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조선왕조

ㆍ작성자	관리자
ㆍ작성일	개국615(2006)년 9월 13일 (수) 12:47 [오시(午時)]
ㆍ문서분류	기록
ㆍ설명	주요 인물 신도비명
ㆍ구분	보존
ㆍ저작	개인

ㆍ추천: 0 ㆍ열람: 6003

신도비명(神道碑銘)

神
道
碑
銘

신도비명
神道碑銘

수양유경헌공신도비
垂楊柳敬憲公神道碑

대조선국증수충승지광운창국공신자헌대부형조판서영광군행봉정대부사헌부지평유경헌공신도비명 병서
大朝鮮國贈守忠承志廣運昌國功臣資憲大夫刑曹判書靈光君行奉正大夫司憲府持平柳敬憲公神道碑銘幷序

진사 이덕무 찬
進士李德武撰
통선랑 전행홍문관부교리지제 교 최사강 서
通善郞前行弘文館副校理知製敎崔士康書

본조(本朝) 창국(昌國)의 시대에 힘써 노력한 훌륭한 신하들이 적지 않았으니, 자헌대부 형조판서로 증직(贈職)된 경헌공(敬憲公)도 그 가운데 한 인물이다. 평소 의기(意氣)는 다른 사람이 본받아 행동할 만하였고 겉으로 드러난 의기(義氣) 역시 후세의 모범이 되기에 충분하였다. 공(公)과 같은 이를 증직하고 증시(贈諡)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 적임자가 있어 나라에서 그러한 은전(恩典)을 내리겠는가.

공의 휘(諱)는 치의(治義), 초명(初名)은 자광(子光)으로 영광인(靈光人)이다. 호(號)는 수양(垂楊)인데, 자세한 가문 연원(淵源)과 세계(世系)는 전하지 않는다. 민국을축(民國乙丑)에 태어나셨고 경진(庚辰) 12월에 별시(別試)에 병과(丙科) 제2인으로 급제하여 정9품 종사랑(從仕郞)이 되셨다. 당시 대동계(大同契)의 역모가 있었는데, 공과 어려서 교유하던 정모(鄭某:鄭汝立)가 주동한 사건이었으므로 국청(鞫廳)에 여러 차례 나아가 역모와 무관함을 주장하셨다. 결국 역모자의 무고(誣告)임이 명명백백(明明白白)하게 밝혀졌고, 이듬해 신사(辛巳) 2월에 형조율학훈도(刑曹律學訓導)에 임명되셨다.

3월에 행함경도검률(行咸鏡道檢律)로 외직(外職)을 겸하셨는데, 이는 이북삼도(以北三道) 지역에 대한 공의 애착과 관심이 처음부터 있었기 때문이다. 7월에 형조명률(刑曹明律), 9월에 홍문관수찬(弘文館修撰)에 전임되셨으며, 이해 3월과 8월, 12월에 소과(小科) 3시(三試)에 모두 입격(入格)하여 종4품 조봉대부(朝奉大夫)로 승차(陞差)하시고, 다음해 임오(壬午) 정월에 사헌부지평(司憲府持平)에 제수되셨다. 실록청낭청(實錄廳郎廳)으로도 직무를 다한 바가 있어 곧 정4품 봉렬대부(奉列大夫)로 가계(加階)되셨는데, 알 수 없는 사정으로 갑자기 자진(自盡)하시니, 그때 나이가 겨우 18세이셨다.

공의 묘지를 함경도 갑산부(甲山府)에 마련하였는데, 마음으로 장례에 참여한 사람이 수십 인(人)에 달했다. 조정에서도 참상관을 보내 조문(弔問)하고 품계를 한 자급 올려 봉정대부(奉正大夫)로 하였다. 계미(癸未) 7월에 수충승지광운창국공신(守忠承志廣運昌國功臣)으로 추봉(追封)되고, 8월에 정2품 자헌대부 형조판서 영광군(靈光君)으로 추증(追贈)되고 추봉되셨다. 10월에 조정에서 시호(諡號)를 내렸는데 경헌(敬憲)이다. 훌륭하게 법을 집행한 것을 경[令善典法曰敬], 널리 남에게 들어 능한 것이 많음을 헌[博聞多能曰憲]이라 하였으니, 참으로 공의 행적과 일치하는 이름이다.

의례(依例) 나라에서 공신을 대우하는 법도에는, 공신의 부(父)를 보조공신(補祚功臣)으로 추봉하고 3대(代) 선조의 관작(官爵)을 추증하며, 묘소를 정성들여 개축하여 상석(床石), 망주석(望柱石)과 같은 석물(石物)을 세우는 등의 모습이 있어야 하나, 무슨 탓에서인지 지금까지 이러한 것이 없었다. 또 일가(一家)가 번성하였더라면 묘우(廟宇), 재사(齋舍) 등을 세워 단장했을 것이며, 동문(同門)과 문인(門人)이 적지 않았더라면 사우(祠宇), 서원(書院) 등을 세워 칭송했을 것이나, 지금까지의 현실이 그렇지 못하였다. 이러한 사정을 안타깝게 여겨, 멀리 충청도 한 고을의 서생(書生)이 비문을 지어 신도비(神道碑)를 세운다. 명(銘)에 이르기를,

