생의 힘겨운 고비를 버티지 못한다면,
험난한 세상 풍랑속에 어찌 살아남겠느냐.

이제, 행운을 바라는 소탈한 마음 한 편엔
빛을 바라는 서리속의 맑은 뇌가 살아있다.

* 수험생의 의지를 다지기 위해 썼던 시

25. 어떤 꿈 (613.01.20)

이슬도 말라붙은 딱딱한 대지에
비 빛 머금은 먹구름을 올리노라

구름 위엔 해맑은 햇빛 가득해
상서로운 비가 갈라진 땅을 적신뒤
빛줄기 구름 사이사이로 내리며

산줄기 사이에 품은 맑은 무지개가
숨어있던 생명들을 깨울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태초의 소리가 울려 퍼지면
황폐한 대지에 새싹이 자라나 풍요를 이룰 것이다

26. 즉시(卽詩) (613.04.26)

공명심에 이끌려 중임을 맡았더니,
천성이 다시금 중임을 저버리네.
백두 천지에 하늘 닿은 낙원두고,
헛된 요람에 얽매인 신세로다.
푸른 산천이 팔도에 즐비하거늘,
어이하여 돌신선은 새장에 갇혔는가?
언젠가 새장에서 벗어나 날아갈 제,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던 천명을 지키려네.

27. 춘시(春詩) (613.05.03)

향긋한 봄기운은 올해도 산뜻한데
쉼없이 흐르는 청운에는 근심만 가득하네
오래된 고목에는 생기가 사라졌고
길가에 버려진 꽃잎들은 명을 다하였으니
시절의 설움은 선학을 울리는구나
이제 봄비단 위로 펼쳐진 분홍빛 벚꽃 사이로
메마른 고목위에 솔빛 잎사귀 하나 얹혀놓고선
선계의 소임으로 다시금 돌아가려네

28. 풍운을 꿈꾸네 (613.06.02)

천하의 진리는 항상 제자리에 있지 못하며
풍운의 꿈 또한 내게로 찾아오지 않네

옳음이 진정으로 옳지 않다 여겨졌으니
그름이 반드시 그르지 않다는 것을 알았네

천하의 팔도가 내 눈앞에 펼쳐있거늘,
어찌하여 맘 편히 노니지 못하게 하나

임금과 맞서는 어려운 숙명을 만나니
마음이 무거워 십리도 거동치 못하겠네

귀거래의 풍운이란 청운보다 허망된 건가
청운의 대의를 펼쳐 충성을 다하여야 하는 건가

아닐세, 나의 길은 여기에 있네
백두 정상에서 저 멀리 보이는 봉래산 가는 길일세.

29. 꿈의 거울 (613.06.05)

나의 꿈에 비친 거울 속의 일면에는
여러가지 풍경들이 눈 앞에 보인다오

조정은 기강 이야기에 얽매이지 않아
활기가 솟은 자리에는 백관들이 풍요롭고
팔도에는 탄식 소리가 사라져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세상이었소

누구 하나 허물을 입어 질책 받는 일 없고
남의 뜻이 제 뜻과 달라도 헐뜯는 일 없었소
내가 느낀 바를 내 옆사람도 느낄 수 있고
내 옆사람이 느낀 바는 내가 느낄 수 있었다오

관리들은 억지로 관직에 붙어 있는 일이 없으며
백성들은 억지로 터전을 일구려 하지 않았소
관직에 나아간 사람들은 백성 속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지방관들은 백성 속에 섞여 있어 볼 수가 없었다오

이렇게 꿈의 거울을 마음속에 간직한 채
구름 가운데로 흐려진 꿈의 기운 사이로
모두의 희망을 볼 수가 있었던 것은
스스로 진정한 백성임을 잊지 않았음이외다.

30. 나의 풍경 (613.06.06)

나의 풍경은 누구도 해치지 못한다.

높은 산 위에 있는 구름이 나의 벗이며
흐르는 강물 또한 나의 벗이거늘
내가 가는 길 위에 뿌려진 나뭇잎에도
잎줄기 마디마디 다른 길이 있거늘
넓게 펼쳐진 들판위에 흩날리는 비가
나의 눈물과 함께 흘러가는 동무거늘

누군들 나의 풍경을 가릴 수 있겠는가
그러하기에 오늘의 시름에 슬퍼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모든 이들이 각자의 풍경을 간직할 수 있기를...

- 결시(結詩)

친구를 떠나 보내고... (612.05.25)

떠나가 버린 소중한 나의 벗아
나의 진심을 글로써 남긴다

내가 널 처음 보았을때가 10년 전이로구나
그땐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였지

널 처음만나 우정이란 것을 알았고
수년간 쌓은 정이 가슴에 남았거늘

허무한 짧은 인생 슬픔 남기고 떠나니
아픈 이 내 가슴을 어찌 다 표현하겠느냐

이제 나는 살아있고 너는 죽었으니
세상에 남아 아픔을 느껴야 되는 것이냐

넌 착한 아이였는데...
넌 순진한 아이였는데...

영영 떠나보낸다는 아픔을 알만한 나이 이기에
소중한 벗 하나가 떠나가니 가슴이 찢어진다

생전엔 널 한번도 위하지 못한 이 못난 벗이
오늘에 이르러 비로소 너를 애도하니,

부디 저승에선 고통없는 백옥경에 닿아
이승에서 못다 이룬 한을 씻으려무나

삼가 소중했던 내 벗의 명복을 빈다.
애써 눈물 참으며 너의 명복을 빈다.

개국 612년, 서기 2003년 5월 25일
사이버 조선왕조 한성부 이곳에

너의 벗이...

Good Bye My Friend...

* 민국의 벗(본조 호적명 이하응)을 잃은 슬픔을 통곡하며 쓴다. 많지 않은 나이에 친구와 사별하는 슬픔에 참으로 가슴이 미어지는데, 이렇게 시집을 발간하며 벗의 흔적을 마음속에 새기니, 부디 자네의 명복을 비는 바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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