겉으로 요란하지 않았어도 공(公)의 훈적과 업적이 만세를 두고 전하는 것은,
매사 성심을 다해 노력한 사실을 모든 사람들이 익히 알기 때문이로다.
모함하는 자가 말을 꾸며도 언제나처럼 태연하고 당당하며 늠름하였고,
가족을 대하는 마음으로 열읍(列邑) 이웃과 그 향토(鄕土)를 사랑하였네.
조정 일을 맡아서는 많은 사건들을 공명정대하게 처단 판결하였고,
민간 일을 맡아서는 많은 사람들과 진실된 마음으로 크게 화합하였네.
대전(大典) 전문(箋文)과 실록(實錄) 시권(試券)에 공의 문장이 전하고,
관청 공문(公文)과 문서(文書) 사찰(私札)에 공의 자취가 남아 전해진다.
나라에서 공의 훈업(勳業)을 기려 공신(功臣)으로 포상하고 추증하니,
그 훌륭한 시호와 명절(名節) 또한 만세를 두고 영원토록 기억되리라.

外不囂搔勳業世傳
恒誠盡力萬人知感
邪材計誅常然堂凜
嚴慈之心保鄕邦人
擔入於上公明正大
任出於下和樂以誠
遺章於珪有蹟於籍
念功褒錄嘉號名節懷允不忘

개국613년 11월 초4일 립(立)

[주(註)] 증자헌대부형조판서(贈資憲大夫刑曹判書) 유치의(柳治義)의 신도비(神道碑)를 함경도 갑산도호부(甲山都護府) 경내에 세우고 그 비에 새긴 글이다. 명문(銘文)은 개국613(2004)년 3월 14일에 지어졌다.

[주(註)] 비문(碑文)을 비석에 새기기 위해서는 먼저 글을 짓고 글자를 써야 한다. 따라서 통상 신도비를 세울 때에는 글을 짓는 자[撰者]와 쓰는 자[書者], 그리고 일반적으로 전서체[篆字:小篆]로 되어 있는 '충무공신도비' 등과 같은 비액(碑額:篆額)를 쓰는 자[篆者]가 관계하게 된다. 비액과 별도로 비제(碑題)도 함께 새기는데, 본 신도비명의 제호(題號)와 같은 형식으로 '조선국...'으로 시작해, '...신도비명 병서'로 끝을 맺는 부분이다. 찬자는 주로 정3품 당상관 이상, 가능하면 종2품 이상의 전현직 문신(文臣)이 행하였는데, 혼자서 찬, 서, 전을 모두 감당한 사례도 있었지만 대개 2-3인이 분야를 나눠 맡았다. 본조(本朝)에서는 명(銘) 부분을 한역(漢譯)하여 정서(精書)한 경우를 서(書:書者), 비명 찬술에 도움을 준 경우를 전(篆:篆者)이라고 하여 이름을 올린다.

경주강장익공신도비
慶州姜莊翼公神道碑

대조선국증수충승지창국공신자헌대부한성부판윤경원군행소위장군한성부서윤강장익공신도비명 병서
大朝鮮國贈守忠承志昌國功臣資憲大夫韓城府判尹慶原君行昭威將軍韓城府庶尹姜莊翼公神道碑銘幷序

절충장군 병조참의 서양갑 찬
折衝將軍兵曹參議徐羊甲撰
통선랑 전행홍문관부교리지제 교 최사강 서
通善郞前行弘文館副校理知製敎崔士康書

공(公)의 휘(諱)는 다소(多笑), 초명(初名)은 유(維), 자(字)는 백약(伯約)이며, 경주인(慶州人)이다. 자세한 가문 연원(淵源)과 세계(世系)는 창국(昌國) 이전의 것이라 전하지 않는다. 공은 개국594년 을축(乙丑)에 태어나 개국610년 신사 2월에 황해감영(黃海監營) 병방(兵房)으로 계시다가 제5차 별시(別試) 무과에서 병과(丙科) 제1인으로 급제하여 종9품 전력부위(展力副尉)가 되셨고, 이어 군기시참봉(軍器寺參奉)에 부임하셨다.

동년 3월에 평안도검률(平安道檢律)로 외관직(外官職)을 겸하셨고, 5월에 군기시직장(軍器寺直長)으로 승진하셨다. 동월에 행황해도검률로 다시 외관직을 겸하셨으나 6월에 사직하시고 행형조명률(行刑曹明律)을 겸하셨다. 7월에 임시 병조 수장(首長)이 되어 참상(參上)으로 승진하시고 명률에서 면직되셨으며, 9월에 사헌부감찰(司憲府監察)로 체직되셨다. 11월에 실록청기주관(實錄廳記注官)을 역임하시고 12월에 사헌부지평(司憲府持平)으로 승진하였으며, 무신겸선전관(武臣兼宣傳官)이 되셨다. 이듬해 개국611년 정월에 종4품 선략장군(宣略將軍)으로 승차하였고 실록청의 편수관(編修官)으로 승진하시면서 선전관직은 사직하셨다. 이어 4월에 한성부서윤(韓城府庶尹)이 되었으나 부임 5일만에 자택에서 급사(急死)하였으니, 겨우 18세이셨다.

평안도 양덕현(陽德縣)에 공의 묘를 마련하고 장례를 치르니, 수많은 이들이 공의 넋을 위로하였으며, 조정에서도 참상 무관을 보내 조문하고 품계를 한 자급 올려 소위장군(昭威將軍)으로 하였다. 개국612년 7월에 수충승지창국공신(守忠承志昌國功臣)으로 추봉(追封)되고, 8월에 정2품 자헌대부 한성부판윤 경원군(慶原君)으로 추증(追贈)되고 추봉되셨다. 10월에 조정에서 시호(諡號)가 내려졌는데 장익(莊翼)이다. 행적이 바르고 마음이 온화한 것을 장[履正克和曰莊], 백성을 사랑하여 다스리기를 좋아한 것을 익[愛民好治曰翼]이라 하였으니, 공의 행적과 맞아 떨어진다.

공은 참으로 창국의 역군(役軍)인데, 하늘이 실로 그와 같은 역량(力量)을 가진 공에게 그 일을 다 마치지 못하게 한 것이 애석한 일이다. 실로 평정에서 공과 같은 실적(實績)을 이룬 이가 드무니, 오늘날의 관원에게도 귀감(龜鑑)이 될 만하다. 비록 글 짓는 재주가 없으나, 만대(萬代)에 회자(膾炙)될 공을 위하여 명문(銘文)을 지어 올린다. 다음과 같이 명(銘)하노라.

일찍이 무(武)의 영기(英氣)가 있어
장재(將材)란 그를 두고 하는 말이었네.
성실히 벼슬하여 마침에 장군(將軍)이 되었고
견고한 업적을 이루어 공신(功臣)이 되었네.
시들지 않을 재주가 길이 빛나니
공(公)의 행적이 진하게 남아 있네.
공을 애석히 여기는 마음으로
이곳 산림의 묘도비(墓道碑)에 송(頌)을 새겨
만대에 그 빛을 전하고자 하노라.

昔武有英咸稱將材
盡誠及將健業進勳
不朽永煇紫名深遺
憾惜之心靑林刻銘光輝萬代

개국614년 2월 초5일 립(立)

[주(註)] 증자헌대부한성부판윤(贈資憲大夫韓城府判尹) 강다소(姜多笑)의 신도비(神道碑)를 평안도 변계(邊界) 집안현(輯安縣:集安縣) 인근에 세우고 그 비에 새긴 글이다. 명문(銘文)은 신도비가 세워지기 10여 일 전인 개국614(2005)년 정월 23일에 지어졌다.

송죽최정안공신도비
松竹崔定安公神道碑

대조선국수충승지광운창국공신가정대부예조참판겸선공감제조해원군증자헌대부예조판서최정안공신도비명 병서
大朝鮮國守忠承志廣運昌國功臣嘉靖大夫禮曺參判兼繕工監提調海原君贈資憲大夫禮曹判書崔定安公神道碑銘幷序

조봉대부 전행예조정랑 겸시호도감낭청 성혼 근찬
朝奉大夫前行禮曹正郞兼諡號都監郎廳成渾謹撰
통선랑 전행홍문관부교리지제 교 최사강 근서
通善郞前行弘文館副校理知製敎崔士康謹書

예로부터 전하는 말에 '신하는 제왕의 이목(耳目)'이라 하였으니, 본조의 창국(昌國) 이래 사판(仕版)에 적을 두고 명멸하였던 신료 중에 교결한 성품과 높은 학식으로 성상(聖上)을 도와 조정의 기틀을 마련하고 종묘사직(宗廟社稷)을 반석위에 굳건히 한 명신(名臣)은 드물었는데, 해원군(海原君) 최공(崔公)이 있어 능히 나라의 고굉지신(股肱之臣)이라 이름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공은 해주(海州)의 명문으로 성(姓)은 최(崔)이고, 휘(諱)는 영(塋), 호는 송죽(松竹)이시며, 고려조 명신이자 해동공자(海東孔子)로 추앙받던 문헌공(文獻公) 충(沖)의 후손이시다.

개국586년 정사년(丁巳年)에 한성부(韓城府)의 사저에서 나신 후, 개국609년 경진년(庚辰年) 9월에 입조(入朝)하셨다. 동년 9월의 제2차 별시 문과에 갑과 제1인으로 급제하여 정7품 무공랑(務功郞)이 되셨고 수전라도찰방(守全羅道察訪)으로 초입사(初入仕)하셨다. 동년 10월 정기 대과에 을과로 급제하여 선교랑(宣敎郞)으로 승품하셨고, 행의정부사록(行議政府司祿)을 겸하셨다. 이후 역신(逆臣) 정여립(鄭汝立) 역모 사건의 국청을 주관하시고 한성부와 사옹원의 주부(主簿), 행예조좌랑(行禮曹佐郞), 공신도감부사(功臣都監副使), 실록청총재관(實錄廳總裁官) 등의 조정의 중책을 역임하며 중신(重臣)의 반열에 이르셨다. 또한 여러 차례 시관(試官)으로서 재야 현사를 조정에 출사케 하여 조정에 청명(淸明)한 기풍을 일으키셨다.

개국611년 6월 15일 당상(堂上)인 통정대부(通政大夫)에 봉해지셨고 이조참의(吏曹參議), 홍문관부제학(弘文館副提學), 호조참의(戶曹參議) 등의 조정의 요직을 역임하며 공론(公論)을 주도하셨고 직언(直言)으로서 성상께 성심을 다하셨다. 개국612년 7월 28일 창국이등(昌國二等) 수충승지광운창국공신(守忠承志廣運昌國功臣)으로 녹훈(錄勳)되시고 가선대부(嘉善大夫)에 가자(加資)되었다. 동년 8월 해원군(海原君)에 봉해지고 이후 경기도관찰사(京畿道觀察使), 예조참판(禮曹參判), 호조참판(戶曹參判) 등의 내외직(內外職)을 두루 거치셨으며, 대행대왕 사후 시호도감제도(諡號都監提調)로서 대행대왕의 행장 등을 주관하였다. 개국613년 8월에 진사 이덕무(李德武) 등의 연소(聯疏)로 촉발된 창국공신 위훈삭제(僞勳削除) 파문으로 사직하여 낙향하셨다가 동년 12월 21일 강원도의 우거(寓居)에서 졸서(卒逝)하시니 향년(享年) 스물여덟이셨다.

행장(行狀)에 이르기를 공이 졸함에 조야(朝野)의 현사들이 앞 다투어 달려 나와 눈물지으니 강과 바다를 이루었고 빈소의 조문 행렬이 십 리 밖까지 가득 하였다고 했으니, 공의 성품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상께서도 단장(斷腸)의 애통함으로 당하관을 보내 조문하시며 공의 죽음을 애석하게 여기셨다. 청류들이 공의 성품을 논하기를, 너그럽고 인자하였으며 내외에 용납하지 않은 바가 없어 생전에 적을 두지 않았으니, 창국 이래 보지 못한 일이라 칭송하였다. 개국614년 정월 17일 조정에서 공의 행적을 논하여 자헌대부 예조판서로 추증하고 시호를 정안(定安)이라 하였다. 시법(諡法)에 이르기를, 나라를 크게 걱정하여 백성을 편안하게 함을 정[大慮安民曰定]이라 하고, 너그럽고 부드러우며 온화하고 화평함을 안[寬柔和平曰安]이라 하였으니, 공의 성품과 행실 그대로였다.

본시 천생(賤生)은 공과 교분이 두텁지 않았으나 글을 읽은 선비로서 공의 죽음을 애통하게 생각하고, 그 행적을 전하고자 하는 사류(士類)의 뜻을 헤아려 개국614년 3월 초10일에 명문(銘文)을 지어 올리니, 명(銘)은 다음과 같다.

죽림(竹林)에 깊이 숨은 강직(剛直)한 선비
곧은 붓 들어 푸른 바람 일으켰다.
위로 임금을 섬김에 성심을 다하였고
아래로는 만백성의 사표(師表)가 되었다.
현명(賢明)함으로 시대의 어려움을 구하고
후덕(厚德)한 성품 도(道)를 밝히었다.
대저 세한고절(歲寒孤節)의 으뜸은 송죽(松竹)이라 했으니
충신의 고결(高潔)한 이름 죽백(竹帛)에 깊이 새겨 백세(百世)에 전한다.

竹林直士秀句出氣
輔君盡誠牧民師梁
助時以明明道以德
歲寒孤節眞卓松竹
忠節之名深刻於史其克永世

개국614년 3월 12일 립(立)

[주(註)] 개국614(2005)년 3월 12일에 증자헌대부예조판서(贈資憲大夫禮曹判書) 최영(崔塋)의 신도비(神道碑)를 강원도 강릉대도호부(江陵大都護府) 경내에 세우고 그 비에 새긴 글이다. 명문(銘文)은 동월 초10일에 지어졌다.

영산신경성공신도비명
靈山辛景成公神道碑銘

대조선국증수충승지창국공신자헌대부병조판서영산군행어모장군병조정랑신경성공신도비명 병서
大朝鮮國贈守忠承志昌國功臣資憲大夫兵曹判書靈山君行禦侮將軍兵曹正郞辛景成公神道碑銘幷序

가선대부 훈련도감중군 서양갑 찬
嘉善大夫訓鍊都監中軍徐羊甲撰
중직대부 행이조정랑지제 교 겸성균관직강 박범 서
中直大夫行吏曹正郞知製敎兼成均館直講朴範書
생원 이화 전
生員李和篆

창국(昌國)의 초기에는 관원을 희망하는 자들 사이에서 무신(武臣)을 기피하고 문관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많았다. 때문에 무신들 중에선 뛰어난 관리를 찾기 힘들었으며, 오래 활약한 이가 드물었다. 그 중에서 신장군(辛將軍)이 외로이 있어 서반(西班)을 이끌었다.

공의 휘(諱)는 용호(庸浩)요, 호(號)는 진인(盡人)이며, 영산(靈山) 사람이다. 자세한 가문 연원(淵源)과 세계(世系)는 창국(昌國) 이전의 것이라 전하지 않는다. 공은 개국587년 무오년(戊午年)에 태어나 개국609년 경진(庚辰) 10월에 제3차 무과에서 갑과(甲科)과로 급제하여 분순부위(奮順副尉)가 되었다. 곧 군기시직장(軍器寺直長)이 되었고, 동년 11월에 공신도감 부사(副使)와 경상도검률(慶尙道檢律)을 겸하게 되었다.

이듬해 개국610년 2월 과거 부정에 연루되어 고초를 겪었으나, 5월에 다시 행평안도검률(行平安道檢律)로 나아가 선정을 펼쳤다. 6월에 훈련원참군(訓練院參軍)을 겸하였고, 참상(參上)으로 승진하여 7월에 병조로 부임, 좌랑(佐郞)이 되었다. 8월에 좌랑을 사직하고 11월에 전라도찰방(全羅道察訪)으로 나아가 세 번째 외관직을 맡았다. 이듬해 개국 611년 정월, 성균관에 들어가 전적(典籍)을 맡고 실록청 기주관(記注官)을 겸하였다. 동년 4월에 다시 병조로 들어가 정랑(正郞)을 역임하고 5월 초에 종4품 선략장군(宣略將軍)으로 승차하였다. 7월에 관직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갔는데, 병증이 있어 요양을 하다가 9월에 병사(病死)하니, 향년 스물다섯이었다.

본향(本鄕)에 빈소를 마련하여 장례를 치르니 나라의 수많은 백성들이 찾아와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였다. 조정에서도 참상 1인으로 하여금 조문하고 품계를 한 자급 올려 어모장군(禦侮將軍)으로 하였다. 개국612년 7월에 수충승지창국공신(守忠承志昌國功臣)으로 추봉(追封)되고, 8월에 정2품 자헌대부 병조판서 영산군(靈山君)으로 추증(追贈)되고 추봉되었다. 10월에 조정에서 시호(諡號)가 내려졌는데 경성(景成)이다. 경(景)은 포의행강(布義行剛)이라, 의를 행하고 강직하게 행동한다는 뜻이며, 성(成)은 안민입정(安民立政)이라, 백성들을 편하게 하는 정책을 세운다는 뜻이니, 이는 생전 장군의 성품과 외관직을 두루 역임했던 경력을 반영한 것이었다.

공은 무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문재(文才)가 뛰어났고 사람을 끌어 모으는 재주가 있었다. 스스로 관직 생활에 위기가 있을 때마다 외직으로 나아가니 백성들이 그의 선정(善政)을 보고 터를 잡으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 또한 중임을 맡기를 꺼려하지 않았으니 겸직이 잦아 늘 분주했으며, 소임을 수행함은 백관(百官)의 귀감이 되었으니, 조야(朝野)의 신임이 매우 두터웠다.

공이 돌아가신지 어느 덧 6주년이 다 되어가고, 사람들은 바뀌어 기억하는 이 드물게 되었으니, 무신의 후배로서 마땅히 묘도비(墓道碑)에 송(頌)을 새겨 만대(萬代)에 그 공을 기리고자 한다. 나는 명(銘)하노라.

일찍이 문무를 겸비한 인재가 있어
한신(韓信)과 비길 만하였네.
중임을 처리함에는 망설임이 없고
목민의 소임은 매우 신통해
사람 활기를 팔도에 불어 넣었네.
공이 있어 임금과 백성들이 편안했고
마침내 창국(昌國)의 꿈을 이룰 수가 있었네.
대업이 남았는데 공은 떠나갔으니
누가 있어 빈자리를 메울 것인가.
탄식 소리 가득했던 그 날의 아픔을 기억하는 자
만대에 빛나는 재주를 마음속에 간직하리라.

曾有兼文武
比韓信而已
重任處無冘
牧民之神通
人氣充八道
便上下以功
竟遂到昌國
餘大業離功
孰補代空窠
憶歎息之痛
不忘其之才

개국617년 8월 27일 립(立)

[주(註)] 개국617(2008)년 8월 27일에 증자헌대부병조판서(贈資憲大夫兵曹判書) 신용호(辛庸浩)의 신도비(神道碑)를 경상도 창원도호부(昌原都護府)에 세우고 그 비에 새긴 글이다. 명문(銘文)은 동년 7월 31일에 지어졌다.

어필 한양군조공정공신도비명
御筆漢陽君趙恭定公神道碑銘

대조선국수충승지광운창국공신정헌대부지중추부사한양군증숭정대부의정부우찬성겸판의금부사지경연춘추관사조공정공신도비명 병서
大朝鮮國守忠承志廣運昌國功臣正憲大夫知中樞府事漢陽君贈崇政大夫議政府右贊成兼判義禁府事知經筵春秋館事趙恭定公神道碑銘幷序

어제
御製

장종대왕(章宗大王)께서 100년간 단절된 왕업(王業)을 계승하시어 경진년(庚辰年) 8월에 고묘(告廟)를 단행하시고 창국(昌國)의 치(治)를 이룩하심에, 그 치세(治世) 연간에 팔도 각지에서 수많은 인재들이 나서 병풍처럼 종묘사직(宗廟社稷)을 호위하고 조정(朝廷) 일에 충심(忠心)으로 봉직(奉職)하였다. 좋은 대책(對策)과 선정(善政)으로 선왕의 덕을 팔방(八方)에 널리 전하는데 힘써 노력하였고 훌륭한 문사(文詞)와 비범한 행실로 스스로의 학문과 명예를 굳게 지켜 보존하였으니, 이처럼 조정의 기틀을 반석(磐石) 위에 올려 놓기 위해 성심을 다한 고굉지신(股肱之臣)의 노고에 보답하고자, 선왕께서 계미년(癸未年) 여름 7월에 십여 인을 공신(功臣)으로 책봉하여 크게 치하하시니 그 은전과 혜택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 공정(恭定)으로 증시(贈諡)된 지중추부사 조조(趙造)도 창국의 주역으로 있던 인물이다. 공정공(恭定公)의 증조(曾祖)는 증가선대부 호조참판 겸동지의금부사 모(某)이고 조(祖)는 증자헌대부 호조판서 겸지의금부사 모(某)이며 선고(先考)는 증순충적덕보조공신(贈純忠積德補祚功臣) 숭정대부 판중추부사 한성군(漢城君) 강(강)이니, 삼대(三代) 증직(贈職)은 모두 공이 현달(顯達)하여 귀(貴)하게 된 때문이다. 배(配)는 임오년 정월에 혼례를 올린 숙부인(貞夫人) 전주(全州) 이씨(李氏) 랑(朗)으로 유학(幼學) 정(정)의 따님인데, 공이 졸(卒)하던 해 2월에 지병(持病)으로 별세(別世)하였으며, 증정경부인(贈貞敬夫人)이다.

공의 자(字)는 정직(貞直), 호(號)는 백룡(白龍)이고 한양인(漢陽人)이다. 임자년(壬子年)에 태어나 신사년(辛巳年) 11월 별시(別試) 문과(文科)에 을과(乙科)로 등제(登第)하여 옥당(玉堂) 저작을 초직(初職)으로 출사, 삼도암행어사를 거쳐 문신겸선전관, 사헌부감찰, 의정부검상, 예조와 형조 정랑 등의 현직(顯職)을 역임한 후, 임오년(壬午年) 12월에 당상(堂上) 통정(通政)에 오르고 이듬해 2월에 천조(天曹)의 아경(亞卿) 참판이 되었다. 이후 문관의 전형(銓衡)을 맡은 관청의 장관(長官)으로 5개월을 근무하였고 동년 7월에 창국정공신(昌國正功臣) 2등 제1인으로 책봉되어 자헌계(資憲階)에 올랐으며, 8월에 한양군(漢陽君)에 봉군(封君), 우참찬(右參贊)이 제수되었다. 10월 초순에 병환(病患)을 얻어 11월에 사직 후 지중추(知中樞)가 되었는데, 북부(北部) 진장방(鎭長坊) 삼청동(三淸洞)의 사저(私邸)에서 요양하던 중 병세(病勢)가 급격히 악화되어 졸서(卒逝)하자 특지(特旨)가 내려져 자급(資級)이 정헌(正憲)에 이르렀다. 향년(享年) 32세이다.

무자년(戊子年) 10월에 장종대왕의 묘정(廟庭) 배향공신(配享功臣)을 정하는 데 있어 공이 수망(首望)에 올랐다. 거듭된 윤대(輪對) 논의를 거쳐, 공의(公議)에 따라 배향신(配享臣)으로 재가(裁可)되고 숭정대부(崇政大夫) 의정부우찬성(議政府右贊成) 겸판의금부사지경연춘추관사(兼判義禁府事知經筵春秋館事)로 증직(贈職)되었다.

살피건대 공의 행장을 찬(撰)한 이는 창국원종훈(昌國原從勳) 전예조참판(前禮曹參判) 현암(玄岩) 이동진(李東珍)이다. 공의 자취는 행장에 자세한데, 찬자(撰者)가 조야(朝野)에서 두루 학식과 인망(人望)을 갖춘 인물이므로 그 내용이 사실에 정확히 부합하여 괜히 아름답게 꾸미지 않았다. 행장에서 평하기를, '공의 공훈(功勳)은 창국공신 가운데 가히 태두(泰斗)라 할 수 있다. 외관(外官)으로 나아가면 백성들이 그 선정(善政)을 칭송하고, 내직(內職)으로 돌아오면 전하께서 만사(萬事)를 더불어 논(論)하시니 조정 대사大事)에 공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것이 없었다' 하고, 또 '행신(行身)이 바르고 강직하며 매사에 공사(公私)는 분명히 하셨고, 성품이 온화화여 공의 사저에 공을 따르는 젊은 관리와 유생들로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루었다'고 기술하여 당대의 명망(名望)과 인심(人心)를 그대로 전하였으니, 공에게 내려진 집사견고(執事堅固), 안민대려(安民大慮)의 시호(諡號)가 실지(實地)를 얻었다고 하겠다.

공의 치적(治積)과 덕업(德業)이 이러하니, 공과 같은 이에게 명문(銘文)을 내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에 서(序)에 이어 명(銘)한다. 명왈(銘曰),

네 차례 문과(文科)에 올라 문단의 으뜸이 되었고
다섯 어진 이를 이끌어 나라의 옥척(玉尺)이 되었네.
의를 지키고 오상(五常)을 아름답게 펴서 온 나라가 본받았고
법을 수립하고 교화를 펴서 나라에 아름다운 계책을 남겼네.
차례로 여러 업무를 펼쳐 재창(再創)의 공업(功業)을 보필하고
사해를 돌아다니며 목탁을 울려 나라를 영광되게 하였네.
본연의 덕을 밝혀 백성의 타고난 양심을 진작시키며
어려운 임무를 먼저 하고 일신의 이익을 뒤로 하여 천하를 위해 근심하였네.
나가서는 안찰(按察)이 되어 백성에 부모와 같은 이가 있었으며
들어와서는 재추(宰樞)가 되어 나라에 믿고 의지할 대현(大賢)이 있었네.
한성서윤과 이조참판, 우참찬과 지중추부사
청요(淸要)의 중임(重任) 모두 공(公)이 맡으신 바였네.
시호는 공정(恭定)이요 증직은 우찬성이며
특별하고 융숭한 은전(恩典)으로 장종대왕 묘정에 배향되었네.
공의 문명(文名)과 공업(勳業)이 영원히 없어지지 않으리라.
이곳이 바로 공이 잠드신 곳이니 지나는 이는 공경할지어다.

四度登榜魁于文苑
彙征五良邦之玉尺
杖義徽典以法中外
立憲敷敎垂于嘉猷
歷敍庶務弼輔再創
周旋四海鳴鐸榮國
光明厥德振作民彝
先難後獲爲天下憂
出則按察民有父母
入則宰樞國有蓍龜
三輔亞銓四宰知樞
淸要重任皆爲公攝
易名恭定贈爵貳相
異恩崇典配食章廟
文名勳業永世不朽
是惟公瑩過者當式

개국618년 기축(己丑) 2월 일 립(立)

[주(註)] 개국618(2009)년 2월 14일에 증숭정대부의정부우찬성(贈崇政大夫議政府右贊成) 한양군(漢陽君) 조조(趙造)의 신도비(神道碑)를 묘역(墓域) 남동쪽에 세우고 그 비에 새긴 글이다. 명문(銘文)은 동월 10일에 어필(御筆) 어제(御製)로 내려졌다.

덕수이공안공신도비
德水李恭安公神道碑

대조선국수충승지광운준책창국공신가정대부이조참판덕수군증자헌대부호조판서이공안공신도비명 병서
大朝鮮國守忠承志廣運俊策昌國功臣嘉靖大夫吏曹參判德水君贈資憲大夫戶曹判書李恭安公神道碑銘幷序

생원 최명길 찬
生員崔鳴吉撰
통정대부 이조참의 겸성균관사성 박연 서
通政大夫吏曹參議兼成均館司成朴堧書
정략장군 행용양위부사직 김민승 전
定略將軍行龍驤衛副司直金民勝篆

풍요로움을 기약하는 아방(我邦)의 8월 하늘은 만리에 펼치진 동해(東海)와 푸르름을 다툰다. 이는 지난 을유년(乙酉年)과 경진년(庚辰年)의 빛나는 경사가 모두 이달의 일이기 때문이다. 왜적(倭賊)에 의해 허물어진 사직(社稷)이 을유년에 국가의 권리를 회복하고 경진년에는 우리 장종대왕(章宗大王)의 신무(神武)함으로 태조(太祖) 고황제(高皇帝)이래 성왕(聖王)에게 전해진 왕업(王業)을 다시 일으켜 당우(唐虞)의 정치를 백세에 전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날 북궐(北闕)을 채운 웅장한 전각과 광화문 밖에 끝없이 이어진 관각(館閣), 서각에 가득한 서책과 묘당(廟堂)을 채운 진신(搢紳)들은 모두가 고굉(股肱), 약석(藥石), 주석(柱石)이라 불리는 현신양장(賢臣良將)의 수고로움이 하나 되어 이룩한 것이다. 이 위대한 공업에 지난 정해년(丁亥年)에 하늘로 돌아가 해서(海西)의 큰 고을에 잠들어 있는 이공안공(李恭安公)의 아름다운 명위(名位)가 빠질 수 없는데도 마땅히 갖추어야 할 비명(碑銘)을 찾아 볼 수 없느니 이에 삼가 글을 지어 신도(神道)의 근거로 삼는다.

공의 휘(諱)는 완(浣)이고 자호(自號)는 마로이며 덕수인(德水人)이다. 갑인년(甲寅年)에 세상에 나와 정해년에 천하(泉下)로 돌아갔다. 덕수를 관향(貫鄕)으로 삼는 가문은 본조(本朝)에서 매우 영달하였는데 규성(奎星)으로는 문묘(文廟)의 으뜸을 차지한 문성공(文成公) 율곡(栗谷) 이선생(李先生)이 있고 서반(西班)으로는 임진년(壬辰年)과 정유년(丁酉年)의 구국영웅(求國英雄) 증의정(贈議政) 이충무공(李忠武公)이 있다. 이 외에도 육경(六卿)의 벼슬과 변방의 곤수(閫帥)의 직임을 맡아 청사(淸史)에 위명(偉名)을 전하는 이들이 수도 없이 많이 나왔으니 공이 영위(英偉)한 자질로 기린각(麒麟閣)에 화상(畵像)이 걸리고 조가(朝家)의 빼어난 직책을 가진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공은 신사년(辛巳年) 별시(別試)에 병과(丙科)로 등제(登第)하여 출신(出身)하였다. 내직(內職)으로는 의정부사록, 사헌부감찰, 이조전랑, 사간원헌납 등을 차례로 역임하고 출보(出補)하여 황해 도사를 지냈다. 어사(御史)로서 인재를 천거하기도 하고 녹훈도감(錄勳都監)의 이끌어 공신의 일을 감정(勘定)하였다.

임오년(壬午年)에 통정(通政)의 자급(資級)을 받고 당상에 올랐으며 천조(天曹)와 추관(秋官)의 참의, 승선(承宣)과 사필(史筆)의 일을 맡아서 청망(淸望)의 직책을 잇달아 수행하니 여항(閭巷)의 사람들이 존귀하게 여겼다. 동년 7월에는 창국일등공신(昌國一等功臣)이 되고 수충승지광운준책창국공신(守忠承志廣運俊策昌國功臣)의 훈호(勳號)를 받았으며 8월에 덕수라는 군호(君號)가 더해졌다. 이후에 관서(關西)의 도백(道伯)이 되어 읍재(邑宰)로서의 양민(養民)에 힘쓰고 대사간과 논사장(論思長)으로서 언로를 크게 열었으며 한가로운 자리인 탁지(度支)의 장관과 평시서의 일도 기피하지 않아 국가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큰 떠받침이 있었다. 을유년 유사(有司)의 변(變)으로 인하여 철조(轍朝)가 있었을 때 많은 조신(朝臣)들이 흩어져 종적이 묘연하였는데 공은 정해년에 돌아와서 옛 직첩(職牒)이 회복되었다. 임금께서 공의 재덕(才德)을 아껴서 장차 중하게 쓰시려 하였는데 저자에서 잘못된 혐의(嫌疑)를 받아 동년 12월 22일에 갑작스레 졸서(卒逝)하시니 누린 수명이 서른에 넷을 더했을 뿐이다. 생전의 관직은 가정대부 前동지중추부사였고 졸한 이후에 법에 따라 호조판서에 증직(贈職)되고 추시(追諡)의 혜택이 있었다.

공은 하늘로부터 받은 성품이 부드럽고 따듯하며 덕이 매우 두터워 여러 사류(士類)들과 격렬한 다툼이 없었다. 넓은 도량으로 악인(惡人)조차 포용하고 조정에 우뚝 서서 백관(百官)을 이끌어 널리 화합하게 하니 원보(元輔)에 제수됨에 모자람이 없었다. 창국 이래 많이 이들이 서로 얼굴을 붉히고 때로는 상심하여 경솔하게 나아감과 물러남을 결행하였으나 공은 세파(世波)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나라와 성상을 우선으로 생각하여 사사로운 마음을 잊고 행공(行公)하였다. 비록 태사(台司)에 들어가지 못하고 실직(實職)이 아경(亞卿)에 그쳤다 할 지라도 관 뚜껑을 덮은 이후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을 잊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으니 일찍이 나라를 번창하게 한 이후 보지 못한 일이었다. 공의 역명(易名)은 공안(恭安)인데 이 두 글자의 시주(諡註)와 공의 행의(行誼)가 일치하여 더 할 것이 없고 행장(行狀)은 병조참판 서양갑(徐羊甲)이 지었는데 문명(文名)이 무인중에 으뜸이어서 공의 무거운 행적을 가리지 않았으니 나는 다만 여기에 따라 기술하였을 뿐이다.

소자(小子)는 본래 공과 아무런 인연이 없고 창국 원훈(元勳)의 비문을 외읍(外邑)의 포의(布衣)가 짓는 것도 사체(事體)에 어긋나나, 우연히 해주(海州)의 묘소를 지나다 공을 흠모하는 감정이 일어서 붓을 들어 적으니 명(銘)은 다음과 같다.

덕(德)이 노니는 강의 기운을 받아 하늘 아래에 몸을 떨어뜨려
간기(間氣)를 이미 갖추어 충신의 굳건한 칭호 정해져 있었네.
대의(大義)를 가슴에 품어서 경진년의 큰 일에 스스로 참여하니
창국(昌國)의 원훈이 되고 찬란한 철권(鐵券)을 손에 쥐게 되었네.
벼슬에 나아가서 근면함으로 경세(經世)의 재주를 만인에게 보이니
지위가 삼사(三司)의 끝에 오르고 육부(六部)의 긴요한 곳을 차지하였네.
주군(州郡)에 임명되니 서로(西路)의 황폐함이 흥성하게 되었고
그만두고 편안한 곳에 머물러도 오직 임금과 사직(社稷)을 근심하였네.
을유년(乙酉年)의 일에 마음을 다쳐 잠시 속세와 이별하였으나
나라가 다시 섰다 전해진 말에 기쁜 마음으로 달려왔다네.
시절이 수상(殊常)하여 세도(世道)가 서로를 의심하고 엿보니
식읍(食邑)을 가진 훈신 또한 혐의(嫌疑)를 피하지 못하였네.
한 장의 글로서 적심(赤心)을 드러내어 임금 앞에서 충심을 보이고
시끄러운 이승과 영원히 헤어지니 산천(山川)이 모두 슬퍼하였네.
가을바람 불어서 초목(草木)이 시들고 본 바탕이 없어지고 나니
그곳에 공(公)의 유명(幽冥)이 있어서 쓸쓸한 정이 갑자기 일어나네.

受德水精生於天下
備旣間氣先定忠稱
胸懷大義自參鴻業
公爲元勳持爛鐵券
出身行公以勤示才
位至三司據部之喉
按節州郡關海化盛
停於便地惟憂廟社
轍朝傷心離別俗世
傳說復朝歡奔到邦
時流殊常世互疑伺
有封勳臣又不避嫌
以章露赤明忠榻前
永訣譁乘山川皆悲
秋風繼起草木失質
其有幽冥凄情勃興

개국619년 9월 초3일 립(立)

[주(註)] 개국619(2010)년 9월 초3일에 증자헌대부호조판서(贈資憲大夫戶曹判書) 덕수군(德水君) 이완(李浣)의 신도비(神道碑)를 황해도 해주목(海州牧)에 세우고 그 비에 새긴 글이다. 명문(銘文)은 8월 19일에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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